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네트워크

“유튜브 안에 나를 이해하는 친구가 있다”
취향을 스토리로 만들어 Z세대 사로잡아

253호 (2018년 7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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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유튜브를 켠다"는 시대, 유튜브를 발판으로 인기를 얻는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면서 MCN 산업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들 중 게임 크리에이터인 ‘도티’가 세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창립 3년 만에 투자금 150억 원을 유치하고 연 매출 140억 원을 달성하면서 고속 성장 중이다. 특히 샌드박스는 현직 크리에이터로서 느낀 MCN 생태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크리에이터 중심의 MCN 업체를 세우고 유능한 크리에이터들을 과감히 영입해 동영상 업로드 수익과 광고 수익 외에 브랜디드 콘텐츠 수익, 캐릭터 IP 수익, 출판, 음반 출시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최소정(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유튜브 검색어에서 방탄소년단, 엑소, 빅뱅 등 인기 아이돌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바로 게임 분야 크리에이터이자 MCN(다중채널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Sandbox Network)의 최고콘텐츠관리자(Chief Contents Officer)인 ‘도티’ 나희선 씨다.

도티라는 이름이나 크리에이터라는 단어가 기성세대에게 생소할 수 있지만 도티는 요즘 10대들, 그중에서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스타다. 도티는 "눈을 뜨면 ‘유튜브(YouTube)’를 켠다"는 시대에 유튜브 게임 동영상을 올리며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는 영상을 제작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현재 도티TV(유튜브)와 도티&잠뜰TV(TV 프로그램)를 운영 중이다. 도티TV는 지난 1월 한국 게임 채널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2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또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 채널 애니맥스에서 방영 중인 ‘도티&잠뜰TV’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티&잠뜰TV는 온라인 개인 방송을 TV 채널 프로그램으로 편성한 첫 사례다.



유튜브상에서 도티는 주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한다. 마인크래프트는 캐릭터와 블록 등을 활용해 게임 안에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게임계의 레고’라고 불린다. 규칙과 미션이 있는 보통의 게임들과 달리 마인크래프트는 유저들에게 거대한 놀이터를 제공할 뿐이다. 단순한 그래픽과 자유도 높은 게임 방식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초등학생들의 취향을 저격해 초등학생들 사이 ‘최애(最愛) 게임’으로 불린다. 도티는 이 게임을 활용해 매일 한 편의 게임 속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해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DBR Minibox ‘마인크래프트’ 참고.)

DBR minibox 1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는 기존 게임들과 다르다. 일단 얼핏 보기에도 그래픽이 엉성하다. 픽셀 형태의 그래픽 디자인은 보기에 따라 성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단점이 마인크래프트의 최대 경쟁력이다. 마인크래프트만의 독특한 사물의 조합 방식이 플레이어의 창의성을 끊임없이 자극해 게임을 보다 실감 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를 수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는 ‘샌드박스 게임(sandbox game)’이다. 샌드박스 게임은 문자 그대로 모래사장에서 아이들이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처럼 게임 속에서 특별한 목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들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게임을 뜻한다.

실제 마인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네모난 블록으로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집을 짓고, 농사도 지을 수 있다. 밤이 되면 몬스터들이 나타나 위협을 하지만 지하를 파고 들어가 은신처를 만들어 이들을 피하면 된다. 생존에 필요한 곡괭이, 도끼, 칼, 삽 등의 도구는 자연에서 얻는 나무나 돌 등의 재료로 만들면 되는데 마인크래프트는 이러한 아이템 제작 시스템에서부터 창의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또 몬스터들과의 싸움이 싫으면 생존 모드(survival mode) 대신 자유롭게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창조 모드(creative mode)를 선택하면 된다. 이 창조 모드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세계적인 건축물을 만들면서 놀기도 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이 만든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을 서로 나누면서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마인크래프트는 특정한 미션이나 목표 대신 플레이어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재미를 추구한다.

그동안 게임은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플레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는 유저들에게 그저 거대한 놀이터를 제공할 뿐이다. 자유도가 높은 탓에 초기부터 UCC(User Creative Contents) 제작에 많이 활용됐다. 마인크래프트가 전 세계의 유저들에게 전파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UCC의 힘이 크다.




