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2.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세계관 형성

BU•SMCU… 팬덤 결집하는 아이돌 세계관
참여와 반응이 생태계 확대의 핵심

김동은,이규열 | 334호 (2021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세계관의 역할은 견고한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관은 팬들의 2차 창작을 독려한다. 세계관은 팬들이 SNS 홍보나 투표와 같은 사회적 행동을 이끌고, 이 같은 팬들의 참여를 통해 세계관이 확장되기도 한다. 또한 세계관은 IP 확장 시 각각의 스토리 간의 통일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선 먼저 핵심 메시지를 설정하고, 이와 연관된 키워드들을 도출해 세계관의 기본 재료가 되는 기믹(Gimmick,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을 설정한다. 이러한 장치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르가 선택되면 구체적인 창작물을 만드는 건 아트디렉터들의 몫이다. 세계관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이뤄야 한다.



2021년 11월4일,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는 ‘오리지널 스토리에 기반한 네 편의 웹툰 작품을 내년 1월15일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전통 호랑이 설화를 재해석하고 BTS의 일곱 멤버가 등장하는 웹툰 ‘세븐 페이츠:차코(7 Fates: CHAKO)’가 그중 하나다. 같은 소속사의 보이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장르의 웹툰도 함께 출시될 것으로 예고됐다. BTS라는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이 확장되는 중심에는 ‘학교 3부작’ ‘화양연화’ ‘윙스(Wings)’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 Self)’ 등 각 앨범 콘셉트가 유기적으로 엮여 구성된 ‘BU(BTS Universe)’가 있다.

047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SM) 역시 세계관에 진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이그룹 EXO(엑소)는 2012년 ‘엑소 플래닛’이라는 미지의 행성을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갖고 데뷔했다. 멤버들은 순간 이동이나 물, 바람을 다스리는 등 초능력을 갖고 미지의 행성에서부터 온 새로운 스타들로 표현됐다. 엑소는 처음부터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엑소K’와 중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엑소M’이 함께 기획됐는데 이 둘을 평행 세계, 쌍둥이 관계로 설정해 세계관에 녹여냈다. 세계관에 대한 SM의 진심은 작년 4인조 걸그룹 ‘에스파(aespa)’가 데뷔하며 정점에 달했다. 데뷔곡인 ‘Black Mamba(블랙 맘바)’부터 이후 발매된 ‘Next Level(넥스트 레벨)’ ‘Savage(새비지)’까지 ‘광야’라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최근에는 SMCU(SM Culture Universe)라는 이름의 세계관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며 SM 소속의 다른 가수들 역시 광야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통합하고 있다.

엑소가 데뷔하던 10여 년 전만 해도 세계관을 갖춘 아이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팬들에게도 굉장히 낯설었던 개념으로 그저 콘셉트 정도로만 치부되기도 했다. 판타지 중심의 설정이 오그라든다거나 속된 말로 ‘병맛’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 같은 세계관을 소화해야 하는 아티스트들을 보고 안쓰러워 하며 일종의 ‘공감성 수치’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팬들은 점점 의문투성이인 세계관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가며 빠져들기 시작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살펴보면 오히려 세계관을 갖추지 않은 아이돌을 찾는 게 더 어려워졌다. 설정이 탄탄하지는 않더라도 저마다의 독특한 콘셉트를 갖추고 앨범뿐 아니라 영화,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로 뻗어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요 근래 세계관에 목숨을 거는 건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이 아니다. 여러 브랜드에서도 공들여 저마다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더이상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거나 소비자들의 관여도가 낮은 유통업계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빙그레의 ‘빙그레우스’가 일으킨 세계관 센세이션이 역병처럼 업계 전반에 퍼진 것이다. 어느 정도 제품이 보장됐다면 재미와 신선함을 선사하는 것 자체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명분이 될 수 있고 세계관은 이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너도나도 세계관을 만든다면 세계관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승부수를 띄우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뭐가 됐든 세계관을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통일감이 있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는 구성을 갖추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턱대고 세계관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기보다 세계관이 비즈니스로 작동되는 원리를 먼저 살펴보는 게 좋다. 오래전부터 세계관에 대해 고민한 결과, 현재 해외 팬들에게도 큰 공감을 얻으면서 세계관 전성시대를 맞이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그 힌트를 찾아보자.

가입하면 무료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