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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후배에게 ‘작은 성취감’ 선물을

262호 (2018년 1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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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힘드네요.” 후배와의 술자리에서 종종 듣는 이야기다. 특히 회사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런 말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일이 많거나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한다. 신입사원 때와 달리 일이 손에 익어서 웬만한 일은 어렵지 않게 해낸다. 그런데도 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살다 보면 의욕이 떨어지고 재미를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하루하루가 덧없고 일상이 지루하게만 느껴진다. 이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삶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이런 증상에는 우리 뇌의 주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 1 중 하나인 도파민 분비 원리가 도움이 된다. 도파민을 활용하면 무기력에서 벗어나 현재의 일에 몰입하고 개인이나 조직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다.



도파민이 없으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닐 수도
뇌의 흑질과 중뇌의 VTA(배쪽피개영역)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은 크게 3개의 경로(그림 1)로 나뉘어 분비돼 각각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선조체(striatum), 측좌핵(nucleus accumbens)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에서 전전두엽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주의력(attention)과 관련돼 있고, 선조체는 습관을 만드는 운동 기능과 측좌핵은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부여하는 동기와 관련된 곳이다. 이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뇌 안에 도파민이 나오지 않도록 형질 전환을 시킨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도파민이 나오지 않는 생쥐는 태어나서 정상적으로 움직이거나 먹지를 못하고 4주 만에 죽고 말았다. 뇌과학자들은 이 결과가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도파민 경로는 우리 뇌 안에 존재하는 ‘생존회로(survival pathway)’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2

우리가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주된 이유는 선조체에서 도파민 활동이 감소한 탓이고, 모든 게 다 재미없어 보이는 이유는 측좌핵에서 도파민 활동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3 또 전전두엽의 활동까지 부족해지면 주의력이 떨어져 몰입하기가 힘들고 성과 창출도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기력한 직원들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기력한 경우는 크게 ‘매너리즘에 빠진 경우’와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라면 ‘학습을 통한 새로운 자극 주기’, 후자라면 ‘작은 성취감 맛보게 하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학습’은 새로운 자극을 부르고, 새로움은 도파민을 생성시킨다
도파민 분비에 트리거(trigger)로 작용하는 것은 ‘새로움’이다. 새로운 자극은 우리 뇌의 신경 흥분을 유발하며, 흥분된 신경이 VTA의 도파민성 신경세포 집단을 자극해 도파민 분출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4 뇌 안에 가득 찬 도파민이 탁월한 성과 창출의 필수조건인 몰입을 이끌어내게 된다.

낯선 여행지에 첫발자국을 내딛거나 연애를 막 시작할 때 무기력한 경우가 있었는가? 대부분은 힘들어도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새로움이 가져다주는 도파민의 물결이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하고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가 말한 몰입(flow)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방식으로만 여행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간이 흘러도 계속 반복되는 비슷한 장면과 패턴으로 인해 새로운 자극은 점점 사라지게 된다. 새로움에 영향을 받는 도파민의 분비량이 점점 줄어들어 재미는 없어지고 피로감만 늘어나 결국 무기력해지게 된다. 외부 환경에서 뇌로 들어오는 자극이 더 이상 행동의 동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행 장소든, 여행 방식이든 익숙해진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매너리즘에 빠져 의욕이 떨어져 있는 직원에게는 어떤 변화를 통해 새로운 자극을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현재의 일과 관련된 학습(learning)을 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뇌의 작동원리로 볼 때 학습은 무기력 극복에 필요한 새로운 자극을 얻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뇌과학에서는 학습을 ‘뇌의 신경망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5 으로 정의한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neuron)들 사이 연결의 변화가 학습이란 것이다. (그림 2) 그런데 변화의 필수조건이 새로움이니 학습은 항상 새로운 자극을 일으키는 것이 전제돼 있다.

그러므로 학습은 새로운 자극을 일으켜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의 결과가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과정을 만든다. (그림 3) 물론 이 과정에서 분출되는 도파민으로 무기력도 사라질 수 있다.



