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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환경의 변화

고령화 대책만 외치다가는 답 못 찾아 인구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해야

조영태 | 226호 (2017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기업들이 새롭게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인구절벽’ ‘노동력 감소’와 ‘내수 감소’를 걱정하기 전에 ‘인구 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그래서 도래할 미래는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연구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인구학 관점에서 본 세 가지 시장의 ‘정해진 미래’는 다음과 같다.

1) 소비시장: 소비시장이 갑자기 줄어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베이비부머의 고령화가 곧 고령자 시장 규모의 확대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2) 노동시장: 노동시장 유연화가 기업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근로자와 사회의 요구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직된 고용 형태는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3) 금융시장: 고령 인구는 안정성을 중시하기에 금융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베이비부머를 따라오는 연령대의 인구가 그래도 규모의 경제를 보완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그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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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얼마 전 필자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계열사 전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경영학이 아닌 인구학을 연구하는 필자에게 교양 개념이 아닌 비즈니스 인사이트 차원에서 인구변동 강의를 해달라는 게 신기했다. 필자를 섭외한 사람은 그 기업의 지주회사 소속 경영지원실의 임원이었다. 그동안 그 회사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인구는 그다지 중요한 고려 변수가 아니었는데, 최근 저출산 고령화 담론이 사회에서 확산되는 것을 보니 이제 인구 이슈를 좀 고려해 봐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렇게 큰 대기업이, 그것도 자회사의 대부분은 내수 시장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데, 왜 지금까지는 중장기 전략 수립 때 인구 이슈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는 ‘설마 그럴 리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이 경영하거나 일하고 있는 기업 혹은 조직 또한 과연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에 있어 인구 요소를 얼마나 고려해 왔는지 가만히 한번 생각해 보라. 아마도 스스로 놀라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란 이야기는 그동안 10년도 넘게 해오고 들어왔지만 실제로 그래서 인구가 어떻게 바뀔지, 그로 인해 사회는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경영 전반에서 인구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꼽히지 못했을까?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태동해서 성장해온 그 어떠한 시점에도 인구는, 그것도 가장 일도 많이 하고, 소비도 많이 해준 ‘인구’의 크기는 언제나 성장만 해왔지 줄어든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구는 성장이 예정된 상수(常數)였지 그 크기와 특징이 변화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變數)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표 1>에 제시된 바와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1990년 약 4300만 명에서부터 2015년 약 510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고, 그중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는 연령대인 30∼54세 인구의 비중은 1990년 32.6%에서 2010년 40.8%로 증가했다. 2015년엔 이 비중이 다소 축소돼 39.3%에 그쳤지만 여전히 2000년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게 된 1990년부터 시작해 아주 최근인 2015년까지 전체 인구는 물론이고 생산과 소비를 주도하는 연령대의 인구가 꾸준히 성장해 왔기 때문에 그동안 기업들이 경영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어 인구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럴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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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인구를 고려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간단하다. 지금까지 상수의 역할을 해온 인구 요소가 앞으로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서 작동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물론이고 생산과 소비를 담당해 왔던 30∼54세 연령대 인구가 양에서도, 질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특성들을 보일 것이고, 그로 인해 시장의 많은 부분들이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곧 도래한다는 것이다.



인구학, 그리고 시장의 변화

그럼 앞으로 어떠한 인구 변동이 예견돼 있으며, 그로 인한 시장의 변화는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에 앞서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인구학이라는 학문이 무엇이고, 그것이 왜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경영학과는 다른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인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매우 희소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인구학이 거의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인구학은 말 그대로 인구를 다루는 학문이다. 인구는 사람들의 집합인데 인구가 얼마나 큰지, 어디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지, 성이나 연령 구조는 어떠한지 등과 같은 인구의 양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앞으로 그 특성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인구학이 매우 생소하지만 미국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인구학은 시장을 예측하는 데 통상적으로 사용돼온 학문적 툴 중 하나다. 예컨대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가 미래의 시장을 예측할 때 가장 유용한 학문으로 인구학을 꼽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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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태 조영태 | - (현)아시아인구학회 이사
    - (현)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한국인구학회, 한국보건사회학회 등 학술단체 이사
    youngta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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