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호시노 리조트 운영 전략 및 조직 문화

료칸시대 끝났다고 할 때 ‘사람’에 집중
멀티태스킹 능력 키워 일본 호텔업 선도

254호 (2018년 8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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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운영 시스템과 역량 있는 직원만 확보된다면 기업은 경제 불황은 물론 경영난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 핵심은 운영 시스템과 인사제도가 선순환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호시노리조트는 직원들이 고객 서비스의 a부터 z까지 담당하는 ‘멀티태스킹’을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서비스 역량을 강화했다. 단순히 직원들에게 ‘일을 많이 하라’고 압박하지 않았다. 투명한 정보 공유, 공정하고 수평적인 인사 시스템,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의사결정 구조 등을 통해 직원들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정착시켰다. 그 결과 호시노리조트는 작은 료칸에서 시작해 국내외 37개 리조트를 운영하는 일본 호텔 대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남정희(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호시노 리조트는 1914년 일본 나고야현 가루이자와의 작은 마을에서 호시노 가문이 운영하는 작은 료칸에서 시작했다.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啓) 4대 사장은 1991년 사업을 물려받아 ‘일본 료칸 사업은 망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20여 년 만에 일본 대표 리조트 브랜드를 만들었다. 료칸의 전통적인 매력과 서구식 호텔 서비스를 결합해 ‘일본식 호텔’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특별한 매력은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가 일본을 방문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방카를 극진히 대접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찬장으로 호시노 리조트의 도쿄 중심가 호텔 ‘호시노야 도쿄(星のや東京)’를 낙점해 화제를 모은 것이다.

호시노 사장은 호텔 비즈니스의 핵심을 ‘사람’이라고 봤다. 값비싼 인테리어나 화려한 빌딩보다 좋은 인재가 중요하다고 믿었다. 뛰어난 직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호시노 사장은 Great Operation(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도입)과 Great People(직원 만족도 향상)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집중해 호시노 리조트만의 독특한 운영 전략과 인사제도를 정착시켰다. 먼저 직원 개개인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강화했다.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 누구나 고객 응대부터 청소, 설거지, 요리까지 거뜬히 해낼 수 있다. 서로 일을 떠넘기는 상황이 없어지고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호시노 사장은 실력 위주의 수평적 조직 문화도 확립했다. 연공서열을 폐지하고 누구나 팀 리더가 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관리자를 맡을 수 있어 직원들이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결과 호시노 리조트는 일본 내 35개 리조트, 해외 2개 리조트를 가진 일본 대표 리조트 브랜드로 거듭났다. 2005년 142억 엔 수준에 머물렀던 총수입(Transaction Volume)은 2018년 509억 엔으로 뛰었다. 정규직 사원 수는 2014년 1910명에서 2018년 2509명까지 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150여 명을 뽑는 정기 채용에 매년 2000여 명의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지원서를 낸다.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직장이라는 얘기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직원들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반발했다. “직원들을 설득하고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만 10년이 걸렸다”는 게 호시노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어떻게 수익성, 고객만족, 직원 성장이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을까? ‘리조트의 달인’ 호시노 사장과 직원들 인터뷰를 통해 호시노 리조트의 혁신적인 운영 전략과 인사제도를 집중 취재했다.

고객만족도와 수익성 동시 달성 추구
1990년대 초 일본 료칸 사업은 침체기를 맞았다. 버블 경제가 붕괴되면서 우후죽순 들어섰던 료칸 상당수가 경영난에 시달렸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료칸 사업은 회생 불가’라고 평가했다. 일본 국내 여행 수요가 줄고, 그나마 여행을 다니는 일본인들은 대부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진단이 뒤따랐다.

호시노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 석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그는 대외적 상황이 아니라 료칸 자체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호시노 사장이 자체 분석한 결과 일본 국내 관광시장은 연간 약 20조 엔 규모로 유지되고 있었다. 수요 자체가 급감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생산성이었다. 당시 미국과 비교해 일본의 서비스업 생산성은 약 76% 수준이었는데 료칸의 생산성은 23%에 불과했다. 결국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객이 오지 않는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시대와 맞지 않는 낡은 료칸 서비스 스타일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우선 사생활을 중시하는 젊은 일본인들의 니즈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료칸 대부분은 단체 손님 방문이 많아 개인 손님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손님이 방에 있는데도 직원들이 마음대로 들어와 청소를 하는 등 사생활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았다. 식사도 료칸이 정한 시간에, 료칸이 정한 메뉴로 먹어야 했다. 틀에 박힌 삶을 벗어나 여유롭게 쉬러 온 고객들이 되레 료칸이라는 틀에 자신을 맞춰야 했다. 고객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료칸 사장들의 잘못된 상황 인식이었다. 료칸 경영자 상당수는 고객 만족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한다고 생각했다. 돈을 많이 들이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고객의 불만이 나오기 직전 수준의 서비스만 제공하자’는 식의 응대가 주를 이뤘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보다 인건비가 싼 동네 중년 여성을 고용하는 일이 보편화됐다. 좋은 식재료를 쓰거나 솜씨 좋은 주방장을 고용하는 대신 싼 재료에 적당한 레서피로 평범한 요리를 내놓는 경우도 많았다. 소비자들의 변화된 요구를 감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호시노 사장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수익성과 고객만족의 관계부터 재정의했다. 수익성과 고객만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할 목표로 봤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결국 직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했다.

