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Selling in Family Firms

말하는 후계세대가 있어야 건강한 기업

98호 (2012년 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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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가족기업(family business)’이라고 칭하는 것은 과연 어떤 유형의 기업일까? 길모퉁이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소유주가 직접 운영하는 소규모 기업일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는 소유주가 직접 운영했지만 지금은 훨씬 규모가 크고 복잡한 기업으로 발전해 현재 여러 국가에서 활동 중인 다각화된 대기업, 하지만 소유주 가족의 영향력은 여전한 기업도 가족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복잡한 주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으면서 특정한 기업, 혹은 여러 개의 기업으로 이뤄진 집단이 가족기업인지 규명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실제 기업을 통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소유주가 직접 운영을 하는 소규모 기업은 가족기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으며 소유주 가족구성원과 일반 투자자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형태의 기업은 어떨까? 지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소유주 가족이 전략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해당 기업을 가족기업으로 분류하는 건 확실하다. 조금 다르게 설명하자면 소유주 가족이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해당 기업을 가족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족기업 간의 차이점을 파악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그림 1>에서 제시된 것처럼 가족기업의 지배구조를 파악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모형은 주주의 참여 정도(shareholder activism)와 주주의 숫자(number of shareholders)를 기준으로 각 기업의 지배구조 유형을 네 가지로 유형화한 것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소수의 주주가 전략 결정에 높은 영향력을 끼치는 ‘지배 모형(Control Model)’이 전형적인 가족기업의 지배구조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논리로 전형적인 공개기업의 지배구조는 주주의 수가 많고 주주들의 참여도가 낮은 지배구조인 ‘시장 모형(Market Model)’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가족기업 간의 차이점: 다음 세대의 의사결정 개입
 
전 세계에서 가족기업이 사회와 경제의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세대를 넘어 살아남는 가족기업의 수는 많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과 컨설턴트들은 기업을 운영하는 가족들이 세대를 초월한 지속가능성을 키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주제 중 하나는 소유주 가족 구성원 중 후계자 세대가 가족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어떻게 개입하거나 참여하는가다. 양 세대가 개방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협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면 세대 간의 권력이양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증거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기업에서는 의사소통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본 논문의 저자 중 한 사람은 소유주 가족 자녀의 문제 제기(전략적인 문제에 최고경영진의 관심을 유도하거나 관련 문제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재량 행동)에 많은 관심을 쏟아 왔다.1
소유주 가족 자녀들은 자칫 민감할 수도 있지만 회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문제(예: 보상 정책, 가족 구성원에 해당되는 직원들 간의 충돌, 가족 구성원인 직원과 그 외 직원들 간의 충돌)를 과감하게 제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유주와 가족관계가 없는 직원들은 이런 문제제기를 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소유주 가족 자녀들은 가족기업에 대해 어느 정도 심리적인 소유권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들은 기업의 번영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일반 직원들보다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떤 유형의 가족기업에서건 후계자들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1세대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가족기업에서 문제를 제기할 때 후계자 세대는 좀 더 극명한 장애물에 부딪힌다. 1세대 가족기업에서는 가정의 가장인 동시에 기업 설립자로서 지위를 갖고 있는 후계자의 부모가 최고경영진 내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2세대, 혹은 그 이후의 세대에게 경영권이 넘어온 가족기업의 최고경영진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그리 명성이 높지 않은 전문 경영인인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특정 문제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관심을 촉구하려 할 때 1세대가 소유·관리 중인 가족기업의 후계자들이 가장 커다란 지위 격차(status gap)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위 격차가 크면 문제를 제기하고 최고경영진의 관심을 유도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가족기업 내에서 후계자 세대가 문제를 제기한 사례

