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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경력 직원 뽑았는데 ‘빌런’
위에선 ‘방치’하라는데…

백상경,김명희 ,이경민 | 371호 (2023년 06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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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야말로 ‘빌런’이 따로 없습니다. 저희 팀에서 ‘담당 임원 픽(Pick)’으로 약 6개월 전 새롭게 영입한 경력 직원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신뢰와 기대가 컸습니다. 업계에서 나름대로 중량감 있는 기업 출신에 관련 직무 경험도 많아서 팀의 허리 역할을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경력으로 입사한 직원 본인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전 직장에서 쌓은 네트워크 등을 총동원해 적극적으로 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성격도 사교적이라 팀에 빠르게 녹아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적어도 입사 후 한 달 정도까지는요.

희망과 기대가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 달가량의 OJT 기간이 끝난 이후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일을 시작하게 되자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은 다른 팀원들에게 떠넘겨버리고 쉬운 일이나 성과가 돋보일 만한 일만 골라서 하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비롯한 상사들에게는 본인이 고생한다는 점을 잔뜩 부각해 놓고 뒤에선 직급이 낮은 후배들에게 일을 나눠서 시키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신규 사업의 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장 조사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맡겼더니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떠넘겨 놓고 본인은 단순 취합만 하려다 저에게 걸려서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임원 보고라도 있는 날이면 종일 기웃거리면서 낄 자리가 없는지 분위기를 살핍니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둘째 치고 태도 자체가 불량하다 보니 팀 분위기까지 통째로 망치는 실정입니다.

더 답답한 것은 이 직원을 대하는 담당 임원의 태도입니다. 경영진과의 접점이 많은 전략기획팀 특성상 업무 능력과 태도는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금 따끔하게 지적을 하더라도 팀 내에서 일은 제대로 가르쳐야 하고, 잘못된 업무 태도가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뽑아서 그런 걸까요. 이 직원을 조금만 강하게 대하면 “아직 처음이니까 그렇지 않나” “사교성은 좋지 않냐”며 감싸고 돕니다. 오히려 성과만 따져서 꾸짖기만 하면 역량 떨어지는 사람은 족족 잘라내야 하는데 그렇게 인력을 관리할 거냐는 핀잔도 돌아옵니다. 정작 일이 잘못되면 책임은 팀 전체에 물을 거면서 말이죠. 제 발로 팀을 떠나주면 좋겠지만 이미 사내에 소문이 파다해서 받겠다는 곳도 없을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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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utio I

정 차장님, 팀의 허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 경력 직원의 무능함과 부적절한 행동이 팀 전체에 큰 배신감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군요.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하겠지만 보내주신 사연만으로도 차장님을 비롯한 팀원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계실지 충분히 공감됩니다.

정 차장님께선 직속 상사로서 책임을 느끼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신 것으로 보여요. 다른 구성원들의 고충도 충분히 들어 보셨고 해당 경력 직원을 영입한 임원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구하고자 노력하셨네요. 아쉽게도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임원이 상황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이 직원을 두둔하고 있다니 사방이 막힌 느낌이 드시겠네요. 회사 안에선 도저히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직장인 금쪽이에 문을 두드리신 것 같습니다.

정 차장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이 경력 직원은 업무 능력과 태도에 문제가 있어 보이고, 빠른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경력직 직원의 태도입니다. 힘들고 표 안 나는 일은 직급이 낮은 구성원들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쉽거나 성과가 돋보이는 일만 골라서 하는 부분인데요. 다른 구성원 입장에선 자신들이 도구처럼 이용되는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마저 깨지게 됩니다. 조직 냉소주의와 동기부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팀 사기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건 시간문제겠죠.

경력 직원을 채용할 때 성공 확률은 절반이라고 합니다. 절반은 실패한다는 의미겠죠. 언젠가 고성과자로 변화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스스로 나가 준다면 가장 좋겠지만 계속 남아 다른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경력 직원을 비난만 하고 방치하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경력 직원을 당장 해고할 의도가 아니라면 먼저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필요한 역량 개발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드백은 명확하게, 적절한 사람에게 맡겨야

업무적 부족함을 보완하고 잘못된 업무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발전적 피드백입니다. 발전적 피드백은 상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잘못된 피드백은 오히려 관계만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지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후에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정 차장님이 직접 피드백을 할 수도 있지만 거부감 없이 수용하게 만들려면 해당 경력 직원이 신뢰하는 리더나 팀의 리더가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타인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면 불쾌하게 느낍니다. 자신이 문제가 없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죠. 더욱이 평소 자신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피드백을 준다면 의도와 달리 비난이나 질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경력 직원을 추천한 임원에게 피드백을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임원에게 경력 직원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하소연을 해왔다면 이번엔 피드백을 통해 이 직원을 개선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협조를 구하는 거죠. 임원과의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실 추천자 앞에서 추천받은 직원을 꾸짖거나 강하게 비난하는 것은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일입니다. ‘당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아요.

