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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중심 SPA 기업 칸투칸 사례분석

무슨 회사인지 몰라도 들어본 적 있다 아웃도어 온라인 마케팅의 최강자

고승연 | 213호 (2016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흔히 온라인 마케팅, 디지털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여겨지는 중소 등산복·아웃도어 업체 하나가 온라인 마케팅 전반에서 놀라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원래 아웃도어 SPA 브랜드로 시작해 골프와 스포츠웨어, 비즈니스 캐주얼까지 각각 브랜드를 만들며 성장하고 있는 기업 칸투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칸투칸의 디지털 마케팅 성공비결은 다음과 같다.
1) 태생부터 ‘디지털 퍼스트’를 전략의 중심에 놓고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썼다.
2) 스타트업 조직문화가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과 전략변경을 만들어 최적화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냈다.
3) 온라인·모바일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리타기팅’과 ‘관계 형성’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민혁(연세대 사회복지학과·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아웃도어 용품과 등산복 광고는 정형화된 형태가 있다. 유명 남녀 배우가 브랜드가 새겨진 등산복과 패딩을 입고 멋진 풍경이 펼쳐진 산과 들을 다니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옷’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TV와 잡지, 신문 등에 광고를 실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백화점에 입점해 ‘고급’임을 강조하는 한편 유명 등산로 입구마다 아웃렛 매장을 둬 구입을 유도한다. 등산복과 용품을 구입하는 세대 중 다수가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친숙한 세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마케팅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길로 간 업체가 하나 있다. 아웃도어 용품, 등산복 제조 유통으로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비즈니스 캐주얼 ‘생비스’와 골프웨어 ‘생비스 골프’, 스포츠 웨어/용품 브랜드 ‘판지오’로 브랜드를 확장한 기업 ‘칸투칸’이다.1


성공스토리: ‘디지털 로드(Digital Road)’가 칸투칸의 ‘실크로드’였다.

1)‘듣보잡’에서 ‘가성비 갑’이 되기까지
칸투칸은 웹과 모바일 등 온라인 광고와 마케팅을 중심으로 전략을 짰고 ‘자주 입지도 않을 등산복에 큰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은’ 틈새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언론사 배너광고, 각종 검색어 광고, 최근 들어서는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맞춤형 광고’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마케팅을 온라인에서 진행해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남성들이라면 칸투칸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들어본 적은 있는’ 브랜드이자 회사명이 된 이유다. 포털 사이트의 광고창이든, 각종 커뮤니티의 구글 애드센스 등 ‘맞춤형 광고창’2 에서든 한 번쯤 보거나 클릭했을 브랜드라는 뜻이다. 실제 디지털 마케팅을 컨설팅하는 전문가들이나 구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칸투칸이 ‘우리나라에서 온라인·디지털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기업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2003년 조은쇼핑이라는 작은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2005년 칸투칸으로 이름을 바꾸고 아웃도어 제조와 유통에 나선다. 빅모델 한 명 쓰지 않고, TV, 신문 등 4대 매체 등에 제대로 광고 하나 싣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림 1>을 보면 2012년 350억여 원 수준이었던 칸투칸의 매출은 ‘아웃도어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2013년 490억여 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열풍이 잦아들던 2015년에는 매출이 다소 줄었다. 이때 당기순이익은 잠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데 저물어 가는 아웃도어에 ‘올인’하기보다 골프웨어(생비스 골프), 비즈니스 캐주얼(생비스), 스포츠웨어(판지오) 브랜드를 각각 새로 론칭하는 한편 새롭게 세 개의 직영 오프라인 매장(현재 총 22개)을 열고 기존 매장은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적극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다른 아웃도어 웨어 및 용품 업체들은 2015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는 30% 넘게 줄고 있었고 국내에 진출했던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철수를 하는 상황이었다.3 (그림 2)



                                                                             4


‘떨이’ 판매를 통해 다른 빅 브랜드들이 어떻게든 수익을 내려고 하던 위기상황에서 칸투칸은 다음 트렌드인 ‘골프웨어’와 ‘스포츠 웨어/용품’, 매년 성장하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그림 1>에서 보듯 2016년 다른 빅 브랜드 아웃도어 전문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다시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액 500억여 원을 바라보는 상황이 됐다. 기업 규모에 비해 큰 투자를 한 데다 준수한 품질에도 10만 원이 넘는 제품이 거의 없어 마진율이 낮은 제품군 특성상 곧바로 큰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당분간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칸투칸에 따르면 2014년 아웃도어 위기의 징후가 나타난 시점부터 빠르게 브랜드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전개한 결과, 현재 칸투칸의 아웃도어, 비즈니스 캐주얼, 스포츠웨어·용품, 골프웨어 비중은 3대3대3대1로 적절한 균형을 이루게 됐다.