도티의 인기는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요즘 초등학생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커서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취업해 ‘도티’처럼 게임도 잘하고 말도 재밌게 하는 멋진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많다. 2017년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생에게 자신을 모르냐고 물으니 "유재석은 몰라도 '도티'는 알아요"라고 답한 장면은 그의 높은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 그만큼 그는 10대들의 우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가 창업한 샌드박스네트워크 역시 짧은 시간에 국내 대표 MCN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샌드박스에는 도티를 필두로 잠뜰, 태경, 쁘띠허브 등 대표 마인크래프트 크리에이터를 필두로 풍월향, 김재원, 말이야와 친구들, 츄팝, 떵개떵, 라온, 장삐쭈, 띠미 등 다양한 영역의 스타급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돼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월간 조회 수는 8억~9억 뷰 수준에 이른다. 이들의 인기에 힘입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015년 6월 창업 후 총 150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국내 대표 MCN 업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도티 등 크리에이터들과 그들의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해 연간 매출도 15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MCN 업계 후발 주자로 출발해 규모나 자금력 면에서 뛰어난 다른 대형 MCN회사들을 제치고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성장 전략을 DBR이 분석했다.






방송국 PD 꿈꾸던 청년, 경험 쌓으려고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국내 게임 크리에이터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도티(나희선 샌드박스네트워크 이사)가 2015년 자신의 대학 동기이자 10년 지기 친구 이필성 대표와 손잡고 만든 회사다. 나 이사는 처음부터 크리에이터를 꿈꾼 것은 아니다. 2013년 유튜브를 통해 게임 크리에이터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는 그저 게임을 좋아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사실 나 이사가 처음 크리에이터 일을 시작할 때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막 생겨나던 시점이었다. 당시 나 이사는 제대를 앞두고 진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원래 꿈은 방송국 PD가 되는 것이었지만 당장 PD가 되기에는 자신만의 경력이나 스토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구글코리아에 입사해 일하고 있던 대학 동기 이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구글에서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던 이 대표는 나 이사에게 유튜브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추천했다.

디지털 콘텐츠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뉴스 기사나 책, 만화, 게임 등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된 것에 반해 동영상 콘텐츠는 모바일화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이 지점에서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시기적으로 유튜브 수익 모델의 등장과 아프리카TV 출신 크리에이터들의 인지도 상승 등 여러 가지로 좋은 기회라고 봤다”고 말했다.
나 이사가 ‘도티’라는 이름으로 게임 방송을 시작한 것은 2013년 10월. 당시 유튜브에서는 '마인크래프트'가 '붐'을 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10대들 사이에서는 게임을 넘어 이미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평소 이 게임을 즐기던 나 이사는 마인크래프트로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예상은 적중했다. 한때 KBS 2TV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던 예능 코너 '위험한 초대'를 모티프로 삼아 제작한 영상이 조회 수 50만 건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잠뜰 등 유튜버 크루들과 함께 1300여 개의 동영상을 제작해 인기 크리에이터로서의 명성을 획득한다.

이후 도티는 방송 시작 두 달도 안 된 12월, 대기업 계열 크리에이터 그룹인 CJ E&M과 계약을 맺고 2014년 1월에는 아프리카TV 베스트 BJ로 선정되며 전용 앱인 ‘도티 in me’를 출시할 정도로 빠르게 인기를 얻는다. 같은 해 5월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한 도티는 과감하게 CJ E&M과의 계약 해지를 단행하고 샌드박스네트워크를 설립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한 셈이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글이라는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나 이사와 의기투합해 샌드박스네트워크를 창업한 이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희선 이사의 경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생태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직접 MCN 회사를 세우고 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업계 종사자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었죠. 그리고 저는 유튜브와 크리에이터들의 인기가 기존 미디어 시장과 콘텐츠 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이 변곡점에서 무언가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향이 이야기가 되는 시대 Z세대 취향을 저격하다
전통적으로 미디어 산업의 핵심은 ‘영향력’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사람들이 많이 봐줄 때 생긴다. 하지만 전통 미디어들은 고객의 숫자나 특징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신문이나 잡지는 발행부수, 방송은 시청률 같은 지표가 있기는 했지만 그 안에 허수가 어느 정도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었고, 특히 어떤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고객의 숫자가 명확히 측정됐고 고객의 특성까지 파악이 가능해졌다. 타깃 고객이 명확해지니 그들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들이 생겨났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의 등장은 이런 변화에 불을 붙였다.

