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카카오 조직문화

‘공유와 신충헌’ 몰입도 높은 수평조직 만들다!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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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지인에게 자신이 다니는, 혹은 다녔던 회사를 추천하는 비율인 ‘지인 이직 추천율’이 90%에 달하는 카카오는 ‘수평적이고 논쟁적인, 그러나 몰입이 이뤄지는 조직문화’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과 변화에 적합한 조직문화로 ‘퇴사열풍’의 시대에 인재를 끌어모으는 중이다.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업의 본질에 맞는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2) 사회적 맥락에 맞는 문화를 형성했다.
3) ‘공유’와 ‘신충헌’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그라운드 룰을 만들었다.
4) 직원 경험을 중시했다.
5) 경영진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확실한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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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여러 고민 중 ‘퇴사열풍’은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로 꼽히고 있다. HR 담당 부서마다 비상이 걸렸다. 큰 비용을 투자해 수많은 지원자 중 어렵게 사람을 뽑지만 대졸 신입사원 기준으로 입사 1년 내 퇴사율은 30%에 육박한다.1 3명 중 1명은 1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퇴사열풍은 비단 신입사원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업무를 완전히 숙달해 한참 일하기 시작하는 시기인 3∼5년 차에도 훌쩍 사표를 던지는 직원들로 인해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를 인식한 기업들은 ‘휴가 보장’ ‘소통 강화를 위한 다양한 모임 활성화’ 등 제도적인 접근을 해보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문화’ 자체에 대한 변화와 혁신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CEO가 ‘휴가를 보장하고, 불필요한 야근을 금지하라’고 해도 조직문화 자체가 ‘직속 상사의 눈치를 보도록 강제하는 상황’이라면, 휴가를 내고도 출근하고 야근 금지를 위해 컴퓨터가 셧다운 된 사무실을 빠져나와 집에서라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조직문화’라는 얘기다. 수평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성과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 속에서만 ‘워라밸(워크라이프밸런스)’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때론 충돌하며 혁신과 변화의 아이디어와 신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 예전처럼 ‘임원 승진’, 혹은 ‘출세’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30은 물론 40대 초중반의 세대마저도 ‘성공적인 미래’보다 현재의 일상에 더 집중하는 경향,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2

많은 기업이 높은 퇴사율 때문에 고민이지만 한 기업에는 요즘 가장 구하기 어렵다는 인공지능(AI) 연구개발자들과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상시적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짜 실력만 보고 뽑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겉만 화려한 인재’가 아닌 진짜 실력파가 모여들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3 무료 문자 채팅 서비스로 시작해 국내 최대의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 얘기다. 실제 기업 및 구인구직 관련 포털인 잡플래닛에 따르면 ‘우리 기업을 친구에게 추천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2016년 잡플래닛에 리뷰를 남긴 카카오 직원 중 90%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러한 ‘지인 추천율 90%’는 동 산업군 평균인 29%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4 (그림 1, 2) 같은 IT 기업 내에서도 추천율이 거의 90% 후반대에 육박하는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선도 기업에 이어 6위를 차지한다. 카카오의 평균 총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18점으로 2016년 기준 전체 산업군 평균 3점 내외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분야별로는 특히 ‘사내문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데 카카오의 점수는 4.26점으로 산업군 평균인 2.84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며, 잡플래닛에 따르면 이는 전체 기업 중 최상위 수준이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젊은 직원들의 퇴사’가 카카오에는 전혀 고민거리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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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은 카카오의 특정한 비즈니스나 브랜드의 전략 혹은 마케팅에서의 성공이 아닌 ‘조직문화’를 집중 연구했다.

카카오의 조직문화: 소리 없이 흐르는 강한 힘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전략은 문화의 아침식사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는 기업 혁신과 지속 성장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다른 무엇도 아닌 ‘조직문화’라고 제안한 바 있다.5 조직문화를 바꾸는 건 그 어떤 변화보다 어렵다. 특히 제도보다 더 ‘경로의존성’을 갖고 있는 것이기에 각 기업이 가진 역사와 특수성에 따라 아무리 좋은 문화라 하더라도 쉽게 배우고 가져올 수 없다. 이번 케이스 스터디에서 제시하는 카카오의 모든 ‘좋은 문화’를 벤치마킹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엇이 ‘이직 추천율 90%’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소리 없이 흐르는 강한 조직문화’의 핵심이 무엇인지, 이면에 숨겨진 철학이 무엇인지, 적용 가능한 부분이 무엇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가 생긴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기업이라는 점과 IT 플랫폼 기업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 벤처를 만들거나, 혁신적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혁신을 위한 TF팀을 만들었을 때, 혹은 조직 자체의 변화를 모색할 때 카카오 사례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카카오의 수평적 조직문화, 성과평가 체제, 자발적 동기부여와 조직 개편 방식 등을 살펴보자.

