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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stomer Experience

키오스크, 사용자 관점에서 리디자인해야

안지선 | 380호 (2023년 11월 Issue 1)
Based on “The role of autonomy, competence and relatedness in motivation to use self-service technology (SST) among customers with difficulties in SST”(2023) by Hong, E., & Ahn, J. in Journal of Hospitality and Tourism Technology, 14(4), 630-642.



무엇을, 왜 연구했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키오스크와 같은 언택트 디바이스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직원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주문이나 계산이 가능하고, 주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매장 업주 입장에선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에 힘입어 키오스크는 요식업, 영화관, 주차장 등은 물론 사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즐기며 소비하는 MZ세대에겐 효과가 더 각별하다. 키오스크를 비롯해 로봇 바리스타, 배달 드론, 서빙용 로봇 등 새로운 디지털 장비의 이용이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 만족도의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보틀 커피가 대표적이다. 독특한 락커 시스템을 사용한 무인 커피 서비스는 블루보틀에 ‘커피업계의 애플’이라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부여했다.

하지만 비대면 소비 확대와 키오스크의 일상화가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키오스크 사용에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취약계층(장애인, 고령자)뿐 아니라 젊은 층 중에서도 광범위하고 다양한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처음 가는 카페나 식당에서 새로운 타입의 키오스크나 비대면 주문 디바이스(태블릿PC) 등을 보고 어디에 손가락을 터치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문을 하는 중에 뒤에서 기다리는 손님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 같아 불안하거나, 결제는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몰라 난감하거나, 주문을 잘못했음에도 수정할 수 없어서 얼떨결에 원치 않던 음식을 먹었던 적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서비스 환경 내에서 비대면 셀프서비스 시스템에 대한 두려움이나 익숙하지 않은 주문 방법, 시간이나 다른 대기 고객으로부터 느껴지는 압박, 직원과의 의사소통 부재 등은 키오스크 사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높아진 인건비, 1인 자영업자 증가, 간편결제 확산 등으로 요식업 및 생활편의 분야 키오스크 설치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정작 셀프서비스 사용을 어려워하는 소비자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무인화, 키오스크가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무엇을 발견했나?

한양대 연구진은 키오스크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키오스크의 특성이 소비자의 내재적 동기 및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연구에 임했다. 소비자가 키오스크 사용에 흥미와 호기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게 되면 서비스 제공자는 키오스크 사용에 부정적인 소비자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고 이는 소비자 만족도 및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키오스크 및 언택트 주문 디바이스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키오스크에서 느끼는 자율성(autonomy)과 능숙함(competence)이 사용에 대한 만족감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오스크를 통한 셀프서비스를 이용할 때, 타인이나 상황적 압력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선택해서 주문이나 결제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주문이나 결제 상황에서 문제점이나 어려움이 생겼을 때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으면 소비자는 이를 즐거운 서비스 경험으로 인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율성이나 능숙함은 소비자가 긍정적으로 시스템을 이용하게 하는 동기 요소가 되고, 이는 만족도나 재사용 의지로 이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것은 기술에 불안감(technology anxiety)을 많이 느끼는 소비자의 경우 키오스크에서 느껴지는 상호 관련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일부 소비자는 대면 서비스에서 느껴지는 유대감이나 친밀감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고임금과 구인난에 따른 무인화는 다양한 서비스 업종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키오스크 포비아’같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서비스 전달 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서비스 제공자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소비자가 비대면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본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비대면 주문 환경이 소비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디자인돼 있다면 이는 키오스크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키오스크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외국어 및 외래어 사용(예: coffee, non-coffee, dissert), 조절이 어려운 글자체 등은 일부 소비자가 자유롭게 주문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자 또는 키오스크 제작자는 소비자의 자율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 디스플레이 화면을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언어, 글자 크기, 콘텐츠의 양, 키오스크 메뉴판의 레이아웃, 다양한 결제 옵션(대면 결제) 등은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서비스 경험을 통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슬로우 라인’과 같은 시스템을 적용해 천천히 주문하기를 원하는 소비자와 빠르게 주문할 수 있는 소비자를 분리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눈치를 보며 주문에 어려움을 느끼던 소비자에게 여유로운 서비스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매장 내 혼잡함을 감소시킬 수 있다.

소비자의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능숙도를 올리기 위해선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시간 음성 지원 서비스나 애니메이션 효과 등을 통해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로 하여금 키오스크 사용의 거부감을 줄이고, 쉽고 편하게 사용법을 숙지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특성을 기반으로 한 인터페이스 구성은 사용자의 친밀감이나 유대감을 높여서 사용 만족도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역별로 사용 언어를 다르게 적용하거나(사투리), 사용자의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디자인 구성을 다르게 하거나(추천 메뉴, 이벤트, 프로모션 등), 인터페이스를 자신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소비자층을 위해 관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현재 키오스크는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에서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를 위해서 키오스크 사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 인력을 운영하거나 점자 및 음성 등으로 소외 계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매장·업종별로 다른 키오스크의 조작 방법이나 주문법을 표준화해 디지털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 안지선 | 한양대 경영학부 조교수

    필자는 미국 휴스턴대에서 글로벌 리테일링으로 석사학위를, 호스피탈리티 매니지먼트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다양한 서비스 환경 내에서의 소비자 행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jsah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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