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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

초저가 돌풍 일으킨 중국 이커머스 ‘테무’
크로스보더 플랫폼이 판도 뒤흔드나

김윤진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중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를 운영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는 내수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초저가 비즈니스 모델로 현재 미국 등 해외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 모델의 핵심은 초반에 공격적인 마케팅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판매자 대상 협상력을 극대화해 판매자 스스로 상품 노출을 위해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가격을 더 인하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테무는 판매자가 중국 내 물류센터에 상품을 배송만 하면 플랫폼이 이후 가격 책정, 판매, 배송, AS를 전부 관리하는 ‘완전 위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플랫폼이 가격 결정권을 쥐고 초저가 모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향후 거래량이 늘고 상품이 다양해지면 모든 물류 관리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키운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테무의 한국 상륙은 저가 품목을 취급하는 플랫폼과 판매자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인터뷰이 소개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했고 일본 게이오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엑센츄어 도쿄지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후 2005년부터 레전드캐피탈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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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90% 할인.’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초저가로 해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에까지 진출하면서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테무는 2023년 10월 기준 틱톡, 구글, 챗GPT, G메일을 제치고 미국에서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 시장에 침투하는 중이다. 중국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철옹성을 뚫고 미국 이커머스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보니 ‘쇼핑 업계의 틱톡’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하지만 이런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들로 인한 시장의 지각변동이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테무가 2023년 7월 한국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모으고 추석 연휴 기간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1위에 오르는 등 토종 기업의 텃밭이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순위에서 3위도 알리익스프레스가 차지하는 등 중국의 저가 공세가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테무가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단숨에 몸집을 키우고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중국 이커머스 회사 ‘핀둬둬(拼多多)’의 대규모 자본이 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황정 전 회장이 2015년 상하이에서 창업한 핀둬둬는 중국 3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로 사용자 수 기준으로는 타오바오를 이은 2위, 매출 및 거래액 기준으로는 중국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흑자 달성 이후 2022년 매출 24조2000억 원과 순이익 5조8000억 원, 2023년 상반기 매출 16조6000억 원과 순이익 3조9000억 원을 기록하며 자본을 축적 중이다. 테무는 바로 이 핀둬둬가 중국 내수 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사업 모델을 가지고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국내에서 성공한 공식을 그대로 해외에서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대규모 광고비 투입과 공격적인 마케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공동 구매로 유저 확보, 지속적인 최저가 상품 제공을 통한 고객 록인(lock-in)으로 매섭게 성장 중인 테무의 사업 모델을 살펴보기 위해 DBR이 중국 레전드캐피탈 한국 대표인 박준성 최고투자책임자(CIO)에게 심층 분석을 의뢰했다. 핀둬둬의 초저가 모델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와 한계, 중국 크로스보더 커머스 플랫폼이 성행하게 된 배경, 앞으로 미국과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Q&A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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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둬둬의 초저가 비즈니스 모델 분석

1. 핀둬둬의 수익성 확보 전략

이커머스 후발주자인 핀둬둬가 중국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다.

핀둬둬의 매출은 크게 광고(72.5%)와 거래 수수료(27.5%)로 나뉘는데 특히 광고 매출이 중국 인터넷 회사 중 2위1 에 올랐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핀둬둬가 이렇게 단숨에 매출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① 판매자 간의 저가 경쟁을 유도해 초저가를 유지하고 ② 판매자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광고 서비스를 설계한 데 있다. 첫째, 핀둬둬는 판매자 간의 저가 경쟁을 유도했다. 핀둬둬의 판매자는 대부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장 등의 중소형 제조사들이다. 이 제조사들은 브랜드의 인지도나 브랜드 프리미엄이 없기 때문에 플랫폼의 광고 서비스를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상품 노출 건수를 늘려야만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핀둬둬는 품목을 검색할 때 더 낮은 가격의 상품을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하고 고정된 광고 위치에는 광고 서비스를 사용한 판매자의 상품을 노출하는 전략을 썼다. 이를 통해 판매자 스스로 가격을 낮출 유인을 제공했다.

둘째, 판매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광고 서비스를 설계했다. 핀둬둬는 판매자들에게 플랫폼 내 광고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툴을 운영하는데 2017년 도입 이후 2번의 업데이트를 거쳐 판매자가 최대한 쉽게 이 툴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 문턱을 낮췄다. 그리고 판매자의 마케팅을 돕기 위해 플랫폼의 마케팅 툴 사용법, 활용 팁 및 기초 마케팅 지식을 전달하는 영상 강의 사이트 ‘둬둬마케팅학원’을 2019년 8월에 론칭하는 등 광고 서비스 사용을 독려하고, 이를 핵심 매출원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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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투자했는데 그 비용을 어떻게 낮추고 수익성을 확보했나?

