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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배터리 구독 서비스, 폐배터리 재활용
파생산업 생태계에 새 비즈니스 넘쳐”

신민기 | 371호 (2023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배터리 셀 제조는 배터리 사이클의 시작에 불과하다. 배터리의 이용과 폐기, 재사용 및 재활용 등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후방 산업 생태계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전기차를 구매할 때 목돈을 받고 배터리를 대여해 매달 이용료를 내는 방식이다. 이미 버스나 택시, 렌터카 등 업체들은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일반 개인들도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 이 서비스를 통해 전기차를 할부로 구입할 때보다 싸게 장만할 수 있다. 이렇게 따로 관리한 배터리는 운행 기록과 정밀한 잔존 가치 진단을 통해 자동차 배터리로서 수명이 다한 뒤에도 효율적으로 재사용될 수 있다.



까다로운 광물 확보부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대규모 생산 시스템 구축까지, 진입 장벽이 높은 배터리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글로벌 대기업에나 유리한 시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후방 산업은 다르다. 많은 기업이 2차전지에서 파생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엿보고 있고, 몇몇 업체는 인고의 시간 끝에 시장을 활발히 개척하는 중이다.

피엠그로우는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자동차나 꽃,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다른 구독 서비스처럼 일정 기간 이용료를 내면 전기차 배터리를 대여해주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 자체가 피엠그로우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피엠그로우는 이 서비스를 통해 차량 운행 및 배터리 이용 데이터와 재사용이 가능한 폐배터리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DBR이 피엠그로우의 박재홍 대표를 만나 배터리 후방 산업 생태계 속의 기회와 도전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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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아직은 생소하다. 어떤 서비스인가.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배터리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를 기준으로 보면 차량 가격이 5000만 원 정도인데 여기에 국고 보조금이 올해 기준으로 최대 680만 원이고, 지방자치단체별로 180만 원(서울)~1150만 원(경남 거창)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 시민이 아이오닉5를 구입하려면 보통 4000만 원 이상이 든다는 얘기다. 그런데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2000만 원가량이면 아이오닉5 신차를 살 수 있다. 차량 구입 시 배터리값 2000만원을 피엠그로우가 한꺼번에 이용자에게 지불해 배터리를 매입하고, 대신 이용자는 매달 배터리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다. 주행 거리와 사용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6년간 구독하면 매달 약 28만 원을 내면 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하려면 차량등록원부에 전기차를 등록할 때 차량과 배터리 소유자를 별도로 등록·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전기차를 중고로 사고 팔 때 배터리가 본인 소유인지, 대여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규제개혁위원회를 열어 이를 위한 규제 개선안을 추진하기로 확정했지만 자동차의 별도 부품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계류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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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나 택시, 렌터카 업체 등을 대상으로는 이미 2020년부터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기 버스 166대, 전기 택시 23대, 렌터카 29대 등에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흔히 도로에서 보는 전기 버스의 경우 차량 가격이 3억5000만 원 수준인데 그중 배터리 가격은 무려 1억 원에 달한다. 렌터카 업체나 시승 차량 전문 업체 등도 사업 초기 많은 차량을 확보해야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데 차량 구입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10대를 살 수 있는 돈으로 20대를 살 수 있으니 초기 사업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택시 사업자가 아이오닉과 같은 전기차로 택시를 구입해 오면 우리는 초기에 배터리값으로 3000만 원을 일시에 준다. 소나타 LNG(액화천연가스) 택시만 해도 보통 1800만 원을 주고 구입해 왔는데 더 저렴한 값에 전기차 택시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전기차를 포함한 차량을 리스나 할부로 구입하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배터리 구독 이용료를 따져보면 조삼모사는 아닌가.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단순히 한꺼번에 드는 차량 구입 비용을 나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피엠그로우는 현재 캐피탈을 통해 리스하는 것보다 낮은 이율로 배터리 구독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캐피털 사의 리스 이율이 6%면 피엠그로우는 3%대 이율을 적용한다. 캐피털을 통해 차량을 할부로 구입하면 부채가 생기지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배터리 값만큼의 자산이 생긴다는 점도 차이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및 차량 운행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의 차량 보험료를 낮출 수 있고, 중고차로 팔 때도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의 중고차로서의 가치는 배터리의 가치로 매겨질 수밖에 없는데 구독 서비스 이용 기간 동안 쌓인 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배터리 잔존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고차 가격도 최대한 높여 받을 수 있다. 이 데이터가 없으면 보험사나 중고차 업체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배터리의 잔존 가치를 책정할 수밖에 없기에 소비자도 업체도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 탄소 크레디트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소규모 업체로서는 관련 자료를 모아 증명하는 등 이를 사업에 활용하기가 어렵다. 이런 부분도 구독 서비스를 통하면 우리가 대신 할 수 있어 이용자들이 탄소 크레디트로 추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캐피털 사보다 낮은 이율이 가능한 것은 피엠그로우의 비즈니스 모델에 그 답이 있다. 피엠그로우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배터리 데이터와 폐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돈을 오히려 쓰는 투자고, 이를 통해 데이터와 배터리를 가장 많이 가진 기업이 되려는 게 우리의 목표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배터리를 매입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 이용자를 유인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주려고 한다. 매일 배터리 성능과 운행 데이터를 주고, 만약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차량 이용자에게 알려 정비나 리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리도 한다.


