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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그리고 공급망 관리

이차전지 시장 광물 패권전쟁 양상
리튬 이후의 배터리 시대 준비해야

장재웅 | 384호 (2024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이차전지 업계를 두고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주춤해졌다고 해도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기조 자체는 피할 수 없는 미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이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지정학적 갈등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미국과 EU 등이 주도하고 있는 탈중국화는 한국 기업들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꾸준한 기술 혁신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금융 서비스 기업 S&P글로벌에서 리튬 등 배터리 관련 금속을 담당하는 수석 애널리스트다. 하이테크 공급망 전문가이자 전 희토류 금속 거래자이며 베스트셀러 『배터리 전쟁:리튬부터 이차전지까지,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의 저자다. 영국 서식스대에서 지정학적 혼란과 에너지원 공급망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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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차전지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점검해보고 이차전지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신문 헤드라인이 아닌 트렌드”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 할 이야기는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 그리고 그 배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물자원을 둔 패권 전쟁의 이야기다. 또한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할지도 살펴보겠다.


전기차 수요 둔화, 이차전지 공급 과잉 우려

전기차 판매와 배터리 산업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많은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산업이 경기둔화 국면에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전기차 판매량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2년에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이는 전 세계 신차 판매의 14%를 차지한다.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중국이다. 전체 전기차 중 60%가 중국에서 팔린다. 그런가 하면 유럽도 중국 다음으로 큰 수요처다. 전 세계 판매량의 25%를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같은 경우는 전기차 판매 비중이 60%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반면에 동유럽 국가는 여전히 3%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 수치들이 과연 전기차 수요 둔화를 보여주고 있는가? 중국 시장을 한번 살펴보자. 중국의 경우 2022년에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었다.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곳은 없다. 2023년에도 현시점 기준 27%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상당한 수치다. 중국의 생산량 역시 2022년 120% 성장한 데 이어 2023년에도 2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전에 비해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불황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여전히 장애물이 있다. 영국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살펴보자. 사람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로 가장 큰 원인은 여전히 ‘가격’이다. 응답자 중 42%가 가격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 뒤를 이어 주행 거리가 39%, 충전 인프라가 33%, 배터리 수명이 28% 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사실 전기차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 가격, 주행 거리, 충전 인프라 등을 전기차 업계와 이차전지 업계, 정부가 나서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여러 장애 요인은 배터리 성능이 개선됨으로써 주행 거리가 늘고 충전 시간이 짧아지면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가격 역시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공급 과잉 이슈다. 즉, ‘전기차 시장은 둔화되는데 이차전지를 너무 많이 생산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자책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전기차 수요는 줄어드는데 이차전지 및 부품 생산 업체들은 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방향성을 살펴봐야 한다. 많은 국가가 이미 ‘넷제로’ 실천을 위한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테면 EU는 2050년까지 기후 중립(Climate neutrality) 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2060년까지 넷제로(탄소 중립)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2년 전 영국 역시 2030년까지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시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 계획이 2035년으로 5년 미뤄지기는 했지만 방향성은 확실하다. 소비자와 제조사 관점에서 보면 여러 정부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이 영향으로 사실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특히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많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이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공급 과잉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한동안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고, 관련 입법화도 많이 진행됐으며, 주요 정부들이 넷제로 등을 선언하면서 화석연료 차량 판매 중단을 정책적으로 내세운 바 있다. 여파로 이차전지 관련 시장에 많은 플레이어가 뛰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구조적으로 공급 과잉이라기보다는 공급 설비 과잉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공급 과잉이냐고 한다면, 특히 한국 같은 배터리 선진국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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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처럼 이차전지 시장에는 톱티어 업체부터 3티어 업체까지 다양한 업체가 존재한다. 이 중 톱티어에 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등은 과잉 생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자동차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이 배터리 선택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해보라. BMW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전기차에서 갑자기 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불에 타거나 배터리 수급 문제로 생산 라인을 세워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오랜 기간 쌓아온 자동차 메이커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성능과 안정성이 입증된 톱티어 업체들의 배터리를 쓰려고 할 것이다.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 공급 과잉 이슈가 일어나는 분야는 대부분 3티어 혹은 2티어 업체들이다. 톱티어 배터리 업체들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리튬이온 양극재 패권 대결,
NCM vs. LFP