그는 직원의 성장과 만족을 기업의 성공과 동일 선상에 두자는 원칙을 세웠다. 단순히 직원들을 압박하고 업무 강도를 높이는 것은 답이 아니었다. 직원들이 일에 재미를 느끼고,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성과에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새로운 피의 수혈도 필요했다. 실력 있는 젊은 인재들이 들어와야 근본적인 서비스 혁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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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론 ‘젊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직장’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회사를 더 친숙하고 현대적으로 받아들이도록 1995년 사명을 호시노 료칸에서 호시노 리조트로 바꿨다. 대내적으론 멀티태스킹제도와 수평적이고 공정한 인사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이 즐겁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다.

호시노 사장은 “인재 확보를 위해선 높은 연봉, 충분한 휴가 등 직원복지제도가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의 운영 시스템과 인사제도에는 이런 철학이 녹아 있다. 좋은 근로 환경과 일하고 싶은 근로 분위기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면서 호시노 리조트를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직원은 사장의 잔소리보다 고객의 불만을 더 믿는다.
1994년 어느 날 아침, 고객들의 아침 식사 준비로 분주해야 할 호시노 리조트(당시 호시노 료칸)의 주방이 텅 비어 버렸다. 주방장은 물론 그 밑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단체로 료칸을 떠났다. 비상사태였다. 밥 한 그릇도 없었기 때문에 고객들이 아침을 굶어야 했다. 잇따르는 항의 속에 호시노 사장은 홀로 상황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사건의 발단은 호시노 사장의 ‘독설’이었다. 그는 주방장에게 ‘음식이 맛없다’고 혹평했다. 지역 전통 요리를 수십 년간 만들어온 50대 주방장은 자존심이 상했다. 이제 갓 부임한 젊은 호시노 사장이 전통요리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호시노 사장은 굴하지 않았다. 고객들은 그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주방장과 휘하의 요리사들은 폭발했다. 항의의 표시로 말도 없이 료칸을 떠나버렸다.

호시노 사장은 요리사들을 찾아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는 요리사들에게 고객들이 제출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밀었다. ‘익숙하지 않은 불친절한 맛.’ 료칸 음식에 대한 고객들의 냉정한 평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해진 요리만 매번 나와 단조롭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장의 말에는 콧방귀도 안 뀌던 요리사들이지만 고객의 말에는 눈빛이 달라졌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는 요리를 그대로 내놓을 수는 없었다. 이들은 주방에 복귀해 메뉴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그해부터 호시노 리조트의 고객 설문조사(Customer Survey) 제도가 정착된 배경이다.


호시노 리조트는 고객이 리조트를 떠나면 e메일로 만족도 조사 설문지를 보낸다. (그림 2) 설문지는 총 30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체크인, 체크아웃 서비스는 물론 온천의 청결도, 객실과 온천 내 비치된 어메니티에 대한 만족도까지 모두 설문 대상이다. 점수는 최고 3점에서 최저 -3점을 줄 수 있다. 추가로 리조트 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주관식 문항도 있었다. 호시노 직원들은 설문 항목 가운데 50%인 15개 이상에서 3점 만점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0점에서 -3점은 5%가 넘지 않는 게 목표다. 응답률은 약 25% 정도다. 응답자에게 별도의 혜택을 제공하는 설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DBR Mini Box 1 : 리츠칼튼과 힐튼을 대적할 ‘오모테나시’

서구식 호텔은 보통 고객과 직원이 ‘수직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직원은 고객이 요구하거나 지시하는 것들을 잘 해결해야 한다. 서비스 좋기로 유명한 리츠칼튼의 경우 고객의 개별적인 요구에 절대로 ‘노’라고 하지 않겠다는 서비스 정신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종업원들에게는 2000달러의 자유 결재권이 제공되고 있다. 현장의 종업원이 급하게 고객의 요구에 대처해야 할 때 종업원들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중요한 회의 서류를 방에 두고 갔는데 리츠칼튼 종업원이 비행기를 타고 가 서류를 전달했다는 유명한 에피소드도 있다.

반면 료칸 문화는 료칸 측에서 구성한 스토리, 문화에 고객이 그대로 따르면서 만족을 제공하는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가 관행이었다. 오모테나시는 ‘방을 차린다’는 의미로 고객을 대접하기 위해 손수 공간을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고객과 대등한 관계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대접하는 일본 특유의 서비스 문화다. 료칸 주변 지역을 충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2016년 도쿄 중심가에 문을 연 호시노야 도쿄는 현대식 고층 빌딩이다. 하지만 내부는 온천 료칸 시스템을 그대로 따랐다. 손님은 료칸에서 정해진 대로 현관에서 구두를 받고 일본식 간편 기모노인 ‘유카타’를 입고 관내를 돌아다니면서 일본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일반적인 료칸과 달리 시계를 설치하지 않았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휴양을 즐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호시노야 도쿄를 제외한 다른 호시노야 브랜드에는 TV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또한 일본식 료칸의 미적 감각과 휴양을 위해 일부러 조명도 어둡게 한다. 더 밝게 해 달라는 고객의 요구도 수용하지 않는다. 휴양과 일본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일본 특유의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호시노 사장은 이러한 일본식 호텔 서비스가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했을 때다. 미국에 있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은 일본이 서구식 호텔을 짓는 것도, 내가 문화 행사에 민족의상 대신 양복을 입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있다고 봤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의 핵심 정체성을 지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호텔 서비스를 개발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설문조사 데이터는 직원이나 사업부서의 성과를 평가하는 자료가 아니다.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를 되돌아보고 개선할 방법을 찾아내는 기초 자료로 쓴다. 설문조사 데이터는 인터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여과 없이 공개한다. 이 시스템을 ‘CRM 키친(Customer Relations Management Kitchen)’이라고 한다. 시스템에 접속하면 지난주부터 10년 전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있다. 주관식으로 고객들이 서술한 대답도 리조트 서비스별로 분류해 제공한다.