만약 학습의 과정에서도 여전히 무기력한 직원이라면 학습 내용이 그에게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이 되지 않거나 학습 결과가 자기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습 목표를 정할 때 직원과 이렇게 대화하길 추천한다. ‘자네, 요즘 힘이 없어 보이더군. 새로운 것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학습내용이 일과 연관돼 자네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더 좋겠지.’ 즉, 그가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전적이면서 일과 관련된 성장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결국 조직에서 개인의 성장은 일을 통해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성취감이라도 자주 느끼게 하자!
커다란 바위를 뾰족하고 가파른 산정상에 올려놓는 불가능한 목표를 받은 시시포스(Sisyphos) 이야기(그림 4)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 시시포스를 가장 힘들게 했을까? 무거운 바위를 위로 들어올리는 것일까? 아니다. 시시포스에게 내려진 가장 가혹한 벌은 아무리 힘들게 바위를 정상에 올려도 그 바위가 내려오고, 다시 올려야 하는 무한 반복되는 일에서 어떠한 성취감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성취감이 없으면 일의 의미나 자기효능감(self-efficacy) 6 을 느낄 수 없다. 그 결과 도파민이 분출되지 않아 재미는 없고 힘만 들어 무기력하게 되니 시시포스에게는 가장 가혹한 형벌인 셈이다.

따라서 일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성취감을 경험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첫째, 직원이 스스로 통제해 결과를 낼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는 데에서 출발하자. 시시포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계란으로 딱딱한 바위를 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일이 재미있을까? 도파민이 나올 수 있을까?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일에 도파민이 분비되고 재미를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계란을 아무리 던져도 바위를 깨뜨리는 결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성취감은 일의 결과에 대해 의미를 느끼는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 깨기처럼 결과를 만들 수 없는 일에는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법이다. 이는 인지적 효율성(cognitive efficiency)을 추구하는 우리 뇌의 작동 원리와 관련이 있다. 귀중하고 한정된 도파민의 인지적 자원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에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자신의 일을 통제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일을 세분화하는 것이다. 자신이 일의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 정도까지 말이다. 예를 들어, 조직문화 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직원은 리더들의 무관심, 직원들의 비협조, 한정된 예산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인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느끼고 있다.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 직원이 무기력에서 빠져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다음과 같이 대화해보면 어떨까?

‘자네, 조직문화를 담당하면서 생각대로 일이 되지 않아 힘든 것 같군. 자네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먼저 자네의 일을 작게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예를 들어 조직문화 개선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실시하든지, 아니면 리더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 로드맵을 작성하든지 말이네.’

이 대화에서 세분화된 일의 예로 언급한 워크숍 실시나 활동 로드맵 작성은 직원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를 낼 수 있는, 작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작은 성취감은 그 직원에게 더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추진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성취감이 성취감을 부르는 것이다.

둘째, 긍정적 감정을 키우는 원리와 동일하게 성취감도 크기보다 빈도가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자주 제공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서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그 직원의 업무 지식과 노하우를 글로 정리하게 한 뒤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보자. 여기서 유의할 점은 한 번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공유하게 하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공유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성취감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만드는 것보다 성취감을 자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의미의 존재’라고 한다. 누구든 의미 없는 일상이 계속되면 무기력해지고 견디기 힘들어지는 법이다. 키워드는 바로 ‘의미’다. 그런데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잡 크래프팅(Job Crafting) 이론에 따르면 의미는 우리가 어떻게 만드는지(crafting)에 달려 있다.7 결국 무기력에 빠진 직원을 도와주는 길은 자신의 일과 존재에 대한 의미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학습을 시키거나 성취감을 맛보게 함으로써 직원들을 무기력으로부터 구해내자.


필자소개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교수실에서 전임 교수로 활동한 후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브레인 커뮤니케이션 특강’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뇌과학을 활용한 사내강사 강의스킬’이 주된 강의 분야이며, 교육생 관점으로 강의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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