발전적 피드백을 위한 D.E.S.K 모델

피드백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줘도 정작 주는 사람에겐 득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원하는 효과를 얻고 본인에게 돌아오는 불만의 화살도 피할 수 있죠. 경력 직원이 지금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사전에 잘 알아보고 생각을 정리합니다. 이 절차를 거쳤다면 당사자와 일정을 잡고 조용한 자리를 마련해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발전적 피드백은 일반적으로 D.E.S.K 모델에 기반해 다음 네 가지 순서로 진행합니다.

1단계
행동을 기술한다(Describe the behavior)

문제가 되는 행동, 태도, 개선이 필요한 역량을 평가적이지 않은 중립적 언어로 사실에 기반해 기술합니다. 이때 수치화할 수 있는 자료나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요. 굳이 잘못을 강조하지 않아도 실수에 직면하는 것 자체가 대상자에게 충분히 불편함을 주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명확한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진위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틀린 정보에 기반해 개선 사항을 전달하면 상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생각할 겁니다. 사실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대상자에게 상황에 대해 설명하도록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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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문제 행동의 결과를 제시한다
(Evaluate the effects of sub-par performance)

문제 행동 및 태도가 대상자 본인과 구성원, 팀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설명합니다. 개선이 필요한 행동을 가능한 선에서 큰 이슈와 연결한 후 큰 그림 안에서 행동의 결과나 영향을 이해할 수 있게 유도합니다. 그리고 팀 분위기, 부서의 성과,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합니다. 실제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피해 사례나 바뀐 팀 분위기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당신이 다른 팀원에게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을 떠넘기면 해당 팀원은 본인 업무 외의 일을 수행하면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추가 업무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고 개인적인 삶의 영역까지 피해를 보게 되죠. 나아가 조직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결국 팀은 물론 조직에 대한 인게이지먼트가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라고 말이죠. 이런 상황으로 인해 경력 직원 본인은 어떠한 평판을 얻게 됐는지, 앞으로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지도 함께 설명합니다.

3단계
올바른 행동 방향을 제시한다
(Show what right looks like)

발전적 피드백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동의 변화입니다.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때는 지시하거나 강압적인 느낌이 들지 않게 협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기를 기대하는지, 업무적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로 진행할지 명확하게 방향성을 제시하되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어떻게 시도할지에 대해선 대상자 스스로 결정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면 “요즘 MZ세대는 일이 도전의 기회가 되고 성장의 도구가 될 때 조직에 헌신합니다. 구성원에게 업무를 부여할 때는 그 일이 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 고려하시고, 업무 지시를 할 때는 왜 그 일을 하는지, 어떤 결과물을 기대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변화를 먼저 시도해 보시겠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겠죠.

4단계
결과에 기반한 액션 플랜을 수립한다
(Know the consequences & share action plan)

방향성만 제시하고 끝나면 실제 행동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 달성할지에 대한 목표와 실행 계획을 함께 수립한 후 다음 피드백 미팅에서 진행 상황을 논의하기로 합의합니다. 팔로우업 미팅은 피드백의 성패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잘한 부분이나 진전이 있는 영역에 대해 칭찬과 인정을 해주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교훈을 도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변화와 성장에 대한 모티베이션이 올라갑니다.

피드백의 마무리가 흐지부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잘잘못을 따지거나 문제점만 나열한 후 자신이 얼마나 실망하고, 화가 났는지를 강조하며 앞으로 잘하라는 식이죠. 이런 피드백은 대상자가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만 전달하고, 오히려 변화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킵니다. 리더로서 지원해줄 수 있는 자원이나 도움을 제안하는 것으로 피드백을 마무리하면 지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변화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피드백에도 변화 없다면 성과 관리와 연계

만일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제공했음에도 경력 직원에게 기대하는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면 적극적인 액션이 필요합니다. 개선이 필요한 행동을 역량, 태도, 대인 관계 영역으로 구분하며 지표화한 후 성과 관리 시스템과 연계합니다. 이 단계는 정 차장님이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HR 부서와 권한이 있는 팀의 리더가 상호 협력하에 진행합니다. HR의 협조는 가능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 최대한 빨리 얻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1. 역량이 부족한 경우

사연만으로는 경력 직원이 역량이 부족한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책임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필요한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합니다. 물론 역량을 개발시켜서 업무를 맡길 만큼의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합니다. 만일 교육 훈련으로 개선되는 상황이 아니라 대상자가 역량을 넘어서는 역할을 부여받았다면 개선 여지는 희박합니다. 이때는 다른 부서로 보내 역량에 맞는 역할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 대상자가 새로 부여된 역할을 잘해낼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다른 부서로 보내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피해자를 양산하게 되며 공범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됩니다.

