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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경영은 정치다 '3D원칙'으로 좋은 사내정치 구현하라

김광현 | 146호 (2014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예슬(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당신은 너무 정치적이야.”

 

이 말을 듣고 발끈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 한국 기업 내에서정치적이라는 말은협잡과 줄서기’ ‘아첨과 비방을 무기로조직 내 권력만을 좇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는 얘기다. 사실정치’ ‘권력투쟁이라는 단어가 주로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건 비단 한국에서만은 아니다. 노골적으로권력투쟁과 행사의 방법을 다룬 최초의 서적 <군주론>을 쓴 니콜로 마키아벨리는악의 교사로 취급받기도 했다. 국가 간 권력 투쟁의 본질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다룬 최초의 국제정치학 교과서 국가 간의 정치)>의 저자 한스 J. 모겐소 역시국제정치학의 마키아벨리라는 말을 들으며 큰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 비즈니스의총본산격인 미국에서조차권력관계를 제대로 연구한 저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분야의 독보적인 학자인 제프리 페퍼 교수는 그의 저서 <권력의 기술> 서문에서 “권력에 대한 삐딱한 시선부터 거두라고 일갈한다. 결국 사내 권력투쟁과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내정치는 절대 피할 수 없고, 피하는 게 올바른 일도 아니라는 얘기다.

 

1. 경영과 정치

 

이미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조직체이자 인간 공동체 중 하나인 기업에서도 그 어디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행위가 일어난다. 기업의 톱매니지먼트 그룹은인사권예산배분권을 독점적으로 쥐고 기업 내 희소한 자원과 가치를 합법적이고 권위적으로 배분한다. (미니박스 1 참조) 당연히 이러한 권한과 권위를 둘러싼 싸움은 주주총회나 이사회와 같은 공식적인 영역은 물론 임직원들 간의 보이지 않는 암투 등 비공식적 영역에서도 상존하고 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경영학자들은 오직리더십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사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벌어지는 권력투쟁 상황을 장악하고 폐해를 막으며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조언은 대부분 플라톤식철인통치의 지도자나 왕조시대성군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나가기도 한다. 철인통치가 불가능한 건철인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고, 왕조 체제가 역사적 수명을 다한 건성군의 등장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 CEO는 차라리철저한 현실 정치가가 되는 게 낫다. 아니 그래야 한다.

 

경영은 정치다. 본래 올바른 정치란 명분을 유지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은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명분에 따른 자원의 권위적 배분을 하는 일련의 행위 전체가 정치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과 고객에게 인정받은 기업 가치, ‘업의 가치를 명분으로 추구하면서지속성장(주주가치 상승)’직원복리(고용 등)’를 이뤄내야 한다. 기업에서는 심지어 독재마저도 허용되기 때문에 CEO는 더더욱여우의 지혜사자의 용기1 를 활용해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기업 경영 전반에 도움 되는 사내정치가 정착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미니박스 2 참조)

 

 

 

Mini box 2: CEO 반드시 알아야 권력의 속성

 

사내정치는 권력(Power) 갖기 위한 싸움이다. 정치의 본질인권력 투쟁 정치라는 가치중립적 단어를부정적인 으로 여기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처세사내정치 동의어가 됐다. 다들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지만 사실은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어두운 부분 버렸다는 얘기다. ‘조직의 이익과 무관한 처세론 바람직하지 않은 사실이지만더럽다 피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다.

 

린다 A. 힐과 켄트 라인백은 <보스의 탄생>에서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공정하고 사리에 맞는 판단을 밀어붙이고 싶다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적했다. 이어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권력을 가지라는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편의대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자할 옳은 방향을 고수하기 위해 힘을 가져야 한다 강조했다.

 

영국 역사학자 액튼 경의 말을 인용해권력은 부패하지만무권력또한 부패한다 덧붙였다.

 

다시 말해, ‘숭고하고 올바른 가치 추구하 위해서라도권력 투쟁 과정에는 반드시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내정치란 단순히처세 아니라업무의 중요한 부분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가장 뛰어난 정치가가 돼야 하는 CEO 물론 임직원들 역시권력의 유형과 속성 대해 이해해 필요가 있다.