크리에이터들의 탄생은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런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에 가장 열광한 세대는 Z세대 다. Z세대는 어려서부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함께 성장했다. 그 때문에 TV보다 스마트폰 등 1인 IT 기기에 익숙하고 면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SNS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을 편안해 한다. 어렸을 때 식당에서 뛰어다니면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뽀로로’를 보여주던 아이들이 성장한 게 지금의 Z세대2 다. Z세대는 크게 두 가지 배경 안에서 자랐다. 첫째, IT와 함께 자라났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위기 상황과 함께 자라난 세대라는 점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자란 Z세대는 다음과 같은 이전 세대들과 뚜렷이 다른 특징을 지닌다.

1) 즉각적이고 유동적이다
Z세대는 잘 기다리지 못한다. 태어날 때부터 고도로 발달된 기술의 혜택을 받은 탓에 바로바로 원하는 것을 검색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당연시 생각한다. 그 때문에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는 것을 싫어하는 특성도 있다. Z세대는 동시다발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지속적인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원천이 유튜브 등 SNS다.

2) 자신들만의 클랜(Clan)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Z세대는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서로 의견 나누기를 좋아한다. 지배하려 드는 것을 싫어하고 서로 윈윈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뭉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개성이 살아 있는 것을 선호한다. Z세대는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아이돌이나 그 기획사는 팬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해당 아이돌의 활동에 반영한다. Z세대의 특징을 이해하고 아이돌 매니지먼트에 활용하는 사례다.

3) 틈새 문화에 열광한다
창의적이면서도 자기가 속한 그룹을 중시하는 Z세대는 과거와 다르게 그들만의 틈새 문화, 하문화를 공유하며 유대감을 키워간다. 서로의 하위문화가 혼합되고 더불어 그들 사이 유대감이 점점 커지면서 Z세대 특유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서브 문화나 대안 문화가 이전의 비주류 지위에서 벗어나 메인 문화로 부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4) 공개된 익명성을 원한다
Z세대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숨기고 싶어 한다. 댓글 등으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도 댓글이 익명인 것을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Z세대가 SNS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잘 나타난다. 한때 유튜브가 페이스북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 말해 소셜한 특성을 가미하기 위해, 댓글을 익명으로 달 수 없게 바꾼 적이 있다. 하지만 Z세대가 주 이용층이다 보니 이 같은 결정 후 유튜브 댓글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결국 유튜브는 이 같은 결정을 철회했다.

5) 완벽한 것보다 불완전한 것을 선호한다
Z세대에게 완벽한 사진이나 공간은 올드하고 지루하다. 오히려 약간 부족하거나 뭔가 불완전해 보이는 것을 더 멋지게 생각한다. Z세대들이 열광하는 디지털 콘텐츠, 요즘 인기 있는 1인 크리에이터, Z세대 사이에서 핫 한 장소 등은 기성 세대의 눈으로 보면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런 Z세대의 특징들을 곱씹어 보면 도티를 필두로 한 크리에이터의 인기를 이해할 수 있다. Z세대에게 기존 TV 프로그램은 식상하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항상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Z세대의 이야기가 아닌 어른들의 이야기며, 완벽하고 멋있을 수는 있지만 올드하고 지루한 느낌이다. 이에 반해 유튜브에 수없이 존재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자신들의 취향과 입맛을 잘 이해하고 있고 언제든 볼 수 있다. 또 유튜브 플랫폼 특성상 익명이지만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며 또래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도티, 잠뜰 등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 크리에이터는 물론이고 대도서관, 벤쯔, 양띵 등 유튜브로 뜬 크리에이터들의 인기 비결은 Z세대의 특성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주제로, 다른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지만 대부분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 수를 보유하며 연예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더 이상 일부 계층의 하위문화가 아니라 해당 연령층에는 대중문화로 깊숙이 스며드는 중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영향력은 이들 Z세대로부터 나온다. 도티도 이 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어떻게 하면 Z세대가 더 열광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다. 도티가 주력 콘텐츠로 마인크래프트를 선택한 것도 Z세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마인크래프트이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는 Z세대에게는 ‘런닝맨’이나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우리는 게임도 하고 미션도 수행합니다. 게임에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창작자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Z세대의 특성과 잘 맞는 게임입니다. Z세대에게는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가 있고 또래끼리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통합니다. 이 부분을 이해해야 Z세대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방송 초기에는 동영상 조회 수가 두 자릿수에 불과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도티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동영상에 달린 댓글 등을 보며 주 시청자들의 취향 파악에 매진했다. 특히 동영상에 달리는 댓글들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며 10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려 힘썼다. 또 타깃 고객인 초등학생들이 보기 가장 편한 시간에 동영상을 업로드하겠다는 원칙을 정하고 매일 4시부터 9시 사이에 하루도 빠짐없이 동영상을 올렸다. 시험 기간엔 도티가 시험 보기 전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식으로 철저히 초등학생들의 일상에 집중했다. 도티는 지금도 자신의 팬 카페에 10대들이 남기는 글을 보며 그들의 문화나 언어 습관 등을 모니터링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도티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223만 명(2018년 6월30일 기준)이 넘고 팬 카페 회원도 10만 명이 넘는다. 매일 도티TV를 통해 올리는 콘텐츠는 기본 조회 수가 수십만 단위다. 유튜브 누적 조회 수는 20억 뷰에 육박한다.