직원들은 ‘공기를 마시듯’ 수시로 시스템에 접속해 고객의 생각을 살핀다. 최고점인 3점이 나오지 않은 서비스 항목은 사업부서별로 회의를 통해 개선점을 찾는다. 호시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개입은 없다. 직원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답을 찾는다. 작은 개선이든, 큰 개선이든 상관없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개선할 점을 고민한다는 게 중요하다.

호시노 사장은 “직원들은 사장이나 상사의 지시에 따르지만 그건 직원들이 그 지시나 생각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상사이기 때문에 듣는 척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고객들의 이야기를 믿는다. 고객 설문조사 결과는 직원이나 사업부의 성적표가 아닌 자신의 서비스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건강 진단서’와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적힌 의견을 심도 깊게 고민해 큰 전환점을 만든 케이스도 있다. 일본 북부 홋카이도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인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星野リゾート トマム, 이하 토마무)의 인기 상품 ‘운카이(雲海) 테라스’가 대표적이다.


리조트에 방문한 고객이 설문조사에서 ‘이른 아침에 즐기는 한 잔의 커피는 각별하니 보다 일찍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라운지를 오픈해 달라’고 요청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아침 식사 시간을 앞당겨 달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기분’에 집중했다. 직원들은 이를 토대로 두 가지 기획을 내놨다. 하나는 숲속의 좋은 경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다른 하나는 새벽에 곤돌라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 산속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상품을 제안했다. 호시노 리조트는 후자의 아이디어에 집중해 서비스를 준비했다.

산속의 테라스는 이후 스키 시설에서 곤돌라 리프트를 관리하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토마무의 히트 상품 ‘운카이 테라스’라는 상품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곤돌라를 운영하는 한 직원이 산 정상에서 매일 보는 웅장한 운해에 집중해 아이디어를 냈다. 자신은 매일같이 보는 ‘당연한’ 장관이었지만 고객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고객이 이곳에서 운해를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운카이 테라스는 비수기인 여름에도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토마무의 최고 ‘히트 상품’이 됐다.

호시노 리조트는 고객 만족도 조사가 조직 스스로 개혁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여긴다. 고객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개선하면서 조직 전체가 진화한다. 호시노 사장은 “과학적인 기법을 활용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직원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회사를 성장시켜 나갔다”고 자평했다.

‘멀티태스킹’으로 업무 생산성 제고
호시노 리조트를 방문한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 있다. 직원들이 금세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곳 직원들은 유독 손님의 이름과 얼굴을 빠르게 기억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주 마주치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음식 서빙을 하는 직원이 객실 청소도 해주고, 프런트 데스크에서 결제도 도와준다. 고객과의 접점이 많다 보니 직원들은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더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자연스레 서비스도 필요한 곳을 제때 긁어주는 ‘맞춤형’이 된다. 그래서 고객들은 호시노 리조트에서 세심한 배려와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 숙박료가 상당히 비싼 편인데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기저에는 호시노 사장이 2001년부터 도입한 ‘멀티태스킹’ 제도가 있다. 예를 들어 객실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청소, 프런트 데스크, 음식 서빙, 간단한 조리 등 4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대부분의 호텔이 서비스 영역별로 직원을 구분해 ‘전문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처음 멀티태스팅을 도입한 취지는 분명했다. 업무 공백과 과부하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호텔은 서비스의 특성상 특정 시간대에 일이 몰린다. 고객들이 체크인, 체크아웃하는 시간, 식사를 하는 시간 등이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에는 프런트 데스크에 일이 많다. 체크아웃과 체크인 사이 시간대엔 객실 청소 업무가 바쁘다. 식사 시간대에는 식당이 북적거린다.

이야기를 반대로 뒤집어 보면 일이 몰리는 시간이 아니면 각 서비스 담당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멀티태스킹을 도입하기 전 호시노 리조트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12시부터 3시까지 바쁘고 그 외의 시간은 주로 ‘대기’하는 게 일이었다. 청소 도구를 관리하는 일을 제외하면 동료들과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허다했다.

호시노 사장은 멀티태스킹에서 답을 찾았다. 호시노 리조트의 서비스팀 직원이라면 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회사 방침을 정했다. 서비스팀 직원들의 스케줄은 이렇다. 아침 조는 새벽 5시30분에 출근해 오후 3시30분에 퇴근하고, 오후 팀은 오전 11시30분에 출근해 오후 10시30분에 퇴근한다. 아침 조는 출근하자마자 조식을 준비해 서빙한다. 9시부터는 프런트에서 고객들의 체크인, 체크아웃을 돕는다. 10시30분까지 체크아웃하는 고객을 배웅한 후 한 시간 정도 휴식한다. 11시30분부터는 객실 청소를 한 다음 오후 2시20분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일과를 마친다. 회의에선 오후 출근자와 만나 고객 정보나 특이사항을 공유한다.

오후 출근자는 1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오전 출근자와 같은 스케줄로 움직인다. 오후 2시30분부터 프런트에서 체크인 업무를 담당한 후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 쉰다. 오후 5시부터는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식사는 5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다. 뒷정리를 한 후 10시30분에 퇴근한다. 늦은 밤과 새벽 시간에는 소수 직원들이 남아 비상상황에 대비한다.

물론 멀티태스킹 제도가 순탄하게 도입된 건 아니다. 처음엔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특히 호텔 경영학과를 나왔거나 호텔 서비스에 대한 주관이 뚜렷한 직원들은 청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서비스맨이 청소를 할 순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주방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문성 없는 일반 직원들이 칼을 잡고 불을 쓰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한 술수 아니냐며 호시노 사장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호시노 사장의 의지는 완고했다.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직원의 역량까지 발전시킬 방법은 멀티태스킹뿐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1년만 멀티태스킹 방식을 해보고 다시 논의해 보자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끝까지 반발하며 리조트를 떠난 직원들도 있었지만 상당수 직원은 그를 믿고 동참했다.