양극재(Cathode)는 배터리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 양극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업계에서는 배터리의 미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 이차전지 업체들이 혁신에 성공하면서 LFP 양극재의 성능도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원래 LFP에는 코발트나 니켈 등 값비싼 원료가 들어가지 않아서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대신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중국에서 중국 전기자동차 메이커들이 만든 전기차에는 LFP 배터리가 들어간다. 중국이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NCM가 더 많지만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NCM에 올인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국도 중국 업체들의 LFP 공세에 어느 정도 대응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1세기 석유 ‘리튬’을 두고 펼쳐지는 격전

리튬은 21세기의 ‘하얀 석유’라고 불린다. 앞서 이야기한 양극재 종류에 따라 필요한 광물이 다르지만 리튬은 유일하게 거의 모든 배터리 종류에 사용되는 광물이다. 리튬의 주요 생산지는 호주, 칠레, 중국 등의 큰 광산이다. 중국은 리튬의 정제 분야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종종 사람들이 중국이 배터리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중국이 배터리 광물 가공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깊이 들여다보면 이 같은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 이차전지 생태계는 크고 단계가 복잡하다. 중국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한국도 중국의 정제 산업에 의존하는 등 서로가 의존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리튬 정제에 관해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는 쉽게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리튬 정제 시설은 중국 외에 호주에도 있다. 또한 리튬 채굴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리튬을 광산에서 채굴했다면 최근에는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 방식은 특히 땅속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가능성이 높은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지하 염수에서 지열을 활용해 리튬을 채굴하는 방식 등도 시도되고 있다.

리튬 업계가 당면한 다양한 과제가 있다. 일례로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리튬 생산량이 많았는데 아프리카의 경우 대규모 상업 프로젝트로 리튬을 생산하기보다는 소규모 인력이 리튬을 채굴하는 ‘장인 채굴’ 방식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차전지 밸류체인과 탈중국화

또 한 가지 이차전지 시장의 중요한 트렌드는 바로 탈중국화다. 이차전지 산업은 중국, 한국, 일본 등의 나라에 집중화돼 있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특히 미·중 간 갈등이 심해지며 탈중국이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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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차전지 산업은 앞서 말한 대로 상호의존성이 강한 산업이다. 이를테면 리튬은 리튬 광산에서 채굴돼 중국의 리튬 정제 시설을 거쳐 양극재 소재 생산 기업과 이차전지 생산 기업을 거쳐야 배터리가 된다. 그렇다고 배터리에 리튬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양극재 종류에 따라 니켈이나 코발트가 들어가기도 하고 흑연도 필요하다. 각각의 광물이 다양한 경로를 겪어 이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만나서 최종적으로 배터리로 재탄생한다. 그럼 잠시 이 문제를 생각해보자. [그림 2] 중 가장 탈중국하기 어려운 분야가 어딜까? 바로 빨간색으로 표시한 분야다. 갑자기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제외하려고 해도 빠른 시일 안에 이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 글로벌 이차전지 업계가 그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다. 특히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최근 디스리킹 정책을 내세우며 관련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있다. IRA가 실행된 지 480여 일가량 됐는데 이 기간 동안 77가지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전체 IRA에 배당된 예산 중 약 80억 달러가 전기차 공급에 할당됐다. 그렇다면 유럽은 탈중국화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유럽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있고 우수한 대학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매력적인 R&D 인력이 있고 특히 동유럽의 경우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이 덕분에 유럽에 다양한 외국 기업의 직접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유럽의 이차전지 관련 제조 역량을 보면 대부분 중국이나 한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 이뤄졌다. 이는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일 수도 있다. 유럽 입장에서는 자체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이차전지 광물과 관련해 ‘배터리 패스포트(Battery Passport)’라는 제도를 준비 중이다. 배터리 패스포트란 배터리의 생산, 이용, 폐기, 재사용, 재활용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기록하는 장치로 일종의 ‘디지털 이력서’다. 유럽 시장에 들어가는 모든 배터리는 모두 여권이 있어야 한다. 명확하게 라벨링을 통해 이 배터리에 몇 퍼센트의 재활용 광물이 활용되는지,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은 어느 정도 됐는지 등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배터리 공급망 전체에 확대하는 데 있어서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제도이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기도 하다.