1. ‘님’자조차 떼어버린 수평 조직: ‘호칭’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꾼다!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의 영어 이름), 제 의견은 좀 달라요.”

대기업은 물론이고 비교적 자유롭고 유연한 IT 벤처로 시작한 기업이더라도 창업한 뒤 10년 가까이 지나 3000명의 직원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한 조직에서 흔히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사람에게 1년 차 직원이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화법이다. 그런데 카카오에서는 이게 가능하다. 조직문화의 힘이다. 이런 수평적 조직문화가 가능해진 이유를 한두 가지로 압축할 순 없지만 일단 다른 기업들도 많이 시도해왔던 ‘호칭 파괴’부터 살펴보자.

‘호칭 파괴’는 사실 많은 대기업이 이미 시도해 온 대표적인 조직문화 혁신 방법이다. 삼성, SK, LG 등 국내 대표적 기업들이 직급 체계를 개편하고 수평적·자율적 호칭을 도입하는 실험에 나선 바 있다.6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부 IT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전의 호칭 체계로 돌아갔다.7

그런데 카카오는 좀 달랐다. 2006년 말 아이위랩을 설립한 김범수 현 카카오이사회 의장이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처음 출시하고 2010년 9월부터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면서부터 ‘님’자조차 필요 없도록 아예 모두가 영어 이름을 의무적으로 만들어 부르도록 했다. 언어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게 사고의 변화를 강제한다. ‘∼님’은 비록 모두가 평등하게 존대를 쓰도록 강제하지만 한국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기에 이름 뒤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직급’을 말끔히 지워내지 못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님’자를 떼고 그냥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행위는 ‘다른 아이덴티티’를 부여한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내에서 ‘의장님’이 아니고 김범수 님도 아니다. 그냥 브라이언(Brian)이다. 2018년 2월 현재 퇴임 의사를 밝힌 임지훈 대표이사는 지미(Jimmy)다. 실제 카카오를 방문해 사람들과 대화해보면 “브라이언이 얼마 전에 한 얘기는 나름 괜찮은 포인트였다” “지미가 엊그제 언론을 통해 얘기한 건 우리 팀에서는 찬반 의견이 좀 갈리고 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VIP’ ‘회장님’ ‘대표님’ 등 자리에 없을 때에도 존칭을 사용하는 문화와 확실히 차별화된다. 이런 문화는 직급이 아무리 높아도 함께 일하는 동료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생각을 조직 내에 자연스럽게 확산시켰다. 이런 인식은 직원 전체를 ‘임원’과 ‘직원’으로 나누지 않고 그냥 crew에서 따온 ‘krew’라고 지칭하는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회사에서는 그냥 SH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황성현 인사총괄 부사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카카오의 수평적 호칭 문화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영어 이름 자체가 주는 ‘아이덴티티의 변화’다. ‘영어 이름을 가진 같은 카카오의 동료’로 서로에게 인식되기에 좀 더 편하게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황 부사장은 “진짜 중요한 건 직급체계를 없앤 것”이라고 설명한다. 카카오에는 HR부서에서 전통적으로 급여/호봉체계와 연결해 관리하는 ‘직급’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외부 미팅에서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대외적으로 ‘임원급’에게는 형식상의 직급이 부여된다. 하지만 그뿐이다. 내부에서는 누군가를 ‘부사장’ ‘과장’ ‘부장’으로 부르지도, 그렇게 인식하지도 않는다. 오직 이름만이 남는다. 조직 구조는 ‘직책’을 중심으로만 이뤄진다. 물론 대화할 때 그 직책명은 입에 올리지 않는다. 사실 영어 이름만 부르기에 직책을 입에 올릴 수가 없다.