배터리 데이터와 폐배터리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는데, 이게 돈이 되나.

배터리 관련 데이터는 배터리 성능을 제대로 측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현재 피엠그로우는 운수업체에 전기 버스 배터리를 대여해 주면서 모뎀을 달아 배터리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운행 중에 이상 징후가 있지는 않은지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관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2700만 ㎞에 달하는 운행 데이터를 모았는데 현대차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운행 기록으로, 그동안 배터리 관련 사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우리 몸과 마찬가지로 배터리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이기보다는 꾸준히 징후를 드러낸다. 여러 개의 셀로 이뤄진 배터리 팩의 성능은 각 셀이 큰 편차 없이 균형 잡힌 이용 패턴을 보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발휘된다. 그런데 때로는 몇 개의 셀이 유독 성능 저하를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나머지 셀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이것이 배터리 이상이나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피엠그로우는 이런 징후들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배터리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비한다.

배터리 관련 데이터뿐 아니라 앞으로 이용자의 동의를 받으면 차량 운행 관련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굉장히 가치 있는 빅데이터로 다양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이미 운행 관련 데이터를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마일리지 할인에서 나아가 이용자의 운전 습관에 따라 자세한 보험료 산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전기차 이용 확대에 따라 충전 설비 역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어디에 설치하면 가장 효과적일지 등도 차량 운행 데이터를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외에 폐배터리 역시 우리가 주목하는 분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사용 후 배터리 관련 글로벌 시장은 2027년 21조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에서 버려지는 배터리만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잔존 용량이 초기 용량 대비 75% 이하로 감소하면 생명을 다한 것으로 본다. 완충하더라도 주행 가능한 거리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국은 배터리 용량이 80% 이하가 되면 자동차에서는 쓸 수 없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75~80%는 고철로 보기에는 우수한 성능이다. 피엠그로우는 고유의 배터리 잔존 가치 측정 기술과 기존에 차량을 운행하면서 누적한 데이터를 더해 정확한 배터리의 가치를 매기고, 이를 통해 폐배터리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경북 포항에 있는 배터리 그린 사이클 캠프에서 전기차에서 다 쓴 배터리를 모아 검사 후에 분류하고 재사용 에너지저장 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를 만들고 있다. 아이오닉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 10대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재사용 ESS를 설치하는 등 변전소나 태양광에너지 발전소 등 다양한 사업장에 재사용 ESS를 만들어 발주했다. 팩 단위로 재사용이 끝난 배터리는 모듈 단위로 나눠 또 재사용한다. 장시간, 장거리 이동이 필요 없는 골프 카트나 가로등, 휠체어 등에 배터리로 사용하는 것이다.


배터리나 전기차 제조사는 물론 캐피털 사에 이르기까지 기존 대기업들도 배터리 구독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데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실제 일부 캐피털 회사가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현대캐피탈은 2021년 법인 전용 충전기 구매 솔루션인 전기차 충전기 리스 상품을 내놓으며 배터리 구독 사업에 발을 담갔다. 막강한 자금력과 유사한 자동차 리스 분야에서 쌓아온 업력, 현대차와의 관계 등을 따져보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캐피탈 사에 전기차 배터리는 리스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배터리 데이터와 폐배터리가 황금으로 보이지만 캐피탈 사에는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캐피털 사가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배터리 관련 전문성이 있다. 피엠그로우는 전력 관리(Power Management) 및 제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해왔는데,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의 성능 관리, 잔존 가치 측정 등에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서 부가가치를 찾아낼 수 있기에 우리가 캐피털 사보다 더 낮은 가격에 배터리를 리스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경쟁력을 가진다고 본다. 이미 지금도 피엠그로우는 캐피털 회사들과 협력을 하고 있다. 오히려 피엠그로우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고, 리스 상품을 확대할 수 있어 협력 관계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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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제조사에도 마찬가지로 배터리 리스 사업에 뛰어들 만한 매력적인 요인이 없다고 본다. 해외에서 이미 르노의 조에(ZOE)나 닛산의 리프 등 배터리 용량이 작은 소형 전기차를 대상으로 배터리 리스 사업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차량 구입 시 선택권을 더하는 것 외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처럼 배터리 관련 데이터와 폐배터리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자동차 회사들이 굳이 주요 경쟁력을 훼손하면서까지 희생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IT 회사를 창업했다가 배터리 산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2001년 IT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벤처 회사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2009년 즈음 전기차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기존에 전력망은 수요 예측이 비교적 간단하고 거기에 맞춰 공급망을 깔 수가 있었다. 신도시가 생겨나도 몇 가구가 생기고, 전기는 얼마나 쓰게 될지 예측해서 한전이 전력망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기차는 전통적인 전력 시스템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새로운 것이었다. 전기 버스 한 대만 해도 배터리가 300㎾h인데 이는 60가구의 하루 전기 사용량에 맞먹는다. 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충전을 하기 때문에 수요가 고정적이지 않다. 국내 노선 버스만 해도 4만4000대가량인데 여기에 맞춰 전력망을 갖추는 것은 과거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여기서 내가 할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터리는 물탱크와 같이 전기를 담는 그릇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다만 이 안에 든 니켈이나 코발트, 망간과 같은 물질은 물과 달리 무척 가볍고 위험한 광물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배터리 내·외부의 온도나 충·방전 속도 등을 모니터링하며 제어해야 하는데 이것을 전력 관리 시스템(PMS, Power Management System)이라고 한다. 커다란 배터리에 들어가는 이 작은 PMS 설비가 배터리의 핵심이라고 본다. 우리는 배터리 셀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IT 산업에서부터 쌓아온 PMS 기술이 있는 만큼 여기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그래서 2010년 피엠그로우를 창업하게 된 것이다.

