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겸의 Sports Review

누구든, 자기가 가장 열심히 했다는데…

240호 (2018년 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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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를 분석해 보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운동했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노력이고 다른 누구보다 자신이 더 많이 노력했다고 믿는 것이다.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에 ‘상대 선수가 저보다 더 훈련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저의 타고난 재능을 상대가 따라올 수 없어서 우승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선수를 보았는가? 경기에 이긴 선수만이 아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가 ‘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금메달을 놓친 원인입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즉, 실력과 관계없이 운동선수들 중 자신이 보통 선수들보다 운동을 덜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선수들이 자신이 평균보다는 더 노력한다고 믿는다.

늘 접하는 일이라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따져보면 선수들의 이러한 믿음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선수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남들보다 열심히 했다’는 판단은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를 놓고 보면 사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선수들 평가를 모두 모아보면 이런 말이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는 모든 선수보다 더 열심히 운동했다.’ 또는 ‘모든 선수의 훈련량은 전체 선수 평균 훈련량보다 높다.’ 이는 단순히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운동선수들은 자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훈련하고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운동선수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데 훨씬 더 관대해서? 아니면 승리한 선수들이 타고난 재능에 대해 겸손한 척 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의 노력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선수들의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에서 찾을 수 있다.

가용성 휴리스틱이란 쉽고 빠르게 생각나는 근거를 우선 사용해 평가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정확한 평가와 결정을 위해선 즉시 떠오르는 근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시 떠오르는 생각이 타당한 근거가 아닐 수도 있다. 다른 근거와의 비교를 통해서만 정확한 결론에 이를 수 있는 평가나 결정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운동선수들의 노력량에 대한 자기 과대평가는 가용성 휴리스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에도 반자동으로 사용한 가용성 오류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제일 열심히 했다’거나 ‘다른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는 믿음은 자신의 노력량과 다른 선수의 노력량에 대한 두 가지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을 때만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종류의 정보는 가용성 면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누구나 자신이 훈련하고 고생한 것은 하나하나 빠짐없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른 선수들이 땀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은 본 적조차 없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팀 선수 또는 함께 운동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다른 선수의 노력량도 잘 알 수 있지 않겠냐고? 그렇지도 않다. 함께 운동하는 중이라 해도 결국 자신을 중심으로 모든 경험이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선수에 대한 정보의 생성량 자체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평가는 가용한 기억 또는 인상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나마 있는 정보도 다른 선수에 대한 것보다는 자신에 대한 것이 더욱 생생하고 쉽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자신의 노력량은 빠짐없이 모두 챙겨서 저울에 달지만 다른 선수의 노력량은 주변에서 눈에 띄는 것만 대충 모아서 반대쪽 접시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노력을 모은 것이 다른 선수의 노력을 모은 것보다 항상 무거워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러한 가용성 오류로 인한 자기 노력 과대평가를 경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스포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재 신화’가 그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성공하면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고, 다른 사람이 성공한 이유는 타고난 재능 때문이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천재 신화는 자신의 노력을 과대평가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성공과 실패, 또는 승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내가 상대보다 더 노력했기 때문에 나는 할 만큼 다 한 것이다. 상대가 더 재능이 뛰어나서 이긴 것을 내가 어쩌란 말인가?’ 이런 생각 때문에 노력을 더했는지, 덜했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운동을 효과적으로 열심히 했는지, 무작정 열심히 했는지도 따져보지 않게 된다. 게다가 이러한 천재 신화는 나는 노력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안 되는 거, 나는 할 만큼 했으니 됐다고 포기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내가 상대보다 조금 덜 열심히 했다’거나 ‘내 노력의 질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동기부여에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러한 천재 신화는 상당 부분 오류임이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전문성(expertise) 연구의 권위자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 플로리다주립대 교수는 1993년 『1만 시간의 법칙(10,000-hour rule)』으로 천재성을 설명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에릭슨 박사에 의하면 10년 또는 1만 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꾸준히 연습하면 자기 분야에서 최고에 다다를 수 있다. 즉 많은 경우 천재성은 타고나는 것이라기보다는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천재 본인들 말고는 천재들이 얼마나 많이,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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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가 게을렀다는 증거는 없다