2. 제도와 조직문화, 그리고 호칭, 그 상호강화의 관계

‘호칭 혁신’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직급 없는 시스템과 초기부터 형성된 ‘활발한 논쟁을 권장하는’ 수평적인 문화가 호칭 파괴의 성공적 안착을 가능하게 한 것인지 굳이 선후 관계,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는 없다. 조직에 내재한 문화와 초기 세팅된 시스템, 그리고 호칭 파괴는 서로 물고 물리며 각각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조직은 모든 걸 총괄하는 의장과 CEO가 존재하고 업무와 비즈니스 영역 등에 따라 크게 ‘부문’으로 나뉜다. 경력과 능력에 따라 ‘부문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사람들이 있고, 부문 아래에 팀이 있으며, 팀 아래에 파트와 셀이 존재한다. (그림 3) 말 그대로 업무를 위해 나눠 놓은 것으로, 예를 들어 카카오톡을 총괄 책임지는 카카오톡 부문장이 있고, 광고사업 부문장, 커머스 부문장, 포털 부문장, AI부문장 등이 존재한다. 포털 부문 같은 경우 ‘다음(Daum)’과 관련한 모든 일을 관장하고 그 아래에 메일팀, 카페팀 등이 있다. 그 아래에 있는 파트와 셀의 구성은 팀장과 부문장이 협의해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카카오에서는 이런 방식의 조직개편이 거의 1주일 단위로 벌어진다. 서로가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면서 하기에 ‘사내정치에 의해 밀려나고 줄을 서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잦은 조직개편에도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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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책으로서의 부문장, 팀장, 파트장, 셀장 등은 사실 대부분 맡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다. 권위나 권한보다는 책임이 강조되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팀장이든 파트장이든 상위 직책의 장과 협의해 본인 스스로 그만두고 다른 사람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을 스스로 벗어던지고자 하는 것이다. 웬만해선 ‘장’ 자리를 놓고 싶어 하지 않는 다른 기업들의 문화와는 다른 지점이다. 부문장은 물론 CEO도 회사에 ‘자기 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카오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됐다는 한 직원은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의 경우 어딘가에 집무실이 있다는 얘기가 있긴 한데 사실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조직 전체가 ‘내가 어떤 권위가 있고 직책을 가지는지’보다 그냥 ‘험블’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만 중시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외적으로 ‘임원급’인 사람들도 손님이 오면 스스로 회의실/접견실을 예약해 사용해야 한다. 다만 임지훈 대표의 경우 직원들의 요청에 의해 방이 하나 만들어졌는데 ‘찾아오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자신들이 하는 업무에 방해된다’는 게 이유였다.

안건이 있을 때마다 관심이 있는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T500 행사(목요일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행사로, Thursday 5:00에서 따왔다)에 당연히 ‘one of them’으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다가 사회를 보는 임지훈 대표나 황성현 부사장이 ‘이건 브라이언이 답변해야 할 거 같다’고 불러내면 슬며시 앞으로 걸어 나오곤 한다는 김범수 의장의 모습은 일반 기업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일을 하니 모든 공간이 통하게 만들어 놓은 판교 오피스의 설계도 빛을 발했다. 업무공간을 이동하며 마치 독서실과 같은 집중 업무공간과 본인의 자리, 그리고 휴게실을 오가면서 노트북을 들고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여기저기서 담소를 나누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영어 이름을 부르면서 직책 안 따지고 그냥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도 흔한 모습이다. 기업들이 유연하고 소통이 잘되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공간을 재설계하고, 직급체계를 바꾸고, 호칭을 바꿔왔지만 시스템과 공간과 문화와 호칭은 각각 따로 떨어진 무엇인가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요소들이다. 이런 요소들에 대해 ‘강하게, 그리고 동시에’ 변화의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조직문화를 바꾸는 건 매우 어렵다. 호칭 파괴와 같은 가시적 제도 한두 개 조치만으로 관성과 경로의존성이 강한 조직 문화가 바뀌지는 않는다. 구글 출신인 황성현 부사장은 “사실 이런 카카오의 조직문화는 가장 수평적이고 유연하며 혁신지향적이라 평가받는 구글보다 더 혁신적이고 수평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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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충헌(신뢰, 충돌, 헌신)’의 문화, 전략을 이끌다: ‘Connect Everything’