흔히 말하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하고 잡스러운)’ 아웃도어 SPA에서 시작해 아는 사람은 아는 ‘가성비 갑(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브랜드로 자리 잡는 과정, 정확하게 트렌드를 판단해 브랜드를 확장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과감함과 민첩함, 위기 돌파 능력. 작은 기업이 ‘작은 거인’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바탕에는 ‘온라인·디지털 중심의 조직문화와 마케팅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칸투칸의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중심으로 그 성공요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2) ‘디지털 로드(Digital Road)’를 따라서
칸투칸이라는 기업과 브랜드는 ‘온라인 마켓’의 성장과 ‘디지털 마케팅의 발달’이라는 측면을 빼고는 얘기하기가 어렵다. 칸투칸의 전신인 조은쇼핑은 2003년 평범한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옷가지를 비롯한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팔던 중 ‘등산복을 비롯한 아웃도어 용품과 의류’가 다른 제품군과 비교해 매월, 매년 매출이 유난히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러한 흐름을 지켜본 창업자 조희봉 현 칸투칸 이사회 의장5 은 과감히 ‘아웃도어 전문 SPA’로 사업의 방향을 틀어 2005년 칸투칸을 설립한다. OEM으로 중국 등 공장에서 생산을 한 물건을 칸투칸 브랜드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5년은 지마켓, 옥션 등의 인터넷 쇼핑이 막 정착되면서 급격히 활성화되던 때였다. 칸투칸 자체 인터넷 몰도 있었지만 이때만 해도 판매 비중은 크지 않았다. 마케팅 역시 처음에는 언론사 홈페이지 배너 광고와 검색 광고 위주였다. 이른바 ‘온라인 마케팅’의 시초부터 함께했다는 뜻이다. 2009년부터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들을 영입한 칸투칸은 2010년부터 온라인에서 잠재고객들이 활동하는 패턴, 즉 검색과 클릭 등에 따라 남는 인터넷 활동 이력, 즉 ‘쿠키’를 기반으로 ‘칸투칸 제품 혹은 비슷한 수준의 아웃도어 제품군에 관심을 보였거나 보일 것으로 추정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따라다니는 광고’를 붙이는 타기팅을 시작한다. 기존의 빅 브랜드 아웃도어 업체들은 40∼50대 남녀를 대상으로 주로 ‘오프라인 매장 유통’과 ‘빅 모델 광고’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짰다면 브랜드의 힘이 미약했던 칸투칸은 정반대의 전략, 이른바 ‘opposition 전략’으로 온라인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칸투칸이 말하는 이른바 ‘합리주의 소비자 층’이다. 합리주의 소비자 층, 브랜드 그 자체보다 제품의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잠재고객들을 노리는 ‘틈새 전략’의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상대적으로 더 친숙한 30대 중후반이 아웃도어의 고객이 됐고, 이들은 매일 하지도 않는 등산과 아웃도어 활동을 위해 굳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이르는 고가의 등산복과 등산화, 아웃도어 용품을 구입하려 하지 않았다. 이는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그만큼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빅 모델을 쓰지 않고 4대 매체 광고를 하지 않는 데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비도 들지 않아6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칸투칸 아웃도어는 점점 온라인에서 나름 ‘유명 브랜드’가 되기 시작했다. 특히 아웃도어 열풍이 불면서 한두 번 가격을 검색해봤으나 가격이 몹시 비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구매까지는 결심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어쩌다 한 번 입을 등산복과 트레킹화 한두 품목에 대한 니즈는 있었다. 이처럼 최소한 한겨울 겉옷으로 입는 두꺼운 패딩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더라도 다른 제품들은 굳이 그런 브랜드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느낀 사람들은 자신이 검색하고 클릭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칸투칸의 온라인 광고가 자신을 쫓아다니자 한두 개 저렴한 제품을 사보게 됐다.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품질에 만족했다. 남한테 굳이 권하지는 않더라도 칸투칸이란 브랜드는 신뢰하게 됐다. 그러자 칸투칸 광고창이 따라다니면서 알려주는 신제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칸투칸 천연가죽 등산화와 재킷


