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기업가치 22조 원 된 이유

250호 (2018년 6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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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5일, 미국 스타트업인 위워크(WeWork)가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위워크가 최근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탓에 목표치인 채권 5400억 원어치가 다 팔릴까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 기우였다. 이날 목표 금액의 다섯 배가 넘는 청약이 몰리면서 최종 금액을 75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사실 이 회사는 우버, 에어비앤비 뒤를 이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내 최대 스타트업이다. 2017년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이 회사의 가치는 22조 원에 달했다. 대체 이 회사의 정체는 뭘까?

위워크는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소규모 사무실을 빌려주고 관리하는 사업을 주로 한다. 큰 건물을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비싼 가격에 빌려주는 차익 거래로 돈을 남긴다. 그래서 일각에선 위워크를 두고 “IT 회사로 고평가받지만 본질은 부동산회사”라며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리스크도 큰 편이다. 상업용 부동산 사업은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불경기가 닥치면 유동성 리스크가 매우 높아진다. 위워크처럼 빌딩을 통째로 빌려 작은 사업자들에게 임대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작은 사업자들이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망할 경우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이는 위워크가 책임져야 하는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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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프레임으로 위워크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사무실 임대사업에 다른 서비스를 더해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위워크는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고, 대신 우편물을 받아주는 관리인 서비스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위워크는 공간이라는 ‘하드웨어’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라는 ‘소프트웨어’를 얹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임차인과 관리인의 관계에서 멤버와 커뮤니티 매니저의 관계로 재설정한 것이다. 위워크는 입주한 사람들을 ‘멤버’라고 정의하고 이들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위워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위워크에 입주한 멤버의 70%가 서로 교류한다. 스스로 비용을 들여 다양한 파티와 네트워킹 행사를 제공한다. 사업적인 교류일수도, 농구시합을 하는 사이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멤버들끼리 서로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격의 없는 자리라 처음 보는 사람과도 말 섞기 어렵지 않다. 교류를 권장하는 분위기라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일단 친구가 돼야 기자 삼촌이나 도움이 될 만한 친구를 소개해주지 않느냐”는 간단한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했다.

이렇게 위워크 오피스에 입주한 20만여 명은 앱으로 연결돼 새로운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혁신의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위워크의 진가는 해외에 진출할 때 더 실감할 수 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초행인 도시에서도 위워크 멤버로서 그 지역의 오피스를 찾아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식당이나 길 찾기 같은 단순한 도움도 있겠지만 특정 영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준다는 것이 위워크 커뮤니티의 가장 큰 장점이다.

2016년 8월 한국에 진출한 위워크 코리아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10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매 분기에 한 개씩 문을 연 셈이다. 한 오피스당 입주민은 평균 1500명이다. 가장 큰 지점에선 최대 27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위워크 코리아 매튜 샴파인 대표도 직원들에게 “한국과 글로벌 공동체에서 어떻게 하면 멤버들이 행복해 하고 성공할지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위워크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패스트파이브’가 대표적이다. 2015년 서울 남부터미널 근처에 1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서울 강남대로, 테헤란로 중심으로 확장해나갔다. 최근엔 서울 홍익대 근처와 상수, 을지로 등 강북 지역에도 진출했다. 현재 12개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규모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최근 직원 200여 명 규모의 회사도 패스트파이브 오피스에 입주했다.

패스트파이브는 위워크를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사업방식은 유사하다. 임대뿐만 아니라 네트워킹, 정보 교류 등 입주한 스타트업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패스트파이브는 위워크와 같은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심가에 있는 화려한 건물을 확보하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위워크보다는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다. 위워크의 파티 중심의 문화와 달리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네트워킹 방법도 차별점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위워크와 마찬가지로 이 서비스가 한동안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렇듯 위워크는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커뮤니티 매니저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내세워서, 패스트파이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와 한국 정서에 맞는 서비스와 이미지로 성장하고 있다. 두 스타트업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두 스타트업이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첫째, 조직의 변동성이 커서 일반 사무용 건물의 경직된 임대차 관행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6개월 뒤 직원이 몇 명 될지 예측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없다. 사무실을 빌려 인테리어 공사를 해봐야 페인트 냄새도 빠지기 전에 벌써 비좁아 회의실을 헐어 책상을 들여놔야 할 수도 있다. 신규 사업 TF를 수시로 출범하는 중견, 대기업들도 사무 공간의 크기를 자유롭게 가져갈 필요성이 높아졌다.
 
둘째, 젊은 세대로 갈수록 근무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시설을 갖춘 좋은 건물에서 일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으면 이면도로의 꼬마 빌딩이나 오피스텔에서 나와 번듯한 건물로 이사한다. 이제 근무 환경이 열악하면 채용 자체가 어렵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공유 오피스에서 다른 회사 직원들과 교류하면서 지내는 ‘쿨한’ 문화가 먹히는 세대다.

셋째,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 두 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유 오피스 임대료가 낮아졌다. 일반 사무용 건물을 임차할 때보다 편익은 크게 증가하지만 비용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 업체들은 빌딩을 통째로 빌리기 때문에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또 그 비용은 투자받은 돈으로 대기 때문에 은행 대출로 인한 이자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6개월 넘게 빈 공간으로 있던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건물들에 입주해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었다. 최근 IT 기업들이 판교로 이동하고,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더디게 진행하면서 강남 일대 사무실 수요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들이 공실로 있던 건물에 들어가면서 임대 비용을 낮추고, 동시에 죽어 있던 건물에 활력을 더했다.

스타벅스가 등장하기 전 미국 커피 한 잔 값은 50센트를 넘지 않았다. 지금도 주유소의 편의점이나 도넛 가게에서 파는 커피는 한 잔에 1달러 이하다. 그러나 사무직 근로자 위주의 도시라면 1달러짜리 커피보다 스타벅스에서 파는 3달러, 4달러짜리 커피가 훨씬 잘 팔린다. 도시 노동자들이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삶의 질과 자존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처럼 사무실 임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도 같은 이치다. 많은 젊은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쾌적하게 일하는 것을 중시 여긴다. 기업이 저렴한 건물에 입주하려다 좋은 직원을 놓치는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 업체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편집자주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가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6회에 거쳐 DBR에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주목할 만한 흐름과 변화, 그리고 그 주역들을 소개합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klee@startupall.kr

이기대 이사는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피치트리컨설팅, 드림서치 대표를 지냈고, IGAWorks에서 COO와 HR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 등 인터넷 선도기업들이 함께 만든 민관협력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3호 2018 Business Cases 2018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