어렵사리 제도를 도입하고 보니 직원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객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 보면서 전반적인 이해도가 확 높아졌다. 호텔리어로서 가져야 할 기본 덕목과 서비스 정신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과 만나는 빈도가 늘면서 서비스 개선 의지도 높아지고, 아이디어도 더욱 다양해졌다. 여기에 규칙적인 교대 근무 시스템까지 자리를 잡으면서 업무 집중도가 올라가고 충분한 쉬는 시간도 확보됐다. 그렇게 멀티태스킹은 호시노 리조트를 대표하는 핵심 업무방식이 됐다. 현재 호시노 리조트에 신입으로 들어오는 직원들은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서비스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다.

호시노 리조트의 멀티태스킹 제도는 도요타의 ‘다능공(多能工) 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도요타 직원들은 한 공정만 맡지 않고 여러 공정을 두루 거치며 일한다. 일손이 모자랄 경우 서로 거들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여러 공정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 어떤 생산라인에 투입해도 거뜬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양한 업무를 맡아보기 때문에 한곳에서 일할 때보다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직원들 모두가 생산공정 전체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날카롭고 현실적인 공정 개선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멀티태스킹은 부수적인 효과도 만들어냈다. 서비스팀 업무 효율성이 확보되면서 서비스팀 외에 이벤트팀, 조리팀, 마케팅팀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팀에서 업무를 익힌 신입 직원들은 자신의 커리어 계획과 선호도에 따라 다른 부서로 투입돼 역량을 발휘한다. 타 부서로 가는 과정도 투명하다. 공식적으로 부서 이동을 신청하고 각 부서 면접을 통해 이동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책임의 선을 긋고 남의 일을 나 몰라라 하는 일은 호시노 리조트에서 상상할 수 없다. 서비스팀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타 부서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간다. 전 직원이 호텔의 기본 업무를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서 간 협업도 순조롭다.

2010년 호시노 리조트에 입사한 한국인 이근주 씨는 부서 간 적극적인 협업이 일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토마무의 리테일 서비스 기획팀 관리자급인 유닛 디렉터(Unit Director, UD)로 일하고 있다.

이근주 씨가 웨딩 고객 서비스팀에서 일할 때였다. 레스토랑 팀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는데 당시 고객이 너무 많이 몰려와 레스토랑 내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자 웨딩팀 직원들은 바로 레스토랑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주방에선 설거지, 홀에선 손님을 안내하며 일을 도왔다. 다른 팀에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 현재 이근주 씨가 관리하고 있는 편의점에 손님이 몰렸을 때에는 다른 팀 직원들이 고객 물건을 포장하거나 카운터 계산을 자발적으로 맡아줬다.

이근주 씨는 “멀티태스킹은 단순히 다양한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는 업무 스킬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멀티태스킹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는 고객을 편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고객이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누구나 직원들을 서로 도와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마인드를 갖는 게 멀티태스킹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ini Box 2. 호시노리조트의 재생사업


호시노 리조트는 호텔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토지를 소유하거나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게 호시노 리조트의 원칙이다. 호시노 사장은 1991년 가문의 료칸을 물려받은 직후부터 이 원칙을 실천했다. 집안이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은 모두 매각하고 료칸과 호텔 운영에만 집중했다. 고객 만족도, 수익, 직원 만족도 등 호텔 운영 혁신에 몰두했다. 실제로 호시노 리조트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변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갔고, 꾸준히 성장했다. 일반 일본 료칸 가동률이 37% 정도였는데 호시노 리조트의 가동률은 73%에 달했다.

호시노 리조트가 일본 전역에 35개 리조트, 해외에 2개 리조트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호텔 운영에만 집중한 결과다. 확장할 수 있는 기회는 2005년에 찾아왔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일본의 실적이 부진한 료칸과 온천을 사들여 새로운 관광레저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쉽게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가문의 전통과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료칸 주인들은 쉽게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료칸에 대한 지식이 없는 미국 회사가 무분별한 개발로 기존 자원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골드만삭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호시노 사장이었다. 서구식 경영 스타일도 잘 이해하면서 료칸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경험이 있어 함께 사업을 하기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5대5 합작법인을 세우고 일본 료칸 ‘재생사업’에 뛰어들었다. 투자는 골드만삭스가 하고, 료칸 운영은 호시노 리조트에 위탁하는 형태였다.

호시노 사장은 지방 료칸 주인들을 직접 만나 료칸을 없애려는 게 아니라 살려 나가기 위한 사업을 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골드만삭스 직원들을 지역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했던 료칸 사장들이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료칸과 주변 자연경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과거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재생사업을 진행하자 단기간에 성과가 나왔다. 처음 인수한 곳은 ‘리조나레 야쓰가타케(リゾナ一レ八ヶ岳)’라는 고급 호텔이었다. 이 호텔은 온천이 없어 고객들이 찾지 않는 게 문제였다. 호시노 사장은 역으로 이것을 이용했다. 온천이 없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고객층을 파악했다. 아이를 동반한 고객들에게는 온천보다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 아이를 자유롭게 맡길 수 있는 서비스가 더욱 중요했다. 탁아소와 북카페를 설치했더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이 호텔은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호시노 리조트 아오모리야(星野リゾート青森屋)는 2004년 파산한 온천 호텔이었다. 자연경관이 훌륭한 노천탕, 맛이 훌륭한 향토 음식을 내세워 재단장했고
5년 만에 흑자를 냈다.