2020년까지 매출의 100%에 달하던 핀둬둬의 마케팅 비용은 현재 그 비중이 40% 미만까지 낮아진 상태다. 물론 여전히 알리바바(약 12%)나 징둥(약 4%)에 비하면 매출 대비 높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지만 핀둬둬가 이 비용을 초기 대비 낮출 수 있었던 배경도 크게 두 가지다. ① 공동 구매 방식을 통해 기존 회원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거뒀고 ② 저가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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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위챗이나 SNS를 활용해 광고 효율을 높인 접근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전략적으로 사용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원하는 상품의 링크를 지인에게 전달해 공동 구매하면 가격을 깎아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회원들이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주변 지인들을 핀둬둬로 초대하고 구매를 권하는 방식으로 한 명의 회원이 여러 회원의 가입을 유도하도록 해 유저 획득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다음으로, 징둥, 타오바오가 주력하지 않던 3선 미만 도시 소비자를 집중적으로 타깃해 많은 신규 유저를 확보하고 점유율을 높였다. 특히 농산품 커머스를 중요 사업부로 운영하면서 3선 도시 이하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한 것도 마케팅 효율을 제고하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핀둬둬의 총거래대금(GMV)이 늘어나면서 3대 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저가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핀둬둬의 선전 이후 타오바오, 징둥 모두 저가 시장 공략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타오바오의 저가 플랫폼인 타오바오특가, 징둥의 저가 플랫폼인 징시 모두 핀둬둬가 선점한 시장에서 유의미한 유저를 확보하지 못했다.


2. 핀둬둬의 핵심 경쟁력

핀둬둬의 초저가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핀둬둬의 경쟁력은 ‘지속가능한’ 초저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데 있다. 판매자가 핀둬둬의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판매자 스스로 가격을 낮추도록 만들어 초저가를 유지했다. 처음에는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 SNS 공동 구매 방식으로 3선 미만 도시에서 유저 베이스를 끌여들었지만 이들을 플랫폼에 록인한 것은 결국 초저가를 계속해서 제공한 데 있다. 유저 측면에서 먼저 2022년 1분기 기준 8억8000명에 달하는 연간 활성 구매자 수(AAC, Annual Active Customers)를 확보했고2 이런 저가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공급 측면에서 판매자들을 상대로 협상력을 강화해 거래 수수료율을 높였다. 즉, 판매자에게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바게닝 파워를 확보한 것이다. 이렇게 판매자들은 가격 이외에 차별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상품 가격을 인하하고, 그 가격을 보고 몰려든 소비자들 덕분에 협상력이 더 강해지는 선순환 체계를 만든 것이 핀둬둬 모델의 특징이다.

판매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지도 궁금하다.

동일 혹은 유사 상품의 최저가를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해 판매자들이 상품을 등록할 때 이 게시된 최저가에 근접해야만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판매자가 상품을 플랫폼에 등록하기 위해 정보와 사진을 업로드하면 핀둬둬의 시스템이 자동으로 상품 정보를 판독해 ‘최적가’를 추천해준다. 이렇게 추천되는 ‘최적가’는 판매 1건당 1위안(185원) 정도의 극도로 낮은 마진율만 가져갈 수 있는 정도로 책정된다. 최근에는 핀둬둬가 동일 상품에 대해 판매자 간 가격 경매를 붙이고, 최저가 이외의 상품은 판매 중지한 적도 있다.

이런 방식의 가격 인하는 플랫폼이 아닌 판매자에게 손실을 전가하기 때문에 핀둬둬가 회사의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저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밖에도 핀둬둬는 자체적으로 플랫폼의 할인 쿠폰을 제공해 소비자의 구매 가격을 낮추고, 특히 이벤트 기간에 ‘백억지원금’이란 이름으로 총액 100억 위안(약 1조8500억 원)에 달하는 구매 지원금을 소비자에게 뿌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가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도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핀둬둬가 스스로 최저가임을 홍보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핀둬둬 = 최저가’라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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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둬둬의 해외 사업 ‘테무’ 출시 배경 및 전략

1. 핀둬둬와 다른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의 해외 진출 배경

중국에서 잘나가던 핀둬둬는 왜 해외 사업을 본격화했나?

