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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유현재, 전재현 천명앤컴퍼니 공동대표 · 심경진 운칠기삼 각자대표

“점술-운세를 미신으로만 보지 말고
미래 불안감 해소라는 가치에 주목을”

김윤진 | 375호 (2023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점술 시장의 미슐랭’을 표방하며 점술 상담 중개 서비스 ‘천명’을 선보인 천명앤컴퍼니, 그리고 ‘운세 시장의 넷플릭스’라 불리며 운세 콘텐츠 서비스 ‘포스텔러’를 개발한 운칠기삼. 이 두 회사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신점 상담 중개에 뛰어든 천명의 목표는 미래 예측의 적중률을 높이고 이른바 ‘용한 점술인’을 제대로 검증해 고객과 연결하는 것이다. 반면, 사주와 점성술 콘텐츠를 제작하는 포스텔러의 목표는 미래 예측보다는 위로와 치유, 가벼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공통점도 있다. 바로 미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힘든 이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주는 점술, 운세 서비스의 순기능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미신이라는 선입견을 거두고 역기능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거나 우회한다면 유의미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점술과 운세를 비과학이라는 잣대로 볼 것이 아니라 종교의 대안이자 하나의 문화로 포용해야 한다고도 창업자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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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요?”

점술 상담을 중개하는 플랫폼 스타트업 ‘천명앤컴퍼니(천명)’와 운세 콘텐츠 서비스 스타트업 ‘운칠기삼’이 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매번 맞닥뜨리는 질문이다. 스타트업이라면 시장을 어떻게 혁신하고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점술과 운세를 더 믿도록 하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으레 따라오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각기 다르지만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해 장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비과학적 믿음을 부추기고 데이터 기반 예측과 대척점에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은 이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숙제다. 또한 사람들이 힘들거나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점을 보고, 사주팔자와 별자리를 쳐다본다 한들 이런 활동은 대체로 암암리에 일어난다. 따라서 시장이 정말 크고 유망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시장을 선도하는 신생 스타트업들은 “혁신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부정적 시각에 정면으로 맞서 비즈니스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서비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점술과 운세에 열광하는 2030세대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시장에 침투하는 중이다. 신점이나 사주 등을 보는 역술인과 고객을 연결해 직거래를 대체하겠다고 나선 천명은 철저한 시장조사로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를 설득해 50억 원을 유치했다. 또한 카카오·네이버 출신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운칠기삼(포스텔러) 역시 카카오벤처스·카카오게임즈·캡스톤파트너스·빅베이슨캐피탈 등 유수의 투자 기관으로부터 누적 84억 원의 투자를 받고 사주, 별자리, 타로 등 각종 운세 콘텐츠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5개국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점술과 운세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동양보다 과학적 사고를 더 강조하는 서양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사람들이 고립되고 불안과 외로움이 커진 틈을 타 점(占)과 기술을 접목한 ‘점테크’ 스타트업에 돈이 더욱 몰리고 있는 추세다. NASA(미 항공우주국) 별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을 보는 미국의 점성술 스타트업 ‘코-스타(Co-Star)’는 실리콘밸리 및 뉴욕의 투자사로부터 누적 2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힌두교 기반 역술 앱을 운영하는 앱스포바랏(AppsForBharat)도 미국의 대표 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털 등으로부터 170억 원을 유치했다.

이처럼 기존 수요층은 물론 2030세대까지 가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점술과 운세가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번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DBR이 ‘점술 시장의 미슐랭’을 표방하며 천명 서비스를 선보인 유현재, 전재현 공동대표와 ‘운세 시장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포스텔러 서비스를 만든 심경진 각자대표를 만나 비과학을 종용한다는 선입견에 맞서 회의론자들을 어떻게 설득해 왔는지, 또한 그들이 생각하는 시장의 특징과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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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점을 더 보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이유로
점술 상담 중개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많이 접했을 것 같다.

전재현 대표(이하 전): 우리도 점술을 믿어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회의적 시선이 나온 배경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점술 자체를 믿지는 않더라도 점술 시장의 유구한 역사는 믿을 수밖에 없다. 점술은 문화와 깊이 연결돼 있고, 지방에서는 굿을 할 때 스님이 참여할 정도로 무속과 불교 신앙이 가깝게 맞닿아 있다. 종교에 비과학이나 미신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듯이 점술도 비과학이라고 가치를 폄하하기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포용해야 한다. 2013년 국가별 경제 수준과 종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인당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종교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답한 국민의 비율이 높고, 한국이나 영국처럼 인당 GDP가 높은 국가는 그 비율이 20% 미만으로 낮았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무관하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어디에나 실재한다.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인간의 불안을 해소해준다는 가치에 있어 이 종교의 빈자리를 점술이 일부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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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대표(이하 유): 애니미즘, 토테미즘 등의 무속 신앙은 몇천 년 전부터 모든 문화권에 존재해 왔고, 이런 믿음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명맥을 이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순기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 시장의 존재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시장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점술이 미신 혹은 사기와 동일시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비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점술을 찾는 수요가 있는 한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이 사회적 비용을 제거하는 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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