150여 명 크리에이터의 잠재력, 150억 원대 투자로 이어져
초기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도티와 이필성 대표, 편집자와 일러스트레이터 이렇게 4명이 창고 같은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샌드박스라는 회사명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일단 ‘마인크래프트’처럼 게임 속에서 무엇인가를 자유롭게 부수고 새로 만들 수 있는 유형의 게임을 샌드박스 게임이라고 부른다. 또 미국에서는 가정집 뒤뜰에 어린이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모래통을 뜻하기도 한다. IT 업계에서 개발자들은 샌드박스를 테스트 버전 혹은 자유롭게 코딩해서 만든다는 의미로 쓴다. 이 모든 뜻을 복합적으로 담은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크리에이터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자유롭게 창작하고 부수고, 더불어 다치지 않고 즐겁게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거창한 이름에 비해 창업 초기 샌드박스는 사실 MCN 기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기본 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시작했다. 신생 스타트업의 태생적인 한계로 톱 크리에이터인 도티를 중심으로 이뤄진 크리에이터들 사이의 네트워크 정도에 불과했다. 초기에는 이필성 대표도 구글에서 일하고 있어서 완전히 소속되진 않았다. 2015년 6월 이 대표가 샌드박스에 완전히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비즈니스의 서막이 올랐고, 나 이사가 CCO로 콘텐츠에 집중하는 분업 체제가 강화되며 샌드박스가 본격적으로 도약하게 된다. 다행인 점은 창업 전부터 도티가 이미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015년 8월, 회사를 창업한 지 2개월 만에 시드 라운드 투자3 를 받는다. 동문파트너스라는 벤처캐피털(VC)로부터 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통상 시드 라운드 투자가 10억 원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투자자들이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잠재력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이 대표는 “창업한 지 2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 10억 원의 투자가 들어온 것은 도티라는 크리에이터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제가 갖고 있는 비즈니스적 백그라운드를 긍정적으로 봐 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는 이 투자금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외형 확장에 나선다. 새로운 크리에이터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기업으로서의 틀을 갖추기 위해 외부 인재를 적극 채용한다. 이후 2016년 8월에 컴퍼니케이파트너즈와 케이런벤처스 두 군데의 VC로부터 총 40억 규모의 투자를 받는다.

1년 만에 총 5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샌드박스는 넉넉해진 주머니를 바탕으로 게임 이외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하기 시작한다. 초기 도티라는 1인 크리에이터와 소수의 스태프로 출발한 샌드박스는 창업 3년 만에 키즈, 게임, 먹방, 음악, 예능,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도티, 잠뜰, 풍월량, 테드, 엠브로, 떵개, 장삐쭈, 라온, 띠미 등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150팀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회사로 성장한다. 크리에이터 수의 증가와 함께 회사의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게임회사 넵튠으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이끌어내며 창사 이래 누적 투자액 150억 원을 달성했다.




“크리에이터가 사업의 핵심”이라는 ‘크리에이터 옵세션(Creator Obsession)’ 철학
2013년을 전후해 국내에 수많은 MCN 업체가 등장했다. CJ E&M과 같은 대기업부터 트레져헌터, 비디오빌리지 등 스타트업까지 아프리카TV와 유튜브의 인기를 등에 업고 등장한 유명 크리에이터를 적극 영입하면서 한국에 MCN 생태계가 탄생한 것이 이 무렵이다.