2. 태도의 문제인 경우

역량은 보유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전문 코치로부터 코칭을 받게 하거나 직속 상사가 장기적인 1 on 1 면담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일 코칭을 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면 부서 재배치를 통해 더 열정을 가지고 수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

3. 역량과 태도 모두 부족한 경우

마지막으로, 역량과 동기가 모두 부족한 경우로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 결국 내보내야 함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요. 해고는 관리자의 역할 중 가장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리더라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상사의 지원을 받고 진행하고, 인사과에 계속 보고하며 정당한 과정을 밟고 있음을 공고히 해야 합니다. 해고를 통보할 때는 대상자에게 평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솔직하게 대해야 합니다. 다만 미안해 하면서 구구절절 변명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짧게, 직접적이고 확고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해고 전에 충분히 기회를 주고 필요한 지원을 했다면 나머지 구성원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바로 성과를 내게 하려고 채용한 경력직을 따로 시간을 내어 관리하는 것이 납득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나가기를 기다리며 방치하기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을 보이는 것이 나머지 구성원들의 사기를 유지하고 조직이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 차장님이 경력 직원의 문제 행동에서 팀과 팀 구성원들을 지켜 내고자 한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상사와 HR 부서의 협조를 얻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확실한 협조를 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문제 파악과 가능한 대안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겠죠.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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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ution II

정 차장님, 업무만으로도 힘드실 텐데 ‘빌런’ 같은 경력직 직원까지 끌어안고 일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시네요. 차라리 신입사원이면 기대조차 하지 않고 처음부터 일을 가르칠 텐데 어느 정도 연차도 있는 사람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관리자분들의 한숨이 깊어지지요.

차장님이 말씀하시는 직원은 태도의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회사에서 가장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이 일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자기 포장만 잘하는 이들이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상사들에게는 본인이 고생한다는 점을 잔뜩 부각해 놓고, 뒤에선 직급이 낮은 후배들에게 일을 떠맡기는 직원의 행동은 조직 문화의 관점에서 최악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후배들 입장에선 ‘일을 열심히 해봤자 다른 사람이 공을 다 가져간다면 내가 열심히 일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업무 사기가 저하됩니다. 그리고 이런 질 낮은 사람을 조직이 왜 알아보지 못하고 뽑았는지, 그리고 문제가 있는데도 왜 처리를 못하는지 조직 전체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애사심마저 없어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태도는 금방 학습된다는 점입니다.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자신의 공적만 세우는 사람이 조직에서 잘 살아남는 것을 본 후배들은 묵묵히 일하며 번아웃이 오는 직원이 되기보다 자신이 빛날 일만 찾아서 하는 구성원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장님의 걱정이 담당 임원에게는 잘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일을 제대로 가르치고 잘못된 업무 태도를 바로잡기 위한 차장님의 수고와 열정이 임원에게는 ‘성과만 따지고 꾸짖기만 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의 불일치로 인해 차장님이 이 직원을 교정할 기회를 갖는 것이 심리적, 업무적으로 더 어렵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세 가지 관점에서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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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임원과 이 직원에 대한 인식을 같은 방향으로 정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픽(pick)한 직원이기 때문에 자신의 안목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더 애착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직원에 대한 비난은 자신의 안목에 대한 비난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뽑은 사람이 그럴 리 없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볼 리 없다’는 생각에서 문제 제기가 들어와도 자신의 선택을 계속 두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임원은 면접 과정에서 조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장점을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차장님이 말씀하시는 업무적인 문제가 사실이더라도 자신이 본 어떠한 강점이 아직 발현되지 않았거나 차장님이 채 알지 못해서일 거라고 생각하고 아직은 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임원에게는 사실 업무 성과만이 이 사람을 뽑은 이유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임원은 일 잘하는 사람 말고도 다양한 직원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테면 업계의 동향을 잘 알아서 때에 따라 중요한 정보를 물어와 주는 마당발 같은 직원도 필요합니다. 일은 좀 못하지만 자신의 말이라면 100% 충성할 의지를 보이는 직원도 때로 필요합니다. 여러 다양한 이유로 직원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담당 임원과 차장님이 보시는 관점이 다를 수 있어요.