위탁 운영 경험은 호시노 리조트에도 큰 자산이 됐다. 우선 일본 전역의 관광지와 료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큰 자본 투자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도 확장할 수 있었다. 호시노 사장은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다. 부동산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 천재지변, 경기 변동 등 내가 스스로 경영 활동을 통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많다. 위험을 감수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그 대가를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부동산 소유와 호텔 운영을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호시노 리조트는 2013년 골드만삭스와의 제휴를 종료했으며 이후에는 다른 투자회사의 투자를 받아 ‘호시노 리조트 리츠 투자법인’을 설립해 위탁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매뉴얼화 된 업무 숙지와 권한 위임의 ‘조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직원들이 멀티태스킹을 통해 터득한 지식과 아이디어는 호시노 리조트의 핵심 경쟁력이다. 직원들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공유해 새로운 서비스나 이벤트로 발전시켜 나간다. 직원들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를 바탕으로 신상품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멀티태스킹 극대화가 낳은 긍정적인 효과다. 이를 위해 호시노 리조트가 반드시 지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철저한 교육으로 직원들이 매뉴얼화된 업무를 완전히 숙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초 지식이 충분히 쌓여야 비로소 창의성도 발휘할 수 있다. 매뉴얼을 지키는 교육은 철저히 현장 실습 위주로 이뤄진다. 선배와 짝을 이뤄 청소, 프런트 데스크, 주방 업무 등을 1대1로 배운다. 객실 청소의 경우 청소의 순서, 이불을 개는 방법, 화장실 청소 등 세세한 방식 전부가 교육 대상이다. 주방 업무도 마찬가지다. 칼질하는 방법부터 재료를 손질하는 방법, 프라이팬에 계란을 요리하는 시간 등 사소한 영역까지 정해진 룰을 가르쳐 준다. 직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프런트 데스크 업무도 선배와 함께 시작한다. 전산 처리, 계산, 고객 응대 등 복잡한 일을 실수 없이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업무당 교육 기간은 약 한 달 정도. 객실 서비스 전체를 배우는 기간이 최소 넉 달이다.

빠른 업무 숙지를 돕기 위해 최근엔 동영상 교육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신입 직원들이 인터넷으로 1∼2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보고 기본적인 업무 순서와 방법을 숙지한다. 새롭게 익혀야 할 내용이 있을 때도 동영상 자료를 업데이트한다. 지금까지 약 1900여 편의 동영상이 교육 자료로 활용됐다.

둘째, 자율성의 제도적 보장이다. 직원들이 직접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창구를 공식적으로 마련했다. ‘매력 회의’가 대표적인 예다. 매력 회의는 리조트별로 직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펼치며 서비스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다. 한 달에 최소 한 번씩 여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즌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거나 시급한 개선점이 있을 때에는 직원들의 요청하에 수시로 열리기도 한다. 각 리조트의 마케팅팀 직원이 회의를 진행하고 조율하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는다. 희망하는 직원은 누구나 참석해 자기 생각을 개진할 수 있다. 고객들에게 전달받은 생생한 의견, 서비스를 하면서 느낀 개선점 등을 제시하며 자유롭게 토론한다. 자기 부서, 업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디어를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강제로 쥐어짜면 오히려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 회사의 철학이다.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직원들이 직접 좋은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한 단계씩 발전시킨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이나 발전 포인트를 찾는 것도 모두 직원들이 직접 한다. 리조트의 총지배인이나 부서장/팀장급인 UD들은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조언만 한다. 이렇게 한층 업그레이드된 아이디어는 호시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함께 치열한 토론을 거친 후 실제 서비스로 다시 태어난다.

토마무에서 진행하는 ‘토마 피크’는 매력 회의가 탄생시킨 대표적인 인기 상품이다. 일대에 자작나무가 많은 토마무리조트의 특성에 주목한 직원들이 스스로 이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그 결과 자작나무 숲에 소풍을 가서 각종 디저트와 차를 즐길 수 있는 휴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객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지금은 토마무리조트의 상징이 됐다.

이근주 씨는 “매력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일 년에 두 번 UD와 평가 면담을 할 때 능동적 참여, 팀의 공헌도로 평가점수를 높일 수가 있다. 호시노 리조트의 직원 평가 시스템은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능동적으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직원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호시노 사장은 “멀티태스킹 과정에서 직원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은 더 나은 서비스를 완성하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모든 직원에게 회사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권한을 주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주인의식이 생긴다. 자신이 직접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직원들이 늘어날수록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ini Box 3. 호시노 사장이 아버지를 해임한 까닭
호시노 사장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호텔 서비스팀 직원들에게 청소를 시키고, 연공서열을 폐지하는 등 일본 기업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방식으로 경영해왔다. 이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직원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호시노 사장이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호시노 리조트의 경영 정상화와 성장을 위해 당시 사장이었던 아버지를 해임했다. 호시노 가스케(星野嘉助) 전 사장은 친척들이나 지인에게 시중보다 더 비싼 가격에 물품을 납품하고, 더 많은 급여를 주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이 사실을 알게 된 호시노 사장은 크게 반발했고, 그동안의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하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호시노 사장은 아버지의 고집을 쉽게 꺾지 못했다. 화가 난 호시노 사장이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을 포기하고 글로벌 금융회사에 취직해 일할 정도였다.

호시노 사장는 여기서 물러나지 않았다.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 이사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마침내 이사회를 열었고, 60%의 지지를 얻어 아버지를 해임하고 4대 사장이 됐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친족 특혜 타파’를 공식화한 것이었다. 기존 납품 업체도 바꾸고, 친족의 월급도 정상화했다. 불필요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도 모두 회사에서 내보냈다. 친족과 아버지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다.