샌드박스는 상대적으로 늦은 2015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큰 자본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업계를 대표하는 MCN 업체로 성장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가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시장 진입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강점인 ‘도티’라는 대표 크리에이터가 만든 회사라는 점이다. 크리에이터들은 개인 창작자다 보니 콘텐츠의 기획부터 촬영, 유통까지 혼자서 한다. 구독자 수가 적을 때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인기가 올라갈수록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특히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해야 하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빠르게 바뀌는 시청자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 콘텐츠에 반영하는 일련의 활동을 혼자서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MCN 업체의 역할이 생긴다.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관리하듯 MCN 업체에서 콘텐츠 제작 전반을 도와줄 스태프와 매니저들을 붙여주고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 등을 제공하면서 크리에이터와 MCN 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빠른 속도로 MCN 산업이 성장하면서 너무나 많은 크리에이터와 MCN 업체가 생겨 이 생태계가 혼탁해 졌다는 점이다. 매니지먼트를 명목으로 단순히 크리에이터의 광고 수익을 나눠 갖는 MCN 업체도 생겼다.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터와 MCN 업체 간 갈등이 생겨났고 시장 참여자는 늘어나는데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창업 초부터 ‘건강한 크리에이터 생태계 만들기’가 목표였던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기존 업체들과는 다른 접근을 한다. 일단 크리에이터와의 계약 측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원칙적으로 유튜브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광고 수익을 크리에이터와 나누지 않는다. 광고 수익은 크리에이터 몫으로 남겨둔다. 대신 크리에이터와 샌드박스가 함께 부가가치를 창출한 부분에 대해서만 각자의 기여분만큼 나눠 갖는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대략 유튜브가 45%, 크리에이터가 55%를 가져간다. 여기에 만약 MCN 사업자가 끼어들면 크리에이터의 수익은 더욱 줄어든다.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의 밥그릇을 나누는 대신 크리에이터에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제안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파이를 키우는 방법을 썼다. 그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크리에이터 출신이 만든 회사다 보니 크리에이터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어떻게 동반 성장할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한다”며 “이 같은 진정성이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유능한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영입됐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는 또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최대한 크리에이터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오고 있다. 이는 이필성 대표의 경영 철학 덕분이다. “몇 년 동안 이 업계에 있다 보니 제가 잘될 거라고 확신했는데 잘 안 되는 크리에이터도 있고 반대로 실패할 것 같았는데 큰 인기를 얻어 성공한 크리에이터도 있었습니다. 결국 비전문가인 제 눈이 꼭 정확하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최대한 크리에이터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그들이 크리에이터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 대표는 회사 경영에만 신경 쓰고 콘텐츠와 관련한 부분은 나 이사를 포함한 크리에이터들에게 일임한다. 크리에이터의 권한을 극대화해 그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이를 크리에이터 옵세션(Creator Obsession)이라고 불렀다. 고객 집착(customer Obssssion)이라는 마케팅 용어에서 따온 말로 크리에이터와 그들의 창의성을 모든 업무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철학을 표현한 단어다.

이 대표는 “이 업계에 몸담아 보니 크리에이터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크리에이터의 성실성과 창의성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결국 크리에이션을 잘할 수 있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CN 비즈니스가 사실 구독자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당장 수익화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구독자 자체도 회사보다는 크리에이터 개인에게 귀속된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어떻게 회사만의 자산을 쌓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결국 MCN 비즈니스는 제작 역량이나 크리에이터 수보다는 신뢰를 통한 시너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표가 콘텐츠 제작에 개입하는 경우는 딱 하나다. 바로 욕설이나 혐오 발언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요소가 있을 때다. 이 대표는 “샌드박스 크리에이터들 중 다수는 10대 팬들이 주 시청자기 때문에 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만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소속 크리에이터의 대부분이 10대와 20대인 만큼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매니저들을 따로 둬 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샌드박스의 전략 중 하나다. 크리에이터들 대부분이 별다른 사회생활 경험 없이 자신만의 창의성을 경쟁력으로 크리에이터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 외에는 서투른 점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만든 제도다. 매니저들은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또 크리에이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방향을 함께 설정하는 동료이자 멘토 역할도 한다.

