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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8. 제3회 동아럭셔리포럼

럭셔리 마켓 진입 장벽이 높다고요?
밀레니얼세대 데이터 분석이 ‘열쇠’

이미영 | 264호 (2019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밀레니얼세대가 럭셔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이며 새로운 럭셔리 트렌드를 만들었다. 이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시장의 틈새를 공략한다면 진입 장벽이 높은 럭셔리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밀레니얼세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마케팅 수단인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 능력도 갖춰야 한다. 물론 브랜드가 추구하는 럭셔리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의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럭셔리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에는 돈이 있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그 사람들은 본인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 토즈(Tods)의 디아지오 델라 발레 최고경영자(CEO)의 말은 틀리지 않은 듯하다. 딜로이트컨설팅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상위 100개 럭셔리 브랜드들의 매출 성장률이 약 4%였고, 영업이익률은 8.8%에 달했다. 게다가 톱 3를 차지한 럭셔리 브랜드의 영업이익률은 4년 동안 단 한 번도 두 자릿수를 놓치지 않았다. 많은 기업이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유다.

신진 브랜드나 기업이 럭셔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동아비즈니스포럼의 조인트세션으로 3회째 열리고 있는 동아럭셔리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소비 패턴을 보이는 신(新)소비층인 ‘밀레니얼세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럭셔리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 분석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동아럭셔리포럼 2018’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뉴럭셔리가 온다: 한국 시장에 미칠 새로운 기회
- 배정희 딜로이트컨설팅 한국, 전략컨설팅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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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희 딜로이트컨설팅 한국 전략컨설팅 리더는 “뉴럭셔리 시대가 오고 있다. 밀레니얼들의 특성, 추구하는 가치관 등을 파악해 이들을 공략하는 브랜드가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진 브랜드나 디자이너도 진입 장벽이 높은 럭셔리 시장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4년부터 딜로이트컨설팅이 발표한 ‘럭셔리 상품의 영향력(Power of Luxury Goods)’ 보고서와 다양한 컨설팅 경험을 토대로 변화하고 있는 럭셔리 시장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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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세대를 잡아라… 신규 럭셔리 브랜드 연평균 성장률 30%
력셔리 시장은 어떤 시장보다 변화가 더디다. 그만큼 신규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뜻이다. 전통과 정체성을 중시하는 유럽 전통 브랜드는 5년간 큰 변동 없이 럭셔리 시장의 선두를 지켜왔다. 심지어 이들은 전체 럭셔리 시장 매출의 약 47%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최근 재밌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명품 브랜드 셀린느는 폴리염화비닐(PVC) 지갑을 내놓으면서 비닐백을 유행시켰다. 미래지향적이면서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다른 명품 브랜드도 파격적인 시도를 이어갔다. 구찌는 미국 할렘가 출신 유명 디자이너인 대퍼 댄과 협업해 새로운 스타일의 제품을 내놨다. 화려하고 독특한 운동복과 재킷이 화제가 됐다. 루이뷔통은 길거리 패션 브랜드로 유명한 슈프림과 협업하기도 했다.

이러한 럭셔리 브랜드의 행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길거리 문화라고 하는 ‘스트리트 패션’을 적용한 것.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클래식한 디자인에 녹여냈다. 이는 20∼30대를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밀레니얼세대 1 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이 밀레니얼세대를 공략해야 향후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컨설팅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들이 2026년까지 글로벌 소비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럭셔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브랜드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을 때 그 틈새를 파고들어 기업이 급성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새로운 럭셔리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과 감성을 찾아내 공략한다면 럭셔리 시장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다.

실제로 밀레니얼들을 저격한 신규 브랜드의 약진이 이를 뒷받침한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톱 10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캐나다구스,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 운동화 브랜드 골든구스 등 새로운 브랜드가 대거 포함됐다. 이들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0%에 달한다.

신진 브랜드의 빠른 성장률은 밀레니얼세대의 소비력이 막강해졌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크게 두 가지 특성 때문이다. 첫째, 글로벌 동시성이다. 밀레니얼세대들의 유행은 시차를 두고 일어나지 않는다. 딜로이트컨설팅 컨설턴트들이 중국, 미국 등 다른 국가 출신의 10∼20명의 밀레니얼 그룹을 모집해 이들을 하루 종일 따라다녔다. 관찰 결과 중국 상하이의 젊은 세대와 뉴욕의 젊은 세대가 똑같은 생활양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에 있는 20∼30대들이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평균 6시간 정도다. 하루 종일 온라인에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레니얼세대는 디지털 영향력을 바탕으로 역사상 가장 큰 소비 집단으로 거듭난 셈이다.