직원들은 호시노 사장의 행보가 회사와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가 고집하는 경영방식이 다소 터무니없거나 어려워 보여도 직원들이 결국 설득당했던 이유다. 2013년 세상을 떠난 그의 아버지는 나중에 그의 성공을 지켜본 후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인정하고 지지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직접 뽑는 매니저 선출제
호시노 리조트에서는 나이, 성별, 경력,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로 자원할 수 있다. 이제 막 입사한 신입 직원들도, 일본어가 서툰 외국인도 제한이 없다. 대신 자신이 UD가 되려는 곳의 업무를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프레젠테이션 시간은 약 15분이며, 이후 10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회사는 직원이 UD에 입후보하면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전문 강사나 선배 직원들은 자료 조사부터 발표 리허설까지 세심하게 도와준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일본 특유의 문화적 특성을 극복하기 위한 회사의 배려이기도 하다. UD선출대회는 상·하반기에 한 번씩 일 년에 두 번 열리는데 총 100∼150여 명이 지원한다.

재미있는 것은 같이 일할 직원들이 UD 후보들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평가한다는 점이다. 경영진이 관여하지 않으면서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다. 직원들은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프레젠테이션을 꼼꼼히 따져본다. 평가 항목은 크게 3가지다. 첫째, 후보가 내세운 전략의 ‘질’이다. 얼마나 미래를 내다본 전략인지, 시장의 상황은 물론 고객의 니즈와 잘 맞는 전략인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 두 번째는 조직 개발 측면이다. 지속 가능한 조직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조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잘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살핀다. 단기적인 성과, 재무적인 성과보다 고객 만족도가 평가의 최우선 기준이다. 호시노 리조트는 전 직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종 UD 풀을 선발한 후 각 부서에 배치한다.

부서 간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어 해당 부서 직원이 아니어도 UD 출마가 가능하다. 옆 부서의 일을 관찰하다 스스로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 부서의 UD로 지원할 수 있다. 없는 부서를 만들어 출마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서비스나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새 부서가 왜 필요한지, 어떤 성과를 낼 건지를 위주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 된다. 실제로 한 직원은 토마무의 콘도미니엄동 전담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스로 팀을 만들어 UD 후보로 등록했다. 프레젠테이션 후 회사 전 직원들과 경영진의 의견을 반영해 신설된 부서의 UD로 배치됐다. 회사는 UD 선출 후 e메일로 새 부서의 팀원 지원자를 받았다.

UD의 정해진 임기는 없다. 성과가 좋고 부서나 팀 내의 직원들이 지지하면 계속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업무가 생각보다 잘 맞지 않거나, 성과가 예상보다 저조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 직원이 스스로 결정할 수도 있고, 회사에서 판단해 부서를 재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UD 제도가 도입된 건 20여 년 전인 1995년이다. 호시노 리조트도 여느 일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 많고 경력이 많은 사람이 승진을 하고 의사결정을 했다. 신입사원들은 주로 단순하고 귀찮은 일들을 도맡았다. 이런 구조는 젊은 직원들을 금방 지치게 했다. 애써 뽑은 신입들은 2∼3년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호시노 사장은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처음엔 회사의 경직된 분위기를 전환하고 조직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능력 있는 직원 몇 명을 선정해 관리자로 승진하는 방법을 써봤다. 그런데 이 시도는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낳았다. 직원들은 ‘사장이 특정 직원을 편애한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이 승진한 젊은 매니저를 잘 따르지 않았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사내 정치만 더 늘어나는 모양새였다.

호시노 사장은 ‘직원들이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인사제도’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UD의 진입장벽을 없애버리고 직원들이 스스로 관리자를 뽑는 시스템을 생각해 냈다. UD가 되고 싶은 직원들은 어떠한 제한 없이 프레젠테이션만 잘 준비하면 된다. 직원들은 이들 중 함께 일하고 싶고 능력 있다고 생각되는 직원을 선택한다. 후보로 나오는 직원이나, 투표를 하는 직원이나 모두 자발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상사의 평가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직원들이 서로를 평가하니 직원들은 나이가 어리든 많든, 경력이 짧든 길든 선출된 UD를 존중하고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UD는 ‘팀 주장’과 같은 개념… 직원이 커리어 선택 주도
호시노 사장은 UD 선출제를 지탱하는 세부적인 시스템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상 체계, 조직문화, 커리어 관리 등 제도를 뒷받침하는 정교한 프로그램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UD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UD 선출 제도의 취지는 완벽한 ‘팀’이 돼라는 것이다. UD는 다른 직원들을 ‘통제’하는 위치가 아니다. 조직원을 다독이고 본인이 앞장서서 나아가는 팀의 주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팀원들도 UD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맡기고 따라만 다니지는 않는다. UD가 부족한 점이 있으면 자신들이 채워주고, 결과적으로 더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UD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플레이어(Player)’라고 부르는 이유다.

UD는 ‘승진’이 아니라 직원들이 커리어를 개발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UD는 관리자로 성장하고 싶은 직원의 선택이다. 관리자가 될 뜻이 없다면 굳이 UD에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 업무 전문성을 길러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의 역량을 꾸준히 개발해 서비스팀, 조리팀, 이벤트사업팀 등 특정 부서에 특화된 능력을 발휘하면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게 된다.

이근주 씨도 입사 4년 만에 토마무의 웨딩 고객서비스 예약팀 UD로 선발됐다. 그곳에서 5년 동안 일한 후 현재는 서비스리테일 UD로 활약하고 있다. 이근주 씨 팀에는 아빠뻘이 되는 직원들도 서너 명이나 있다. 이근주 씨의 아버지가 ‘네가 상사여도 연장자를 꼭 존중해야 한다’고 주의를 줄 정도다. 하지만 이근주 씨가 이런 신경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 이들의 관계는 상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장자라고 UD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지시에 불복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젊은 UD는 연장자의 경험과 지식을 존중하고 배우면서 진취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간다.

