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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불안한 사회가 비과학적 사고의 주범
진실보다 ‘믿고 싶은 거짓’에 쉽게 빠져

김윤진 | 375호 (2023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일반인은 물론 의사결정자들마저 거짓 정보를 잘 믿고 유사 과학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련의 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이 인지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에 여러 정보를 비교하고 과학적으로 추론하는 것을 귀찮아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인지적 요인 외에 사람들이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거짓’을 선택하게 되는 사회적 동기나 감정 등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나날이 증폭되는 환경의 불확실성과 불안은 사람들을 비과학적 사고로 이끄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불안을 빠르게 없애려는 인지적 종결 욕구는 잘못된 믿음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정보의 수용과 믿음의 교정을 어렵게 만들며, 교차 검증과 토론 문화가 정착되는 것을 방해한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까지 높은 불안으로 인해 유사 과학에 심취하고 의지할 곳을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적 의사결정을 꾀하는 조직이라면 개인 혹은 집단 차원에서 경험하는 불안을 정확히 진단하고 사고를 흐리게 만드는 부정적 감정을 식별, 완화해 줄 사회적 처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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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사람들은 왜 과학적 사고를 하지 않는가. 왜 진실이 아니거나 혹은 진실이라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쉽게 현혹되는가. 심리학계는 이 질문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 주로 인간의 인지적 허점을 파고든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정도로 가짜 뉴스나 날조된 음모론, 그럴듯해 보이는 헛소리(pseudo-profound bullshit), 망상, 미신에 빠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믿음에 유독 취약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인지적 특성이 무엇인지, 그 차이점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가령, 데이비드 란드 MIT 경영과학 교수와 고든 페니쿡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 등 저명한 학자들은 인간의 인지적 ‘편향(bias)’을 넘어 인지적 ‘게으름(laziness)’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1 " 인간이 새로운 정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과학적으로 추론하는 것을 귀찮아 하기 때문에 조금만 생각해보면 앞뒤가 맞지 않거나 사실무근인 정보에도 잘 넘어간다는 게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인간이 최대한 지적 노력을 아끼는 ‘구두쇠’라는 얘기다.

이런 실증적 근거를 토대로 정보처리의 어려움을 인지적 게으름의 탓으로 돌리기는 쉽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쏟아지는 정보의 출처와 인과관계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라’는 다그침도 생업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더군다나 이런 인식론적 접근에 치우치면 자칫 다양한 사회적 맥락, 즉 사람들이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거짓’을 선택하는 동기(motivation)나 감정(emotion) 등의 효과를 간과하기 쉽다.

개인이나 조직을 둘러싼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anxiety) 등의 감정은 사람들의 과학적 사고를 가로막는 강력한 변수 중 하나다. 초조한 개인에게는 애매하고 지루한 진실보다 빠르고 명쾌한 거짓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따라서 불안을 조장하는 거시적인 배경을 무시한 채 미시적으로 개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오히려 현상의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을 방해하기 쉽다. 이처럼 주변 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정보의 진위를 가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오늘날, 어떻게 하면 개인과 조직이 비과학과 유사 과학에 맞서 더 분별력 있는 ‘근거 기반’의 사고를 할 수 있을까? DBR이 인간의 감정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 서울대
최인철 교수를 만나 사회 전반과 조직 내부에 횡행하면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여러 비과학적 믿음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함께 모색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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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허위 정보(가짜 뉴스)에 대한 믿음

의사결정자들이 거짓 정보를 잘 거르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불안이 그중 하나다. 불안한 사람들은 빠른 해답을 좇는다. 그런데 대개 유사 과학은 단순 명료한 반면 과학에는 많은 단서 조항이 달린다. ‘이 조건에서는 이게 맞는데 저 조건에서는 저게 맞다’는 식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라는 결론밖에 내놓지 못한다. 당장 ‘예’와 ‘아니요’같이 답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즉각적인 가짜 뉴스가 진실보다 유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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