둘째, 다른 세대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이들이 기성세대와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이들의 생활양식이나 스타일에도 영향을 준다. 버버리는 최근 밀레니얼세대를 겨냥해 젊은 감각의 패션을 선보였다. 그러자 밀레니얼세대의 부모 세대들도 이 패션을 받아들이고, 함께 소비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엔 중년 세대들에게서 젊어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졌다. 밀레니얼세대를 겨냥한 제품이 그만큼 승산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 평가보단 자기만족 중시하는 밀레니얼
밀레니얼세대는 기존 세대와 어떻게 다를까. 한 운동화 브랜드를 예로 들어보자. 골든구스는 최근 밀레니얼세대들 사이에서 굉장히 ‘핫’한 브랜드다. 누군가 한번 신었던 신발같이 낡은 느낌의 운동화를 주로 판다. 이 운동화의 평균 가격은 약 수십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 밀레니얼세대들은 이 운동화를 기꺼이 사서 신는다. 이들의 심리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은 외부의 평가보다 자기만족을 우선시한다. 내 기분을 좋게 하는 제품, 나 스스로가 멋진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믿는’ 제품에 열광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더 이상 자신을 꾸며주는 존재가 아니다. 그 브랜드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과 결합된다.

그렇기 때문에 밀레니얼세대는 자신이 부유하다,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과시하는 세대가 아니다. ‘내가 이렇게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새로운 유행을 선도한다’, 즉 ‘힙’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세대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이 세분화할 수 있다.

첫째, 브랜드가 지닌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들을 스토리슈머(Story-summer)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밀레니얼들이 테슬라의 전기차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환경에 좋은 차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이유도 일부 있겠지만 핵심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론 머스크라는 CEO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 테슬라가 개발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밀레니얼세대들과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딜로이트컨설팅에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짤 때 브랜드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펼쳐낼 수 있는 카피라이터를 고용하라고 조언하는 이유기도 하다.

둘째, 시장의 세분화를 넘어 ‘개인화(Personalization)’된 상품에 열광한다는 점이다. 즉, 나만의 제품,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 등에 지갑을 연다. 딜로이트컨설팅이 4개국의 밀레니얼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당신만을 위해 주문 제작된 상품이라면 돈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50% 이상이 돈을 더 내겠다고 대답했다.

셋째, 경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밀레니얼들에게는 명품 쇼핑을 하고, 관광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 아니다. 그 지역의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느끼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이색체험이나 로컬푸드 등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로컬에 있는 현지 가이드나 여행상품과 여행자를 이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인 마이리얼트립이 밀레니얼세대 사이에서 핫한 앱으로 자리 잡은 이유기도 하다.

넷째, 삶에 대한 여유를 추구한다. 밀레니얼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풍족하게 자랐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유기농, 친환경 제품과 같은 건강한 먹거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트렌드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 세대의 유행은 톱 브랜드에서 아래로 조금씩 내려가는 형태였다면 밀레니얼세대의 유행은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다. 길거리 문화에서도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이 트렌드가 럭셔리 브랜드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트렌드는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여러 가지 조류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유명 스타를 포함해 청담동 일대 유행을 이끌어왔던 상위 소비자들에게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스로 유행을 만들어내고 확산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들의 삶이나 문화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엔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新럭셔리 시장, 어떻게 공략할까
밀레니얼세대들은 브랜드가 고객을 맞추고 만족시키는 것에 반응하지 않는다. 스스로 만족을 느끼고 그 브랜드를 찾아가겠다고 결정한다. 이들 개개인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삶을 존중해주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효율성이나 수익을 좇아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매출이 줄더라도 자신의 브랜드 입지를 지키고, 소비자들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관리하기보다 개인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micro engagement’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기업들이 다음과 같은 핵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고객의 삶을 ‘진짜’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시화해서 이들이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는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그림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어떤 매체로 소통하고, 어떤 가치를 숭배하고, 어떻게 소통하는지 등 세세한 일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 일상을 세세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밀레니얼들의 소통 방식을 잘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들의 디지털 세계만 이해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것이다. 밀레니얼세대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계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스마트폰을 통해 검색하고 소통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에서의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온라인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가지고 고객을 분석할 때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제대로 고객을 이해하기 어렵다.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밀레니얼세대의 활동을 이해하고,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선 실제로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밀레니얼세대의 언어로 소통하면서 회사 내 의사결정권자인 베이비붐 세대 경영진과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가 필요하다. 이러한 미래형 인재를 많이 확보할수록 뉴럭셔리 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전략도 다양해지고 풍부해질 것이다.


