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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Interview: 최상혁 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실패 뻔해도 어떻게 성공 이끌지 연구
직원 개개인이 리더 돼야 우주개발 가능”

최호진 | 356호 (2022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천문학적인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혁신을 이어가는 나사의 성공 비결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다. 실패할 것이 뻔한 일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지 연구하는 ‘고위험군 성공 전략 위원회’를 만들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또한 자폐인 연구원을 채용하는 등 장애, 나이, 인종, 성별에 대한 차별 없이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 보고 문화가 없고 업무의 20%는 어떤 일을 하든 간섭하지 않는 등 연구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할 기회와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미국우주재단이 측정한 세계 우주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4240억 달러다. 10년 전인 2010년에 비해 70% 성장한 것이다. 민간 기업들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며 우주산업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30년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1조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이 우주 비즈니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배경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이다. 우주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나사가 개발한 혁신 기술이 라이선싱 등을 통해 민간 생태계로 흘러 들어가면서 지금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견인했다.

달에 사람을 착륙시키고, 태양계 밖으로 탐사선을 보내는 등 과학기술의 진보와 우주산업의 성장에 기여해온 나사는 2021년 12월, 또 한 번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유럽우주국, 캐나다우주국과 함께 ‘인류의 눈’이라 불리는 제임스웨브 우주 망원경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 망원경은 현존하는 광학 우주 망원경 중 규모가 가장 크며 기존의 허블 우주 망원경이 관측하기 어려운 멀고 어두운 천체들을 관측할 수 있다. 현재 지구로부터 약 15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L2)에 위치해 지구와 함께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제임스웨브망원경은 지금껏 인류가 본 적 없는 가장 먼 우주의 모습을 지구로 보내오고 있다.

이처럼 인류 최초의 기록을 쓰고 있는 나사지만 그 성공 이면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었다. 당초 2007년 발사될 예정이었던 제임스웨브망원경은 기술 및 예산 문제로 일정이 거듭 지연되며 약 25년의 기다림 끝에 지난해 말 우주로 발사됐다. 이 밖에 1967년 달을 향하던 아폴로 1호에서 불이 나 우주 비행사 3명이 숨졌고 1986년에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해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했다. 2003년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컬럼비아호 역시 공중 분해돼 승무원 7명 전원이 숨졌다. 나사는 이처럼 과거 실패를 딛고 참사로부터 배우며 우주 개척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나사는 전 세계 주요국과 함께 달에 우주인을 보내고 유인 기지를 건설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인류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1980년부터 나사 랭글리연구소에서 일한 최상혁 수석연구원은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혁신을 이어가는 나사의 성공 비결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꼽는다. 사실 나사는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공중 폭발 사고 당시 사고 원인 규명 과정에서 ‘조직적 침묵’이 횡행한 경직성 강한 조직으로 낙인이 찍힌 바 있다. 담당 엔지니어가 사고 발생 2주 전부터 이상 신호를 포착하고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이유가 위계질서로 인한 압력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나사는 당시 이러한 문제 제기를 적극 수용해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선 결과 ‘심리적 안전감 없는 조직’에서 ‘실패를 수용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조직 문화도 나사가 보유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최 수석연구원 스스로가 산증인이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로켓 발사 실험을 하던 도중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었다. 하지만 나사 랭글리연구소에 입사해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며 230편 이상의 논문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첨단 전자•에너지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해오며 60여 개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그는 지난 2020년 한국인 최초로 나사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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