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철근 누락 초유의 사태 ‘GS건설 자이’

누적된 하자 리스크에 브랜드 평판 휘청,
‘고급 아파트 대명사’ 명성 되찾을까

손동우 | 383호 (2023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내 최고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로 군림한 GS건설 ‘자이’의 몰락은 사고 한 번의 결과가 아니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는 마지막 트리거였을 뿐이다. 이전부터 누적된 수없이 많은 하자와 부족한 현장 관리가 브랜드를 무너뜨린 근본 원인이다. 각종 사업장에서 자잘한 하자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이상 신호가 감지됐지만 GS건설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마침내 아파트 기둥 ‘철근 누락’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점처럼 흩어져 있던 수많은 부정적 이미지는 하나로 연결됐고 자이 브랜드의 평판을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20231211_110444

2010년대 초중반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가 갖는 위상은 대단했다. 경쟁 브랜드였던 삼성물산 ‘래미안’이 보수적인 사업 운영으로 주춤한 사이,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면서 영향력을 무섭게 확장했다. 이대로 가면 국내 넘버원(No.1) 브랜드 자리는 확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15년 12월, 한껏 높아진 자이의 위상을 대표하는 사건도 있었다. 강남권 핵심 사업으로 건설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서초 무지개 아파트(현 서초그랑자이)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GS건설이 삼성물산을 꺾고 사업을 따냈다. 업계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DL이앤씨의 ‘아크로’ 브랜드를 필두로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를 속속 내세울 때도 GS건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자이 자체가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일종의 자신감 표현이었다.

20231211_110456


하지만 20년 이상 쌓아 올린 자이의 브랜드 위상은 최근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부터 이미지가 크게 꺾이기 시작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만 해도 GS건설 ‘자이’의 브랜드 평판은 국내 21개 아파트 브랜드 중 2,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검단신도시 건설 현장 붕괴 사고 결과가 발표된 7월에는 꼴찌를 차지했다.

GS건설의 주가도 덩달아 하락세다. GS건설이 검단 아파트와 관련해 전면 재시공 결정을 내린 7월 6일 주가는 하루에만 19.47% 급락했다. 악재가 계속되며 올 3분기 실적도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GS건설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02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1.91% 감소했다. 증권 시장의 컨센서스(1105억 원)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증권가도 일제히 목표 주가 눈높이를 낮춰 잡고 있다. 메리츠증권,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가 GS건설의 목표 주가를 최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반포자이 등 성공으로 위상 공고히

자이는 GS건설이 LG건설 시절인 2002년 9월 론칭했다. ‘특별한 지성’을 뜻하는 ‘eXtra Intelligent’의 약자에서 딴 것이며 수준 높은 고급 주거 문화를 선두하는 고품격 아파트라는 뜻이었다.

현재 GS건설과 계열사에서 시공하는 주택 관련 브랜드에는 모두 자이가 활용된다. GS건설 계열사 자이 S&D가 시공하는 오피스텔의 이름에는 ‘자이엘라’, 300채 이하 아파트는 ‘자이르네’ 브랜드가 붙는다. 공공임대 아파트에 붙는 브랜드인 ‘자이에뜨’도 새롭게 론칭했다.

자이는 여배우 이영애 씨가 8년 동안 CF 모델로 활동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올렸다. 그러다 반포자이와 청담자이, 서초그랑자이 등의 잇따른 성공으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처럼 떠오르면서 고급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했다.