이럴 때 차장님이 그 직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말씀하시는 것은 오히려 역풍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뽑은 사람을 내켜 하지 않는 것을 자신에 대한 반항이나 불충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경력직 직원이다 보니 차기 리더로서 차장님이 위협감을 느낀다고 확대해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경력직 직원에 대한 차장님의 걱정이 단지 경쟁심이거나 임원분이 본 강점을 채 보지 못한 부족함의 증표가 아니라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런 직원을 그냥 뒀을 때 후일 임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넌지시 알려 드리는 것도 때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직원을 따끔하게 가르치는 것은 차장님 개인의 성과를 위함이 아니라 임원의 앞날에 드리울 수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임을 임원이 인지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방향의 불일치로 인한 어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방향의 일치를 도모하려면 임원에게 정기적으로 구성원들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세요. 문제가 되는 경력직 직원에 대한 평가만 보고하거나 언급하면 임원은 차장님이 그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한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경력직 직원을 포함해 전체 구성원들에 대한 업무 평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평판 등을 종합해 정기적으로 임원과 인사 논의를 하시다 보면 임원도 입체적인 관점에서 그 직원을 다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구두로만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기보다는 문서로 정리된 형태로 구성원들에 대한 업무 트래킹, 면담 내용 등을 공유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로 경력 직원의 업무에 대해 세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 매니징은 리더가 피해야 할 것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런 직원의 경우는 마이크로매니징이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업무의 시작부터 중간 과정, 마지막 마무리까지 세부적인 내용을 자주 차장님에게 보고하도록 하십시오. 앞에서만 열심히 하고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기지 않는지, 중요한 보고 자리에만 탐을 내고 작은 일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지 차장님이 꼼꼼히 지켜보시고 그러한 과정을 문서로 남기십시오. 유대인 속담에 ‘무딘 연필이 날카로운 기억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서로 기록한 자료는 언제나 힘을 발휘합니다.

조직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는 한시적으로 전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업무 진행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세요. 매주 위클리 플랜을 각자 수립하게 하고, 이를 전체 구성원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서로가 어떤 일이 누구에게 할당됐고, 누가 책임자인지 분명히 알도록 해 주는 거죠.

그리고 일을 배분할 때 업무 분담을 명확하게 해주세요. 개인적으로, 또는 두루뭉술하게 일을 나눠 주기보다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일의 부분별 책임자가 누구이며, 언제가 시한인지, 어떤 형태로 결과물을 완료해 전달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주십시오. 그리고 업무 분장에 대한 기록을 남겨 필요할 때 서로 분장 내용을 참조할 수 있게 해 두세요. 이런 정보가 언제나 접근 가능한 형태로 공유된다면 문제 있는 직원이 일을 가지고 농간을 부릴 영역이 줄어들 것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R&R(Role and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이 불명확하다 보니 일을 떠넘기기 매우 쉬운 구조로 일이 흘러갑니다. 후배의 경우 선배가 “이 일이 너에게 배정됐고 나는 전체 취합을 맡았다”고 하면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 부당하게 업무를 떠안는 상황이 많습니다. 특히 이렇게 성실하지 않고 ‘사회성’만 좋은 직원이 있는 경우에는 업무 분장을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가능하다면 문서화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세 번째로 전체 구성원과 조직 문화를 위해 정기적인 ‘1 on 1’ 미팅을 시행해 주십시오. 썩은 사과는 상자 전체를 병들게 합니다. 해당 경력 직원이 끼치는 해악은 단지 개인과 팀의 성과 저하뿐만이 아닙니다. 팀 분위기 전체를 해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문제 있는 직원만 면담하거나 피드백을 반복한다면 그 직원 입장에서는 차장님이 자신만 괴롭힌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구성원 전체에 대해 1대1로 한 명씩 정기적으로 면담을 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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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이 경력 직원으로 인한 고충이 있어도 개인적으로 차장님을 찾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1 on 1 시간이 확보돼 있으면 따로 시간을 내어 차장님을 찾아가지 않아도 외부에서 볼 때 문제를 이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됩니다. 나아가 그 직원과의 갈등이나 기타 다른 업무적 어려움에 대해 안전하게 차장님과 이야기할 수 있어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1 on 1에서 다뤄진 내용은 듣고 넘기시지 말고, 기록을 남겨 꾸준히 살펴보시면 임원과 인사 논의를 할 때 객관적인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임원에게도 차장님 개인의 의견이라기보다 구성원 전반의 견해라는 점을 알려 드리면 그 직원에 대한 방향을 조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일보다 더 힘든 것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퇴사할 때 ‘일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떠난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이런 직원들의 특성이 한 군데 오래 있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바닥이 보일 즈음에 다른 곳으로 점프하려는 것이 이처럼 실력은 적고 야망은 많은 직원의 특성입니다. 이 조직에서 나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인(Sign)이 쌓이면 금세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 할 것입니다. 그날을 우리가 정할 수는 없지만 무한히 지속될 시간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 과정을 통해 사람을 좀 더 정교하게 다루는 ‘관리의 기술’ 역량을 쌓을 수 있다고 기대하며 조금 더 힘내 보시기 바랍니다. 차장님의 이러한 수고 덕분에 조직과 구성원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 문화가 잘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 백상경 |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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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희 |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cavabien120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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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민 | - 마인드루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갈등 치료 전문가
    -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 및 학회지 편집위원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 'Mindfulness 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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