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사라진 ‘잉여 조직’ 나올 수 있어, 어떻게 아우르며 앞으로 나갈 것인가

248호 (2018년 5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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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조직 내부에서는 인력의 결핍과 잉여가 발생한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른 기술들이 기업 내부로 들어오면서 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높은 성과를 내는 ‘적응적 인간 그룹’도 나타나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조직 내에서 역할이 사라진 ‘잉여적 인간 그룹’ 역시 탄생할 것이다. 또 그 중간에 아직 기계에 자리를 내주진 않았지만 곧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을 하는 ‘관성적 인간 그룹’도 생겨난다. 기업은 이들 인간 그룹을 아우르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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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HR’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가했다. 콘퍼런스의 첫 강연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들리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을 풀어갔다. 이어 리더십, 평가, 채용, 조직문화 등 HR을 주제로 한 일반론적인 수주에서의 강연과 토론이 이어졌다. 첫 강연이 없었다면 이 콘퍼런스를 4차 산업혁명과 연결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내용이 평이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강연자나 패널뿐만 아니라 관객들조차도 이에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필자는 이 행사가 어쩌면 국내 기업과 인사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대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화려한 기술적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조직을 변화시키는 방향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조금 더 잘하면 된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조직문화도 소통과 협력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이게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통과 협력은 4차 산업혁명과 상관없이 지난 20년간 대부분의 조직들이 중시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마누엘 카스텔스 교수는 “주요 기술 변화가 일어나는 모든 순간마다 사람들과 기업, 기관들은 변화의 깊이를 체감하지만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압도당한다”라고 말했다.

이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조직 구성원들의 삶과 일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야기하는지 분석하고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금부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변화, 다시 말해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또는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기술 변화의 핵심 역할을 하는 주체를 ‘지능형 기계’라는 단어로 통칭하겠다.

인력의 결핍과 잉여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조직 내에 들어온 지능형 기계들은 인간의 역할을 지원하거나 대체할 것이고, 이것이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이르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방식도 완전히 바꿀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어쩌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고, 어쩌면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조직과 조직 구성원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큰 위협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능형 기계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기업은 인력의 결핍과 잉여라는 상반된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목적 실현을 위해 다양한 지능형 기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과 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확장해 나가는 일부의 인력과, 이미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지능형 기계들의 효과성에 지속적인 가치를 덧대어 가는 사람들은 조직 내 핵심 인재로 자리 잡을 것이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이런 역량을 가진 인재의 결핍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기업 내 잉여 인력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잉여 인력들은 지능형 기계와 유사한 역할과 업무를 놓고 힘겹게 경쟁하는 사람들과, 아직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지능형 기계들이 대체하지 못하는 단순한 역할과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즉, 기업은 한편에선 항상 인력 부족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처치 곤란한 잉여 인력으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력의 결핍과 잉여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이전의 산업혁명 시기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업 관점에서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1차 산업혁명에서는 도시화를 통해서 값싼 농업 노동자들을 공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2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재교육의 과정을 거쳐서 효과적으로 인력의 결핍과 잉여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또 3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이를 갖춘 인력을 사회에서 충분히 교육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됐고 이 사이 인력들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면서 인력의 결핍 및 잉여 문제를 점진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업들이 경험하게 될 인력의 결핍이나 잉여 현상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지능형 기계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지능형 기계와 함께 일하며 가치를 덧붙일 수 있는 역량은 소수만이 갖출 수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고,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점진적인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이러한 사람들이 대거 육성되거나 노동 인력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기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다. 여기에 대부분의 성숙 기업들은 구성원의 노령화나 노조 관련 이슈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필연적으로 조직 내 인력 구조의 조정이 요구된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인력 구조의 변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기업 내부의 인력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될 것이다. 먼저, 지능형 기계의 역할이 커지면서 지능형 기계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지능형 기계의 효과성에 가치를 덧붙일 수 있는 높은 적응적 역량을 가진 ‘적응적 인간 그룹(Adaptive Persons)’이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버전의 지능형 기계들이 조직의 내부로 들어오는 단계마다 지능형 기계와 동일한 역할과 업무를 놓고 경쟁하고, 또 매번 지능형 기계에 자리를 내어주며 좌절감을 경험하는 ‘관성적 인간 그룹(Inertia Persons)’ 역시 필연적으로 탄생한다. 그리고 지능형 기계의 도입으로 변화된 사업모델이나 조직 운영 방식 때문에 자신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졌지만 여전히 조직 내에 남아 있는 ‘잉여적 인간 그룹(Surplus Persons)’도 나타나게 된다. 초기에는 이런 구분이 모호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능형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구성원들의 유형이 뚜렷하게 구분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가설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선택은 ‘엘리트 의식으로 가득 찬 기업’이 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1. 엘리트 의식으로 가득 찬 기업