사람들의 자발적 관심을 끌어내는 마케팅에 집중하라
- 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이진형 데이터마케팅 코리아 대표는 ‘트리플 미디어’를 제대로 확보해야 디지털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리플 미디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Paid Media’다. TV나 라디오, 신문 등과 같이 기업이 돈을 내야지만 쓸 수 있는 매체들이다. 최근엔 네이버나 유튜브에 광고를 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Owned Media’다. 회사가 만든 홈페이지나 SNS 개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셋째, ‘Earned Media’다. 콘텐츠를 일반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소는 ‘돈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투자하는 자본에 따라 광고 효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번째는 다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소비자들은 SNS 등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지인들과 공유한다. 이렇게 저절로 확산되면서 브랜드나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그래서 디지털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Earned Media다. 기업들이 더 재미있고 기발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 대표는 풍부한 사례를 들어 이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제안했다.

디지털 기술 자체가 홍보 수단이 되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화두가 됐던 기업이 있다. 바로 인텔이다. 드론을 날려 까만 밤하늘에 오륜기 등 화려한 불빛쇼를 선보였다. 인텔의 기술력에 전 세계 사람들이 감탄했다. 최고의 마케팅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기술은 Earned Media의 핵심이 됐다. 신기술에 매료된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보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확산한다. 볼보의 최근 광고 영상을 한번 살펴보자. 광고 내용은 인공지능이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볼보의 인공지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돌체앤가바나 패션쇼도 예로 들 수 있다. 이 런웨이에선 느닷없이 드론이 등장했다. 모델 대신 드론이 가방과 같은 액세서리를 들고나왔다. 패션쇼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올리거나 지인에게 전송했다. 드론 하나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린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기업 마케팅 조직에서는 기술 조직을 두고 같이 움직인다. 마케터는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자는 마케팅 업무를 이해하면서 함께 협업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휠라-펜디, 인간 샤넬… 전략적 컬래버레이션의 힘
전략적인 협업을 통해 브랜드를 각인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시킬 수도 있다. 최근 LG전자가 ‘LG오브제’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오디오,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을 세련된 가구처럼 디자인해서 제작한 프리미엄 가전제품이다. 이탈리아 생활용품 회사 ‘알레시’와 협업해 만들었는데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라는 산업디자인계 거장이 이 회사 소속이다.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협업은 전혀 생각지 못한 브랜드끼리도 이뤄진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샤넬이 함께 협업해 만든 ‘퍼렐 슈즈’가 대표적인 예다. 힙합가수 퍼렐 윌리엄스가 자신의 이름을 딴 패럴 슈즈 디자인에 직접 참여했고, 500켤레를 한정판으로 판매했다. 당연히 화제가 됐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이 외에 펜디와 휠라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얼핏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대중적인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등에 업고 대중적인 브랜드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닌가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여기에서 우리가 데이터를 활용해 그 결과를 분석해볼 수 있다. 한국 소비자의 85%가 온라인으로 쇼핑을 할 때 네이버를 활용한다고 한다. 네이버의 검색량으로도 충분히 마케팅 효과를 분석해 낼 수 있다. 휠라와 펜디가 협업을 진행한 2018년 10월, 이 두 브랜드에 대한 검색 패턴을 한번 살펴보자. 펜디-휠라라고 검색한 사람이 68%, 휠라-펜디로 검색한 사람이 32%밖에 안 됐다. 펜디가 두 배 더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협업해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대표적인 예다. 제니는 ‘인간 샤넬’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샤넬의 패션을 잘 소화해 낸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사실 여기에는 샤넬의 전략이 숨어 있다. 2017년 1월만 해도 네이버 검색으로 보면 제니는 ‘인간 구찌’로 불렸다. 구찌 제품을 착용한 제니의 연출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긴장한 샤넬은 2018년 1월 재빨리 제니를 샤넬의 뷰티모델로 선정했다. 그리고 그해 6월 독일 함부르크 공방의 컬렉션에도 참여시켰다. 매번 샤넬 옷을 입은 제니의 사진이 포털 사이트와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그 뒤에 데이터의 변화가 나타났다. 인간 구찌와 인간 샤넬의 검색량이 똑같아진 것이다. 샤넬이 전략을 굉장히 잘 실행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 ‘흔적’ 분석을 통한 전략적 마케팅
소비자들이 SNS나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 남긴 글들을 분석해 효과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사람들이 익숙한 럭셔리 브랜드를 인지하고 여기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혹시 파텍필립이라는 명품 시계 브랜드를 들어본 적이 있나? 들어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롤렉스, 오메가, 카르티에 등의 시계 브랜드는 어떤가? 아마도 익숙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실제 명품 서열에서 보면 파텍필립이 더 비싸고 좋은 브랜드로 평가받지만 대중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온라인 분석을 통해 대중들이 인식하는 명품 서열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명품 브랜드가 어떤 제품을 판매할지 혹은 강조할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루이뷔통은 누구나 인정하는 명품 브랜드다. 그런데 루이뷔통 시계는 어떤가? 브랜드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분명 좋은 시계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루이뷔통 시계는 명품 시계에 들어가는 부품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소비자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루이뷔통 시계를 사야 하는가,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가 등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루이뷔통이 시계를 판매하는 것은 자칫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색 광고를 어느 쪽에 집중할지도 판단할 수 있다. ‘타임메카’라는 병행 수입 업체가 있다. 이 회사는 엔트리 레벨 브랜드 검색 광고에 집중한다. 하이엔드 쪽의 럭셔리 브랜드는 검색 광고를 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타임메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시계를 구매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비싼 시계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타임메카가 하이엔드 시계를 싸게 판다고 해도 잘 팔리지 않을 것이다. 타임메카가 검색광고를 엔트리 브랜드에 집중하는 이유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의 소비자 행동 패턴을 조사하면 사람들의 인식을 알 수 있고, 이를 활용해 어떻게 마케팅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매니지먼트 플랫폼(DMP, Date Management Platform)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플랫폼은 고객 DB를 사고판다. 미국에서 보편화됐으며 한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객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시장을 분류하고 타기팅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DMP를 활성화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2019년부터 1년에 600억 원, 5년간 3000억 원의 예산이 마련됐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마케팅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온라인 마케팅 예산을 세분화해 어떻게 사용했는지 기록하고 이를 통해 어떤 온라인 채널 마케팅이 더 효과적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네이버,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 중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해나갈 여지도 있다. 객관적으로 마케팅 효과를 평가하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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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고객의 소비 동선 패턴 분석
- 송규봉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 교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요즘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어떻게 소비자를 분석해 최적의 마케팅 효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 데이터에 지리적 정보(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를 결합해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분야에 정통한 송규봉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 교수는 “럭셔리 고객을 사로잡는 작업은 치밀한 분석과 통찰이 합쳐진 결과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왕의 세일즈 비법… 타깃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확보하라
보험업계의 핵심 인재는 보험설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서 영업한다. 본사 입장에서는 실적이 좋은 보험설계사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전략을 세우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A 보험사는 지리적 정보와 보험설계사의 실적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이 궁금증을 풀었다.

