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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느낌 강할수록 지갑을 더 활짝 연다 外

김유진 ,강신형,주재우,류주한 |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Marketing

소유 느낌 강할수록 지갑을 더 활짝 연다

Based on Atasoy, Ozgun and Morewedge, Carey K, Digital Goods are Valued Less than Physical Goods (September 22, 2017).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Forthcoming.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3041331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이제 북미에서는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킨들을 구매해서 e북을 다운로드 받아서 읽고 넷플릭스 서비스에 가입해서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이 일상적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종이에 인쇄된 신문이나 잡지 대신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LP나 CD 대신에 MP3플레이어 파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즐긴다. 책, 영화, 신문, 잡지, 음악뿐만 아니라 사진, 논문 등 대부분의 정보 콘텐츠가 디지털 형태로 변환됐다. 디지털 콘텐츠는 저장하고 공유하기 쉽다는 강력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기존의 콘텐츠 형태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물리적 형태를 가진 콘텐츠는 시장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판매 증가세가 주춤해진 e북보다 종이책은 여전히 많이 팔리고, 블루레이 DVD에 담긴 영화도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다. 또 디지털 사진을 종이 사진으로 인화하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또 지난 몇 년간 내가 찍은 사진을 하나의 전자기기 안에 몽땅 집어넣고 다닐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굳이 돈을 내고 종이책을 사고, 종이에 사진을 인화할까?

이에 대해서 스위스와 미국의 연구진은 콘텐츠가 종이나 플라스틱 같은 물리적 형태에 담겨 있으면 사람들이 잡거나, 만지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무엇이든 소유하기만 하면 가치를 더욱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단순 소유 효과·mere ownership effect), 물리적 콘텐츠 특유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서 심리적으로 소유한다는 느낌(psychological ownership)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에 비해서 가치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한 실험에서는 보스턴의 역사 관광지인 올드노스처치(Old North Church)에 방문하는 86명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사진에 얼마를 지불한 것인지 물어봤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로 분장을 한 연구 조교가 방문객에게 다가간 뒤 사진을 함께 찍고 원하는 액수를 역사 재단에 기부할 것인지 물어봤다. 참가자는 무작위로 2개의 조건으로 나누어졌는데, 한 조건에서는 Fujiflix Instax Mini 90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물리적 형태의 사진을 받았고, 다른 조건에서는 LG G2 13MP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e메일로 사진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조건과 관계없이 사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물리적 형태의 사진을 받은 관광객이(1.57달러) 디지털 사진을 받은 관광객에 비해서(1.02 달러)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아마존의 메케니컬터크(Mechanical Turk, 온라인으로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사이트)를 통해서 모집한 400명을 대상으로 영화와 책이 두 가지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봤다. ‘배트맨 다크나이트’ 영화를 아이튠즈에서 구매한다면 5.07달러를 지불한다고 응답했지만 DVD라면 80%를 높여서 8.98달러를 지불한다고 응답했다.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 책이 킨들에 들어 있다면 6.94달러를 지불하지만 종이책이라면 9.59달러를 지불한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영화와 책 모두 물리적 형태가 있을 때가 디지털 콘텐츠일 때에 비해서 심리적으로 소유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물리적 형태의 콘텐츠라도 심리적으로 소유하는 느낌이 약해지면 디지털 콘텐츠와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지 검증했다. 275명의 경영대 학부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제 물리적 형태가 있는 오프라인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에 얼마를 낼 것인지 물어봤다. 한 그룹의 참가자들은 교과서를 구매한 뒤 계속 자신이 갖고 있는 경우에 관해서 응답했고,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은 교과서를 180일 동안 빌린 뒤 나중에 반납하는 경우에 대해서 응답했다. 실험 결과, 심리적으로 소유하는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교과서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물리적 교과서에(87.81달러) 디지털 교과서에 비해서(44.90달러)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교과서를 빌린 뒤 반납하는 경우에는 심리적으로 소유하는 효과가 약해지기에 물리적 교과서(58.97달러)와 디지털 교과서(47.17달러) 사이에 지불 의향에 따른 가격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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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여러 실험 결과, 사람들은 물리적 형태를 가진 콘텐츠에 대해서는 소유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끼지만 디지털로 변환된 콘텐츠에 대해서는 소유한다는 느낌을 약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현실에서 남의 물건을 훔치면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느끼지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수백만 달러를 훔치는 금융 범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느끼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다. 사람들이 도덕적 잣대를 다르게 적용하는 하나의 이유로 물리적 형태를 가진 제품에 훨씬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일 수 있다. 또 사람들이 콘텐츠를 반납해야 하는 경우에는 심리적 소유 효과가 줄어들고 따라서 물리적 콘텐츠라고 해서 디지털 콘텐츠보다 더 큰 가치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제품이나 콘텐츠를 빌려주는 임대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물리적 제품과 디지털 제품의 가치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디지털 콘텐츠가 가진 태생적 한계다. 만지거나 잡히지 않기 때문에 소유한다는 느낌이 충분하지 않고, 따라서 프리미엄 가격을 매기는 것이 무척 어렵다. 이 문제는 콘텐츠뿐 아니라 스마트 제품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디지털 제품에도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핸들을 손으로 잡고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에 비해서 무인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는 소유한다는 느낌을 덜 주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면,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매자들이 소유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심리적 소유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시작 단계부터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할 때 화면을 직접 터치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의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Psychology

