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살펴보는 롱테일 이론
크리스 앤더슨은 저서 ‘롱테일 경제학(The Long Tail: Why the Future of Business Is Selling Less of More)에서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상관성이 있는 두 가지 주장을 했다. 첫 번째는 상품을 매장 선반에 진열할 필요가 없어졌고, 선택에 따르는 물리적·비용적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에 상품의 가짓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검색 및 추천 도구들은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방대한 선택의 폭에 압도당하는 걸 막아준다.
오른쪽 도표는 가상의 제품 분야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매출 기준으로 나열해 놓은 것이다. 회색으로 칠한 부분은 전통적 형태의 매장에서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을 나타낸다. 즉 긴 꼬리는 이전에는 활용하지 못하던 수요를 나타낸다.
음악·비디오·정보 등 디지털화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유통 비용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꼬리가 아주 길어질 수 있다. 애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콘텐츠 매장 아이튠스(iTunes)는 수백 만 개의 앨범과 노래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25만 개의 앨범을 판매한다. 반면에 아무리 규모가 크다 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최대 1만5000여 개의 앨범을 진열할 수 있을 뿐이다.
긴 꼬리 부분에는 진정한 틈새 상품, 과거의 히트 상품 등이 들어있다. 틈새 상품은 대부분 전통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유통된 적이 없거나, 음악에서의 싱글 앨범과 같이 따로 떨어져 있는 제품들로 구성된다.
앤더슨의 두 번째 주장은 바로 소비자들은 대중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보다 소수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틈새 상품을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온라인 유통 방식으로 인해 수요곡선 모양이 실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소매 방식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틈새 상품을 발견할 수 있게 된 만큼 소비자의 구매 행동도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묻혀 있는 상품들을 판매할 수 있게 돼 꼬리가 계속해서 길어지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발견하게 되면서 꼬리가 더욱 통통해 질 거라는 전망이다.
앤더슨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품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히트 상품들이 차지하고 있던 엄청난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믿었다. 앤더슨은 “시장이 셀 수 없이 많은 틈새시장으로 세분화되면서 까다로운 고객들이 히트 상품만을 좇는 대신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각 틈새 상품의 매출을 모두 모으면 그 금액이 매우 커질 수도 있다. 사실 앤더슨은 전통적인 소매 및 유통 방식을 통해 개별적으로 잘 팔리지 않던 제품이 형성하는 수많은 조그만 시장들을 모두 모으면, 경제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제품으로 구성된 기존 시장의 크기를 능가할 것이라는 대담한 예측을 내놓았다. 즉 앤더슨은 시간이 지날수록 곡선 아래에 색이 칠해진 부분의 면적이 히트 상품이 차지하는 하얀 부분의 면적을 능가할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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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꼬리에 있는 소비자들: 맥피의 노출 이론
크리스 앤더슨이 주장하는 롱테일 이론은 여러 측면에서 사회학자 윌리엄 맥피가 내놓은 노출 이론과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맥피는 1963년에 내놓은 저서 ‘대중 행동 이론’을 통해 유통에서 흔히 나타나는 두 가지 현상인 자연독점(natural monopoly)과 이중위험(double jeopardy)에 대해 설명했다.
자연독점 맥피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평소 적은 참여를 보인 사람들을 훨씬 더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서 소비 규모가 크지 않은 고객들이 인기 있는 제품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히트 상품이 소비 규모가 크지 않은 고객들을 ‘독점’하기 때문에 맥피는 이런 현상을 두고 자연독점이라 부른다.
이중위험 맥피는 “주어진 대안에 낯설어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대안에 익숙한 사람들이 그 상품을 좋아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맥피는 이에 덧붙여 사람들이 “진기한 책은 그 책을 발견하는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유명세가 떨어질수록 진가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유명하지 않은 책을 선택하는 사람은 수많은 다른 대안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대안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유명한 상품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맥피는 틈새 상품에는 두 가지 불리한 점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이중위험이라 표현한다.(틈새 상품이 불리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설사 알려진다 하더라도 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인기 상품을 더 잘 알고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온라인 영화 대여 서비스 업체인 퀵플리스의 고객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결과도 맥피의 노출 이론에 힘을 실어 줬다. 아래에 있는 도표를 살펴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도표를 보면 분위수(decile)가 커질수록 더 많은 고객이 해당 분위 내에 있는 DVD를 더 많이 대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배송된 DVD의 수가 가장 높은 분위수에서보다 가장 낮은 분위수에서 더 많다는 사실을 유념해서 봐야 한다. 이것은 곧 맥피의 자연독점 이론과 일치한다. 히트 상품이 자연적으로 소비량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량이 많은 고객, 즉 헤비 유저들은 롱테일에 해당되는 상품을 모험해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헤비 유저들은 히트 상품과 비인기 상품을 골고루 선택한다. 이 그래프를 살펴보면 가장 분위수가 높은 막대에서 평균 고객 평가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중위험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평균적으로 인기가 낮은 DVD는 인기가 높은 DVD에 비해 잘 선택되지도 않은 데다 고객의 평가도 좋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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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오래 살아남을까?
두말할 나위 없이 요즘 소비자들은 과거의 어떤 세대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 덕에 물리적 매장이라는 제약이 사라졌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뿐 아니라, 언제든 풍부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미국의 힙합 가수 제이지가 부르는 노래를 듣다가 가사가 서정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제이지의 최신 히트곡만을 듣고 있을 필요가 없다. 대신 웬만큼 팔린 제이지의 첫 앨범 ‘리즈너블 다우트’를 찾아 들을 수도 있고 탤리브 퀠리(Ta- lib Kweli)를 비롯해 덜 알려진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가운데에는 디지털 음원으로만 들을 수 있는 노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