전국은 250개 정도의 시·군·구로 나누어져 있다. 보험 판매는 딱히 지역에 따라 제한된 상품이 아니다. 제주에 있는 보험설계사가 서울에서도 보험 상품을 팔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보험설계사 실적을 살펴봤더니 재밌는 현상이 발견됐다. 첫째, 특정 동네에 상품 판매 비중이 몰려 있었다. 각 보험설계사가 활동하는 4개 핵심 지역에서 전체 매출의 76%가 나온 것이다. 보험설계사가 집중하는 지역 면적도 생각보다 좁았다. 활동 반경 약 2㎞에 보험 판매가 집중됐다. 또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보험판매가 집중될 것이란 회사의 예측도 빗나갔다. 수도권에서 실적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 보험설계사의 핵심 지역은 서울시 성동구였고, 3위 보험설계사의 주요 활동 지역은 서울시 성북구 길음뉴타운이었다. 이를 통해서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보다 그 지역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설계사들의 역량과 전략이 주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A사는 보험설계사들이 주력하는 각 지역, 소비자, 상품 등을 분석해 개별적인 영업 전략을 수립해 나갈 수 있게 됐다.

보험설계사들이 어떻게 고객들을 사로잡았는지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A사의 1등 보험설계사인 배정숙 씨는 원래 경주를 주 무대로 활동했다. 그는 한 달에 영업실적을 7억∼8억 원 정도 달성했다.