 

1.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이고 도대체 어떻게 획득해야 하는 것일까? 권력이 무엇인지를 놓고 아주 다양한 학자들의 개념정의가 이뤄져 왔지만 비즈니스 일반적인 인간 공동체 다수에 적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논의는 프렌치와 레이븐의사회적 권력의 기반이라는 논문에 나온 설명이다.(J.R.P. French & B. Raven. (1959) The Base of Social Power. in Studies in Social Power)

학자에 따르면, 남들이 나에게 의존 나의 영향력은 비로소 발휘된다. 그리고 영향력이 성공적으로 발휘될 있는 능력을권력이라고 한다. 권력의 유형은 원천에 따라 5가지로 나뉜다. 공식적인 권력인강제적(Coercive) △합법적(legitimate power) △보상적(reward power) 3가지와 개인적 권력인전문적(expert power) △준거적(referent power) 2가지다. 공식적인 권력은 영향력의 에서 아래로만 미치는 반면(top-down), 비공식적 권력(전문적 또는 개인적) 영향력이 방향이 아래에서 위로도, 그리고 동료들에게도 미칠 있다. 5가지 권력의 유형과 속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제적 권력(Coercive Power): 법규, 공권력 제도적 장치에 의한 강제적 규범에서 비롯되는 권력이다. 감봉, 정직, 해고 부정적인 보상으로 이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 유용한 권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효과적인 권력수단이 되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몰입이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합법적 권력(Legitimate Power): 조직이나 집단의 공식적 지위나 권한에 따른 권력이다. 약속된 법과 제도에 의해서 가지게 되는 권력으로 회사에서의 지위 권한 등이 이에 속한다. 예를 들어, 상사의 지시사항, 규정, 법규, 제도, 전통적 관습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조직의 상부에 위치할수록 이러한 합법적 권한은 커진다. 과장이나 부장 등의 일선 중간관리자보다 임원이나 CEO 합법적 권력이 크다는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보상적 권력(Reward Power): 보상을 부여함으로써 동조를 이끌어 내거나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힘이다. 권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보상을 원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 세팅에서는 경제적 보상으로는 임금 인상, 보너스, 성과급 등이 정신적 보상으로는 승진, 인정과 칭찬, 특정 인기 직무로의 이동 등이 있을 있다.

 

전문적 권력(Expert Power): 특정영역의 경험과 지식, 정보 등을 보유하고 있는 데에서 나오는 힘이다. 권력의 경우 부하라도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로 상사에게 영향을 미칠 있다.

 

준거적 권력(Referent Power): 개인이 지닌 매력이나 용모, 특성 또는 카리스마에서 나오는 힘으로 대상자의 감정을 자극해 권력에 복종하거나 호감을 갖고 따르게 하는 무형의 권력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언의 매력과 설득력이 합법적인 권한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일 수도 있다. 유명인이 선전하는 특정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도 준거적 권력이 발휘되는 상황이다.

 

2. 권력행사, 반응, 의존성

 

권력행사에 대한 상대의 반응 유형과 관련해 살펴보면 보상적, 강제적 수단은 상대의 복종을 이끌어내고 준거적 수단은 동일화를, 합법적, 전문적 수단은 내면화를 이끌어 낸다.

 

복종(compliance 또는 순응)이란, 받을 보상은 확대하고 받을 처벌은 최대한 줄이고자 그저 지시에 따르는 상황이다. 동일화(identification) 권력자를 평소 존경하거나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형태다. 내면화(internalization) 권력자의 생각과 주장에 감동하여 마음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따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권력의 효과성은 상대방의 의존성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달라질 있다. 이러한 의존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 때문에 타자가 자신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권력을 만드는 경우인데 국제정치에서의 북한이 갖는 정치력도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에 기대 발현된다. 기업 내에서는 특정 부서가 불확실성과 가장 관련이 높은 부서가 파워를 갖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번째는희소성이다. 자신이 가진 자원의 희소성을 극대화하고 주변사람들이 자신에게만 의존하게 만들면 권력은 커질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정보의 독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자원의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권력을 가질 있다.

