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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유강신 치킨플러스 베트남 대표

“K치킨보다 현지화 메뉴-매장이 중요
본사보다 가맹점 먼저 돈 벌게 해야”

배미정 | 371호 (2023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 중소 치킨 브랜드 치킨플러스가 베트남 프랜차이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1. 한국식 치킨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베트남 현지 고객의 경제적 수준, 식습관과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했다.

2. 식자재 공급으로 본사 매출을 최소화해 베트남 현지인 가맹점주가 생계형으로 창업해 성공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구조를 만들었다.

3. 첫 번째 직영점을 1년간 운영하면서 현지화의 테스트 베드이자 가맹점 사업을 위한 롤모델을 만들었다.

4. 우수 직원을 중심으로 팀장 제도를 운용해 조직의 생산성을 높였다.



국내 외식 산업이 성숙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경제 성장률이 높은 동남아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진출 기업 중에 한국인이 아닌 현지 국민을 대상으로 성공한 기업은 많지 않다. 오랫동안 유지된 사회경제적 환경과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원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성공 사례는 더욱 찾기 힘들다. 치킨플러스는 한국의 중소 치킨 브랜드1 로서 2019년 베트남에 진출해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직영점 없이 가맹점 100곳을 운영하는데 가맹점주는 한국인 2명을 제외하고 모두 베트남인이다. 2022년 약 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의 중소 치킨 브랜드인 치킨플러스는 어떻게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었을까? DBR이 유강신 치킨플러스 베트남 대표를 만나 베트남 사업 전략에 대해 들었다.


베트남에 진출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6년 유민호 대표와 함께 한국에서 치킨플러스를 창업해 1년 만에 가맹점을 100개 이상 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 이듬해에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과 합자법인 설립 논의가 진행되면서 시장 조사 겸 스스로에게 주는 포상 휴가로 유 대표와 처음 베트남에 왔다가 역동적인 도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합자법인은 서로의 방향이 달라서 무산이 됐다. 하지만 해외 사업을 한다면 베트남에서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 5월 혼자 캐리어 2개를 달랑 들고 호찌민에 왔다. ‘여기에 끝까지 승부를 걸겠다’ ‘힘들어도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결심에 한국의 집과 차를 정리하고 겨울옷까지 싹 다 버리고 왔다. 베트남에 아무런 연고가 없어서 그야말로 맨땅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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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베트남 생활에 어떻게 적응했나?

현지인들과 최대한 비슷하게 생활해 보기 위해 노력했다. 100% 외국 투자 법인이라 법인 설립을 하는 데 6개월가량 걸렸다. 그때까지 오전에는 어학당을 다니고 오후에는 현지인들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현지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식습관을 파악했다.

베트남에서 예상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일단 부딪혀보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한국에서 구상했던 비즈니스 모델도 베트남에 와서 완전히 바뀌었다. 예컨대, 당초 계획했던 가맹점 콘셉트는 창업 비용이 500만 원 드는 배달형 매장 창업이었다. 그런데 막상 베트남에 와서 보니 여기 사람들은 식사 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오토바이를 타고 식당에 모여 외식하는 게 일상이었다. 이를 보고 가맹점 콘셉트를 투자액 3000만 원이 드는 66㎡(약 20평)형 홀 매장 창업으로 바꿨다.

당시 기준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1인당 점심에 우리 돈으로 약 3000원, 저녁에는 약 4000~5000원을 소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들의 소비 수준을 고려해 인당 3000~4000원의 가격 선에서 원재료와 물류 등의 모든 비용을 맞춰야 했다. 한국식으로는 절대 이런 비용을 맞출 수 없기에 닭 가공과 소스 제조 등을 현지에서 직접 해결해야 했다. 3층짜리 건물을 얻어서 3층에 사무실, 2층에 가공 시설, 1층에 매장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 1월 첫 직영 매장을 열었다.


첫 번째 매장은 어땠나?