‘수평적인 호칭과 문화’ ‘직급의 부재’ ‘중요한 안건마다 벌어지는 충돌’은 카카오의 문화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황성현 부사장은 “카카오가 겉보기에 멋있고 ‘쿨’해 보이고 싶어서 지금의 문화를 만든 게 아니다”며 “결국은 이 문화가 우리의 지속성장과 혁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기에 사내 소통 플랫폼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핵심 가치는 ‘공유’다. 전략수립부터 실행까지, 비즈니스부터 사내 복지와 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게 핵심이다. ‘카카오아지트’에 경영진부터 일선 직원들까지 아이디어, 자신의 업무에서 어려운 점, 새로운 전략이나 정책 등을 올리면 그 즉시 엄청나게 많은 의견이 올라온다. 때로는 강하게 비판하는 견해도 여과 없이 등장한다. 모두 다 실명이다. 심지어 ‘좋아요’와 ‘싫어요’를 누르면 거기에도 실명이 찍히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바로 ‘신충헌’ 원칙 때문이다. 우선 ‘내가 실명으로 강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해도 인사상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매우 강하게 작동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충돌’한다. 충돌해서 스파크가 일어나고 의견 대립이 강하게 일어날수록 아이디어는 발전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 뒤에 어떤 결론이 나면 모두가 그 목표를 향해 ‘헌신’한다. 신충헌의 문화는 한번 제대로 작동하기가 어렵지 일단 작동하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상호강화가 일어나면서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공유’의 가치와 ‘신충헌’ 원칙이 만들어낸 최근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카카오 미니’다.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의 발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7년 2월 TF가 꾸려진 이후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다. ‘이게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사업이 맞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 디자인과 기능에 대해 각 부서의 전문가들이 모두 뛰어들어 100명으로 꾸려진 TF 내부는 물론 TF 밖 카카오아지트에서도,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마주치는 휴게실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 논쟁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기존 어떤 AI 스피커보다 예쁘고 성능이 뛰어난 걸 카카오답게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모아졌고 TF가 꾸려지며 제품화 검토를 시작한 이래 불과 6개월여 만에 첫 판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쓸데없어 보이는 논쟁’으로 시간이 지체될 것 같았지만 신뢰 속에 충돌하고 의견을 정한 뒤 헌신하는 원칙이 지켜지니 그 어떤 조직보다 빠르게 성능 좋고 예쁜 AI 스피커를 만들어냈다. 판매 차수마다 ‘완판’이 이뤄졌다. 8만 대가 매진됐으며 ‘주간 사용률’은 90%로 전 세계 AI 스피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8 카카오가 그동안 첨단 전자제품을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없는 회사였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다. ‘문화가 가장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걸 카카오가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자신들이 믿고 있는 문화가 만들어낸 성공이 다시 문화를 강화하는 경험이 생긴 것이다.

핵심 가치 ‘공유’와 조직문화의 원칙 ‘신충헌’은 결국 ‘Connect Everything’이라는 카카오의 비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직원들부터 이미 모든 것을 공유하며 온오프라인상에서 지속적인 연결이 이뤄지고 있고, connect가 만들어내는 스파크를 통해 즉, 충돌을 일으키며 혁신을 일으켜간다는 뜻이다. 이런 원칙하에서 ‘워라밸’ 정책도 나오고, 유연한 근무제도 가능해지며, 직급 없는 수평조직도 힘을 갖게 된다.

4. 성과평가는 ‘평가’를 위한 게 아니다

카카오의 조직문화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는 성과평가의 방식이다. 앞서 언급했듯 아무리 삐딱한 반대의견을 냈어도 인사상 불이익은 없다. 그런데 카카오는 셀이라는 하위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은 셀장과 한 달에 한 번씩, 파트에서 일하는 사람은 파트장과 한 달에 한 번씩 면담을 해야 한다. 얼핏 들으면 숨 막히는 상황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위 조직장은 처음 목표설정을 할 때 합의한 목표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당사자와 토론하고, 성과가 날 시점이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만약 어렵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한 도와줄 것은 없는지만 가지고 ‘평가면담’이 아닌 ‘토론면담’을 진행한다. 그렇게 면담한 기록은 의무적으로 남겨야 하고 3개월에 한 번씩 ‘최종 성과평가’를 위한 기록 또한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는 셀-파트-팀 부문장이 협의하면서 각자가 진행한다. 연말에 ‘주관’과 ‘감’에 의해 평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성과평가는 단순히 ‘평가’에 목적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게 카카오의 생각이다. 평가는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방향을 잃지 않고, 제대로 도움을 받으며 조직 전체를 위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성과평가의 핵심이다. 이런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보상체계가 결정되면 당연히 ‘공정성 논란’도 줄어들고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지 않는다. 그게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카카오 HR파트의 역할인 셈이다. 황성현 부사장은 “공정하게 목표에 대비해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많은 기업이 이런 목표 자체가 없거나 실제 측정해야 하는 것을 측정하지도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나중에 직원들이 보상에 불만을 갖게 되고 ‘몰입’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직개편도 자발적으로 직원들끼리 협의해서 하고, 성과평가도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함께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토론형식으로 하게 두면 된다”며 “HR 부서의 역할은 그렇게 직원들이 필요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합의하고 정한 조직 개편의 방향과 성과관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돕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 카카오의 조직문화의 변화, 그리고 미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한 유연성