수익모델 다변화를 위한 혁신적 실험들
사람들이 모이면 영향력이 생긴다. MCN 업체와 그에 소속된 크리에이터도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영향력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기존 올드 미디어들 역시 콘텐츠 자체만으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역시 창업 초기부터 이 같은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 유튜브 광고 수익이나 크리에이터의 인지도를 활용한 협찬 광고를 받는 수준으로 출발했다면 최근에는 크리에이터나 방송의 소재를 활용한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수익과 인지도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병맛 더빙으로 유명한 ‘장삐쭈’라는 크리에이터가 찍은 신한생명 광고4 와 동서식품의 커피음료 ‘콜롬비아나’5 광고다. 장삐쭈는 10대들이 주로 쓰는 일명 ‘급식체’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유명해진 크리에이터로 구독자 수가 86만 명에 육박한다. 장삐쭈를 활용한 신한생명과 콜롬비아나 광고는 유튜브에서만 각각 100만과 600만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캐릭터 사업, 출판, 음반 제작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도티와 잠뜰이 대표적인 예다. 도티와 잠뜰은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캐릭터 굿즈 사업은 물론 도티와 잠뜰이 주인공인 다양한 책과 음반을 선보여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지상파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도티가 MBC ‘무한도전’과 tvN ‘문제적 남자’, KBS 라디오 ‘박명수의 라디오 쇼’에 출연한 것을 비롯해 장삐쭈가 tvN ‘SNL코리아9’에 출연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 지상파 등 방송국에서 만든 콘텐츠가 디지털에서도 소비되듯 최근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콘텐츠가 역으로 방송이나 출판 등 기존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갈수록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과 스페셜티가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말했다.

최근 냅튠으로부터 1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은 샌드박스는 기존 비즈니스 외에 연예인들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 진출 컨설팅 사업과 크리에이터 육성 사업에도 나섰다. ‘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지도를 얻은 방송인 오현민과 계약을 맺고 오현민의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한 것. 또 인기가수 홍진영의 경우 샌드박스와 계약을 맺고 ‘쌈바홍’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유튜브 등에서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경우 태생부터 디지털 콘텐츠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노하우가 있다. 그 때문에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기존 유명 연예인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다”라고 밝혔다.

유명 크리에이터 영입 외에 크리에이터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젊은 세대 가운데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유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콘텐츠 수준도 올라가고 제작비도 상승하고 있다. 혼자서 경쟁력을 갖추며 성장하기 어려운 시장인 것이다.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 육성을 위해 자체 오디션을 통해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선발하고 있다. 2016년부터 ‘샌드박스아카데미(SBA)’라는 이름으로 크리에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오디션을 통해 샌드박스아카데미에 선발되면 크리에이터들은 크게 3단계의 맞춤형 교육을 받게 된다. 첫 번째 과정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이 과정은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전반적인 컨셉과 제작 스케줄을 점검하고, 기획서 작성을 도와준다. 이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만들어 올려야 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어 세련된 영상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섬네일을 만들기 위해 제목은 어떻게 다는 게 좋은지, 어떤 폰트를 사용하고, 어떤 색깔을 써야 눈에 잘 들어오는지를 세세하게 점검해준다. 여기에 자신들의 콘텐츠에 수익 모델을 붙이기 위한 시리즈 연재 방향까지도 잡아준다. 크리에이터들이 올리는 영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담당 매니저를 위주로 자신들의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받게 된다.

교육 중에도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교육받은 내용을 곧바로 자신의 콘텐츠에 적용해보고 실시간 피드백을 받는다. 하지만 교육자라고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에 직접 손을 대지는 않는다. 앞에 설명한 샌드박스만의 철학 때문이다. 창작물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기 때문에 샌드박스의 교육은 크리에이터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인 측면 외에 크리에이터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과 자세도 교육한다. 단기적인 조회 수 높이기와 구독자 수 늘리기에만 연연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크리에이터의 인지도나 경력 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샌드박스의 역할은 크리에이터가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그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길게 보고 크리에이터를 키우기 위해 육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비는 무료고 이 오디션 과정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정식 계약도 맺게 된다.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아예 회사로 출근을 시켜 몇 달씩 자세나 스킬을 가르치기도 한다. 일종의 연예기획사의 연습생처럼 키우는 것이다.

실제 샌드박스가 직접 오디션을 통해 키워낸 대표적인 크리에이터로는 엽기 콘텐츠로 유명한 ‘띠미’와 모바일 게임 좀비고로 유명한 ‘밍모’ 등이 있다. 샌드박스아카데미 1기 출신인 이들은 각각 유튜브 구독자 수 61만 명과 31만 명을 기록하며 인기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이 밖에도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자사 크리에이터들의 머천다이징 상품을 판매하는 ‘샌드박스 스토어’를 운영 중이고 신세계백화점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사업 영역을 확장해 e스포츠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샌드박스만의 기업문화, 샌드박스의 경쟁력이 되다
샌드박스가 후발주자임에도 대기업은 CJ E&M의 다이아TV나 MCN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며 덩치를 키운 트레져헌터 등에 비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보는 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다. 유튜브 게임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를 끌면서 게임을 직접 즐기는 인구만큼 남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행위를 즐기는 인구도 늘고 있다. 기존 대형 게임회사들 역시 이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며 플레이하는 즐거움만큼 보는 즐거움도 큰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한 가지는 바로 샌드박스네트워크가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회사로 꼽힌다는 점이다. 특히 예비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는 샌드박스가 그들만의 ‘엘도라도(El Dorado)’로 불린다. 이유는 바로 앞에 설명한 크리에이터 옵세션 철학 덕분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의 크리에이터들 사이에는 자유롭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즉,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크리에이터들은 계약 관계를 떠나 서로 믿고 일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돼 있다. 이런 기업 문화는 쉽게 모방하기 어려우며 모방하려 해도 시간이 걸린다.