사실 그가 경주에서 보험설계를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한다. 매번 고객들에게 문전 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이때 그는 ‘반드시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영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1996년 5월 갑자기 들려온 뉴스가 인생을 바꿨다. 김영삼 정부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전격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은행, 증권사, 세무서 등을 돌아다니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따른 개인의 금융소득 관리 방안을 정리했다. 영업을 할 때 ‘금융소득종합과세 걱정되십니까’라는 홍보물도 함께 배포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너도나도 먼저 상담을 받겠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경주에서 성공한 배 씨는 서울을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그는 고소득층이 궁금해 하는 고급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각종 경제 세미나는 물론 부동산 정보까지 섭렵했다. 그 정보는 2003년 카드채 사태가 발생할 당시 빛을 발했다. 배 씨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카드채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정보를 미리 제공한 것이다.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자 고객들은 배 씨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는 보험 파는 아줌마에서 금융전문가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렇듯 배 씨는 자신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이 원하는 핵심 정보를 내가 먼저 제공해 성공했다.

브랜드의 ‘본질’에 접근하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밀레니얼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아 제2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당시 CEO였던 안젤라 아렌츠는 버버리가 경쟁 브랜드들이 외면한 밀레니얼세대를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버버리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가치나 정체성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렌츠 CEO는 밀레니얼세대의 특성을 버버리의 본질에 녹여내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버버리가 파악한 밀레니얼세대의 특성은 다음과 같았다. 이들은 돈을 많이 가질수록 더 겸손하게 처신하려는 경향이 있고, 쿨한 정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버버리는 이 쿨함을 영국의 음악, 예술 등 영국적인 정서에서 찾아내기 위해 애썼다. 또한 다른 럭셔리 브랜드가 귀족을 위해 탄생한 것과 달리 버버리는 평범한 군사들의 트렌치코트였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밀레니얼세대가 열광할 만한 버버리와 영국이 지닌 본질을 결합해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했다.

아렌츠는 애플의 리테일 및 애플스토어를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영입된 후에도 이 원칙을 지켰다. 그는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유훈에 우선 집중했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제공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아렌츠는 현재 애플스토어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폈다. 안타깝게도 그는 스티브 잡스가 강조했던 애플의 본질이 애플스토어에 잘 구현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렌츠의 처방은 간단했다. 우선 애플스토어 500여 개를 한꺼번에 리모델링했다. 고객들이 보다 넓은 공간에서 제품을 살피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교육 강좌도 개설했다. 사진, 동영상, 음악 등 라이프 스타일이나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커뮤니티 개념을 되살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었다.

종묘와 제네시스… 브랜드에 걸맞은 럭셔리의 재정의
렘 콜하스는 굉장히 유명한 건축가다. 이 건축가가 최근 현대 제네시스 강남 매장을 디자인했다. 이 매장은 재미있는 점이 있다. 전시된 차가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차를 숨겼다. 콜하스는 이 디자인이 의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럭셔리를 재정의해 제네시스의 브랜드를 부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디서부터 출발했을까? 바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다. 콜하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내 종묘를 건축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종묘가 단순하면서 강인하다고 표현했다. 사실 중국의 자금성과 종묘를 비교하면 초라하고 소박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콜하스는 인위적이면서 엄격한 질서를 택한 자금성과 확연히 다른 종묘만의 매력에 집중했다. 그는 산세를 살리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 건축한 종묘의 건축 기법에 조선 최고권력자의 철학이 반영됐다고 봤다. 이를 한국 고유의 럭셔리 개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렇게 재정의한 럭셔리 개념을 반영한 매장 디자인을 완성했다.

프라다 미국 뉴욕 매장을 리모델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매장의 공간을 최대한 여유 있게 디자인했다. 갤러리처럼 소수의 선별된 상품만을 제한적으로 미술작품처럼 진열하도록 했다. 소비자들이 다른 쇼핑공간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선사했다.

콜하스가 이렇게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럭셔리에 대한 조건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첫째, ‘럭셔리는 지적이다(Luxury is intelligence)’라는 것이다. 매일매일 만나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가치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빈 공간을 많이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미술관 벽면에 초상화 한 점이 걸려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제품에 더 몰입하고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낯섦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한 공간이나 전시 방법으로는 더 이상 사람들의 눈을 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제 디자인으로 발전한다. 그는 프라다 매장을 설계할 때 하버드대 대학원생들과 6개월간 상권을 분석했다. 환기는 어떻게 하는지, 주변 소비자들은 어떠한 결제 수단을 더 선호하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해 그 지역의 정보를 섭렵했다. 관련 보고서가 800쪽에 달할 정도였다. 그가 만든 럭셔리의 원칙에 치밀한 조사가 더해져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이렇듯 마케팅에는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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