특히 2009년 준공한 반포자이는 GS건설이 삼성물산(래미안)의 대항마로 떠오르게 한 결정적인 단지였다. 지금도 반포를 상징하는 이 아파트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함께 서울에서 유명한 단지 중 하나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역사는 1세대(연탄 난방 저층 아파트), 2세대(엘리베이터와 중앙난방 아파트), 3세대(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로 크게 분류된다. 3세대 아파트는 지상 공간을 보행자 위주로 재편한 특징 외에도 도서관·피트니스센터 등 대형 커뮤니티센터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반포자이는 이 같은 3세대 아파트의 특징을 가장 처음으로, 완성도 있게 구현해 낸 단지였다. 특히 반포자이는 커뮤니티 시설인 자이안센터에 현재 대부분 아파트가 채택한 커뮤니티 시설의 원형을 만들어냈다. 반포자이 자이안센터는 1층에 입주민 카페와 대여 가능한 연회장이 있고, 지하에는 헬스장, 사우나, 수영장, 스크린 골프장이 있다. 2층에는 입주자가 신청 시 외부인이 잠깐 묵을 수 있게 한 게스트룸과 입주민이 돈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독서실이 있다.

브랜드 흠집 내던 ‘하자’…
검단 사고서 폭발

브랜드 파워로는 수위를 다퉜지만 GS건설의 부실시공 논란은 고질적 문제였다. 국토부가 2022년 국회에 제출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 건설회사의 5년간 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GS건설은 667건으로 2위에 올랐다. 특히 신청된 하자 가운데 실제 하자로 판정된 건수는 GS건설이 3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고 이전까지 자이 아파트를 둘러싼 논란은 꽤 자주 발생했다. 당장 올해 3월 ‘서울역 센트럴자이’ 아파트 필로티 벽에 금이 가고 대리석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구조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진단을 내렸지만 부실시공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반포자이와 경희궁자이에서도 입주자 소송이 걸렸고, 일산자이 2차와 연산 자이, 성복자이, 송도자이하버뷰, 옥길자이 등도 소송에 걸렸다.

20231211_110506


작년에는 서울 서초구의 ‘방배그랑자이’에서 악취 문제가 불거졌다. 입주하고 1년 동안 악취에 시달리던 입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알고 보니 지하 주차장 5층에 쌓여있던 공사 자재가 악취의 원인이었다. 건설사들은 새 아파트의 하자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하자 처리 기간 동안 공사 자재를 보관해 두는데 GS건설은 이러한 자재들을 환기가 되지 않는 지하 5층 주차장에 보관했다. 이 자재들이 습기에 썩고, 화학물질 냄새가 더해지면서 악취가 아파트 단지 전체로 퍼졌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2023년 4월 29일 밤 11시 30분쯤 인천 서구 원당동의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신축 현장(AA13블록)에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다. 지하 주차장 1층의 지붕층이 먼저 붕괴됐고 그 하중 때문에 지하 주차장 2층의 지붕층이 연쇄적으로 붕괴됐다. 다행히 아무 작업이 없던 시간에 발생해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무너진 지점의 상부에 어린이 물놀이터가 설치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완공 후에 일어났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고였다.

사건 발생 후 약 2개월이 지난 올 7월, 국토부 조사위원회는 붕괴 사고 원인이 설계·감리·시공 부실로 인한 보강 철근 미설치와 콘크리트 품질(강도) 미흡, 하중을 못 견딘 과도한 토사 적재라고 판단했다. 건설 각 단계별 총체적 부실이 겹치며 발생한 ‘인재(人災)’였다는 것이다.

먼저 구조 전문가들이 설계 도면의 기초가 되는 구조계산서부터 철근 설치 표기를 빠뜨렸다. 기둥 32개소에 철근이 모두 필요하지만 15개소에 철근 표기가 처음부터 누락됐다. 공사를 위한 밑그림부터 잘못 그려진 셈이다.

감리 단계에서는 도면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시공 단계에서는 설계 도면상 설치하도록 한 철근조차 4개소에서 빠뜨린 것으로 파악됐다. 철근이 꼭 필요한 32개 기둥 가운데 19곳의 철근이 빠진 것이다.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인 GS건설, 그 밖에 설계·감리 업체들의 책임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였던 셈이다. GS건설은 당시 “조경 시공 과정에서 토사를 다룰 때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했거나 기타 실수를 저지른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인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GS건설은 지하 2층~지상 최고 25층, 17개 동, 총 1666채 규모인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고 비용도 모두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공정률은 67%였다. 건설업계에서 전면 재시공이 일어난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 이후 역대 두 번째다. 회사 입장에선 이번 사고를 엄청난 위기 상황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이 밝힌 검단신도시 사업장 재시공에 따른 손실은 5500억 원이다. 단순 공사비에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금, 이자 부담까지 합한 금액이다.

