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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리더십

대다수 기업이 ‘데이터 낭비자’인 까닭

김진호,최용주 | 265호 (2019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의 디지털 혁신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프로세스 혁신, 둘째는 개인화 추천, 마지막으로 챗봇 서비스다. 그런데 많은 한국 기업이 여전히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이미 와 버린 미래’인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인공지능의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한국의 많은 기업이 ‘데이터 낭비자’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우선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는 경영자의 비전과 신념이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빅데이터 도입을 TF가 담당하면 된다는 전제로 IT 부서에 TF 운영과 책임을 맡겨버리는 것도 기업을 데이터 낭비자로 만드는 전형적인 오류 중 하나다. 현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바탕으로 ‘잘 시작’해야 진정한 빅데이터 기반 디지타이징 비즈니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할 수 있다.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빅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리더십 자체도 혁명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진호 교수와 영업 혁신 전문가 최용주 교수가 ‘빅데이터 리더십’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 해법을 제시합니다.



목표는 데이터를 정보로, 정보를 통찰력(insight)으로 바꾸는 것이다.
- 칼리 피오리나 (前 휴렛패커드 CEO)



기업 대부분이 데이터 낭비자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시대, 혹은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불린다. 연재를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듯이 이제 기업은 이 시대의 5대 핵심 기술인 소셜미디어, 모바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석(기계학습)을 자신의 사업을 혁신하는 도구로 활용해 비즈니스를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센서, 모바일 시대의 소비자에게는 과거의 마케팅 방식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현실은 어떤가? 최근에 대기업 그룹에 속한 한 유통기업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우리가 도대체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를 분석해 달라는 용역을 의뢰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바로 대부분의 기업이 데이터 분석은 고사하고 자신이 무슨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현실을 대변한다. 데이터 분석 측면에서 기업은 [그림 1]과 같이 구분할 수 있는데 유형별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데이터 낭비 기업’은 어느 산업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기업들은 데이터 수집 자체를 하지 않거나 수집해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기업의 임직원은 물론 경영자도 데이터의 전략적 활용에 아무 관심이 없다. ‘데이터 수집 기업’은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나 정작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 이외에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는 유형이다. ‘국지적 분석 기업’은 내부 비즈니스 운영 상황을 잘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국지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IT부서나 사업부서 사람들이 데이터의 전략적 활용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분석적 열망 기업’은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전략적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 투자를 감행할 준비도 돼 있으나 선두 그룹에까지는 속하지 못하는 기업이다. 빅데이터의 전략적 활용성에 눈을 뜬 정보통신이나 소매산업의 일부 기업이 이 유형에 속한다. ‘전략적 분석 기업’은 빅데이터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매우 높은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제조업체나 금융 서비스, 혹은 온라인 유통기업들이 이 그룹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유형은 수집한 데이터의 상당 부분을 활용하고 있으며 잠재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 등장하는 데이터들의 활용성을 지속적으로 탐색한다.

왜 많은 기업이 데이터 낭비자 혹은 수집가에 머무르고만 있을까? 왜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낭비하거나 그저 쌓아놓기만 하는 것일까? 바로 데이터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 의지가 없는데도 데이터는 자동적으로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모바일, SNS, 센서 등이 보편화하면서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 의지(데이터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겠다는)를 미처 키우기도 전에 이미 업무와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여 가는 것이다. 2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그 데이터를 갖고 무엇을 할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기업 시스템 안의 데이터는 종종 다락방에 보관된 사진들의 박스-마구 뒤섞여진 상태에서 어느 날 정리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와 같다. 더군다나 (데이터 정리와 분석을 해야 하는) 대다수 IT부서는 기본적인 유지와 지속적인 지원 업무에만 과도한 자원을 투자하면서 최소한의 서비스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급급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약하면,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력의 진보는 놀랍지만 대부분 기업의 데이터 관리, 분석, 적용 역량은 저장 기술의 진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디지털로 전환하는 이유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이슈가 된 이후에 기업들의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더욱이 2016년 봄에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압승을 거둔 역사적인 사건은 빅데이터 분석의 핵심 엔진인 인공지능(기계학습)의 막강한 위력(?)을 과시했다. 그 이후에 기업의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해 전략적 차원에서 혁신을 구체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는 사업 전반을 디지털로 혁신하는 전략을 디지타이징 비즈니스(digitizing business)라고 이름 붙였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다양한 다른 이름,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이노베이션(Digital Innovation),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디지털 디스럽션(Digital Disruption)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어떤 이름을 사용하는지에 상관없이 필자들이 다양한 기업의 경영자 특강과 토론을 통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의 디지털 혁신의 목표는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3