칸투칸은 모바일 디바이스가 급격히 확산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고객 리타기팅 툴7 을 더욱 많이 활용하게 됐다. 또 20대 이하가 아닌 40대 이상 고객이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모바일 결제 비중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2014년 이후 모바일 판매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더 큰 힘을 쓴 결과 온라인 매출 중 모바일 판매 비중은 2015년 8%에서 현재 15%로 빠르게 커졌고 지금도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아웃도어, 비즈니스 캐주얼, 골프웨어, 스포츠웨어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수치다. 최근에는 2030세대를 본격 공략하기 위해 SNS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맞춤형 광고’ 솔루션을 활용한 결과 광고수익률은 184% 증가했으며 페이스북 팬 페이지 구독자는 150만여 명에 육박하며 2016년 10월 중순 기준 수주째 팬 증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유에 대해서는 추후 설명하겠지만 중요한 건 특별한 이벤트 없이 페이스북을 열심히 운영하기 시작한 것만으로 곧바로 구독자수가 폭증했다는 것이다.


성공요인 분석: 아웃도어 브랜드 혹은 SPA 패션업체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 기업’

칸투칸은 스스로 ‘패션기업’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유통사업을 하는 일종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데 처음에는 주된 비즈니스가 아웃도어에 있었고 지금은 아웃도어 비중을 줄이면서 트렌디한 다른 패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앞으로 계속 패션사업을 중심에 둔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 칸투칸의 기업 비전을 살펴보면 교육사업과 미디어 사업 등 온라인·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기회와 상황에 따라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러한 정체성이 만들어내는 극도의 유연함과 ‘디지털 중심’ 마인드가 지금까지 칸투칸이 일궈온 성공의 바탕이 됐다. 이제 그 성공 요인을 정리해본다.



판지오 티셔츠

1) ‘opposition 전략’, 그리고 O2O(Online to Offline)
아웃도어는 기존의 패션기업들이 ‘빅 브랜드’를 만들어 백화점에 입점한 뒤 고가에 판매를 하고 유명 등산로와 지역 곳곳에 아웃렛 매장을 만들어 이월상품 등을 할인해 파는 전략을 써왔다. 온라인과는 거리가 멀었고 등산복·아웃도어 용품을 구입하는 세대 자체가 인터넷, 특히 모바일에는 훨씬 덜 친숙한 세대였다. 빅 모델이 특정 브랜드의 아웃도어 웨어와 용품을 온 몸에 ‘착장’한 채 TV 프라임 타임대 광고와 주요 신문·잡지의 전면을 장식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이미지를 ‘고급화’시켰다. 그리고 온라인 비즈니스가 점차 중요해지면서 판매 중 일부가 그저 오픈마켓이나 자사 쇼핑몰에서 이뤄지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칸투칸은 그러나 ‘정반대의 길’을 갔다. 칸투칸 스스로 말하는 ‘oppostion 전략’이었다. 이는 앞서 칸투칸이 스스로를 패션기업이기보다 디지털 비즈니스 기업, 디지털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연결된다. 자신들은 비즈니스 자체를 온라인을 기반으로 시작했고, 그것도 쇼핑몰로 시작해 패션으로 이동했으며, 스스로도 인정하는 ‘듣보잡’ 브랜드였기에 이 방법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즉 가장 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활용 가능한 유일한 전략이었다는 뜻이다. ‘유일하게 잘할 수 있고 가능했던 핵심 역량’이 온라인 마켓이 급격하게 커가는 시점과 맞물렸던 셈이다. 이는 국내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인 정병수 마인드마이닝 대표가 말하는 ‘디지털 중심적 사고의 중요성’과 맞닿아 있다. 정 대표는 오랜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원래 오프라인 마케팅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던 조직은 온라인 중심 마케팅, 디지털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디지털 ‘뇌’ 즉, 디지털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집단을 외부에서 이식하는 게 낫다”고 설명한다.8 이런 측면에서 이미 ‘디지털 뇌’를 가진 조직으로 시작한 칸투칸은 자의반 타의반 온라인 마케팅, 디지털 비즈니스에 최적화돼 있었다는 뜻이다.