카카오의 조직문화에는 위기가 존재하기도 했고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직원들도 물론 존재한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고, 다음과 합병한 직후에는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기도 했다. (‘DBR minibox: 합병 후 핵심 가치와 원칙 창출을 위해 만든 ‘길TF’’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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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후 핵심 가치와 원칙 창출을 위해 만들 ‘길 TF’
다음과의 합병 후에는 의외로 진통이 컸다. 다들 IT회사라는 공통점에 ‘수평적 조직문화’로 유명했던 두 기업이었기에 아주 쉽게 조직문화의 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거의 비슷한 듯 미묘하게 다른 사람들의 취향과 문화적인 차이는 묘한 마찰음을 내고 있었다. 차라리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가진 기업과 합병했다면 애초에 그 차이를 인정하고 충돌을 각오하면서 통합 전략을 짰을 테지만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너무나 비슷했기에,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 미묘한 차이가 문제를 일으켰기에 해결이 어려웠다. ‘길 TF’가 꾸려졌다.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길을 논의해보자는 취지였다. 이 TF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고 다음 10개의 ‘일하는 원칙’이 합의가 돼 공표됐다. 이게 현 카카오 조직문화와 핵심 가치, 원칙의 토대가 됐다.

1. 공개하고 공유합니다.

2. 영어 호칭을 사용합니다.

3. 권한과 책임을 알고 있습니다.

4. 팀원과 다른 팀 팀장이 업무를 협의합니다.

5. 신뢰하고, 충돌하며, 헌신합니다.

6. 회의를 잘합니다.

7. 다른 부서의 일도 우리의 일입니다.

8. 빠르게 실행해봅니다.

9. 회고합니다.

10.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잡플래닛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직원들이 말하는 장점은 2∼3가지로 모아진다. 첫 번째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구체적으로는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할 수 있고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는 점과 직급이 없기에 승진 스트레스 없이 몰입만 할 수 있다는 점, 불필요한 문서작업도 없고 자유로운 업무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제시된다. 두 번째는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회사 자체의 성장성도 높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기회를 줌으로써 개인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걸 장점으로 꼽고 있다.

단점은 아주 다양하게 나온다. 수평적 조직이기에 의사결정이 느릴 때가 많고, 때로는 의사결정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며, 권한과 책임이 확실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 단점은 다양하게 나오고 장점은 쉽게 압축된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하게 강하고 좋은 조직문화가 존재한다’는 걸 방증하는 측면도 있다.

어쨌든 카카오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2∼3년간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임지훈 대표가 2년6개월간 재직하면서 주로 했던 일이 바로 부문장들, 즉 다른 기업으로 말하면 임원급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권한도 더 부여했지만 더 중요하게는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이전 카카오에서는 내부적으로도 ‘만장일치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합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직 카카오 직원들에 따르면 카카오는 설립 초기부터 ‘거의 모든 것이 TF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결정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빠르게 결정해야 할 부분은 격하게 논쟁한 뒤 부문장급에서 책임지고 의사결정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신충헌’의 기본 원칙이 흔들리면 카카오아지트나 T500 등 온오프라인상의 채널에서 엄청난 비판이 쏟아지기 때문에 권한을 남용할 수는 없는 구조다.