1.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 프로세스 혁신은 구매, 제품개발, 생산, 마케팅, 재무회계 등 기업의 전 부문에 걸쳐 업무 체계와 조직을 혁신해 효율을 증대시키거나 비용/위험을 감소하려는 활동을 말한다. 기업의 경쟁 우위란 결국 비즈니스의 다양한 영역에서 1∼2%를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가, 수율, 이상탐지, 새로운 기회 포착(서비스 혹은 상품 개발) 등의 측면에서 경쟁기업보다 1∼2%를 높이거나 감소시키는 것이 바로 경쟁 우위다. 그리고 기업 내외부에 데이터가 넘쳐나는 빅데이터 시대에 있어서는 그러한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안성맞춤의 수단은 바로 데이터 분석이다.

2. 개인화 추천(personalized recommendation): 개인화 추천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확률이 높은 고객을 예측해 그 고객에게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의 빠른 성장으로 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바닷속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찾아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런 정보의 과부하를 해소하는 동시에 매출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 기업들은 다양한 추천 시스템을 개발, 활용하고 있다. 이제 개인화 추천은 책, 영화, 음악, 쇼핑, 금융 상품, TV 프로그램, 인터넷 콘텐츠, 신문이나 잡지 기사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온라인 데이트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수단이자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3. 챗봇 서비스(chatbot service): 챗봇은 채팅(chatting)과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채팅하는 로봇, 즉 사람의 질문에 알맞은 답이나 각종 연관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실행하지 않고도 대화하듯 정보를 편리하게 얻을 수 있어 쇼핑, 호텔 예약, 뉴스 확인 및 법률 상담 등 사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개인화 추천을 챗봇 서비스로 제공하게 되면 고객에게 편리함과 함께 색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챗봇 서비스를 디지털 혁신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기업의 현실
이러한 3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추진되는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을까? 기업들은 이런 전략적인 혁신을 어려움 없이 잘 추진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필자들의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도입해 디지털 혁신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ask force, TF)의 활동조차도 시작부터 삐거덕대며 진전이 되지 않거나 진행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자와 후자의 간단한 사례를 각각 들어 보자.

다음은 TF 활동에서부터 진전이 되지 않아서 필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던 e메일의 일부분이다.



다음은 교수님께 구체적인 지도를 요청하는 사항입니다.
1) 현재 운영 중인 빅데이터 사업주제 선정을 위한 협의체(TF)의 운영 방안
2) 빅데이터 협의체 구성원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분야
3) 빅데이터 사업 주제 발굴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론
4) 빅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한 과정에 대한 조언

교수님께서는 컨설팅보다는 잘 짜인 방법론에 의거해 직원들의 힘만으로 사업 추진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추가적인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의 요지는 이해하겠으나 실제로 추진하기에는 막막하여 팁을 요청드립니다.



다음은 TF를 여러 번 진행했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해서 도움을 요청했던 e메일의 일부분이다.