20231211_110515


영업정지·신용등급 ‘흔들’…
계속되는 후폭풍

최근 검단신도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LH·GS 보상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하면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관련 후속 처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후폭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9월 GS건설에 총 10개월(국토부 8개월, 서울시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토목건축공사업에 대해 8개월 영업정지를 통보한 국토부는 최근에는 조경공사업까지 8개월 영업정지를 추가로 내렸다. 이번 붕괴 사고에 조경공사업도 연관이 있어 영업정지 업종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이 같은 행정 처분에 대해 의견을 제출했다. 앞으로 심의위원회의 청문과 심의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다. 관련 절차가 3~5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3월쯤 최종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GS건설은 우선 “청문 절차 등에서 회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선 만일 영업정지 등 처분이 확정되면 GS건설이 그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취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캡처


회사의 재무적인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8월 말 GS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과 NICE신평은 GS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강등했다. 한기평도 비슷한 시기에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조정했다.

그런데도 채권시장에서는 신용평가 3사의 하향 조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인천 검단신도시 사업장 내 붕괴 사고로 인한 우발채무가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일각에서는 철거 및 재시공에 따른 추가 공사원가와 수분양자에 대한 손해배상, 행정처분까지 감안하면 GS건설의 우발채무가 1조 원 안팎을 기록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GS건설의 재무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GS건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주택사업 관련 지급보증 규모는 2조9018억 원이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1조2839억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선 5500억 원의 결산 손실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GS건설의 실적만 보더라도 ‘순살자이’ 사태가 얼마만큼의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잘 나타난다. GS건설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2549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천문학적인 수준의 결산 손실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GS건설이 상반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것은 부동산 혹한기였던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3분기 영업이익 역시 건설 경기 악화로 6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9%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보릿고개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론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점에서 GS건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규 현장의 사업성 저하, 금융시장의 투자심리 악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했던 HDC현대산업개발도 사고 손실 반영으로 적자 전환한 후 신용등급이 강등돼 부동산 PF 관련 재무 부담이 커지는 등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작은 ‘하자’ 리스크가 브랜드 자체를 흔들어

스위스 제네바대 필립 크루거 교수에 따르면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발표됐을 때 기업이 입은 손실은 평균 7500만 달러에 달했다. 찰스 폼브런 미국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명예교수는 “평판이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에 주목하면서 갖는 종합적 평가”라며 “기업 가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정의했다.

평판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면 평판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정보는 온라인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더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기업이 명성을 쌓는 데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 교수이자 PR그룹 에델만의 위기관리 전문가 러브 할란은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는 2시간30분 만에 세계 25%에 퍼지고 나머지 75%는 24시간 이내로 퍼진다”고 말했다.

GS건설의 사례는 평소 누적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형 악재를 만나면 기업 경영 활동에 어떻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사실 사고의 심각성으로만 따지면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러나 자이 아파트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부실시공 논란 때문에 사건 자체가 더 많이 회자됐고, 브랜드 훼손도 더 심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 ‘자이’ 브랜드가 차지하던 위상을 감안하면 그동안 GS건설의 아파트 하자 처리는 아쉬운 측면이 많다.

검단 사고 발생 직후 GS건설과 LH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되짚어 봐야 할 문제다. 양측 모두 사고와 관련해 서로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있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었다. 당시 회사 측은 “1년 된 슬래브가 붕괴된다는 것은 시공보다는 설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LH가 직접 계약한 구조설계 업체 A 사가 설계한 대로 본인들은 시공했을 뿐 책임은 설계를 맡은 업체에 있다”고 주장했다.