황성현 부사장은 “지미(임지훈 대표의 영어 이름)가 그런 쪽으로 내부 정비를 하는 데 힘을 많이 기울였고 상당 부분 성공했다”며 “HR 담당인 나 역시 구글처럼 수평적이면서도 단계적으로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고 지원책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 부사장은 그러나 “이 모든 변화, 유연하게 계속 조직을 바꿔보고 제도를 도입해보는 모든 행위는 결국 우리의 핵심 가치 ‘공유’와 ‘신충헌’이라는 원칙을 지속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어’를 지키기 위해서 주변적인 요소들은 오히려 유연하게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황 부사장은 “이미 카카오 공동체 전체로 치면 5000명, 카카오만 놓고 보면 약 3000명의 직원이 있는데 수십 명, 수백 명 일하던 시절에 맞는 HR 운영방식과 원칙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며 “HR은 원래 직원이 3000명 있을 때 이미 1만 명 이상이 들어왔을 때를 상정해 선제적으로 HR전략을 짜야 한다. 그래야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직문화’와 원칙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 요인 분석과 시사점

위계질서와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 관행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창의적 조직문화 조성을 통해 불확실한 환경과 급변하는 시장에서 변화와 혁신을 꾀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매니저, 프로, 님 같은 수평적 호칭의 도입, 유연/자율근무제 확산, 직급과 업무 보고라인의 단순화, 업무환경 개선과 공간 변화를 통한 업무효율성 향상 및 소통 강화 등이 그 예다. 이러한 노력과 시도와 비교해서 카카오의 조직문화 사례는 직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특별하거나 남다르게 차별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CEO-부문장-파트장-셀장으로 이뤄지는 조직체계를 이미 도입한 기업도 많고, 수평적 호칭 도입이나 T500 같은 전 구성원이 회사 방향을 공유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장을 갖는 것도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제도의 적용 여부나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만 논해서는 카카오의 차별적인 조직문화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실행을 통한 조직문화에 있어서의 ‘Knowing-Doing Gap’을 최소화했다는 데서 그 답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조직문화 인식의 간극은 경영진과 구성원 간, 그리고 구성원들 간에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향점과 실제 실행 간에, 구성원 간의 상대적 인지가 얼마만큼 수렴하는지가 결국은 핵심이다. 전현직 직원들의 입사추천율이 90%에 이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카카오의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일관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어느덧 매출 2조 원(2017년 기준)에 육박하고 약 3000명의 구성원 규모로 성장한 카카오가 여전히 초기 스타트업과 같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리콘밸리 벤치마킹이나 이벤트성 조직문화 활동만으로는 효과적인 문화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카카오 사례를 통해 조직문화 혁신과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 가이드라인이 될 만한 프레임워크를 생각해보자.

1. 업의 본질에 맞는 조직문화 구축

조직문화는 한 조직의 암묵적인 사회질서로서 폭넓고 일관된 방식으로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성공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특정 기업이 속한 업의 특성, 지역, 맥락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며 이를 기반으로 전략과 리더십에 결합시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9

카카오의 일하는 방식은 ‘자기주도성’ ‘공개 공유’ ‘수평 커뮤니케이션’으로 요약된다.10 자기주도적 수평 조직문화의 성공은 일단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업의 특성과 사업 전략의 요구, 창업 초기에 형성된 자연스러운 스타트업 문화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기인했던 측면이 강하다. 적어도 조직문화의 방향성만큼은 산업 특성, 경쟁 환경, 기업 전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Connect Everything, 새로운 연결, 더 나은 세상’이라는 기업 비전처럼 정보와 의사결정 과정을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태계와의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혁신 성공에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이러한 조직문화가 사업 특성, 전략과 잘 어울어져 모바일 메신저와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캐릭터, 게임, 금융/핀테크,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에 원동력이 됐다. 또한 소수의 뛰어난 인재가 기업에 막대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산업 특성상 자기주도적 수평 문화가 때로는 비효율성을 가져오고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를 늦추는 잠재적 단점이 있다 하더라도 실보다 득이 컸기에 이러한 문화들을 발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카카오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지역에 내포돼 있는 문화적 맥락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잘 간파해서 성공한 사례다. ‘호칭’이라는 프레임은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의사소통의 형식과 내용에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다양한 존대어와 평어가 존재하는 우리말에는 위계적 질서와 권력 거리가 내포돼 있다. 이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때로는 상당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기업에서 매니저, 프로, 님 같은 호칭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활용가치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직책명을 통일해도 결국 매니저와 매니저‘님’으로 나뉜다. 또 모두를 그냥 ‘님’으로 호칭해도 어조와 목소리 톤으로 얼마든지 상명하복식의 업무관계와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돌아갈 수 있다. 모호함과 불확실성에 호의적이지 못한 문화 특성상 호칭에 기반해 상대와의 관계 설정에 익숙했던 관행과 습관이 없어지기란 쉽지 않다. 카카오가 ‘님’조차 떼어버리고 영어 이름으로 호칭을 사용하게 된 것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된다. 평균 연령이 34세인 젊은 조직이고 최고경영진까지 스스럼없이 이러한 호칭문화에 기꺼이 동참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중에는 영어 ‘퍼스트 네임’으로 호칭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것만이 카카오만의 강점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어렵다. 또한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현실상 활용하기 어렵고, 구성원의 업무 정형화나 역할 명확도가 높은 조직에서는 단점이 오히려 돋보일 수 있으며, 일반적인 국내 기업에서의 대중적인 수용성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떠한 호칭을 사용하기보다는 특정 호칭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카카오의 경우 자기주도성과 공개 공유) 연관돼 얼마나 건설적인 상호작용 및 강화효과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집중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2. 사회적 맥락에 맞는 문화를 형성