구글은 체계적이고 파격적 보상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이를 통해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천문학적인 보상과 환상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받는다. 또 구글은 외부로부터 엘리트들을 끊임없이 수혈한다. 하지만 저성과자에게는 가혹한 기업이다. 6개월마다 다면평가를 통해 하위 5%의 저성과 직원을 선정한다. 이후 일정 기간 교육이나 업무를 바꿔주는 방식으로 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3번 연속 저성과자로 지정되면 해고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조직에서 이들의 비율을 줄여나간다.

이러한 전략은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해야 할 우수한 인사관리 전략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선, 탁월한 역량을 가진 인재들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피 튀기는 경쟁을 해야 한다. 이른바 ‘인재 전쟁’에서 모든 기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탁월함을 지닌 인재가 누구인지 구분하기도 어렵고 그들이 경쟁사에서 탁월했다는 이유로 우리 조직에 와서도 놀라운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둘째, 이 전략은 국가 정책 및 사회 정서와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많은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기업의 이익 추구로부터 대중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담론이 쏟아질 것이다. 또 기업들이 이 전략을 선택할 경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얻어진 혜택을 소수의 기업과 개인이 독점한다는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이 전략은 수많은 법적 분쟁과 고객들의 도덕적 비난이라는 벽에 부딪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2.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체

이 방법은 기업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로부터 최소한 자기 조직의 구성원들만이라도 지켜줄 수 있는 안전지대를 제공하고, 그들이 스스로의 성장과 변화를 통해 지능형 기계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지능형 기계들의 효과성에 가치를 덧붙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도 생존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 전략은 인력의 잉여로 인한 일시적인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확장하면 이러한 비용부담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다른 위험들에 비하면 감수할 만하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필자는 국내 한 화학회사를 방문했다. 방대한 공간에 대형 파이프와 기계설비들이 가득 차 있었다. 연 매출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회사인데 직원 수는 150여 명에 불과했고, 현장 직원들은 주로 생산설비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한다. 이 회사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넓은 지역에서 작은 위험요소들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감각적 민감성이 직원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이나 문화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조직의 경우 자본집약적인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상 전체 매출이나 사업성과에 비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직원 수 대비 생산성이 극단적으로 높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지능형 기계들이 기업에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은 폭발적인 생산성의 증대다. 이러한 생산성 증대를 통해 얻어지는 막대한 기업의 이익은 단계적으로 발생하게 될 인력의 잉여로 인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조직의 입장에서도, 구성원 개인의 관점에서도, 더 나아가 사회공동체적인 관점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자는 선택이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핍과 잉여 문제 해결을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들

인재의 결핍과 잉여라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 개선이 필수다. 조직 정서, 일하는 방식, 조직 구조라는 관점에서 조직문화 개선 방향성을 제안해본다.