문제를 제기(issue selling)하는 것은 개인이지만 일단 개인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면 개인 및 조직 차원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문제 제기가 당사자의 참여도, 업무 만족도, 조직에 대한 헌신 등과 연관이 있다. 조직적인 차원에서 보면 개인의 차원에서 발생한 이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들이 모여 조직의 성과가 개선된다. 뿐만 아니라 문제 제기로 인해 조직이 좀 더 포괄적인 의제, 한층 뛰어난 적응력, 좀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될 수 있다. 1세대 기업에서는 2세대의 문제 제기가 좀 더 구체적인 이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족기업의 관리자나 후계자들이 공개한 다음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문제 제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잰더(Xander)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족기업에서 성실히 근무하며 회사 내에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잰더는 부모님 세대가 매우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해오고 있지만 자신이 속한 세대는 조금 다른 과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음 세대가 직면한 과제란 기업을 발전시키는 데 국한된 게 아니라 전략 다각화, 프로세스 혁신 등과 관련된 문제도 포함하는 것이었다. 재임 중인 경영진에게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잰더는 현명하게도 소유주 가족의 일원이 아닌 외부 고문의 도움을 받았으며 자신의 가족이 고려하기를 바라는 다양한 계획에 대한 탄탄한 근거를 제시했다. 잰더 부모님의 참여 하에 전략 방향이 수정된 덕에 이 회사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정책을 수정하고 잰더의 비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잰더는 부모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을 때 한결 수월하게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잰더의 경험은 후계자 세대 구성원이 문제를 제기하면 현재 가족기업을 이끌고 있는 관리자가 차세대 리더들의 관점이나 비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후계자 세대가 문제를 제기하면 차세대 리더들의 관점을 현재 추진 중인 의제에 반영하고 기존 세대와 다음 세대가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되면 기존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이 한층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 Dutton, J.E., & Ashford, S..J. (1993년). Selling issues to top management,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18, 397-428
● Dutton, J. E., Ashford, S.J., O’Neill, R.M., Hayes, E., & Wierba E.E. (1997). Reading the wind: How middle managers assess the context for selling issues to top manager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8, 407-425.
● Dutton, J.E., Ashford, S.J., O’Neil, R.M., & Lawrence K.A) (2001). Moves that matter: Issue selling and organizational chang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44, 716-736


쌍둥이 형제 에디(Eddy)와 제임스(James)의 부모는 가족기업을 아들들에게 물려주기가 망설여졌다. 두 아들이 관련 산업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를 했는지, 또 회사를 이끌 준비가 됐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디와 제임스가 혁신적인 방식을 동원해 양친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등 자신들이 얼마나 기업가적인 정신을 갖고 있는지 확실하게 드러내 보인 후 상황이 달라졌다. 에디와 제임스는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그동안 자사가 부를 일궈 온 근간이 됐지만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산업인 건축업을 벗어나 다각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자사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기회를 발견했다. 쌍둥이 형제는 차후에 개발할 목적으로 형제의 아버지가 마련해 놓은 땅에서 관광사업을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에디와 제임스는 가족의 재산관리를 맡고 있는 은행가와 여러 차례 준(
)공식회의를 하며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양친에게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두 아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감명을 받은 형제의 부모는 오랜 논의 끝에 계획 추진에 동의했다. 형제가 제안한 관광산업은 예정대로 진행됐고 지금까지 이윤을 내고 있다. 두 아들의 아이디어 발표를 지켜본 후 형제의 부모는 형제에게 기업 경영권을 점진적으로 넘겨주기 시작했다.
 
위 사례를 통해 후계자의 문제 제기가 부모 세대에게 후계자가 가족기업에 얼마나 헌신적인지,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인 비즈니스 역량, 관리 능력, 기업 운영에 대한 지식, 기업 운영 의지 등을 갖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후계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설득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러 자녀 중 누가 후계자로 좀 더 적절한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다음 세대에 기업을 물려줄 적기가 언제인지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수전(Susan)과 수전의 아버지는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친 소유의 가족기업이 성공을 거두며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긴 했지만 수전은 또 다른 기회가 많은데도 그 기회가 간과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전은 부모님에게 이미 진출한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이미 탄탄하게 다져 놓은 탁월한 기반을 활용해 또 다른 사업을 시작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전의 부모님은 수전의 의견을 묵살했다. 좌절감을 느낀 수전은 부모님이 운영하던 가족기업을 떠나 직접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3년 후 수전이 설립한 회사는 수전 부모님이 운영하는 회사에 필적할 만한 매출을 올리게 됐다.
 