카카오의 조직문화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라는 사회맥락과도 시기적으로 잘 맞는다. 욜로(You Only Live Once·YOLO)나 소확행 같은 신조어가 말해주듯이 젊은 세대의 일과 직장에 대한 의미와 가치, 라이프 스타일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승진이나 더 높은 보상을 위해 과도한 업무나 힘든 수직적 인간관계를 감내했던 산업화 세대와는 다르게 심리적 성취감에 더 무게를 두고 일을 통한 즐거움 또는 ‘워라밸’을 추구하고자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경제 초양극화도 이러한 가치관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경제활동 기간 계속 저축해도 본인의 힘만으로는 마련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주택가격에 좌절한 젊은 세대의 경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기보다는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 가족과의 시간 등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 또한 여전히 대기업 선호가 강하기는 하나 좀 더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업무의 전체 프로세스를 조망해 본인의 의사결정이 시장에서 어떻게 역동적으로 실행되고 결과물로 연결되는지에 가치를 두는 젊은 세대도 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해진 가치관의 변화가 조직 내 구성원들이 기업이나 관리자에게 기대하는 여러 심리적 계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구성원들이 주를 이루는 조직인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러한 일의 의미와 가치의 변화가 업의 특성이나 사업모델, 그리고 고용여건이 잘 부합돼 인재 확보, 유지뿐 아니라 조직문화에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 같은 조직문화가 이를 선호하는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고 이들이 또한 그러한 문화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기 유리한 환경이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카카오처럼 우호적으로만 작용할 수 없는 기업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우리 조직이 처한 현실과 제약하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이들의 니즈, 요구와 조직 경쟁력 강화 사이에서의 균형점을 찾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3. 단순하고 명확한 그라운드 룰: 공유와 신충헌

너무 많은 것을 강조하다 보면 어느 하나도 강조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의 공유와 신충헌이라는 공유된 핵심 전제와 조직규범은 단순하면서도 조직문화의 지향점을 구성원들에게 명쾌하게 보여준다. 사업혁신과 조직민첩성은 조직 전체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어떠한 유형의 조직문화든 구성원 간에 공유된 신뢰와 믿음만큼 중요한 건 없다.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며 자신의 관점과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는 공유된 신뢰와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바람직하지만 불가피하게 비효율도 발생하기에 이를 비용이라 여기지 않는 공유된 가치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조직과 다른 구성원들이 신뢰를 보여주면 문제가 있는 직원이라도 자기 수정(self-righting)을 통해 주도와 몰입을 보여줄 경향이 높아질 것이다. 최고경영진과 상사에 대한 신뢰가 가치창출 활동에 대한 몰입을 증가시키고, 이는 다시 구성원 간 조직시민행동을 확대시키고11 궁극적으로 재무적 지표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12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도 중요하다. 많은 조직에서 갈등은 비효율을 초래하거나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추는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카카오에서는 주요 안건마다 다양한 의견 간의 건설적 충돌을 장려하고,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헌신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같이 조직장 역할의 선명도가 낮으며 사업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에서는 특히나 토론할 때와 결정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 발달 단계에 따르면 Forming(팀 목표에 동의하고 일의 범위에 초점을 맞추는 시작하는 단계) → Storming(사안에 대한 다양한 관점, 의견이나 구성원 간 성격 등의 차이로 인해 충돌을 빚는 단계) → Nornig(공통된 목표에 필요한 규범을 만들어가는 단계) → Performing(실행 단계)으로 나뉠 수 있다.13 특히 스토밍 단계가 고성과 창출 팀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다른 관점과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긴장과 갈등에 대한 관용과 인내가 없다면 팀은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 갈등(task conflict)이 자칫 관계 갈등(relation conflict)에 전이되는 경우도 많기에 이에 유의해야 한다.14 따라서 카카오 미니 개발 과정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더 나은 사업 아이디어를 위해 다양한 의견 창출로 업무상에 서로 갈등하지만 방향이 한번 정해지면 목표에 헌신할 수 있는 ‘신충헌’ 문화는 고성과 창출에 가장 중요한 스토밍 단계를 좀 더 건설적으로, 그리고 노밍단계를 휠씬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4. 직원 경험 중시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15 이란 구성원들이 회사, 그리고 회사에서의 본인들의 역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말한다. 마케팅에서 경쟁사보다 우수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참여시키고 기존 우수 고객을 유지하려는 일련의 활동과 같은 개념을 인사 분야에 적용한 것이다. 의미 있는 업무, 경영진의 지원, 긍정적 업무 환경, 성장 기회,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긍정적인 구성원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5가지 요인이다.16 구성원의 생산성 향상과 혁신에 필요한 몰입과 참여는 개인의 경험과 특성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에 이를 위해 직원 중심으로 사고하고 이들 입장에서 효과적인 일하는 방식, 업무 환경, 성과 관리 프로세스 등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개선해야 긍정적 경험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접근과 방안이 필요하다.