1. 조직 정서 측면

첫째, 조직 정서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 지능형 기계가 조직 내부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심각한 결핍 현상이 나타날 적응적 인간 그룹(Adaptive Persons)에 속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이기심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는 세상과 조직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즐거움과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매번 동일한 역할과 업무를 놓고 지능형 기계와 경쟁하며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관성적 인간 그룹(Interia Persons)에 속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들이 학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또 노력하면 결국 적응적 인간 그룹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그 역할이나 역량이 더 이상 조직에 필요하지 않음에도 여전히 조직에 남아 있는 잉여적 인간 그룹(Surplus Persons)에 속한 구성원들에게도 그들의 상실감이 조직 전반의 무기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통제하고 조직의 중심 사업 영역에서 과감히 벗어나서 마음껏 새로운 시도와 적응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조직 정서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으로 MTP(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라는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 IT 기업들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싱귤래리티대의 창립 멤버인 살림 이스마엘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바로 “MTP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TP는 거대한 열망과 변화를 불러오는 목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존 조직문화 가치 체계에서 말하는 미션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MTP는 근본적으로 미션과 같은 개념이다. 그러나 미션은 미래에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목적이라면 MTP는 오히려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이며, 또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시각적 언어로 정의한 현재 시점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MTP는 구조적으로 2개의 큰 질문에 대한 구성원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대답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우리는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가?’라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먼저 ‘우리는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이 기업 혹은 조직을 통해 산업 분야, 시장, 공동체, 인류 또는 세상에 어떠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내기를 꿈꾸고 희망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얻은 우리가 꿈꾸는 변화가 현재의 일의 즐거움, 다시 말하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 속에서 호기심과 실험정신, 창조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와 변형이 세상에 어떤 긍정적 영향력이 있는지(Human Impact), 인류에게 어떤 좋은 삶을 제공하는지(Moral Goodness), 또는 이 사회를 어떻게 더 좋게 만드는지(Social Betterment)를 묻는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의 대답으로 얻어진 우리가 꿈꾸는 모습은 구성원들 각자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의미, 다시 말하면 구성원들의 열정과 헌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일상적인 이유가 돼야 한다. 또한 그것이 현재 내가 하는 일과 소속된 조직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만큼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가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참여와 합의로 구축된 MTP는 적응적 인간 그룹 구성원들에게는 자신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관성적 인간 그룹의 구성원들에게는 비록 현재의 업무가 단순 반복적인 일일지라도 그것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뛰어넘는 거대한 무엇인가에 쓰이고 있다는 생각을 통해 자신의 일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런 생각은 학습과 성장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잉여적 인간 그룹의 구성원에게도 당장 현실적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한다는 상실감이나 자기 회피가 아니라 거대한 조직의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기여를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제공한다.

하버드대의 마틴 노왁(Martin Nowak) 교수는 “협력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며, 인간은 협력을 통해 복잡성 속에서도 적응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협력은 구체적이고 공감되는 목적과 가치 중심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저절로 발현되는 이차적인 현상이지 협력 자체를 강조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MTP는 고객이나 직원뿐만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체를 위한 효과적인 유인책이자 응집력의 원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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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하는 방식 측면

일하는 방식 관점에서는 ‘몰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칼럼니스트이자 조직문화 컨설턴트인 린지 맥그레거(Lindsay Mcgregor)는 변화가 일상이 된 경영환경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성과의 개념으로 ‘전술적 성과’와 ‘적응적 성과’를 이야기한다. 계획된 것들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조직적인 능력과 이를 통해 얻어지는 성과가 바로 전술적 성과다. 계획할 수 없는 것들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적인 능력과 이를 통해 얻어지는 결과로서의 성과가 적응적 성과다.

지금 시대에 전술적 성과와 적응적 성과의 조화는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적 변화들은 전술적 성과와 관련한 업무들을 빠르게 자동화하도록 지원해 줄 것이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들도 적응적 성과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하고, 전술적 성과에 해당되는 업무는 자동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적응적 인간 그룹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아진다.

맥그레거에 의하면 적응적 성과는 구성원들이 일의 즐거움 및 의미 동기가 높을 때에만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다. 일의 즐거움 동기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 속에서 호기심과 실험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작은 성취감과 일에서의 진전을 느낄 때 높아진다. 또한 일의 의미 동기는 구성원들이 자신과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 하는 일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낄 때 높아진다.

기존 경영환경에서는 우리는 효율성나 효과성이라는 관점에서 일하는 방식들을 혁신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효율성이나 효과성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일 속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인이나 단위 조직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퍼포먼스 사이클(Performance Cycle)’이 있다.

퍼포먼스 사이클은 영향력 논리(Theory of impact), 자극(Inspiration), 우선순위(Prioritization and Planning), 실행(Performing), 성찰(Reflection)이라는 5단계를 순환고리의 방법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

● 영향력 논리: 구성원 개인이나 단위 조직이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별적인 업무들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이를 스스로 논리적이고 구조적으로 정의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렇게 정의된 영향력 논리는 퍼포먼스 사이클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성장과 단위 조직의 역량이 확대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의 영향력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일의 즐거움과 의미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구성원 개인이 일상의 업무 속에서 영향력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가 설계돼 있어야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몰입이 가능하다.