 

번째는중요성이다. 권력은 조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원을 통제하거나 성과를 만들어낼 있다. 같은 제조업이라도 첨단기술과 혁신이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서는 R&D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는 반면 공정 개선과 제조 품질이 중요한 기업에서는 생산기술(제조) 중요성이 커질 있다. 또한 희소하고 대체가능성이 없는 자원이 물론 중요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자기가 가진 자원을 조정해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 (적어도 그렇게 하는 것도) 권력을 획득할 있는 기회가 된다.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GE는 특유의 포트폴리오 사업전략 등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다른 강점도 지니고 있다. ‘좋은 정치시스템을 내부적으로 구축한 것도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흔히리더십 파이프 라인으로 표현되는 GE의 건전한 리더십 경쟁구조는 잭 웰치에 이어 제프리 이멜트라는 리더를 만들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친환경 사업으로의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전환(Ecomagination) 전략가치와 명분을 내걸고 벌이는 경쟁은 GE라는 거대한 기업이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사내정치라고 하면줄서기부터 떠올리는 한국의 많은 기업과 경영진이 반드시 배워야 할좋은 정치 GE가 가장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GE 같은 기업이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내정치가 가능하다면 기업 내부에서의 정치란 통제하거나 억제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CEO가 나서서 활성화해야 하는기업경영 방식의 한 부분으로 포함돼야 한다. 훌륭한 리더십과 팔로어십으로서 정치가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정치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은 사실 의욕이 부족한 사람일 수도 있다. 한 기업의 리더나 임원이 돼가치와 자원의 배분 권한을 쥐고 싶다는 욕망 자체는 일종의 권력욕이기 때문이다.

 

2.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

 

앞서 밝혔듯 정치는 그 자체로 나쁜 것도 아니고 인간들이 모인 공동체나 조직 내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인정한다면 기업의 성장과 경영 전반, 리더십 구축과 조직관리 전체에 도움이 되는좋은 정치(Good Politics)’를 시스템화하고 구현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부상한다. 회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나쁜 정치(Bad Politics)’, ‘줄서기’, 사조직 형성과 상대편흠집 내기등 많은 사람이사내정치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실상나쁜 정치에 불과하다. 기업의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나쁜 정치의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자.

 

2년 전 국내 굴지의 A기업에서는 후계자 물망에 올랐던 한 명이 거듭된 실수로 경영에서 배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그 한 명이 후계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래의 오너이자 CEO가 될 수 있었던 그를 향해 줄을 서 있던 수많은 사내 인사도 한꺼번에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들 중에는 회사 안에 만연한사내정치에 어쩔 수 없이 휩쓸린 유능한 인재도 포함돼 있었다. 전형적인나쁜 사내정치가 빚어낸 엄청난 손실이었다.

 

수년 전 국내 모 대형 전자회사는 뛰어난 엔지니어 몇 명을 해외에서 영입했다. 문제는 그들의 직위와 권한을 둘러싸고 전형적인 나쁜 사내정치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적응하지 못한 우수한 인재는 대거 해당 회사를 이탈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에 만연한 나쁜 정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나쁜 정치를 없애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좋은 정치를 구현하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경영자가 내부정치를 양성화, 활성화하고 리더 스스로 탁월한 정치가가 돼야 한다.

 

 

다음은 리더가 앞장서서 좋은 정치를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좋은 사내정치를 구현했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그는 전형적인나쁜 사내정치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가치와 명분에 있어서는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삼성의 막강한 조직비서실과도 맞설 일이 있으면 맞섰다. 비서실장과 대립하다가도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앙금을 풀었다. 나쁜 정치를 통해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현업에서의 막강한 실력과 경영능력으로만 올라선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같은 인물이 고위직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던 삼성전자 내 시스템 역시 리더가좋은 사내정치를 행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좋은 사내정치를 만들어내는 인사들을 건전한 경쟁구조를 통해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 권력 투쟁을 건전한 리더십 경쟁구조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본격적으로좋은 사내정치 만들기에 대해서 논의하기 전에나쁜 사내정치는 언제, 왜 나타나는지부터 알아보자. 보통 나쁜 정치는조직구조가 슬림하지 못하고 위계가 지나치게 서열화됐을 때성과가 명확하게 측정되지 못할 때회사 미래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심리적으로나 기업 문화적으로 상사에 대한 감정적 안도감이 낮을 때 주로 발생한다.