지금에서야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전기차 시장이 올 줄 알고 일찌감치 관련 사업을 시작했느냐고 묻지만 실은 생각보다 버티는 게 쉽지는 않았다. 2015년에는 초기 시장이 열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 시간이 생각보다도 더디게 왔다. 환경 문제로 디젤 버스가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로 대부분 바뀐 것이 2010년인데, 이에 맞춰 충전소 등 인프라 시설이 갖춰져 있었기에 쉽사리 전기 버스로 시스템이 바뀌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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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을 만드는 전형적인 배터리 제조 산업 말고도 피엠그로우의 구독 서비스와 같은 후방 산업 시장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배터리 후방 산업은 어떤 상황인가.


처음 배터리 산업에 발을 담그면서 제조로는 돈을 벌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배터리 제조업의 경우 상품을 두고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회장, 자동차산업연합회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한 만큼 배터리 산업 전반에 대해 다른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동향을 전해 듣기도 하고 업계를 대표해 정책 대응에 나서기도 한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를 나누자면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글로벌 대기업이 맡고 있는 배터리 셀 제조다. 두 번째는 전기차를 이용하면서 생기는 시장이다. 세 번째는 다 쓴 배터리에 대한 재사용이고, 네 번째는 재사용 후 폐기하는 배터리로부터 다시 원료를 추출하는 재활용 산업이다. 두 번째부터를 모두 후방 산업 생태계로 볼 수 있는데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후방 산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이용 단계와 관련한 후방 산업에서는 피엠그로우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 비즈니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얼리어댑터만이 불편을 감수하고 전기차를 이용해왔다면 이제는 일반인들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신해 전기차를 선택한다. 그런 만큼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해져야 하고 비용도 저렴해져야 한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세분화하고 확대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또 실질적인 전기차 이용 단계에 이르러서 보면 자동차 보험이나 고장 시 정비 문제 등도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 된다. 배터리 수리는 영세 규모의 회사들에 있어서는 금기의 영역이다. 따라서 전기차가 사고가 나면 배터리에 문제가 없어도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컸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앞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폐배터리 재사용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재사용 ESS가 대표적인데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재사용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신뢰도 있는 검사 기준이 필요하다. 지난 3년여간 국가기술표준 등을 통해 관련 절차가 만들어졌고, 올해 10월부터는 폐배터리를 이용한 재사용 배터리 제품들도 임시 허가 상품이 아닌 합법적인 상품으로 취급받게 된다. 배터리 사이클의 마지막 단계인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도 광물 추출 등에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다 보니 그동안 재처리 회사들이 주도권을 가져왔다. 이에 폐배터리 운송 업체나 기존의 폐차 업계 등도 적극적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배터리 제조 시장과 더불어 후방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도 많은 지원과 제도가 있어 왔지만 자동차와 분리해 배터리에 별도의 가치와 아이디를 부여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EU(유럽연합)는 2026년부터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를 시행하는데 배터리마다 고유의 아이디를 부여해 원료부터 생산, 이용, 폐기 후 재사용·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의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면 관련한 산업도 더욱 활발하게 생겨나고 발전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어떤가.

피엠그로우는 배터리 팩 제조와 구독 서비스, 폐배터리 재사용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중 배터리 구독 서비스에 특히 집중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지난 3년 사이에 400억 원의 펀딩을 받았다. 배터리 팩 확보를 늘리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올해 안에 버스와 택시, 렌터카를 합해 2000대까지 배터리 구독을 늘리고 내년에는 1만 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상장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경북 포항에 만든 팩토리를 마더팩토리1 삼아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플랫폼 회사가 되겠다는 게 우리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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