중국 내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수준에 가까워져 판매자에 대한 협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AC가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인 10억5000명에 가까워지면서 추가적인 유저 확보 여력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핀둬둬 뒤를 이어 타오바오, 징둥은 물론 틱톡 등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도 잇따라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플랫폼 간 경쟁도 심화됐다. 실제로 광군제 다음으로 크게 개최되는 618 쇼핑데이 기간의 DAU를 살펴보면 2022년에는 핀둬둬가 타오바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4억 명급 DAU를 기록했지만 2023년 타오바오는 약 10% 성장한 반면 핀둬둬는 3억5000명 수준으로 역성장했다. 판매자들에 대한 협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규 유저가 필요한데 이렇게 경쟁이 격화되자 유저 확보를 위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핀둬둬의 전략과 해외시장에서 테무의 전략이 거의 동일한가?

현재까지 테무의 전략은 핀둬둬의 내수 사업 모델을 복제하고 있으나 마케팅 수단 등의 부분에서는 차이도 있다. 큰 방향은 ‘많은 유저와 구매 트래픽을 빠르게 확보하고, 유입된 유저를 저가 상품을 통해 록인한다’는 전략이다. 이제 막 출시 1년이 지난 테무의 최우선 과제는 유저 확보이고, 테무라는 브랜드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슈퍼볼에 광고 영상을 게시하고, 메타 등 플랫폼에 수천 건의 디지털 광고를 게시하는 등 대규모 광고비를 투입하고 있다. 이는 핀둬둬가 중국 사업 초기에 유명한 가요를 개사한 브랜드송으로 내세워 반복적으로 TV 광고를 송출하고 인기 예능인 ‘중국판 런닝맨’에 협찬을 하는 등의 전략과 유사하다. 테무가 광고비로 매달 집행하는 금액만 약 1850억 원(약 10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핀둬둬 본사업에서 유입되는 대량의 영업 현금흐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케팅 수단 측면에서는 차이도 있다. 핀둬둬 중국 서비스는 사용자가 더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인에게 공동 구매 링크를 전달하도록 유도했다면 해외에서는 ‘테무 협력 프로그램(TEMU Affiliate Program)’을 운영하면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통해 소비자를 모으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초대 코드와 상품 구매 링크를 생성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가 프로그램 가입자의 초대 코드/구매 링크로 가입할 때마다 현금 리워드 및 판매액 커미션을 수령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자신의 초대 코드와 구매 링크를 전파하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 테무가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이런 전략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첫 진출 시장인 미국의 경우 지난 5월 트래픽뿐만 아니라 구매자 수, 거래액 측면에서 먼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쉬인’을 추월했다.3 다만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로 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과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로컬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테무의 단독 총거래대금(GMV)은 약 29억 달러, 영업손실은 약 8억6000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상반기 테무의 적자가 없었다면 핀둬둬는 아마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많은 5조 원 수준의 흑자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테무뿐 아니라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이 성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중국이 전 세계의 생산 기지로서 그간 제조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이런 크로스보더 커머스 플랫폼 출현의 기반을 닦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①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률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떨어지기 시작해 기업들의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시장 확장이 불가피해졌다는 점 ② 중국의 풍부한 생산 기반과 커머스 데이터를 활용해 해외 소비자까지 심리스(seamless)하게 연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축적된 것을 들 수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과거와 같은 성장을 달성할 수 없게 된 플랫폼들이 해외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과거부터 ‘세계의 공장’이었다. 다만 과거에는 일부 우수한 중국 제조사 및 중국에 공장을 둔 해외 제조사들만 세계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테무와 쉬인 같은 플랫폼이 중국 산업 클러스터의 중소기업 내지 소상공인 생산자들의 해외 진출 교두보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훨씬 많은 제조사가 해외시장에 ‘바이파이 제품(白牌, 브랜드가 없는)’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이들 업체 스스로 물류, 광고, 판매처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이제는 대량의 유저를 확보하고 데이터 분석에 능한 쉬인, 핀둬둬 등의 테크 기업에 맡기면 빠르게 커머스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

2. 테무와 다른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의 차이점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산업에서 테무의 사업 모델이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핀둬둬(미국 테무 포함)의 핵심 사업 모델은 ‘완전 위탁’ 방식이다. 테무가 이 방식을 도입한 이후 쉬인, 알리익스프레스, 쇼피 등 다수 크로스보더 커머스 플랫폼이 모두 차용하기 시작한 이 모델의 특징은 판매자가 테무의 중국 내 물류센터에 상품을 배송하는 업무까지만 담당하면 플랫폼이 이후의 가격 책정, 판매, 배송, AS를 전부 관리해준다는 것이다. 판매자는 테무의 상품 담당자와 협의하에 공급가를 결정하고 소비자가격은 플랫폼이 알아서 결정한다.

