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통해야 고통이 없다

265호 (2019년 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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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의 정수인 『주역(周易)』의 세계관은 곱씹어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양(陽)과 음(陰), 혹은 하늘과 땅의 위치에 대한 『주역』의 관점입니다. 『주역』의 비(否)괘는 하늘이 위쪽 하늘이 있어야 할 자리에, 땅은 아래쪽 땅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즉, 하늘(
)과 땅(
)을 상징하는 괘가 ‘
’ 형태로 배치돼 있는 게 바로 비괘입니다. 이와 반대로인 태(泰)괘는 하늘과 땅의 위 위치가 뒤바뀌어 ‘
’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괘 가운데 어떤 게 더 좋은 상황을 의미할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하늘이 하늘 자리에, 땅이 땅의 자리에 있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서로의 자리가 뒤바뀐 상황은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그런데 『주역』의 해석은 놀라운 반전을 선물합니다. 『주역』은 하늘과 땅이 제자리에 있는 비괘를 막혀 있는 상황으로 해석합니다.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소통하지 않고 결국 균열만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반면 태괘는 전혀 다릅니다. 아래에 있는 하늘은 자기 자리를 찾아 위로 올라가려 하고 땅은 아래를 향하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태평(太平)한 상황으로 해석합니다.


『주역』의 지혜를 조직에 적용해보면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음으로 상징되는 직원과 양으로 상징되는 경영자가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주역』에 따르면 경영자와 직원이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소인이 득세합니다. 소통이 되지 않고 서로를 불신하는 조직에서는 가치 창출보다는 가치 획득 능력만 발달한 소인이 조직을 좌지우지합니다. 반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조직에서는 가치 창출에 능한 대인이 발탁돼 조직을 발전시켜줍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란 말이 나옵니다. 신체와 조직 모두 제대로 소통이 이뤄져야 고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통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회의나 회식을 자주 하고 온라인 시스템을 열어놓았다고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극단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굳이 조직 내 권력자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속마음을 이야기하더라도 단순히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수준을 넘어서, 진심으로 리더가 낮은 자세로 소통을 원한다는 확신이 설 때 비로소 직원들은 진심을 드러낼 것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소통의 기술을 제시했습니다. 기업 현장에서 리더들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솔루션과 사례를 통해 조직의 건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가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고 임세원 교수는 DBR과의 인터뷰(214호)에서 직장인의 정신 건강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던 인연이 있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직접 인터뷰를 한 DBR 제작팀의 조진서 기자에 따르면 임 교수는 냉철하면서도 정신 건강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기업 정신건강연구소를 설립하며 독자적인 분석법을 개발하는 등 놀라운 헌신과 열정을 보여줬던 고인의 뜻을 기리며 명복을 빕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71호 HR Analytics 2019년 4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