 

우선, ‘조직구조가 슬림하지 못하고 위계가 지나치게 서열화됐을 때부터 살펴보자. 조직이 관료화되고 계층화가 심화될수록 합법적 권력의 효과성이 강해진다. , 특정 직위/직책에 올라가야만 회사에서 파워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위계구조의 하부에 위치한 구성원들의 권한이나 역할이 상당히 작아진다. 심리적으로도 지나친 위계는 사람으로 하여금 권력투쟁에 대한 욕구를 오히려 더욱 자극시킬 수 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탈권위, 권한 위임, 주도적 업무수행 등을 위해 SK텔레콤을 비롯한 상당수 한국 기업들이 이미 임원-팀장-팀원으로 조직을 슬림화했는데 이런 변화를 추진한 효과로 인해나쁜 사내정치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두 번째, ‘성과가 명확하게 측정되지 못할 때란 맡은 업무나 직책에 따라 성과의 정의 및 측정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거나 우연적인 또는 외부적인 요인이 성과에 미치는 효과가 클 때를 말한다. 사실 상위 리더로 올라갈수록 계량화되기 어려운 성과들이 중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량화가 쉬운 성과나 공헌들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또는 특정 직무들의 경우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는 데 근본적으로 어려움이 생긴다. 영업과 같은 직무는 비교적 계량화가 쉽지만 인사 등의 직무는 계량화가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방치할 경우 오직권력획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나쁜 사내정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빅터 브룸(Victor Vroom)의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에 따르면, 개인은 유의성(Valence)과 수단성(Instrumentality), 기대성(Expectancy)의 만족 정도에 따라 동기가 유발된다.

 

① 열심히 일하면 높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도 (기대성)

 

② 직무수행의 결과로서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믿는 정도 (수단성)

 

③ 직무 결과로서 얻어지는 보상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가치 (유의성)

 

이 세 가지 링크가 강할수록 개인의 동기유발이 커진다. 그러므로 성과가 명확하게 측정되지 못하면 첫 링크인 기대성이 굉장히 낮아지므로 개인들의 업무동기가 줄어들게 된다. 그 대신 다른 사내정치(나쁜 정치) 등을 통해 좋은 성과나 보상을 획득하려고 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 번째, ‘회사 미래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도 알아보자. 회사 미래가 어두울 때, 예를 들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서는전직이나 혹시라도 모를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고 매우 건전하지 못한 사내정치가 벌어질 확률이 높다. 산업이나 사업 특성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빠른 환경변화는 피할 수 없다. 명확한 방향제시가 없거나 예상되는 결과가 명확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쁜 사내정치가 발생하는 마지막 경우, ‘심리적으로나 기업 문화적으로 상사에 대한 감정적 안도감이 낮을 때역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뢰할 수 없는 상사, 일관적이지 못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상사를 뒀을 때, 개인은 심리적으로 이를 대비하고자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사내정치를 하도록 내몰리게 된다.

 

이 같은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나쁜 정치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좋은 사내정치를 촉진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게 바로 CEO의 몫이다.

 

3. ‘좋은 사내정치를 만들기 위한 CEO의 권력행사 방안: 3D 원칙을 중심으로

 

우리는 흔히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힘든 일(Demanding or Difficult)을 하는 직업을 가리켜 3D 직업 혹은 직종이라고 한다. CEO 역시 분명한 3D 직업이다. 규제기관이나의 위치에 있는 상대 앞에서는 굴욕적인 상황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하고 주식 가치나 직원 불만 등을 두루두루 고려하면서 어려운 결정도 내려야 한다. 특히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오너나 이사회가 언제든 해임할 수 있는월급쟁이 CEO’는 물론, 한 번의 판단 실수로오래된 가업까지 망칠 수 있는 오너 CEO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기업의좋은 사내정치를 위해서는 직접 나서서 뛰어난 정치가의 모습을 보여야 하니 이 또한 큰 부담이다. 이 같은 CEO 3D적 측면은 또 다른 3D, CEO 업무의 원칙 세 가지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CEO직의 본질이자 원칙인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이 추구해야 할 분명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Direction). 둘째,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종합 분석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Decision). 셋째, 책임과 권한을 적절히 위임하는 것(Delegation)이다. 이 같은 CEO 3D를 중심으로 ‘CEO의 정치학’ ‘CEO 통치론을 구성해볼 수 있다.