● 자극: 구성원 개인이나 단위 조직이 일하는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아이디어를 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디어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호기심은 즐거움 동기를 북돋는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영향력 논리를 가지고 있고, 실험 정신을 발휘할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퍼포먼스 사이클은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 우선순위: 퍼포먼스 사이클에서의 우선순위는 단순히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또는 나중에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이 전체의 동의와 합의가 있어야 하는지, 어떤 일을 빠르게 실행해야 하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면 되는 일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전투함의 외벽에는 일반적으로 워터라인이라는 선이 그려져 있다. 전투 중에 워터라인 위에 총알이 맞을 때는 큰 문제 없이 전투를 지속할 수 있지만 워터라인 아래에 총알이 맞으면 위험한 상황이 된다. 퍼포먼스 사이클은 업무에 대해 명확한 워터라인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워터라인을 낮추려는 조직적인 노력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인식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 실행: 일상적인 업무 프로세스 안에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실험하고 배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일종의 플레이 그라운드를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플레이 그라운드는 빈백(Bean Bag)이 있는 회의실이나 수영장이 있는 휴게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맡은 특정 업무를 수행할 때 마음껏 실험할 자유가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엇인가 배운 것이 있다면 성과로 인정한다는 명확한 조직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 성찰: 구성원 개인이나 단위 조직이 자신이 수행한 일이 예상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이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 일에 참여한 구성원들과 단위 조직이 단순한 결과만이 아니라 그로 인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을 때 일의 즐거움과 동기가 높아진다.

3. 조직 구조 측면

소통과 협력을 이룰 수 있는 조직 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한때 자포스가 전사적으로 적용하면서 경영계의 화제가 됐던 ‘홀라크라시(Holacracy)1 ’, 기존의 전통적인 위계적 조직 구조에서 조직의 적응성을 확보하는 방안인 존 코터 교수의 ‘액셀러레이터 조직’, 최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애자일 조직 구조’ 등이 이러한 조직문화적인 노력의 예시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애자일 조직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애자일은 IT 개발자들 사이에서 흔하게 활용하는 개발 방법론 중 하나였다. 사전 기획과 철저한 개발을 통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서비스를 완성해 출시하기보다는 시장 환경에 맞춰 일단 민첩하게 실행한 뒤 고객의 반응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정 및 보완을 통해 완성해나가는 개발 방법론이다. 애자일 조직 구조는 마치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처럼 조직 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사업과 조직의 특성에 맞춰 고정적인 조직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환경의 변화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구조다.

단,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애자일 개발방법론과 애자일 조직 구조는 유사한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히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애자일 조직 구조를 구축한다는 것과 애자일 개발 방법을 조직에 적용한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애자일 조직 구조는 서서히 진화하는 안정적인 조직의 중심축을 기반으로 새로운 변화와 기회들에 빠르고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역동성을 가진 조직 구조를 구축해가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최소 단위 애자일 조직은 6∼8명으로 구성된다. 기존 조직에서는 조직 내에서 특정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동질성이 높은 팀원들이 주축을 이루지만 애자일 조직은 특정 과업을 완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이질성이 높은 다양한 멤버들로 구성된다. 또 업무 연관성이 높은 팀들이 묶여서 실이나 본부 같은 상위 그룹을 형성한다. 동일한 상위 그룹 내의 팀들은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하지만 각각의 단위팀들은 완벽하게 자율적으로 움직이다. 또한 단위팀들은 경영 환경의 변화나 조직적인 니즈에 따라 상위 그룹 내에서뿐만 아니라 조직 내의 어떠한 팀들과도 수시로 이합집산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팀원들의 이동과 재구성도 가능하다.

이러한 조직 구조는 조직 전체의 보고 및 의사결정 체계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조직 전반의 수평적 소통과 협력을 촉진한다. 궁극적으로는 조직 내 모든 자원과 사람이 조직의 목적실현을 위해 항상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집단의 가정이 형성되도록 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적응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유준희 조직문화공작소 대표 summerxmas@aipu.kr

필자는 국내 최초 조직문화 전문 컨설팅 펌인 ‘조직문화공작소’를 설립해 10년간 다수의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직문화에 특화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에드가 샤인, 찰스 핸디 등 조직문화 분야 석학들과의 교류를 통해 강점탐구이론(Appreciative Inquiry), 브랜드 컬처, 홀라크라시, 가치기반혁신 등 글로벌 선진 조직문화 컨셉을 국내에 소개했다. 주요 저서로는 『무엇이 성공을 이끄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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