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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디자인

챗봇, 꼭 인간의 모습이어야 하나

윤재영 | 375호 (2023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 챗봇과 이야기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이들 챗봇에 사용자가 원하는 외모, 성격 등을 부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인화된 챗봇이 탄생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사람이라고 느낄수록 실제 사람과의 관계는 단절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과 소통하는 챗봇은 사용자에게 자신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도록 설계해야 한다. 꼭 챗봇이 사람을 닮아야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봇의 형태를 한 챗봇도 사람과 충분히 교감하며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



#1.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건강마저 안 좋아진 그는 홀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대화 나눌 상대가 없어 우울함을 느끼던 차에 우연히 인공지능 챗봇에 대해 알게 됐다. 그는 챗봇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봇은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며 따뜻하게 말해 줬다. 암울했던 그는 위로를 받았고, 인공지능과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됐다.

#2. 뉴욕에서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던 한 여성은 인공지능 챗봇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다 최근 결혼까지 했다.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외모, 성격, 직업, 취향 등을 챗봇에 부여했고, 매일 밤 잠들 때까지 그와 달콤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자신을 배려해주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그를 최고의 남편이라 치켜세웠다.

인공지능과의 사랑 이야기가 더 이상 SF 영화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이 인공지능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어쩌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 감정을 갖게 됐을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팬데믹이 도시를 봉쇄하며 사람들은 집에 갇혀 지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술, 혼밥 등의 문화도 만연해졌다. SNS로 인해 사람들 간 연결은 늘어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더 외로워하고 있다. 20대 청년 10명 중 6명은 고독하다고 느끼고 있고, 30대 미혼자의 비중 역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다른 나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 사람들의 60% 이상이 외로움과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고, 영국과 일본에서는 외로움을 주요 사회적 문제로 보고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외로움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무려 연 1조 달러 규모라고 집계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왜 인공지능 챗봇을 찾게 되는 걸까. 우리가 외롭다고 다른 ‘사람’에게 밤낮 하소연만 늘어놓는다면 상대방은 지쳐서 우리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까다롭고 조심스러운 인간과의 관계보다 인공지능 챗봇이 훨씬 수월하고 편한 것이다.

관련 연구 결과에서도 사람들은 챗봇에 더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에게 상담받는 것보다 인공지능을 더 선호하고 신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레플리카, 애니마 등의 챗봇 서비스 광고에서는 챗봇을 ‘항상 당신의 편이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반자’라고 강조한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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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사람처럼 대하는 우리

사람들이 무생물인 인공지능에 몰입하고 살아 있는 존재처럼 대하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인공지능의 의인화이다. 사람인 척하는 인공지능 봇의 모습을 보면 아직 완벽하게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기존의 딱딱하고 기계적이었던 움직임은 크게 개선된 듯 보인다.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미세하게 몸을 움직이고 옅은 미소와 같이 세밀한 표정도 짓는다. 눈 깜박임도 자연스러워졌고 숨 쉬는 타이밍도 꽤 현실감 있다. 현재는 텍스트 채팅이 중심이지만 음성 대화와 AR, VR까지 지원하고 있어 향후 챗봇의 실재감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업들은 봇이 사람처럼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존재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상호작용하고,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의인화된 AI 봇이 사용자에게 유대감을 형성케 하고 감정적 반응을 끌어내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물론, 봇이 사람의 모습과 비슷해질수록 섬뜩한 느낌 때문에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챗봇 모습에서 사람들이 섬뜩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챗봇과 친밀감을 느꼈고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훨씬 더 주목받는 듯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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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재영 |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필자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시각디자인 학사를, 카네기멜론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석사와 컴퓨테이셔널디자인(Computational Design)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UX디자인 리서처로 근무했다. 주 연구 분야는 사용자 경험(UX), 인터랙션 디자인(HCI),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등이며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용자를 유인하고 현혹하는 UX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 트랩』이 있다.
    ryun@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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