 

1) Direction: 핵심가치 정립과 공유

 

본래 정치란 특정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무기가핵심가치. 모든 기업의 본원적인 존재 이유가회사의 지속성장과 주주·직원의 이익 추구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에 더해 기업 고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일 수 있는 핵심가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핵심가치는 구성원의 사고(의사결정, 판단 등을 포함하는)와 행동을 규율하는 매우 중요한 경영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설명하면 CEO가 창업 초기 혹은 기업혁신 과정에서 명백한 기업의 가치와 명분을 만든 다음 회사 임직원들이 공유하게 하면 기업 내 정치가 자연스럽게 발전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는 말이다. , 정치에서 명분이 때론 전부인 것처럼 기업에서도 그 기업에 꼭 필요한 혹은 지향하는 핵심가치를 추구하는 문화와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이를 두고 벌이는 리더십 그룹 간 경쟁은 회사에 발전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GE CEO 제프리 이멜트가 취임 이후에코매지네이션전략을 추진하면서 만들어낸 경쟁 구조는 이 같은핵심가치 공유를 통한방향설정(Direction)’의 모범 사례다. 유기적 성장을 강조했던 이멜트는 2003 9월 각 산업부의 간부를 회의실로 소집하고 IB(Imagination Breakthrough)라는 세션을 가졌다. 프로젝트 하나당 3년 이내에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제안서를 각 산업당 5개씩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새로운가치와 명분을 공유하고 이를 경쟁시킴으로써 긴장감을 불어넣고 발전적인 권력투쟁이 퍼지도록 만들었다.2

 

전임자인 잭 웰치도아무리 성과가 우수하더라도 GE의 핵심가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GE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승진이나 임원들의 평가에 핵심가치 실천 여부를 중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핵심가치에 맞는 리더 육성이 잘됐고 조직 내에는권력을 둘러싼 암투가 아니라리더로 인정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GE 출신 리더들이 다른 회사의 임원으로 영입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핵심가치를 필요로 하는 모든 기업에서는 이들이 그 핵심가치를 잘 실행할 수 있는 적임자였기 때문이다.

 

GE뿐 아니라 리더를 키워내는 ‘Leader Feeder’ 기업의 대표적인 예로는 Johnson & Johnson, 골드만삭스, 디즈니, 허만밀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J&J의 신조(credo)는 아래와 같다. 이러한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놓고 경쟁하게 만든다. 올바른 방향설정을 통한좋은 사내정치 기반 만들기의 전형이다.

 

 

 

- 우리의 첫째 책임은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자인 의사, 간호사, 환자와 자녀를 가진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믿는다.

 

- 우리의 둘째 책임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우리와 같이 근무하는 모든 남녀 직원에 대한 책임이다.

 

- 우리의 셋째 책임은 우리가 생활하고 근무하고 있는 지역 사회는 물론 세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다.

 

- 우리의 마지막 책임은 회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이다.

 

이처럼 회사의 비전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재무적 성과를 강조하는 기업보다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은 짐 콜린스 등이 이미 1990년대 다양한 저서와 논문을 통해 검증한 바 있다.

 

1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IBM의 핵심가치도모든 고객의 성공을 위한 헌신회사와 세상을 위한 혁신모든 관계에 있어서의 신뢰와 책임이다. 이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인사 프로세스를 설계/운영하고 있다. , 모든 성과측정이 핵심가치와 연계돼 인사 결정에 반영되는 것이다. 또 구성원 교육과 개발에 있어서도 핵심가치와 연계된 역량개발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핵심가치를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내재화하도록 함으로써 성공적인 장수기업으로 여전히 존경받고 있다.

 

이 모두는 창업자부터 이후 CEO들이명분혹은핵심가치를 명확하게 만들어주고 경쟁을 시키는진짜 정치를 제대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례들이다.

