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양보의 미덕이 삶을 사는 지혜

218호 (2017년 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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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영 서진영
Article at a Glance

사회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업무보다는 인간관계다. 특히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옛 고전에서는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이라고 해 ‘군자는 문사(文士)의 붓끝, 무사(武士)의 칼끝, 변사(辯士)의 혀끝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의 예리한 비난에 맞서기보다는 양보와 인내를 발휘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남의 잘못을 들춰내어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으며 공을 상관에게 돌려 붓끝을 피하는 지혜야말로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하지만 업무를 하다보면 내·외부의 소인배와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경솔히 행동해 소인배들에게 책잡힐 일을 하지 않고 그들에게 미움을 사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소인들에게 미움을 사는 순간, 아름답고 행복해야 할 우리 인생은 엉망진창이 돼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소인배를 대할 때 최상의 방법은 그들을 피하거나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끝까지 참으며 그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이치를 명확히 알려주는 말이 바로 ‘보이는 창은 쉽게 피할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막아내기가 어렵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날아오는 화살촉을 피할 수 있을까? 고전에서는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이라고 했다. 한영의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이 말은 ‘군자는 문사(文士)의 붓끝, 무사(武士)의 칼끝, 변사(辯士)의 혀끝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말하는가?

중국의 스샤오엔은 <내 편이 아니라도 적을 만들지 마라 :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에서 세 가지 끝을 피하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각각을 보며 지혜를 배워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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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변사(辯士)의 혀끝을 피하는 사례는 미국의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의 이야기다. 매킨리는 경제정책을 수립하면서 실업문제 대책을 논의하던 중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어느 날 언변이 뛰어난 한 상원의원이 대놓고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변사의 혀끝에 공격을 당한 매킨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모든 인내력을 총동원해 간신히 참아 넘겼다. 그리고 상원의원이 말을 마치자 매킨리는 부드러운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의원님, 노기를 가라앉히시지요. 사실 정확히 따지자면 의원님이 저를 질책할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의원님의 뜻을 이해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의원님이 내 뜻을 이해하도록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예봉(銳鋒), 예리한 혀끝에 맞서지 않고 돌려 피한 매킨리의 태도는 상대방을 매우 부끄럽게 만들었고 모든 감정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현대사회에서 최고의 위치지만 옛날의 왕과는 사뭇 다른 점이 반드시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복시켜야만 아랫사람들을 따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만약 매킨리가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지 않고 자신의 직위와 권위를 바탕으로 기세등등하게 상대를 공격했다면 상대는 절대 진심으로 그를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쌍방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 이치에 따라 논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양보와 인내를 발휘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다.

옛사람들은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일을 망친다’라고 했다. 이를 반대로 보면 보통사람들은 참을 수 없는 일을 참아내는 사람만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내는 뒤로 움츠러드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다. 인내는 지혜롭고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인내하는 중에 상황이 반전돼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사의 혀끝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무사(武士)의 칼끝을 피하는 사례는 놀랍게도 링컨에게서 찾을 수 있다. 링컨은 젊은 시절, 시비를 가려 잘잘못을 따지고 비평하기를 즐겼다. 그는 종종 편지나 시의 형식으로 다른 사람의 잘못을 풍자하곤 했다. 또 링컨은 누군가를 비난하는 글을 써서 일부러 그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에 떨어뜨려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 습관은 그가 견습 변호사로 일하던 스프링필드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1842년 가을, 링컨은 당시 스프링필드에서 거만하기로 유명한 정치인 제임스 시어스를 비난하는 글을 익명의 편지 형식으로 신문에 실어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시어스는 크게 분노했고 수소문 끝에 이 글을 쓴 사람이 링컨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어스는 곧바로 말을 타고 링컨을 찾아가 당시 관습대로 결투를 신청했다. 링컨은 결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결투를 받아들여야 했다.



결투 방식은 기마검술이었다. 링컨은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출신의 지인에게 검술을 배우며 결투를 준비했다. 다행히 결투가 벌어지기 바로 전 제삼자에 의해 결투가 저지되긴 했지만 만약 결투가 중지되지 않았다면 둘 중 한 사람은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링컨은 큰 교훈을 얻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얼마나 무섭게 변할 수 있는지 확실히 깨달은 것이다. 이후로 링컨은 두 번 다시 남의 잘못을 들춰내어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았다. 무사의 칼끝이 얼마나 두려운지를 몸소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후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어느 해, 링컨이 새로 임명한 총사령관이 연일 참패를 거듭하자 국민의 절반 이상이 그를 능력 없는 장군이라고 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링컨은 그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내가 남을 비난하지 않으면 남도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링컨의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남부 사람들을 비난할 때도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을 비난하지 마세요. 만약 그들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우리도 그들처럼 행동했을 것입니다.”

링컨은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존심을 지켜주려 노력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이런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이 스스로 다른 사람을 향하는 칼끝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마지막은 문사(文士)의 붓끝을 피하는 사례다. 문사는 사실 임명권과 인사 결정권을 상징하는 붓을 가진 상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번 사례에서 그 상관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을 이끌었던 스탈린이다.