우려한 대로 이번의 빅데이터 TF도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이 벌써 3번째 TF인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왜 이런 실패가 반복되는지요? 도대체 무엇이 시작부터 잘못됐는지요?
교수님의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왜 기업들은 위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런 어려움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기업 내에서 빅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며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그림 2]와 같다. 4



[그림 2]에 나타난 시각의 차이를 따라가 보자. 많은 매체를 통해서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등을 자주 접한 경영자는 ‘우리도 빅데이터로 뭔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무감 혹은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경영자는 늘 그렇듯이 아랫사람에게 시키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또한 빅데이터는 IT가 담당하면 된다는 생각에 IT 부서에 TF를 맡긴다. 그런데 IT 부서는 해당 기업의 IT 서비스 요구를 최소한으로 충족하기 위한 업무에만도 급급한 실정이어서 새로 맡은 빅데이터 TF를 주도해나갈 여력도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외부 업체(vendor)를 불러서 그들의 해법을 들어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념 증명(POC, Proof Of Concept, 빅데이터 기술, 솔루션 등이 해당 기업의 빅데이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증명 과정)을 시켜보기도 한다. 한편 TF에서 배제된 현업 부서는 이제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IT에서 알아서 하라면서 완전히 손을 놓는다. 빅데이터 프로젝트가 현업의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인데, 현업 부서가 제외된 상태에서, 현업의 문제를 모르는 IT 부서가 TF를 담당하면서 무엇을 할지 몰라 헤매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기업 전반의 분위기도 빅데이터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우리 회사의 데이터가 빅데이터가 될 만큼 많은지에 대해 쓸데없이 논쟁을 한다든지, 예산도, 인력(전문가)도 없는데 어떻게 빅데이터를 도입하느냐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TF가 다양한 검토를 하기는 하지만 우선 부서 간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 빅데이터 사업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경영진은 빅데이터 도입을 지시만 하면 그 후의 진행은 다 잘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에 TF팀을 맡은 IT 부서만 머리를 싸매고 고민만 하게 된다. 어렵게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특히 현업 부서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등 부서 간의 협조는 여전히 잘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니 중간보고 할 때쯤 되면 관련 부서에서 실망하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이건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걸 이렇게 했지’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결과적으로 빅데이터 도입이 완료됐더라도 정작 그것을 활용하는 부서가 없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 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첫 번째 문제는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확보·유지하려는 경영자의 비전과 신념(commitment)이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구가하는 기업들은 경영자가 데이터 분석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이를 전사적 수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분석에 필요한 인프라의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높은 성과를 올린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리더의 지속적인 강조, 전념, 몰두, 헌신, 지원 등이 없이 ‘빅데이터에 대해 뭔가를 해보라’고 시키면 그 진행이 더디거나 잘못될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의 빅데이터 도입이 성공하려면 수많은 조직구성원의 태도, 프로세스, 행동 및 기술이 변해야 하는데 이런 변화는 리더가 디지타이징 비즈니스에 대한 진정성과 절박감을 갖고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빅데이터 도입을 TF가 담당하면 된다는 생각에 IT 부서에 책임을 맡기는 것이다. 빅데이터 도입의 목적은 기업의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 문제가 왜 일어났고,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해 최적의 대응책을 찾기 위함이다. 그런데 IT팀은 업무와 현안에 대해 잘 모르며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통계적 접근이나 모델링도 전문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빅데이터 도입을 주도하는 책임을 맡아서는 안 된다. 그 이유를 데이터 분석의 일반적인 과정으로 설명해 보자.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은 전통적인 데이터(상대적으로 스몰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개의 대표적인 방법론을 보면 우선 SAS가 제시하는 방법론(SEMMA)은 데이터 추출(Sample) → 데이터 탐색(Explore) → 데이터 변환(Modify) → 모델링(Model) → 모델 평가(Assess)의 5단계다. 업계 표준 프로세스인 CRISP-DM(CRoss-Industry Standard Process for Data Mining)은 비즈니스 이해(Business Understanding) → 데이터 이해(Data Understanding) → 데이터 준비(Data Preparation) → 모델링(Modeling) → 모델 평가(Evaluation) → 전개(Deployment)의 6단계다. 하지만 필자들은 [그림 3]과 같이 좀 더 상세하게 8단계로 분석 과정을 설명한다.