이차전지 산업의 미래

최근 몇 년 사이 이차전지 업계에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집행됐고 많은 인재가 이차전지 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지금 이차전지 업계는 황금기를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차전지 분야에서 혁신이라고 할 때 때때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이런 혁신이 배터리의 다른 부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충전 알고리즘을 AI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제조 공정이 개발되고 있는 모습도 목격된다. 수많은 혁신이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차전지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10년 뒤를 전망해보면 결국 미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 개선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10년간은 여전히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뜻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여전히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업계의 관성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기업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을 위해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다 보니 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버리고 다른 배터리를 개발하는 인센티브 자체가 없다. ROI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기술적인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그런데 실제 새로운 배터리가 개발된다고 해도 이를 양산하기까지는 긴 여정을 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배터리에 대한 개발에 투자를 해야 한다. 두 번째로 ‘공급망 교란’에 대해 설명하겠다. 공급망과 관련한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거시경제적 리스크, 인플레이션, 전쟁 등 여러 요인이 배터리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터리 생태계에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도 있다. 전기차 수요 감소세와 생산 능력에 대한 과잉 투자 문제, 이차전지 관련 소재나 부품의 부족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주요 이차전지 업체들의 경향을 보면 일단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이후 많은 기업이 과거 적시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재고를 조금 더 비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생산량에 대한 계획을 더 세밀하게 세우려고 노력한다. 대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최근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차전지

미국의 경우 현재 ‘클린 테크’ 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IRA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미국과 FTA 협정을 맺은 국가들에도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유럽이나 영국은 미국과 FTA 협정을 맺지 않았다. 그래서 이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 나라가 한국이다. 그러니까 부품 생산, 광물 생산에서부터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배터리들은 FTA하에서 여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IRA 도입 초기다 보니 명확한 규칙이 제정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중국 기업이 미국에 생산법인을 둔다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아직 명확하지 않다.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라고 하면 주요 광물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패권 전쟁을 들 수 있다. 특히 리튬과 관련한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리튬의 대표적 산지인 칠레와 멕시코가 대선을 앞두고 있다. 정치인들은 대선을 앞두고 표를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리튬 광산을 국유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즉각적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볼리비아의 과거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볼리비아는 이미 30년 전, 자국 리튬 광산 국유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리튬 광산 국유화가 이 국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는 크고 복잡해서 단순히 리튬 생산을 국유화한다고 해도 이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다른 분야를 한 국가의 힘으로 발전시키고 내재화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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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의 전체 밸류체인을 두고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호주 역시 중국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최근 호주 내 부도난 광산을 중국이 인수하려는 시도를 법으로 제재하기 시작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고, 영국은 인프라스트럭처은행을 만들어 대규모로 이차전지 업계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주요 국가의 대중국 정책 변화에 대응해 주요 광물의 수출 제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배터리 업계 리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상 유지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중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한국의 배터리 업계에 제언을 한다면 먼저 NCM 양극재 배터리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그 외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통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 두 번째로는 채굴, 제련 쪽에도 집중을 해야 한다. 동시에 유럽이나 중국이 주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이후의 배터리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과 대학 등이 협업해 혁신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한국이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튬 이후의 배터리에 대한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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