 

2) Decision: 건전한 경쟁구조를 만들어 내는 인사 결정

 

핵심가치를 선정하고 공유하는방향설정이 잘 이뤄졌다면 올바른 의사결정 프로세스(Decision)에 집중해야 한다. ‘올바른 의사결정은 일반적인 정치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가 핵심이다. 정치의 정의가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할 때 정치나 기업경영에서나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두 가지는 바로자리예산이다. 즉 인사권과 예산집행권(기업의 경우투자의 의미까지 포함)을 행사할 때 갖는 배타적 권한이권력을 의미하고 이를 실행하는 게 정치라는 말이다. 그렇다면좋은 사내정치를 추동하기 위한 인사 실행과 결정은핵심가치 추구 여부를 질적·양적 지표로 제대로 평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시 말해, 건전한 리더십 경쟁구조를 만들어, 제대로 된 평가로 톱매니지먼트 그룹을 선정해야나쁜 정치를 막고 기업 전체의 이익과 성과를 위한 진짜 경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앞선 GE의 에코매지네이션 추진 과정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러한 건전 경쟁 구조에 대한 구성원들의 몰입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조직공정성은 CEO인사 결정이 예측 가능하고 납득할 수 있을 때 구축된다.

 

조직 구성원들이 지각하는 공정성 인식은 성과뿐 아니라 상사나 조직에 대한 신뢰, 조직시민행동, 그리고 반생산적인 행동들을 포함해 그들의 다양한 태도와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3  공정성 이론에 따르면, 공정성(Justice)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4  분배공정성(Distributive Justice), 절차 공정성(Procedural Justice), 상호작용 공정성(Interactional Justice)이다.5  이 중 조직차원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절차 공정성이다. 조직의 문제 해결과 구성원들의 고충 처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조직 내 분배되는 주요 자원들(예를 들어, 보상, 승진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절차 공정성은 특정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절차가 얼마나 공정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절차 공정성을 위해서는 6가지의 원칙이 필요하다.6  절차에 일관성(consistency)이 있어야 하며, 편견이 없어야 하며(bias-suppression), 윤리성(ethicality), 정확성(accuracy)과 대표성(representativeness), 수정가능성(correctability)이 있어야 한다.

 

절차 공정성이 확보되면 동기부여, 조직에 대한 헌신, 직무에 대한 만족과 열의 등과 같은 구성원들의 정서적, 행동적 반응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내용을 정리하면 공정한 경쟁구조가 조직 내에 뿌리내리고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경쟁의 평가기준과 절차가 확립될 때 나쁜 사내정치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이때 CEO는 모두가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절차적 공정성의 관점에 특히 주의하면서 인사권을 행사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CEO의 인사에 대한 결정이 얼마나 절차적 공정성에 부합하고 일관성 있게 반복되느냐에 따라 실제 기업 내에 좋은 사내정치를 만들어내는건전한 경쟁구조가 확립되느냐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IBM의 경우, 승진, 급여 책정, 인사고과 등 모든 인사프로그램에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동일한 직급에 있는 직원이라 하더라도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오너십’ ‘팀워크’ ‘클라이언트 포커스 10가지 기본역량을 평가해 상위 10%와 하위 10% 간 최고 4배 이상의 보상차이를 둔다. 특히 평가의 절차적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3년 전부터 관리자 1명이 담당하던 최종 평가를 관리자급 전체가 모여 평가하는팀 기반 의사결정으로 바꿨다. 최상위 평가자와 최하위 평가자에 대해서는 관리자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7  이러한절차적 공정성확보를 통한건전한 경쟁구조안착에 그동안의 CEO들의 꾸준한 노력과 결정이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국내 기업 중 현대카드·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이 보여주는인사 및 평가 결정역시절차적 공정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방식이다. 당연히 사장이 맘에 들어서 전격적으로 발탁하는깜짝 인사는 존재하지 않는다.8  2005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열어온경영전략 워크숍에서는 사장, 임원, 부서장, 선임팀장 등 핵심인원이 참석한다. 워크숍에서는 각 부서에 대한 평가를 무기명 설문으로 조사한다. 또 동료평가 시간을 갖고 조사결과를 평가받는 부서장의 눈앞에서 이를 보여준다. 부서장이 아니라 부서에 대한 평가지만 해당 부서장은 자신에 대한 평가와 동일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동료들의 부서평가에 사장이 평가를 덧붙여 S A∼D 등급을 매겨 성과급에 반영한다. 정 사장은 평가를 면밀히 주시하다가 1단계 정도 등급을 조정할 수 있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채 철저하게 절차적 공정성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도록 한다. CEO가 이러한 제도를 만들고, 운영되도록 하고, 스스로 권력을 남용해 절차적 공정성을 깨지 않도록 한다는 얘기다.