호시노 사장은 “모든 사람은 약점과 강점이 있다. 팀은 서로의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더 살려줄 때 빛을 발한다. UD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각 부서가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조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젊은 사람들의 입장도 많이 고려했다.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상사를 이해하지 못한다. 스스로 관리자가 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자발적으로 의욕이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량보다 더 중요한 것이 더 많은 책임과 일을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호시노 리조트는 경영진과 직원들이 공유하는 경영 정보의 수준을 동일하게 만들었다. 회사에 중요한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하면 경영진은 주저하지 않고 전 직원에게 알린다. 과거 매출, 수익, 직원 등 회사에 궁금한 경영 정보가 있으면 UD나 총지배인과 상담한 후 얼마든지 제공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정보 공유는 직원들이 누구나 자신 있게 사업 부서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 회사를 신뢰하고 일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역할에 따라 월급을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는 유연한 임금 체계를 눈여겨봐야 한다. 호시노 리조트는 UD에게 일반 직원들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제공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UD는 승진의 개념이 아니지만 팀원을 이끄는 입장이다. 조직 관리, 직원 평가, 프로젝트 관리 등을 도맡는다. 같은 보수를 받으면서 더 많이 일하려는 직원은 없다. 그렇기에 직원들은 UD가 되면 플레이어들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두 번째는 많은 직원이 UD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UD에 도전하려 할 것이다. 그만큼 직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직원들과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실적이 안 좋은 UD들은 어떻게 될까. 회사에서 부서를 재배치해 팀원으로 복귀할 수도 있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이때 보수도 팀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대신 회사는 배려 차원에서 3년의 ‘유예 기간’을 준다. 3단계를 거쳐 보수가 내려가는데 이 사이에 본인이 원하는 경우 다시 UD에 도전할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UD에서 물러나서 팀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이미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직원 스스로 실패했다고 여기지 않는다. 퇴사를 결정하지 않는 한 정년까지 다시 UD에 도전할 기회도 주어진다. 그래서 급여가 깎이는 것도 큰 부담이 없다. 더 많은 기회를 직원들이 골고루 나눠 갖기 위한 선택이라고 여긴다.

호시노 사장은 “UD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UD에서 팀원으로 복귀할 경우 급여도 함께 깎는 것에 직원들이 동의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직원들과 수없이 토론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반대했지만 도입한 후 직원들의 만족도가 예상보다 높았다. 연령이나 성별, 경력에 상관없이 더 많이 일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 돈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Mini Box 4. 호시노리조트 브랜드가 4개인 이유

호시노 리조트는 현재 총 4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호시노야(Hoshinoya)’는 최고급 호텔 브랜드로 럭셔리 리조트를 지향한다. ‘카이(Kai)’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럭셔리 료칸이다. 주로 기존 료칸의 특성을 잘 살려 리모델링했다. 지역 특색이 강조된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리조나레(Risonare)’는 세련된 디자인의 서양식 리조트다. 온천이 꼭 포함되지 않는 대신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나 가족들을 위한 여행 상품을 준비했다. 올해 개장한 오모(OMO)라는 브랜드는 실속형 도심 관광형 호텔이다.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휴양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호시노 사장은 “기존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은 이름만 살짝 바꿔 한 도시에서 여러 호텔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고객들이 이 호텔들을 갔을 때 서비스의 차별점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호시노는 전혀 다른 개성과 특징을 가진 브랜드를 론칭했다”고 밝혔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1)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성 확보
리더십과 조직 관리의 권위자인 켄 브랜차드 박사는 존 카를로스, 앨런 랜돌프와 함께 저술한 『Empowerment Takes More Than a Minute』를 통해 ‘사람들은 이미 지식과 동기를 통해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권한 위임은 이 역량을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즉 권한 위임은 개인의 잠재 능력을 끌어내 조직과 개인이 모두 발전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권한 위임이 잘 이뤄지기 위해선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전 직원과 경영진이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책임감 있는 사람을 조직에 두기 위해선 그 사람을 경영진이 신뢰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기 어렵다. 회사의 재무정보, 신사업 동향, 경영진 활동 등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직원들도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호시노 리조트는 ‘경영진과 직원이 같은 수준의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재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 방향성 등을 모두 알려 직원들을 이해시킨다. 고객 설문조사 내용, 영업 현황도 필요한 경우 수시로 열람이 가능하다. 민감하다고 생각되는 과거 정보들도 직원이 요청하면 제공한다. 직원들은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고 직원들은 보다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율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즉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명확히 해 직원들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 강에 강둑이 없다면 흐름이 없는 하나의 물웅덩이에 불과하다.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직원들이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행사할지, 어떠한 능력을 개선해야 할지 그 기준을 세울 수 있다.

호시노 리조트는 고객 만족 극대화와 수익률 향상이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다. 직원들이 개발한 토마무의 ‘운카이 테라스’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한 훌륭한 예다. 직원들은 고객이 아침에 더 일찍 커피 한 잔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허투루 듣지 않고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개발했다. 운해를 보기 위해 비성수기인 여름에도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운카이 테라스는 토마무리조트의 가동률을 높이는 효자 상품이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직원들은 회사의 목표, 비전과 자신의 업무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기본적인 업무에 대해 철저하게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권한을 위임하면 오히려 회사의 리스크만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권한 위임과 함께 표준화된 업무에 대한 엄격한 교육과 관리도 실행돼야 한다. 호시노 리조트는 기본 업무를 숙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여긴다. 1대1 현장 학습뿐만 아니라 동영상 교육 프로그램을 배포해 기본 업무를 숙지시킨다. 누적된 매뉴얼 동영상이 1900여 개에 달할 만큼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셋째, 전통적인 위계질서를 대체하기 위한 자율 경영팀(Self-managed team)이 필요하다. 권한 위임이 이뤄지면 모든 사람이 책임과 결정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블랜차드 박사는 한 개인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자율 경영팀이 되기 위해선 리더가 아닌 팀이 주도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전통적인 관리자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물론 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은 존재한다. 이 리더는 지시를 내리는 역할이 아니다. 주로 조언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적절한 순간 팀원들을 도와줘야 한다.

