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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2023년, 서울 활용법

김현진 | 380호 (2023년 11월 Issue 1)
평소 유튜브로 여행 콘텐츠를 즐겨 찾아보다 보니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의 여행기들도 종종 접하게 됩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한국을 찾는 사람들 중엔 “일본이나 중국에 온 김에 어쩌다 들른 것” 정도가 아닌 한국이 ‘궁극적 목적지(ultimate destination)’인 사람들이 훨씬 많아져 눈길을 끕니다.

주로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는 관광객들이 로컬(현지인)들이 찾는 공간을 찾아 망원시장의 맛집, 성수동의 팝업스토어 등을 누비는 모습을 보면 현지인보다 더 야무지게 서울을 경험하고 있단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소셜미디어상에서 조회 수가 높은 콘텐츠는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 입장하거나 인사동에서 전통 기념품을 사는 모습의 전형적인 관광 콘텐츠가 아닙니다.

LG트윈스 티셔츠 차림에 치맥까지 사들곤 잠실야구장에서 ‘파도’를 타는 영국인 유튜버, 편의점에서 사온 얼음 컵에 파우치 커피, 바나나우유를 섞어 넣으며 “이거 꼭 해보고 싶었다”고 외치는 호주의 인플루언서 등이 보여주는 서울에서의 사소한 일상에 더 많은 글로벌 시청자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런 유튜브 콘텐츠만 봐도 세계인들이 서울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건 ‘일상의 발견’이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908년 창간된 일본 라이프스타일 잡지 ‘뽀빠이’가 올해 7월 커버스토리로 서울을 다루며 엄선한 음식점 33곳 중 상당수가 전통적 관광지가 아닌 힙한 상업시설, 고즈넉한 주택단지 같은 일상 요소가 녹아든 곳에 위치한다는 사실도 현지인과 같은 일상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하이퍼로컬’ 트렌드를 증명합니다.

‘국가 브랜드’가 약하다며 각종 위원회며 공청회가 열렸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문화 선진국들마저 한국을 벤치마킹하게 된 데는 K팝, K드라마 등으로 불리는 인기 문화 콘텐츠 덕분임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BTS의 ‘퍼미션투댄스’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서울타워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K드라마에서 단골 데이트 코스로 등장하는 한강 둔치에서 라면 먹기 등이 인기 여행 코스로 떠오른 것도 콘텐츠의 힘이 발휘된 덕분입니다.

몇 해 전부터 본격화된 럭셔리 브랜드의 구애도 서울로 대표되는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느끼게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올 4월, 루이뷔통이 한강의 잠수교를 런웨이로 꾸미고 전 세계 셀럽들을 초청했던 패션쇼입니다.

넷플릭스 인기작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에게 무대 연출까지 맡기면서 루이뷔통은 쇼 안에 제대로 ‘K감성’을 녹였습니다. 구찌, 디오르 등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최근 열리는 글로벌 행사의 개최지로 서울을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노련한 럭셔리 마케터라면 전통과 현대성을 모두 갖춘 도시의 이미지로 통시적인 헤리티지를 보여주면서도 K팝 스타 등 브랜드 앰배서더의 힘으로 MZ세대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좋은 곳으로 단연 서울을 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이번 호 DBR은 스페셜 리포트의 주제를 ‘서울’로 잡았습니다. ‘국뽕’ 렌즈를 빼고 객관적인 통계로 봐도 눈에 띄게 급부상하고 있는 서울이란 브랜드의 힘을 한국 기업이라면 놓치지 말고 적기에 백분 활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BTS의 리더 RM이 2018년 발표한 곡, ‘서울(Seoul)’에 “넌 왜 soul과 발음이 비슷한 걸까? 무슨 영혼을 가졌길래?”란 가사가 등장하는 덕에 이미 전 세계 아미(BTS 팬덤명)들 사이에서 서울은 ‘영혼을 가진 도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술과 젊음이 증명하고 있는 서울, 이 도시가 가진 영혼의 힘을 믿는다면 당장 내년도 사업계획서에서부터 ‘서울 활용법’을 더해야 할지 모릅니다. 서울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싶으시다면 더욱더 집중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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