생비스 골프화

온라인 광고도 정반대였다. 통상적으로 아웃도어 빅 브랜드들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상품을 광고창에 보여주면서 직접 ‘이것을 사라’고 하지 않는다. 이벤트 창구로 활용하거나,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이미지 정립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칸투칸은 ‘온라인 마케팅·디지털 비즈니스’가 중심이기 때문에 구글 등에서 제공하는 리타기팅 맞춤형 광고창을 제품을 곧바로 판매하는 용도로 쓴다. 클릭해서 바로 살 수 있도록 링크시키는 도구로 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칸투칸 제품을 클릭해봤거나, 사 본적이 있는 사람은 칸투칸이 자신을 쫓아다니게 되고 각종 인터넷 사용 기록을 통해 파악한 대략의 연령대와 성별 등에 맞춰 상품을 추천한다. 이 추천 리스트 중 마침 필요한 게 있으면 고객들은 그 창을 클릭해 칸투칸 몰로 이동해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특정 제품 자체가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가 된다. 칸투칸 관계자에 따르면, 2016년 칸투칸의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아쿠아와이어9 는 마진이 100원이 안 된다. 최신 기능에 디자인까지 깔끔한데 2016년 11월 초 기준으로 칸투칸 온라인몰 판매가격이 4만 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칸투칸 관계자는 “이 제품의 경우 제품 자체가 광고”라고 설명했다. 즉, 괜찮은 디자인에 아주 싼 가격을 보고 일단 속는 셈 치고 온라인에서 구매한 사람들이 칸투칸의 ‘가성비’를 확실히 인식하도록 만들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광고성 상품’이라는 얘기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칸투칸몰에 “이런 가성비를 체험해보니 이제 다른 브랜드 못 신을 것 같다”는 내용의 후기를 남기게 되고 이는 다시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된다. 실제 칸투칸은 이런 후기들 중 좋은 내용을 모아 제품 종류와 ‘스펙’을 보기위해 스크롤을 본격 시작할 때 곧바로 보여줘 ‘일단 구입·사용 후기’부터 확인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터치를 통해 계속 내려야 하는 모바일 유저들은 이런 방식으로 인해 굳이 끝까지 내려 후기를 보고 다시 화면을 올려 제품을 보는 ‘귀찮음’을 덜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그런 구입을 통해 남긴 여러 정보들이다. 그건 곧바로 데이터베이스화돼 더 정교한 리타기팅의 기반이 된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직영매장이 탄생하는 과정 역시 기존의 아웃도어 빅 브랜드와는 완전히 반대다. 먼저 이런 ‘광고성 제품’이나 ‘속는 셈치고 구매한 제품’을 통해 ‘가성비’를 확인한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직접 가서 확인해보고 구경하고 구매하고 싶다는 것. 자연스레 2010년부터 ‘고객의 요구’에 의해 오프라인 매장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직영 매장은 2016년 11월 현재 22개인데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며 칸투칸의 전체 매출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2) 린 방식의 활용과 스타트업 조직문화
2003년 설립된 온라인 쇼핑몰이기에 앞서 설명했듯 칸투칸은 ‘벤처기업’이자 ‘디지털 비즈니스 기업’이었다. 실제 벤처인증을 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벤처 특유의 자유롭고 유연한 문화를 갖고 빠른 시도 후에 실패하면 곧바로 수정 보완해 다시 시도하는 ‘린 방식’을 자연스럽게 활용한다. 예를 들어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 징후가 나타난 2014년부터 칸투칸은 아웃도어 이외의 영역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다. 이 자체가 그 어느 아웃도어 업체보다 빠른 행보였다. 정의헌 칸투칸 마케팅 통계분석팀장은 “이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는 2013년에 아웃도어는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내부적 판단을 마친 상태였다”며 “2014년부터 ‘이제 모두가 한 벌 이상씩은 갖고 있는 아웃도어’가 아닌 성장하는 다른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곧바로 브랜드 론칭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에서 최대 50대까지 겨냥했던 아웃도어가 아니라 2030세대를 위한 전혀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했다. 다른 아웃도어 업체들은 무조건 관련 다각화 형태로 ‘스포츠 웨어’로만 이동할 수밖에 없었지만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킨 칸투칸은 훨씬 자유로웠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게 ATLX라는 통합 패션 브랜드였다. 그런데 생각만큼 호응을 얻지 못했다. 초기 투자의 매몰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고 곧바로 브랜드를 접었다. 