 

3) Delegation: ‘적절한 위임이 곧 최고의 경영이자 CEO의 정치

 

기업을 경영하기에 충분한 경험을 쌓았더라도 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고 광범위한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정교하고 잘 개발된 리더십 단계를 거쳤다 하더라도 새로운 문제와 불확실한 환경 앞에서 CEO 혼자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에는 벅차다는 말이다. 단 한 번의 오판으로 기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고,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주주와 이사회의 항의에 따라 자리를 보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개인 차원에서나 조직 차원에서나 큰 위협요소이지만 오판을 하지 않으려고 결정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것 역시 CEO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로 이때가 CEO 스스로 엄청난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가 된다. 여기에서정치력이란 별다른 게 아니다. 최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이를 토대로 정확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적절한 권한위임을 하고 그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판을 막는다는 말이다.

 

CEO는 사업 몇 개를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하나의 거대 조직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야 하기에 모든 업무에 대해 권한을 행사하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챙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단 이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분화되고, 업무가 전문화되면 권한위임은 당연한 일이니 이를 잘하는 게 CEO 정치의 핵심 중 하나라는 것이다. 문제는 CEO로서 효과적인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CEO는 자신 주변에 세 개의 그룹9 을 잘 활용하면 올바른 판단과 적절한 위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Direction Decision의 과정에서는 CEO가 좋은 사내정치를 세팅하는 사람이라면 Delegation(권한 위임) 과정에서는 본인 역시 플레이어가 된다.

 

 

Kitchen Cabinet (키친 캐비닛): 미국에서 일반적인 손님은 응접실(parlor)까지만 들이고 격의 없고 친한 사이인 경우만 Kitchen(부엌)까지 맞아들인다. 여기에 내각이란 의미의 Cabinet을 합쳐 정치적 구어체인 Kitchen Cabinet이 탄생했다. 키친 캐비닛이란 대통령의 식사에 사적으로 초청받아 담소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소수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정치적이나 사적 이해관계로 엮여 있지 않아 격의 없이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대통령은 이들을 통해 시중의 여론을 듣고 때로는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측근들에 둘러싸여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기업 CEO도 키친 캐비닛을 활용할 수 있다. 의사결정 사안이나 그 종류에 따라 그 구성은 달라질 수 있다. 신뢰할 만하고 경험이나 사회적 통찰력이 풍부한 외부 인사와 함께 필요하면 내부 C-레벨 임원도 참석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재무 관련 사안이면 CFO). 이러한 키친 캐비닛을 통해 그룹 싱크(집단 사고의 함정)도 피할 수 있고 주요 의사결정에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사안의 중대성, 전문성, 혹은 시급성 등에 따라 복수의 키친 캐비닛을 활용할 수도 있다.

 

Senior Management Team (최고경영진팀): Senior Management Team은 회사의 주요 기능이나 주요 사업 분야를 대표하는 고위임원들로 이뤄지며 조직의 공식적인 조직이자 기업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책임 있는 핵심적인 사람들의 그룹이다. 의사결정과 함께 회사의 전략을 전사적으로 연결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보통 8∼14명을 넘지 않게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CEO를 보좌해 회사의 비전 제시, 의사결정, 전략의 실행(execution)과 부문 및 사업 간 ‘Alignment’를 논의하고 집행한다. 이 최적의 Senior Management Team 멤버에게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위임함으로 CEO는 본인의 업무에 더 많은 열정과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All-Officers or Similar Large Group: ‘확대된 최고경영진팀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그룹의 구성은 사안이나 상황에 따라 상당히 가변적이다. 또한 핵심 중간관리자뿐만 아니라 실무에 가장 능통한 혹은 전문성이나 참신성이 뛰어난 일선 관리자나 실무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사업이나 일을 시작할 수 있는 initiative를 만들 수도 있다. CEO는 이 그룹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접할 수 있고 현장의 소리와 함께 CEO 입장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조직문화가 너무 보수적이거나 위계적이면 집단사고나 집단 순응 등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kimk@korea.ac.kr

김광현 교수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Illinois(UIUC)에서 인사/노사 분야에 대한 연구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Texas A&M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동 대학 교수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우수 연구자상을 매년 받으며 주로 글로벌 인사와 조직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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