호시노 리조트는 연공서열을 탈피한 UD 선출제도를 통해 자율 경영팀을 운영하고 있다. 신입사원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이 리더가 되고 싶으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직원들은 같이 일할 동료를 뽑는다. 특히 승진의 개념을 없애 직급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에 대한 편견을 없앤 조직문화를 형성했다. 공통된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성과도 함께 나눠 갖는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는 호칭을 영어로 바꾸고 상사 위주의 회식 문화를 제거한다고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져야 하고 그 권한에 걸맞은 정보 공유, 영향력 등과 같은 시스템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무턱대고 수평적 문화를 도입하기보다 자국 내 사회 문화나 제도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호시노 리조트는 UD에서 내려오더라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연봉을 단계별로 조정하며 페널티 없이 언제든 다시 UD에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정년을 보장하는 일본식 기업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2) ‘멀티태스킹’을 통한 업무 생산성·직원 만족도 동시 달성
서비스 산업은 외부 변수가 많은 영향을 끼친다. 경기는 물론 사람들의 심리도 영향을 끼친다. 관광업은 더욱 심하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다.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메르스, 세월호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도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인력을 운영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많은 서비스업이 인력을 운영할 때 ‘수요추구전략(Chase Strategy)’을 적용한다. 시간대나 요일별 고객의 방문 패턴에 맞춰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할인마트의 경우 퇴근 시간대나 주말이나 공휴일 전날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한다. 또한 고객 방문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임박해서야 직원들의 근무표가 확정된다. 기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고객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언제 일하게 될지, 언제 그만두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직원들은 업무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대가 불규칙해 정규직 대신 파트타임 인력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직원들이 업무를 연속성 있게 진행할 수 없어 고객들을 응대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회사가 예측한 고객의 패턴, 수요 예측이 빗나갈 경우에는 고객을 정상적으로 응대할 수 있는 없다는 것이다. 수요 추구 전략의 악순환이다.

제이넵 톤 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Good Job Strategy』를 통해 이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탈바꿈하는 방법이 멀티태스킹이라고 주장한다. 다양한 종류의 직무를 교육하는 교차 업무교육(cross training)을 통해 직원의 수를 조절하지 않아도 업무의 공백이나 과부화를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직원의 ‘노는 손’을 제거해 노동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고, 직원 수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기업의 비용도 줄어든다.

호시노 리조트 직원들은 객실 청소, 고객 응대, 요리, 서빙 등 다양한 업무를 습득해 고객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했다. 회사는 서비스별로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쪼개 그 상황에 맞게 직원의 시간표를 짰다. 고객의 수요에 맞게 직원 수를 조정하지 않아도, 성수기에 직원의 수를 늘리지 않아도 고객들은 대기 시간 없이 호텔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선 멀티태스킹이 회사에 더 큰 손실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반론을 제기한다. 직원을 교육하는 시간이 많이 들고, 직원들이 여러 가지 직무를 수행하면서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은 비용보다 이익이 더 큰 경우가 많다. 리처드 핵만과 그레그 올드햄이 저술한 『Work Redesign』에서 제시한 일을 의미 있게 만드는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다양한 업무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둘째, 업무의 처음과 끝을 모두 체험하고 파악한다. 셋째,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멀티태스킹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특히 고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서비스업에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체 서비스를 이해하면 고객의 불편함이나 요구를 잘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시노 리조트의 서비스팀도 네 가지 업무를 수행하면서 호텔 서비스의 처음과 끝을 모두 경험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 서비스 개선과 새로운 상품 개발 등을 위한 작업을 직원들이 주도했다.

3) 철저한 경험 가치 추구
호시노 리조트의 혁신적인 운영 시스템과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인사제도는 고객을 소중하게 여기고 남들과 다른 경험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강화돼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경쟁력이 있는 경험가치라는 것은 고객에 대한 철저한 배려를 기반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시도가 요구된다.

호시노 리조트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의미 있는 고객 경험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부터 열정을 가지고 종업원들과 함께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단순히 1회성의 기획이 아니라 기업조직 자체가 끊임없이 경험 가치를 탐구하고 향상하려는 노력이 일상화되고 체질화돼야 하는 것이다.

호시노 리조트는 무엇보다 고객의 목소리를 중시했다. 호시노 사장이 주방장에게 음식의 맛을 바꾸라고 해도 전통 료칸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해 온 전문가가 쉽게 수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보여주자 변화가 일어났다. 따라서 호시노그룹은 고객에 대한 설문 조사에 주력했다.

덕분에 ‘과거의 데이터로 보면 고객은 이럴 것이다’라는 식의 사고의 틀에서도 벗어났다. 기존 데이터에 없는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로 가설을 만들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때로는 기존 데이터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숨은 의미를 찾아야 한다. 호시노 사장의 경우 경험이나 감과 함께 철저한 토론 과정을 거쳐서 가설을 만들어 나가면서 독특한 아이디어에 기반한 고객 경험 가치를 설계했다.

필자소개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 jplee@lge.co.kr
이지평 수석 연구위원은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 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 미래부 미래성장동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 부문 수석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일본식 파워경영』 『일본형 자본주의』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59호 Agile Transformation 2018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