온라인 중심, 디지털 비즈니스이기에 가능했던 유연함이다. 그리고 다소 콘셉트가 ‘마니악’했다는 반성을 토대로 ‘생비스’라는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선명하고 원색적인 컬러를 많이 사용하는 아웃도어에 비해 미세한 색감 차이가 ‘세련’과 ‘촌스러움’을 가르는 비즈니스 캐주얼에 맞춘 브랜드다. 의류와 신발의 색감에 더 세심하게 신경 쓰고 디지털 화면에서도 이런 세련된 색감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스포츠·골프 의류에도 진출했다. 다른 빅 브랜드 아웃도어 업체들이 아웃도어와 비교적 가까운 영역에 있는 스포츠 웨어나 골프웨어로 이동하자 예전 아웃도어가 부상하던 시기에 ‘합리주의 소비자’ ‘가치소비 추구자’라는 시장을 찾아 들어갔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스포츠/골프웨어 시장으로 들어간셈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예전에 성공했던 방식’을 ‘변용’해 적용하고 한편으로는 데이터에 기반해 새로운 시장을 다시 찾아 나서는 유연함과 속도는 여전히 ‘벤처 문화 혹은 스타트업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칸투칸의 장점이었다. 비즈니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키워온 기업의 힘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런 조직문화는 지속적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칸투칸의 150여 명 전 직원은 SNS형 업무 메신저인 슬랙에 가입해 업무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CS 관련 부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알리면 곧바로 품질관리팀에서 상황을 점검하거나 품질 이슈가 검수과정에서 발생하면 곧바로 마케팅팀이 이에 대응하는 등의 즉각적인 문제공유와 해결이 이뤄진다. 더 중요한 건 ‘공유’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사결정도 순식간에 이뤄진다.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거의 전권을 위임받고 있는 팀장급이 윗선 결재 없이 단순 보고 후 곧바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최근 ‘예약 판매’ 형식으로 선주문을 받고 있는 생비스 브랜드 신발의 경우 아직 고객들이 신발의 실물을 본적도 없지만 매일 200∼300켤레가 팔리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 일자 마케팅팀장이 유관 부서의 팀장과 곧바로 협의해 5000켤레를 추가 주문했는데 이 의사결정에 걸린 시간이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칸투칸이 갖고 있는 ‘스타트업 조직문화’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3) 리타기팅과 ‘관계형성(engage)’, 그리고 professional amateurism
칸투칸이 강점을 갖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은 인터넷 PC 기반이든, 최근 중요해진 모바일 기반이든 ‘리타기팅’이 마케팅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검색과 클릭·터치 쿠키에 기반해 맞춤형으로 광고를 넣고 이후 ‘광고성 제품’을 일단 사게 만든 뒤 그렇게 모인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다시 새로운 상품을 추천하는 칸투칸의 방식은 그 자체로 온라인·디지털 마케팅의 교과서다. 칸투칸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들이 말하는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우선 2016년 8월24일 베타테스트 형식으로 적극적인 후기를 남긴 소비자 중 한 명을 자신들이 업무에 사용하는 SNS에 초대했다. 기업 비밀이 오가는 수준이 아닌 것은 대부분 공개하고 소비자가 직접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로부터 직접 좋은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확신이 서자 9월28일에 10명, 10월12일에 6명, 가장 최근인 10월21일에 다시 6명을 초대해 칸투칸의 업무 진행과정을 오픈하고 고객이 직접 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단순한 ‘소비자 참여’를 넘어선 ‘소비자의 개입’을 시도한 것이다. 정의헌 칸투칸 마케팅 통계분석팀장은 “‘진정성’과 ‘공유’가 칸투칸의 핵심 가치인데 이 시도만큼 그 가치를 확실히 보여주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참여한 소비자들이 열렬한 칸투칸의 팬이 됐음은 물론이다. 특히 최근에는 매장을 세련되게 리뉴얼하고 늘려 지방 중소도시까지 총 22개로 직영 매장을 확대했다. 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소비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따라다니기만 하던 ‘가상의 존재 칸투칸’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생긴 셈이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들이 늘 강조하는 ‘고객이 있는 곳에서 광고하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말고 지속적으로 고객과 관계형성을 하라’는 조언을 사실상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필요하면 거액을 투자해 TV 광고를 하기도 한다. 