당시 스탈린은 심각한 유아독존에 빠져 다른 사람의 의견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스탈린은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주코프 장군이었다. 모스크바까지 진격해온 독일군을 저지하기 위해 열린 최고사령부 회의에서 총사령관 주코프는 키예프 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예프 성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독일군의 포위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주코프는 이 점을 예리하게 파악해 정확한 전략을 제시했으나 스탈린은 이를 무시했다. 스탈린은 주코프의 주장을 쓰레기라고 비난하며 그를 최고사령부에서 쫓아냈다. 얼마 후 키예프 성을 지키던 소련군 정예부대는 독일군의 포위를 견뎌내지 못하고 전멸하고 말았다. 스탈린은 주코프의 생각이 옳았음을 시인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그런데 주코프의 뒤를 이어 총사령관을 맡은 바실리예프스키는 주코프와는 달랐다. 그는 스탈린이 자신의 정확한 군사전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했고 덕분에 소련군은 맹위를 떨칠 수 있었다.

스탈린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바실리예프스키와 사적으로 만나 편안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바실리예프스키는 바로 이 기회를 이용해 아주 자연스럽게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처럼 군사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절대 심각하거나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고 농담하듯 두서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늘어놓기만 했다.

그러면 스탈린은 바실리예프스키가 돌아간 후 그가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정리해 절묘한 전략을 완성했다. 곧바로 전략회의를 열어 이 계획을 발표했고, 사람들은 모두 그것이 스탈린의 생각인 줄만 알고 그의 원대한 안목에 감탄해 마지않았다. 기분이 좋아진 스탈린이 무의식적으로 바실리예프스키를 쳐다보니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치 처음 듣는 얘기인 듯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이 훌륭한 전략이 바실리예프스키의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고 심지어 스탈린조차도 그것이 자신의 지혜라고 생각했다.



군사전략회의가 열리면 바실리예프스키도 물론 최고사령관으로서 의견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어이없고 황당무계한 말들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그는 먼저 대략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첫 번째 방법을 말할 때는 일부러 말주변이 없는 사람처럼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거나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게 했다.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라 멀리 앉은 사람들에게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이것은 항상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스탈린에게만 들리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 번째, 세 번째 방법을 이야기할 때는 아주 당당하고 또렷하게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힘주어 말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엉터리인지 모두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바실리예프스키가 발표를 시작하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 터무니없는 발언을 들으며 스탈린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의견 발표가 모두 끝나면 마지막으로 스탈린이 가부를 결정한다. 스탈린은 먼저 바실리예프스키가 말한 두 번째와 세 번째 의견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곧이어 자신의 계획을 조목조목 명확히 제시했다. 물론 스탈린은 바실리예프스키처럼 우물쭈물하거나 모호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스탈린이 말하고 있는 계획은 방금 전 바실리예프스키가 말한 것을 정리한 것에 불과했다. 바실리예프스키만이 그것이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알 뿐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이 스탈린의 생각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바실리예프스키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스탈린의 머릿속에 스며들어 ‘스탈린화’됐고 곧바로 실행됐다.

그러나 군사전략회의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모두 바실리예프스키에게 제정신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스탈린에게 욕을 먹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러는 걸 보면 분명 ‘마조히즘 환자’일 것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그래도 바실리예프스키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그런 그가 딱 한 번 사람들의 비난을 참지 못하고 되받아친 적이 있었다.

“만약 내가 당신처럼 똑 부러지게 말하고 스탈린 앞에서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려 했다면 내 생각 역시 당신 것처럼 똥통에 처박혔을 것이오. 나는 내 계획이 하루빨리 실행돼 전쟁터에 나가 있는 병사들이 조금이라도 피를 덜 흘리고 우리 소련군이 승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오. 이것이 스탈린 앞에서 칭찬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오.”

바실리예프스키는 문사, 즉 상관의 붓끝을 피하며 병사들을 살리는 덕장의 역할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문사(文士)의 붓끝, 무사(武士)의 칼끝, 변사(辯士)의 혀끝을 피해야 한다는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을 위해 적을 만들지 않는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겸손과 양보의 미덕이 삶의 지혜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꽃은 반 정도 피었을 때, 술은 반쯤 취했을 때가 가장 좋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시에는 ‘평지 위에 머물지 마라.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가지도 마라. 반쯤 올라 바라보는 세상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구절이 있다.

꽃이 만개해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 바로 사람들에게 꺾이거나 시들기 시작한다. 평지에 뒤처지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멀리 혹은 너무 높이 오르려 욕심 부리는 것도 세상의 화살을 받게 된다.


자신의 능력과 맞는 적당한 높이에서 인생을 관망하는 삶이 군자의 삶이요,
문사(文士)의 붓끝, 무사(武士)의 칼끝,
변사(辯士)의 혀끝을 피해야 한다는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의 지혜임을 다시 한번 느껴야 할 때가 아닐까.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35호 Smart SCM 2017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