MCN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연예기획사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소속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고,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주고, 수익 모델을 만들어 돈을 버는 방식이 연예기획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크리에이터들의 이탈이나 크리에이터와 MCN 기업 간의 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간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사이에는 계약 관계와 수익 정산 문제, 처우 등과 관련된 잡음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MCN 업체들은 이런 잡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크리에이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업체를 떠나거나 수익 배분 문제로 크리에이터들끼리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이 문제를 ‘신뢰’라는 키워드로 해결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크리에이터에게 콘텐츠 제작에 전권을 부여해 신뢰를 쌓아나간 것이다. 여기에는 크리에이터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던 도티가 창업자로서 다른 크리에이터의 습성과 요구사항 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계약을 체결하고 조직 문화를 이끌어간 게 큰 기여를 했다. 또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크리에이터 사이에 표준화된 계약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별 크리에이터들의 능력과 요구사항에 따라 모두 다른 계약을 맺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을 서포트하는 스태프 조직 역시 정해진 구성이나 형식이 없다. 크리에이터의 인지도나 요청 등에 따라 개인별 맞춤으로 매니지먼트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유튜브 플랫폼 광고 수익을 전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그 외에 발생되는 수익 역시 크리에이터의 능력과 기여 정도에 따라 정한다는 점도 회사가 크리에이터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 제작에 집중했다. 이런 기업 문화는 다른 MCN 회사들이 따라 하기 쉽지 않다. 상호신뢰를 통한 조직문화 속에서 크리에이터들은 말 그대로 본인들이 원하는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다.

향후 전망
MCN 비즈니스 자체의 역사가 짧다 보니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크리에이터 숫자가 계속 늘어나지만 MCN 산업의 규모나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이 산업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MCN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주력 크리에이터의 이탈이다. 크리에이터들은 기획부터 제작 및 유통을 혼자서 해결한다. 그러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고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MCN 업체들과 계약을 맺게 된다. 문제는 해당 크리에이터가 MCN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고 해서 이 크리에이터의 팬들이 해당 MCN 업체의 팬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MCN 업체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구독자 수가 많고 팬들이 늘어도 이 크리에이터가 MCN 업체를 떠나면 그 팬들도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터를 따라 떠난다. MCN 업체 입장에서는 자칫 하루아침에 회사의 큰 수익원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시청자층이 지나치게 10대 위주라는 점도 현재까지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를 포함해 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은 주로 10대를 타깃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가 10대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데다 애초에 타깃을 10대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 세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엔 폭발적으로 반응하지만 관심 없는 콘텐츠엔 철저히 무관심하다. 취향도 빠르게 변한다. 이 세대만의 독특한 특징과 문화가 있어 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주력 시청층의 급격한 일탈 위험성이다. 10대들은 나이가 들어 새로운 취향을 찾아가지만 크리에이터들은 쉽게 타깃을 바꾸기 어렵다. 10대부터 자신의 팬이었던 시청자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크리에이터가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역사가 짧다 보니 선례가 없다. 지속적으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크리에이터 역시 나이를 먹는다. 10대 시청자가 보기에 40대가 된 도티가 여전히 친근한 형으로 보일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유튜브는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이탈률도 높은 매체”라면서 “이 매체에서 콘텐츠가 잘 노출되고 인기를 끌게 만들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가 샌드박스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트렌드라는 것은 어떤 개인이 주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별 사건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재능을 갖춘 크리에이터를 발굴 및 육성하고 꾸준히 새로운 트렌드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DBR mini Box 2 크리에이터 도티 인터뷰