베트남은 보통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좁은데, 프랑스 식민지 시절 세금을 창문 숫자대로 매기는 관행 때문에 입구는 좁고 뒤로 긴 건축물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고 한다. 치킨플러스 1호 점 매장이 위치한 건물 또한 전면의 가로 길이가 4m밖에 안 될 정도로 굉장히 좁은 부지였다.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매장에 와 보고 왜 저렇게 좁은 데다 매장을 냈는지 의아해했다. 아마 속으로는 금방 망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한국인의 시각에서 불편한 공간일지 몰라도 베트남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또 이런 부지의 임대료가 저렴했다. 첫 번째 직영 매장은 본격적인 가맹 사업을 위한 롤모델이 돼야 했다. 베트남 현지인 누구나 적당한 부지를 찾아서 가맹 사업에 도전하고, 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면 베트남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건물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1년간 운영한 직영점 1호 점은 월 매출이 5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직영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가맹 사업으로 확장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직영점을 베트남 현지인에게 넘기고 본격적으로 가맹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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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이 흥행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업의 기본은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제공하는 것이다. 처음 매장을 연 뒤 베트남 사람들의 입맛을 파악하기 위해 매일 양념 소스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지를 작성해주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소스를 조금씩 만들어 평가를 받고 평가가 안 좋은 소스는 폐기하는 식으로 계속 맛을 개선해 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현재의 소스는 완전히 베트남에 현지화된 맛으로, 내 입맛에는 맞지 않을 정도다.

또 메인 치킨 메뉴 하나를 주문하면 밥과 빵, 샐러드 등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셀프 바를 운영했다. 사람들이 자기 취향에 맞게 햄버거를 만들어 먹거나 밥을 비벼서 치밥으로 먹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치킨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중·고등학생과 20대 젊은 고객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데 만족한다.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가?


베트남에서 치킨플러스는 로컬 브랜드이지 한국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현재는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가 좋고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브랜드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블로그에서 한 관광객이 베트남에서 한국에 있는 치킨플러스랑 비슷한 짝퉁 브랜드를 봤다고 적은 글을 봤는데 내심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본사는 메뉴판에서 한국어를 빼려고 노력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가맹점주들이 일부러 한국어를 써 놓고 K푸드임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본사 차원에서 이것까지 말릴 수는 없어서 대신 언제든지 문제가 생기면 한국어를 뺄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래도 베트남인들이 현재 한류를 좋아하지 않나?

베트남에서 K팝이 인기지만 K팝을 좋아하는 베트남인이 한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인 것 같다. 물론 BTS, 블랙핑크가 먹은 특정 한국 음식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치킨플러스를 BTS나 블랙핑크가 먹어준다면 한류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인이 한국 제품, 한국 음식, 한국 화장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치킨플러스 같은 중소 브랜드가 BTS나 블랙핑크를 섭외할 수 없거니와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현지 문화에 스며드는 방법이 비용적으로나 장기적으로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지인 대상 마케팅은 어떻게 하는가?

보통 가맹점을 오픈할 때 유동 인구가 많은 토요일에 오픈하고, 그날 매장 앞에서 사자춤 공연을 성대하게 열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돌림판 할인(0~50%)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 현지인들의 SNS 활용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컨대, 베트남에서 인기 많은 유튜브 채널에 협찬 광고를 진행하고, 현재 팔로워가 49만 명인 치킨플러스 자체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용해 신제품이나 이벤트, 가맹점 오픈 소식 등을 수시로 알리고 있다. 베트남 지상파 생활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치킨플러스 메뉴와 가맹점 사장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가맹점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 가맹점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본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별도의 로열티 없이 식자재 비용만 받는다. 처음에는 식자재도 적자를 감수하면서 저렴하게 제공했다. 처음에는 5000원에 닭을 사와서 4000원에 공급하는 식이었다. 앞으로 구매력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원재료 값이 떨어져 마진이 남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려면 일단 가맹점이 본사의 식자재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치킨을 조각으로 잘라 특별한 노하우로 염지 포장해서 가맹점이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가맹점에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차별화된 맛의 닭고기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맹점에서 돈을 번 사장님들이 주변 친구, 가족에게 추천하고, 심지어 본인이 가맹점을 더 내는 경우도 생겼다. 첫 번째 가맹점으로 번 돈으로 가맹점을 하나 더 내는 식으로 가맹점을 늘려 5개까지나 가맹점을 낸 사장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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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주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국인도 있나?