문제란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상태와 현재 상태의 차이를 말한다. 따라서 문제 정의는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현재 상태의 개선이 무엇이고, 왜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지-무엇을 달성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문제 정의는 통계적인 시각, 즉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의돼야 한다. 문제가 정의된 후에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 분석 결과가 필요한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문제가 잘 정의되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석 기법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우선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분석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그런 분석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석기법을 결정한다.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분석기법이 하나인 경우보다는 여러 개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분석기법이 결정되면 그 기법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입력 데이터를 지정한다. 여기까지 과정은 현업과 통계 전문가의 밀접한 의사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입력 데이터를 결정하고 나면 해당 데이터를 수집, 저장, 전(前)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단계는 주로 IT의 전문 영역이다. 이렇게 데이터가 준비되면 실제로 분석기법을 적용·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서 최적 모델을 선정한 뒤 이 최적 모델로 최종적인 분석 결과를 도출한다. 다음에는 도출된 결과로부터 문제 해결의 방향, 즉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추출한 다음 그것을 의사결정과 실무에 적용(deploy)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그림 3]의 데이터 분석 과정은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도입하려고 할 때 왜 많은 어려움을 겪는지를 잘 보여준다. 빅데이터 도입을 IT 부서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면서 TF를 맡게 되면 다른 부서와의 의사소통, 특히 현업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 TF의 활동은 시작부터 삐거덕대며 진전이 되지 않거나, 진행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기 쉽다. IT가 담당하는 데이터 분석의 영역은 데이터를 수집, 저장, 전(前)처리하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 보자. 5



제2차 대전 중에 유럽 상공에서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미군 폭격기(bomber)들은 기체에 많은 총알구멍이 나 있었다. 독일 전투기의 공격 때문에 생긴 총알구멍이었다. 군 관계자들은 폭격기들이 적기에 총알을 맞더라도 격추되지 않도록 폭격기에 철판으로 된 갑옷, 즉 방탄판(裝甲板, armor-plate)을 두르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방탄판을 너무 많이 두르면 비행기가 무거워지고 느려져서 적기의 공격에 더욱 취약하게 된다. 군의 기체 정비 관계자들은 기체의 꼭 필요한 부분에만 방탄판을 두르기 위해서 폭격기가 총알을 맞은 부분을 전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총알구멍은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체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지 않았고 동체에 가장 많았다. 군 관계자들은 동체의 주요 부분에만 방탄판을 두르기로 결론을 내렸다.

만약 군 관계자들이 결정했던 그대로 동체의 주요 부분에만 방탄판을 둘렀다면 이는 두고두고 역사에 웃음거리로 남았을 것이다. 이 결론을 뒤집은 사람은 컬럼비아대의 통계학 교수인 발드(Abraham Wald)였다. 당시 그는 미국 통계학자들이 전쟁을 지원하는 기밀 프로그램인 통계연구그룹(SRG)의 일원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은 현업에 있는 조종사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즉 어디에 방탄판을 둘러야 하는지에 대해서 토론을 한 것이었다. 이는 총알구멍 데이터가 의미하는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라진 총알구멍들은 어디에 있을까? 만일 피해가 비행기 전체에 골고루 분포된다면 분명히 엔진 덮개에도 총알구멍이 있을 텐데 그것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라는 의문을 얻게 됐다. 발드는 ‘사라진 총알구멍들은 사라진 비행기에 있었다. 엔진에 총알을 많이 맞은 비행기들은 돌아오지 못했다’라는 통찰을 얻었다. 동체에 총알구멍이 많다는 것은 동체에 입은 타격은 견딜 만하다는 것이었고 엔진에 맞은 총알구멍이 적다는 것은 엔진에 많이 맞은 비행기들은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발드는 방탄판을 총알구멍이 많이 난 동체에 두르는 것이 아니라 총알구멍이 없는 엔진에 둘러야 한다고 권고했다. 발드의 권고는 즉각 받아들여졌고 미 해군과 공군은 나중에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도 계속 그 조언을 따랐다.