LH는 반대로 GS건설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LH는 “해당 현장은 시공책임형CM 방식이 적용돼 설계부터 시공사가 적극 참여한 사업지구”라고 설명했다. 시공책임형CM이란 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시공 노하우를 설계에 미리 반영하는 공사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국토부 조사 결과, 설계-시공-감리에 이르는 모든 단계가 총체적 부실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고 두 회사는 책임 소재를 피할 수 없었다. 그동안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면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더 커진 것은 물론이다.

이번 사태가 현장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업의 경우에는 본사 조직 관리도 중요하지만 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품질 및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 경영 체제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건설업의 기본인 현장 인력관리, 공사관리, 안전·품질관리를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GettyImages-1468748244_[변환됨]

훼손된 대외 신인도… 어떻게 살릴까

이제 GS건설에는 ‘순살자이’로 대표되는 대외 신인도 훼손을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자이에 대한 평판이 하락해 장기적으로 수주 경쟁력이 악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수주 경쟁력이 낮아지면 GS건설의 영업 활동에 제한이 생기고, 이는 결국 회사의 성장성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GS건설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중 국내 건축·주택 도급 사업 및 자체 주택 사업 비중이 73.3%에 달한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 또한 주택 부문이 10조640억 원으로 전체 수주액(16조74억 원)의 66%다. 국내에 치중한 GS건설의 사업 구조를 감안하면 최근 상황은 회사 안정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이미 GS건설이 오랜 시간 동안 온갖 노력과 큰돈을 들여 쌓아왔던 ‘자이’ 이미지는 한순간에 추락했다.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인색됐던 자이는 이른바 ‘순살자이’ ‘하자이’ ‘메이드 인 자이나’ ‘물자이’ 등으로 희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검단 사고가 터진 후 자이 아파트에 세간의 관심이 모이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부정적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 7월 ‘평택지제역자이’ 지하 주차장 침수와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지하 주차장 물고임 현상이 일어난 이후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예전 같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논란만 일으켰을 사건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대외 인지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심지어 시간이 한참 지난 이전 상황까지 소환되는 양상도 확인된다. 최근 인터넷상에선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1단지(2017년 준공)에서 2018년부터 수년간 지하 주차장과 도서관, 헬스장 등 편의 시설에서 누수와 정전, 엘리베이터 멈춤 현상이 발생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돌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실추된 자이 브랜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벌이고 있다. 우선 지난달 진행한 조직 개편 과정에서 브랜드 마케팅팀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 분양팀에서 담당했던 브랜드 관리 업무를 따로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자이 이미지 회복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팀 외에도 안전을 담당할 조직을 신설하는 등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GS건설은 건축수행본부 산하에 ‘건축구조팀’을 구성했다. 기존 구조물 기술안전점검팀과 검단 TF와는 별개의 조직인데 사고 재발 방지에 대한 GS건설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건축구조팀은 설계팀에서 구조 관련 업무를 맡았던 담당자들과 현장기술지원 업무를 맡았던 엔지니어 등 팀장 및 책임급 실무진 10여 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해 20여 명의 본부장급 조직장들을 대거 교체하고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17명의 신임 상무도 선임했다. 기존의 부문과 본부로 나누어져 있던 사업 조직은 10개 본부로 재편해 자율 경영 체제도 강화했다. GS건설 내부 관계자는 “과거 분양팀에서 담당하던 브랜드 관리를 별도로 떼어내 팀을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고 발생 이전 GS건설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사적인 활동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모든 노력은 장기적으로는 개선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당장의 문제 해결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긴 힘들 것이다. 당장은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재개와 보상 과정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GS건설 내부에서는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적으로 제기된 ‘하자’라는 신호를 제때 포착하고 해소하지 못한 결과다. 안일함에 대한 대가를 당분간 혹독하게 치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손동우 | 매일경제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필자는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투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증권부, 부동산부 등을 거쳐 2020년부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신용산시대』 『대한민국 부동산 전쟁(공저)』 『머니무브 2024 재테크(공저)』 등이 있다.
    aing@mk.co.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