현재 유튜브 게임 크리에이터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도티. 기자가 샌드박스네트워크를 방문한 날도 도티는 새롭게 업로드할 영상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쉽게도 그를 직접 만나는 것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대신 그에게 평소 궁금한 점을 보내 인기 크리에이터의 생활과 고민 향후 계획 등을 들을 수 있었다.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이 궁금하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도티TV와 도티&잠뜰TV의 콘텐츠는 여러 명의 출연진이 등장하고 제작 과정에서 촬영 및 기획 스태프들이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촬영 시간을 정해서 매일 촬영을 한다. 스태프들의 업무시간을 배려해 샌드박스 정규 업무 시간에 맞춰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촬영이 이뤄진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촬영을 마치고 나면 콘텐츠 업로드 시간에 맞춰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하고 팬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주 업무다. 유튜브 채널은 한 번 업로드되고 나면 24시간 끊임없이 시청자들이 영상을 보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댓글 관리가 중요하다. 정규 촬영 및 업로드를 제외한 시간엔 끊임없이 다른 콘텐츠를 시청하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크리에이터는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스스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매일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스태프는 몇 명이고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하나.
크게는 기획, 촬영, 편집, 디자인, 운영, 커뮤니티로 스태프들의 역할이 나누어져 있고 콘텐츠에 고정 출연하는 도티TV 출연진인 ‘도도한 친구들(잠뜰, 쵸우, 코아, 수현, 각별)’까지 포함해 팀이 구성돼 있다. 매일 25~3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갖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업로드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 사이클이 매우 짧고 타이트한 편이다. 장기적인 기획 콘텐츠뿐 아니라 빠르게 트렌드를 포착해 만드는 특집 콘텐츠가 짜임새 있게 편성돼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을 우리 팀과 함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지 5년여가 지났다. 그동안 업계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요즘 느끼는 MCN 업계의 트렌드는?
요즘은 콘텐츠 장르가 매우 다변화됐고, 각각의 콘텐츠가 두터운 팬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매일같이 새로운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탄생하고 있고, 이전에 보지 못한 기발한 콘텐츠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트렌드가 있다기보다는 업계 전반적으로 매우 역동성 높은 것이 현 상황이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점점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자신의 관심사를 만족시키기 위한 콘텐츠 소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DIY, 인테리어, 홈트레이닝, 자동차 등 다양한 관심사 기반 콘텐츠들이 더욱 폭넓은 계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등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개인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에 향후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여가시간이 길어지면서 전체 콘텐츠 소비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본다.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콘텐츠 소비에 할애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미디어와 개인 미디어 모두 다가오는 시대에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미디어와 개인 미디어 사이의 융합과 교류 역시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특성을 가진 크리에이터를 선호하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 없는 사람, 제작자로서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주는 데 열망이 있는 사람, 팬들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 크리에이터는 스스로 출연자이자 제작자이므로 두 가지 재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팬들을 위한 진정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외 MCN 업계나 크리에이터 업계와 비교해 한국 시장이 갖는 장단점은?
한국은 시장이 작다고 하지만 콘텐츠에 대해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시청자들이 많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걸 바탕으로 K팝, 한류 드라마, 게임 등 세계적인 수준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업계 종사자들의 수준 역시 빠르게 성장해 지금 한국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 문화가 앞선 나라들 못지않게 높다. 다만 MCN 콘텐츠의 경우 문화적 배경과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져야 해서 글로벌화가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연구 중이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10대들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하는 노력이 있다면?
유튜브 채널, SNS, 그리고 샌드박스 팬 카페를 통해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오프라인에서 팬들을 만나며 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동료 크리에이터들, 그리고 직접 창작활동을 하는 10대들의 영상을 유튜브 등에서 꼼꼼히 챙겨보는 것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 그리고 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이상적 모습은?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크리에이터들이 더 존중받고, 매일 영상을 올리며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만들어졌다. 샌드박스는 창립 이래로 항상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일해왔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유지하며 크리에이터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회사가 되고 싶다.

10년 후에 그리는 본인의 미래는?
크리에이터일 때 가장 행복하고 나 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매일 영상을 올리고 팬들을 만나고 있길 희망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장수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팬들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영상을 만들다 보면 꼭 이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필자 소개

장재웅 동아일보 기자
 jwoong04@donga.com

박재홍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jaehp@khu.ac.kr
박재홍 교수는 경희대에서 경영학 학사를 마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와 텍사스오스틴대(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니시스, 한국능률협회, 투이컨설팅 등과 함께 다수의 IT 컨설팅 및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빅데이터 분석과 관련해 경희대 빅데이터연구센터 부소장을 맡고 있다. E-Commerce 및 IT 투자 효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5호 소통의 품격 2019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