한국인 가맹점주는 웬만하면 안 받으려고 한다. 가맹 상담 직원도 베트남인이고, 가맹 자료도 베트남어로만 만들었다. 초기에 한국 분들이 가맹점을 시작했는데 잘 안 돼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아무래도 한국 분들은 베트남 분들과 기대치가 다르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수준이 다르다 보니 현지화된 모델을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

현재 가맹점주는 2명의 한국인을 제외하고 모두 베트남인으로 본인이 사는 동네에서 생계형으로 창업한다. 그래서 치킨플러스 가맹점은 1군(도심)과 한인타운에는 하나도 없으며 전국에 분포돼 있다. 점주들은 직접 주방에서 일하고 본사와 소통하면서 사업을 키우는 데 적극적이다.


베트남인 가맹점주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맨 처음에 가맹점주를 받을 때부터 우리의 가맹 정책을 자세히 설명하고 그에 동의하는 점주들만 받고 있다. 가맹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점주를 억지로 설득해서 오픈했을 때 성과가 좋지 않았다. 우리가 직영점 운영을 통해 얻은 데이터와 노하우를 가맹점이 그대로 따라 했을 때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을 설득한다. 그리고 가맹 이후에 본사 정책이 바뀔 때는 점주들을 대상으로 미리 공지하고 찬반 의견을 받아 동의가 많을 경우에만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어에도 ‘합리’라는 말이 있는데 베트남인 가맹점주들 역시 합리적인 방식으로 소통해 의사결정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본사 직원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현재 30명의 직원이 가맹점 관리와 물류, 창업 상담과 교육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대표를 포함해 한국인 2명을 제외하고 모두 베트남인이다. 베트남 직원들은 한국 사람과 달리 딱 정해진 근무 시간에 주어진 업무만 한다는 통설이 있는데 꼭 그렇지 않다. 조직 문화는 회사가 어떻게 만드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팀장 제도를 만들어 팀장의 권한을 키웠더니 회사의 문화가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팀장들의 책임감이 강해지고, 팀원들도 팀장이라는 롤모델이 생기면서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현재 팀장이 5명인데 팀장이 팀원을 직접 뽑게 하고 세세한 업무는 위임하는 편이다. 대신 대표는 큰 비전과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직원들과 이를 공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규제 때문에 어려움은 없는지.

쉽지는 않지만 베트남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규정을 지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처음에 비용을 줄이겠다고 꼼수를 부렸다가 나중에 문제가 커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매년 감사 보고서도 전문 회계법인에 맡겨서 작성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할 생각이라면 처음에 어렵고 좀 부담스럽더라도 제대로 지키는 게 맞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베트남은 인구 증가와 더불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닭고기 소비량도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한국식 치킨은 롯데리아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나 한인타운에서만 맛볼 수 있었다. 앞으로 치킨플러스가 베트남 현지인이 현지 고객으로 대상으로 장사하는 풀뿌리 브랜드로 성장해 한국식 치킨을 베트남 전국에 널리 알리고 싶다. 10년 안에 치킨플러스 가맹점 1000개를 내는 게 목표다.

또 장기적으로 닭고기 생산, 가공, 유통 관련한 수직 계열화를 이뤄내 베트남의 ‘하림’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은 원재료 제조와 유통 관리에서 나온다. 베트남에서 직접 닭을 키우고, 도계하고 가공해서 양질의 닭고기를 더욱 저렴하게 공급하고자 한다.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중소 창업자들에게 조언한다면.

베트남 현지인을 타깃으로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 많은 분이 한국에서 하던 것, 한국에서 좋은 것을 그대로 들여와서 하려다 실패하는 경우를 봤다. 나도 계속해서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서비스를 개선했고 그렇게 지금의 현지화된 메뉴와 매장이 만들어졌다. 한 예로, 우리 매장에는 치킨 무가 없는데 베트남 사람들이 안 먹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지인이 와서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면 우리 매장은 한국식이 아니라 불편할 수 있으니 한인타운에 가라고 얘기할 정도다.

한국이 베트남보다 선진국이니까 선진국의 문물을 그대로 들여오면 된다는 생각은 베트남에서 먹히지 않는다. 세계 최대 샌드위치 브랜드인 서브웨이도 베트남에서 망했는데 ‘반미 샌드위치’라는 훌륭한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흔히 베트남에 와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과 다른 부분에 부딪히면 ‘베트남이 이래서 문제’라는 식으로 베트남 탓을 하기 쉽다. 그보다는 언제나 모든 잘못이 나에게 있다는 마인드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를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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