이 모델은 판매자들에게도 장점이 있다. 중소형 판매자의 가장 큰 페인포인트인 배송, 마케팅, 반품 등 이슈를 해결해줘 해외 판매 진입장벽을 크게 낮춰 주기 때문이다. 테무 역시 핀둬둬와 마찬가지로 판매자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참여를 유도했다. 핀둬둬 판매자가 테무에 입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만 단점은 판매자들이 가격 결정권을 잃고 판매나 반품 등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플랫폼 입장에서 완전 위탁 방식은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초저가 모델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판매나 반품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최저가를 유지하면서 구매 트래픽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이 거래되는 모든 상품의 물류 관리를 떠안아야 하는 지금의 구조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현재는 테무가 상품의 품목, 크기, 무게가 한정적이라 관리가 가능하지만 만약 상품이 다양해지고 거래량이 더 많아지면 최적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


테무의 입주 요건 및 수수료


❶ 입주 요건 : 개인사업자/기업, 공장/브랜드 대리점 모두 입주 가능

•품목 : 의류, 액세서리, 가방, 소형 가전, 일용품 등 30개 카테고리

•무게 : 2.7㎏ 미만 권장, 최대 5㎏

❷ 수수료 : 현재는 초기 입주비 및 광고비 면제, 물류비 50% 부담, 거래수수료 면제

❸ 2023년 9월 기준 SKU 100만 개 달성


중국 온라인 패스트 패션 플랫폼인 ‘쉬인’이나 알리바바를 등에 업은 ‘알리익스프레스’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쉬인 사업 모델의 차별점은 ‘민첩한 공급망’에 있다. 한국의 동대문과 유사한 중국 최대 의류산업 클러스터인 광저우 지역의 생산자와 협업해 빠르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이런 공급망 덕분에 빠른 제품 주기와 적은 초도 생산량으로 시장의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실제로 쉬인의 제품 주기는 21일이고 제품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도 약 14일로 자라의 21~33일보다 빠르다.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도 7일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또한 상품의 초도 물량을 100~200개의 적은 단위로 테스트하고 초도 물량의 시장 반응을 빠르게 피드백해 추가 생산 및 재입고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쉬인의 경우 공급망의 차별점을 바탕으로 처음에는 자체 브랜드 위주로 시작했지만 테무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 점점 유사해지고 있다. 현재는 판매자에게 제3자 마켓플레이스와 완전 위탁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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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의 차별점은 ‘물류’에 있다. 알리바바의 물류 계열사인 차이냐오(Cainiao)를 활용할 수 있고, 현재도 물류가 가장 빠른 플랫폼으로 평가를 받는다. 기존에는 가장 플랫폼에 가까운 사업 모델로 출발해 중국 판매자에게 해외 소비자를 연결하는 채널 정도로 기능했다. 그런데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2022년 12월 테무를 따라 완전 위탁 방식을 오픈하고, 2023년 3월에는 앱 안에 테무와 동일한 저가 시장을 타깃하는 초저가 채널 ‘초이스(Choice)’를 론칭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23년에는 물류와 반품만 플랫폼이 제공하고 가격 책정과 마케팅은 판매자가 관리하는 ‘부분 위탁’ 모델도 개시했다. 이는 많은 판매자와 품목을 보유한 플랫폼으로서 판매 관리의 부담은 줄이고 알리바바가 보유한 물류의 강점은 최대한 활용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테무의 전망과 미국,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미칠 영향

1. 테무의 향후 과제와 예상 전략

향후 테무의 성장에 있어서 직면할 과제는 무엇인가?