빅데이터 테마 선정
‘시작이 반이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주저 말고 시작하라고 용기를 줄 때 많이 쓰이는데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와는 달리 서양에서는 ‘잘 시작해야 반이다(Well begun, half done)’라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명언이 있다. 무조건 막 시작하기보다는 준비를 꼼꼼히 해서 시작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다. 빅데이터 도입에 있어서는 우리 속담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더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연 어떤 분야에 빅데이터를 도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즉 빅데이터의 테마 혹은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데 기업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모든 영역에 대해서 빅데이터를 한번에 도입해서 적용할 수는 없고, 사업 과정의 어느 영역에서 가장 유용한지를 평가해 테마를 선정해야 한다. 물론 사업 성과, 차별화, 수익 등의 측면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낼 영역을 목표(target)로 정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기업이 데이터와 필요한 자원(기술, 인력 등) 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도 고려돼야 한다. 그런데 빅데이터 TF를 IT 부서가 담당하게 되면 IT 부서가 테마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IT 부서는 기업의 전반적인 업무와 현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빅데이터 테마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자칫 적절치 않은 테마를 선정할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빅데이터 프로젝트 선정은 현업 부서에서 주도해야 한다. 현업에서의 문제를 데이터 분석적으로 풀려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 도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업 부서도 빅데이터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빅데이터 테마를 선정하는 것이 좋을까? 빅데이터 전문가 중 한 명인 장동인 박사는 [그림 5]와 같은 빅데이터 테마 도출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6



[그림 5]에 나타난 빅데이터 테마 선정 프로세스를 간단히 요약하면 우선 첫 단계는 산업별 빅데이터 사례를 분석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중요한 이슈, 해결 방안, 결과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다. 다음에는 기본 업무를 분석해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빅데이터를 적용할 만한 업무를 탐색한다. 세 번째 단계는 임원, 현업 IT 부서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빅데이터 테마 후보가 될 만한 주제들, 즉 데이터 분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제들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어서 내·외부 데이터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탐색해 앞으로의 분석 방안이나 분석에 필요한 환경을 준비한다. (4단계) 5단계에서는 교육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열어 계속적 피드백과 의견 수렴을 통해 현업과 IT 부서의 요구사항을 수집하면서 자연스럽게 빅데이터 테마들을 추출한다. 다음으로는 추출된 빅데이터 테마 후보들을 주제의 시급성, 경쟁력 제고 효과 등의 일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한다.(6단계) 마지막으로 7단계에서는 Quick Win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종합 계획(master plan)을 수립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현업이 주도하는 빅데이터 TF팀이 다른 부서와 밀접하게 협조하면서 수행한다면 유용한 빅데이터 테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서 외부의 도움, 예를 들면 필자들과 같은 전문가나 컨설팅사의 지원을 받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 글에서는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도입해 디지털 혁신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겪고 있는 어려움-TF의 활동조차도 시작부터 삐거덕대며 진전이 되지 않거나 진행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는-과 그 원인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디지타이징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필자소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학과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김진호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통계학 부전공). 사회와 기업의 다양한 문제를 계량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를 주로 했다. 저서로는 『Keeping Up With the Quants: Your Guide to Understanding+Using Analytics(Harvard Business Review Press)』와 『빅데이터가 만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있으며 DBR에 ‘Power of Analysis’를 연재했다.

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산학협력단장 yjc@assist.ac.kr
최용주 교수는 기업 경영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능인 영업(Sales)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연구의 결과로서 『영업의 미래』라는 저서와 『영업혁신』을 발간했다. 최근 들어 ‘영업 성과 향상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 및 식품회사의 현장사업본부장 및 부사장, 컨설팅사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교수이자 산학협력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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