영화 ‘아마데우스’에 등장하는 음악가 살리에리의 비극은 천재 신화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성공한 음악가 살리에리는 누구보다도 음악을 사랑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보다 방탕한 모차르트가 항상 더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고 인정받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 결국 자살까지 시도하며 정신병원에서 폐인처럼 생활하며 죽어간다. 살리에리의 고통도 가용성 오류에서 비롯한 것일지 모르겠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는 하지만 모차르트가 어린아이 때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작곡에 투자했는지 정확하게 알긴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살리에리가 받은 인상과는 달리 모차르트가 유흥을 즐겼고 천성이 가볍다고 해서 음악을 게을리했다는 근거도 없다. 모차르트가 살리에리보다 더 아름다운 교향곡을 작곡하고,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살리에리가 사용한 저울에는 담지 않은, 살리에리가 보지 못한 모차르트의 노력의 결과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다면 살리에리도 그토록 괴롭진 않았을 것 같다. 최소한 모차르트가 죽이고 싶도록 밉진 않았을 것이다.

가용성 오류의 또 다른 문제는 팀 스포츠에서 드러난다. 가용성 오류로 인해 선수들은 자신의 팀을 위한 노력 또는 공헌이 실제보다 더 크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팀에 대한 공헌은 총합이 100%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선수들 각자의 팀 또는 승리에 대한 공헌의 비중을 스스로 평가하면 총합이 항상 100%를 넘는 것이다. 경기에 이겼을 때뿐만이 아니다. 경기에 졌을 때에도 자신 때문이라고 말하는 선수들의 인터뷰를 흔히 본다. 이는 겸손해 보이려고 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기든 지든, 자기 플레이에 대한 정보가 가용성이 더 높기 때문에 자신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본인 공헌에 대한 과대평가는 다양한 불만과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도, 보상도, 남들의 인정도 자신이 기여한 만큼 얻는다고 느끼지 못할 테니까.

가용성 오류로 인한 자신의 공헌에 대한 과대평가는 스포츠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특히 결혼 생활이나 팀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잘 알려져 있다. 화목한 결혼 생활의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들에 따르면 집안일이나 자녀 양육과 같은 일들에 대한 기여도를 백분율로 평가하는 경우 언제나 부부의 총합이 100%가 넘는다. 실제 기여도가 부부에 따라서 부인이 높을 수도, 남편이 높을 수도, 아니면 비슷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자신의 기여도를 과대평가하고 배우자의 기여도를 과소평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결과는 다시 가용성 오류로 간단히 설명 가능하다. 내가 청소하고 빨래한 것은 다 알고 기억하지만 내가 없는 동안 배우자가 하는 이불 정리하고 설거지한 것은 중요한 일도 아니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니 내가 한 일이 상대적으로 많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 가용성 오류 줄이기

기업에서 팀 단위 프로젝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에 투자한 노력이나 공헌의 자기평가 총합은 언제나 100%를 훌쩍 넘을 거라는 걸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반면에 같은 팀 내 다른 구성원들의 공헌도에 대해 평가를 해보라고 하면 비교적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 그 합계는 10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기업에서 승진이나 성과급에 만족하는 사람보다 만족하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근거로 보상을 분배했다고 하더라도 많은 이는 자신이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

다행히 해결책은 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대부분의 판단이나 결정 오류들은 인간이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반면에 가용성 오류는 예외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비교를 위한 정보나 근거의 가용성 불균형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혹은 자신의 노력과 공헌에 대한 자기 평가 결과는 실제보다 항상 크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그 오류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직 내 구성원 간 직무를 순환하게 하는 것은 조직 내 유연성을 높이고 직무에 대한 권태와 단조로움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각 직무를 위한 노력과 공헌에 대한 가용성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남들이 얼마나 많이,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가용성 오류 자체를 줄이는 노력과 더불어 가용성 오류의 영향을 덜 받는 평가나 보상 체계의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다. 가용성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자신과 다른 구성원을 비교할 때다. 따라서 상대평가를 통한 보상 체계가 절대평가를 통한 보상 체계보다 가용성 오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개개인은 누구나 자신의 공헌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상대평가를 바탕으로 한 인사와 보상은 아무리 정확하게 한다 해도 분배 정의에 대한 구성원 간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따라서 상대평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절대평가를 바탕으로 한 인사나 보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른 구성원 또는 경쟁자의 성과를 비교해 보상이 결정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면 굳이 상대평가를 통해 보상에 대한 불만을 만들거나 구성원 간 갈등을 조장할 이유가 없다. 가용성 오류를 덜 받는 평가와 보상체계를 만들어 직장인들이 타인과 끊임없는 경쟁하고 비교당하면서 겪는 괴로움을 조금 줄여주자. 어차피 사람들은 정확하게 비교하지도 못하니까 말이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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