① 완전 위탁 방식 사업 모델의 한계와 ② 흑자전환 시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완전 위탁 방식은 플랫폼이 가격주도권을 가져 확실한 가격 경쟁력과 운영 효율화를 달성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품목이 많아지고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최적화가 어려워지고 플랫폼의 부담이 커지는 사업 모델이다. 쉬인과 알리익스프레스는 판매자 운영 모델과 완전 위탁(부분 위탁) 모델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분산할 여지가 있다. 운영 역량이 한계에 부딪치고 GMV 성장이 정체되면 아마도 다른 사업 모델과 혼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무는 완전 위탁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더 크다. 미국 시장에서 언제 흑자 전환을 할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2023년 상반기에만 테무의 적자는 1조 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핀둬둬가 2015년 처음 중국에서 사업을 개시하고 2021년 흑자를 기록하기까지 약 6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존 등 더욱 강력한 현지 경쟁자가 있는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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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들이 흔히 겪는 품질 관련 리스크로부터는 자유로운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저가 전략을 펼친 커머스 플랫폼인 ‘위시(Wish)’ 사례에서 품질 이슈가 크게 부각된 적이 있어 이런 우려들이 있는 것 같다. 2011년 출시돼 2018년 전 세계 다운로드 1위 커머스 앱이 됐던 위시는 지속적으로 품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구매자가 감소했다. 2대 시장이었던 프랑스에서는 상품이 판매 기준에 미달해 감독당국의 제재로 앱스토어에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 위시의 주가는 상장 시점과 비교해 99%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테무의 경우 가품이나 품질 리스크는 높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취급하는 품목 자체가 브랜드가 없는 저가 상품이기 때문에 애초에 가품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 그리고 소비자가 품질 이슈로 인해 반품을 신청할 경우 판매가의 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품질을 통제하고 있다.

앞으로 테무의 사업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첫 번째로 수수료율을 인상할 것 같다. 현재 테무를 비롯한 크로스보더 커머스 플랫폼 모두 완전 위탁 방식의 판매자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플랫폼 매출은 오로지 ‘플랫폼이 결정한 소비자판매가 – 판매자와 협의한 제품 공급가’의 마진에서 나온다. 그러나 쉬인, 알리익스프레스와의 경쟁이 안정화되고 해외시장에서 적절한 점유율을 확보한 이후에는 테무도 과거 국내 사업에서 그랬듯이 점차 판매자에게 거래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유료 광고 서비스를 도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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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부분 위탁이나 판매자 운영 모델을 도입할 것 같다. 2023년 상반기 기준 테무의 월 GMV는 약 6000억 원으로 핀둬둬 국내 사업의 약 1%에 불과하다. 그런데 앞으로 이 거래량이 늘어 판매와 물류를 모두 플랫폼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운영 인력과 물류 역량이 더 요구될 텐데 핀둬둬는 물류 계열사를 가진 알리바바에 비해 물류 역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결국 판매자 운영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자체 브랜드(PB) 진출도 가능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자체 의류 브랜드를 가지고 제품 디자인부터 수직 통합을 달성한 쉬인의 모델을 참고해 판매량이 높은 의류, 소형가구/가전, 화장품 등의 품목에서 생산자를 확보해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2. 테무가 미국,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

앞으로 테무가 미국 시장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할 수 있을까?

테무를 필두로 한 저가 상품 중심의 크로스보더 커머스 플랫폼이 현지 1, 2위 플랫폼의 지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주류 플랫폼 중 하나로 안착해 일부 시장점유율은 가져가지 않을까 싶다. 최근 발간된 모건스탠리 리포트에 따르면 테무는 현재 15%의 미국 소비자에게 침투했고 2023년 연간 86억 달러의 GMV를 기록해 미국 전체 리테일 시장의 0.2%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됐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각각 8.7%인 것을 기준으로 둘 때 격차가 있다. 아마도 아마존과 월마트와 비교할 때는 ① 현지 물류망을 구축하지 못했고 ② 크로스보더로 판매 가능한 품목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 만큼의 점유율은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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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가 한국 시장에도 진출을 했는데 어느 정도의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나?

한국 역시 저가 상품 시장에서는 충분히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패션 부문의 에이블리 등 저가 상품도 취급하는 플랫폼들 또는 유사한 품목을 판매 중인 한국의 판매자에게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의 영역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스스로의 가치와 연결하거나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테무 외에도 알리익스프레스와 샵사이다(쉬인과 유사한 플랫폼)가 한국 진출을 본격화했는데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더라도 아직까지 한국 소비자들은 이들 플랫폼에서 ‘브랜드가 큰 의미가 없고, 퀄리티는 동일한데 훨씬 저렴한 제품’ 또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제품’ 정도만 구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볼 때 한국 시장도 중국 크로스보더 커머스 플랫폼이 성행할 것에 대비해야 하지만 미국에서 만큼 소비자 인식을 크게 변화시키거나 충격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와 체중계, 중국 브랜드의 빔 프로젝터, 드론 등이 한국 소비자 들의 환영을 받았던 것처럼 중국의 강한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테무가 PB 브랜드로 특정 카테고리를 공략한다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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