수전의 사례를 통해 가족기업의 최고경영진이 다음 세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그동안 외면해 왔지만 회사의 장기적인 안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를 깨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후계자 세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곧 회사의 장기적인 성공이 좀 더 확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현 경영진을 설득하려는 후계자의 노력을 좌절시키거나 외면하면 회사의 미래 전략 방향에 대한 이들의 기여도 및 가족기업에 대한 이들의 심리적인 애착도가 낮아진다. 이런 상황은 결국 가족기업의 추가적인 성장 및 세대를 초월한 지속 가능성에 걸림돌이 된다.
 
후계자 세대의 문제 제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이런 노력이 항상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경영진을 설득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후계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후계자도 있다. 또한 이처럼 후계자의 성향이 달라지는 것은 기업이나 가족, 개인과 관련된 환경 요인의 영향 때문이다. (그림 2)
 
가족기업에서 일을 하는 것은 비즈니스 체계와 가족 체계, 양쪽 모두의 영향을 받는 독특한 사회 현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가족기업에서 일을 하는 후계자 세대는 문제 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내리며 비즈니스와 관련된 기타 요인을 고려하고 가족 구성원들이 문제 제기를 위한 자신의 노력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여 줄지 판단한다.
 
뿐만 아니라 가족기업은 다른 유형의 기업들과 체계적인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후계자 세대가 제시하는 의견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자사가 갖고 있는 기존 문제 및 의제 영역을 벗어나는 기회나 위협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족기업이 화합력과 탄력성이 매우 뛰어난 가족 규범을 채택하고 있거나 좀 더 균형 잡힌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추진할 경우 후계자 세대 구성원이 우수한 문제 제기 역량을 바탕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가족기업 소유주 가족의 화합력과 탄력성이 떨어지거나 가족기업이 비즈니스 체계에만 과도하게 집중할 경우 젊은 세대가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 수도 있다. 이 같은 차이점으로 인해 후자의 특성을 지닌 가족기업은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오늘날과 같이 역동적이고 경쟁이 심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조직의 혁신 능력 및 적응 능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가족기업에 따라 비즈니스에 대한 자녀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후계자 세대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대비하는 역량 또한 달라진다. 가족기업에 대한 많은 연구가 보여주듯 각 세대가 갖고 있는 욕구와 의제가 다르기 때문에 지배, 권력, 경쟁 문제에서도 세대 간의 차이가 크다. 가령 기업을 설립한 세대는 힘들게 얻은 성과를 지켜내고 기존의 전문성을 활용해 지금의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데 주력한다. 반면 젊은 세대는 좀 더 강력한 자율성과 부모의 인정을 갈구하는 경향이 있다. 비즈니스에 대한 후계자의 비전을 기업의 의제에 포함시키지 못하거나 균형감을 유지하며 세대 간의 이해 충돌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면 후계자 세대의 헌신적인 노력 및 성장 수준을 제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존 경영진에서 후계자 세대에게로 소유권과 지배권을 넘기는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후계자 세대 구성원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제시한 의견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기업 관리자들이 비즈니스, 가족, 개인과 관련된 특성을 분석하고 이런 특성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이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에 속하는 관리자와 가족 구성원 중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후계자 세대의 의견에 지지를 표시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며 가족 내에서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후계자 세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후계자 세대 구성원이 출생 순서나 성별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개인적 특성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 이런 노력은 특히 중요하다.
번역 |김현정jamkurogi@hotmail.com
 
저스틴 B. 크레이그 본드대 경영대 교수 jcraig@bond.edu.au
이현숙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hlee@snut.ac.kr

저스틴 B. 크레이그 교수는 호주 본드대(Bond University) 경영대(School of Business) 글로벌전략/기업가정신/가족기업경영 관련 교수다. 동 대학 호주가족기업센터(Australian Center for Family Business)의 공동대표(co-director)이기도 하다. 의 부편집장이자 와 의 편집위원이다.
 
이현숙 교수는 경북대에서 인사조직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등 저명 저널에 기업가정신 및 사내 기업가정신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미국 뱁슨칼리지(Babson College) 교환 교수를 지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73호 언더그라운드 정보와 기업 전략 2019년 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