카카오 같은 기업에서는 우수 개발자 확보와 유지가 중요하다. 개발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산업 및 비즈니스 성격인데다 요구 수준에 걸맞은 인력 공급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조직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물에 있어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높은 개발자들에게 우수한 기술 활용 여건,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 등 여러 긍정적 경험들을 다양한 경로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전현직 직원들이 얘기하는 카카오에서 일하며 느끼는 큰 두 가지 장점들, 즉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와 ‘높은 성장 가능성’은 긍정적 직원 경험의 핵심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조직구조, 업무체계 및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성과 관리, 육성 기회 등을 다양한 경로들을 통해 형성되며 이렇게 형성된 경험은 조직문화를 강화하고 조직 전체에 다시 내재화되는 선순환을 가져온다. 특히 링크트인, 글라스도어, 우리나라의 경우 블라인드 등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다른 많은 기업에서의 직업 경험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기에 긍정적 직원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은 힘들여 고용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5. 확고한 경영진의 의지와 확실한 역할

조직문화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과 실천적 모색이 없다면 위에 언급된 모든 내용이 다 물거품이 된다. 조직문화는 인사부서에 담당하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노사 관계를 담당하는 부서의 부드러운 표현 정도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벗어나 경영진이 조직문화의 최전선에서 기업가치나 목표를 위해 방향을 제시하며 솔선수범해 문화를 형성하고 인사부서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투명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세상에서 직원들은 리더의 여러 모습과 작은 행동들에서 변화의 절박함과 진정성을 인지할 수 있다. 또한 ICT 발달로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이 용이해져 지시, 전달하는 중간관리자의 중요성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핵심적인 소수 리더가 모든 것을 관리하기 힘들기에 리더의 올바른 방향 제시는 구성원의 계획과 실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와 관련한 경영진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모순된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조정자다. 카카오의 조직문화에도 여러 문제와 부작용들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수평조직에서 비롯되는 단점인 느린 의사결정과 책임 소재 불분명, 권한과 책임의 불명확 등이다.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제도나 시스템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규제가 생기다 보면 관행으로 고착화되고 스스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경우도 이러한 문제점에 봉착해 임지훈 대표 재직 동안 의사결정에 있어 임원의 책임을 강화해 유연함과 자율성, 일사불란함 사이의 균형점을 찾았다.

조직문화가 기업의 차별적 경쟁우위 요소로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에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로의 변화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관행은 뿌리 깊고 경로의존성이 높기에 급격한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창의경제의 핵심인 자기주도성, 창의성, 열정 같은 개인적 역량은 규제와 통제보다는 신뢰에 기반한 자율적 판단과 실행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역동적인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이행이 시급하다. 카카오 케이스가 현시점에 우리 기업에 가장 적합한 혹은 필요한 조직문화 변화의 방향과 청사진을 그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하영(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경영학부 4학년) 씨와 김경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kimk@korea.ac.kr
김광현 교수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인사/노사 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텍사스 A&M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매년 ‘우수 연구상’을 받으며 주로 글로벌 인사와 조직관리, 인재 확보와 리더십 개발, 기업문화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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