칸투칸의 ‘합리주의’ 가치와 위배되지 않도록 빅 모델도 쓰지 않고 직원이 직접 등장하기도 하는 방식으로 2015년 당시 론칭한 비즈니스 캐주얼 생비스를 케이블 채널 몇 군데에서 광고로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만 진행하는 ‘1회성 이벤트’일 뿐이다. 온라인에서 1회성 이벤트를 벌이는 게 아니라 올드미디어에서 오히려 1회성 이벤트를 하고 모든 마케팅의 중심은 온라인에 둔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다소 늦게 시작한 페이스북 마케팅은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마케팅의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시작한 덕분에 큰 성과를 거뒀다. 제품 정보를 일방적으로 올리고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이벤트를 여는 등의 방식은 전혀 취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계정의 암호는 관심 있는 직원들은 모두 알 수 있고, 이들은 그저 자신이 겪는 일상의 소회를 짤막하게 올리거나 멋진 풍경이나 생각해볼 만한 장면 등을 담아서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다. 칸투칸은 광고 문구를 만들거나 페이스북 활동 등 마케팅 전반을 돕는 ‘아르바이트 형식’의 ‘프리터’ 제도를 갖고 있다. 지난 8월 처음 이러한 프리터들을 고용한 이래 이들이 광고 디자인이나 페이스북 활동 등에 직접 참여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칸투칸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반에 연결된 모든 마케팅’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객들은 ‘칸투칸의 제품 정보가 페이스북에 너무 없다. 좀 올려달라’고 말해 페이스북 관리자가 마지못해 신상품 정보를 알려주는 형태가 됐다. SNS, 모바일 시대에는 ‘좋은 콘텐츠 우선’이라는 디지털 중심 기업 칸투칸의 원칙이 고객들이 좋은 콘텐츠를 따라 왔다가 ‘제품 정보를 올리라’고 요구하는 기막한 ‘성공’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것은 ‘professional amateurism(프로페셔널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말로 표현 가능하다. 프리터들의 활약이 그렇고, 직원들이 평범한 일상에서의 소회를 올리는 페이스북이 그렇다. 심지어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만든 ‘칸투칸 패딩 방한 시험 테스트’ 유튜브 영상은 특유의 아마추어리즘과 익살스러움으로 인해 2탄까지 만들어지며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 광고인 걸 알지만 허술하고 재미있어서 보게 되는 광고로 수많은 잠재고객들과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론: 칸투칸의 디지털 마케팅 성공 공식과 모바일 광고에서의 가능성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칸투칸은 국내 중소기업 중 디지털 비즈니스, 온라인 마케팅에서는 가장 성공적이라 불리는 회사다. 디지털 광고 및 기업 혁신 전문가인 김경훈 구글 상무는 성공하는 디지털 광고, 그중에서도 특히 성공하는 모바일 광고의 5가지 공식을 제시한다. 첫째는 ‘고객이 있는 곳에 광고하기’이고, 둘째는 ‘성공 지표를 선정하고 측정하기’, 셋째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 제공하기’다. 네 번째는 ‘장기적 관점에서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하기이며 마지막 공식은 ‘모바일 광고에 적합한 파트너를 찾기’이다.10 지금까지 PC 기반 온라인 마케팅에서 큰 성공을 거둔 칸투칸은 최근 급속히 모바일을 강화하고 있다. 방금 제시한 5가지 성공 공식의 대부분은 사실 PC 광고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것이 모바일의 ‘개인화’에 따라 가능해진 것으로 칸투칸 역시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합리주의 소비자’라는 새로운 잠재고객을 찾아내 그들의 웹 이동 경로마다 자리 잡고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 패턴을 분석해 ‘우리의 고객이 있는 곳’에 지속적인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며 모바일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더욱 정교한 데이터베이스, SNS와 자체 분석 툴이 제공해주는 다양한 정보에 따른 지표 측정은 오히려 더 정확해질 것이다. 이미 모바일과 SNS에서 공유되는 콘텐츠의 특징을 파악해 온·오프라인, 모바일과 웹의 구분이 없이 연결된 ’관계형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이 갖는 힘이다. 향후 더욱 정밀하게 발전할 모바일 기기와 더욱 급변할 모바일 환경에서 적합한 파트너를 찾아 장기 전략 관점에서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하는 것은 칸투칸에 새로운 도전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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