업무 스트레스가 직장인 뱃살의 주범

Based on “Eating Your Feelings? Testing a Model of Employees’ Work-Related Stressors, Sleep Quality, and Unhealthy Eating” Yihao Liu, Yifan Song, Jaclyn Koopmann, Mo Wang, Chu-Hsiang (Daisy) Chang, and Junqi Shi i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published online September 2017.

무엇을, 왜 연구했나?

건강한 식습관과 수면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정서적인 혹은 업무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사실은 그동안 연구에서 늘 강조돼왔다.

교육학 분야에서는 아이들의 식생활이 성장 발달과 학업적 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 경영학에서도 직장인의 건강한 식생활이 직장 내 원만한 업무 수행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근거로 대기업들은 구내식당을 설치하고 건강한 식단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어떤 요인이 직장인들의 식습관을 해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매일 직장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업무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부정적인 감정이 직장인들의 식습관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대학의 연구자들은 두 부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첫 번째로 중국 IT 회사 직원 125명을 대상으로 15일 동안 하루에 3회, 오전과 정오, 오후에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두 번째로 중국 통신사 직원 110명을 대상으로 20일 동안 동일한 방법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첫 번째 조사 결과, 직장에서 오전에 겪는 업무 스트레스가 부정적 감정으로 이어져 직원들의 저녁 식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날 오전에 과도한 업무량을 부여받은 직원들은 당일 저녁에 건강에 안 좋은 정크푸드를 더 많이 먹고, 건강에 좋은 음식은 덜 먹는 경향을 보였다. 과도한 업무량에 따른 스트레스가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 그날 저녁에 건강에 좋지 않은 정크푸드를 과도하게 섭취하게 한 것이다.

두 번째 연구 결과, 오전에 경험한 고객의 불만 행동(mistreatment)도 저녁에 과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해 아침에 고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직원은 저녁에 과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객의 불만 행동이 오후에 부정적인 감정 상태로 이어져 저녁의 과식을 야기한 것이다.

여기에 전날 밤 수면의 질에 따른 자기 조절(self-regulation) 효과가 발견됐다. 전날 밤 양질의 수면을 취한 직장인의 경우 다음날 아침에 높은 수준의 활력(vigor)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활력이 고객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부정적 감정으로 이어지는 영향을 상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밤 양질의 수면으로 활력을 느끼는 직장인의 경우 고객의 불만 행동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오전의 활력이 부정적 감정을 상쇄시켜 과식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잔 직장인의 경우 활력에 따른 상쇄 작용이 발생하지 않아 업무 스트레스가 그대로 부정적 감정으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몸에 안 좋은 음식의 과도한 섭취로 이어졌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는 직장에서의 업무 스트레스가 어떤 방식으로 직장인들의 식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주변에 갓 취업을 한 신입사원으로부터 “입사한 후 살이 쪘다” “위장 장애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직장의 업무 스트레스가 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직장인들의 식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논문은 직장 내 성과와 업무 효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장인들의 식습관이 어떤 요인에 따라 바뀔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직장인들의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며 회사 내 업무 스트레스가 미친 영향도 크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다른 한편, 전날 밤 수면의 질이 자기 조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날 밤의 숙면은 업무 스트레스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역할을 했다. 직장인들에게 양질의 수면이 다음 날 업무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업무량이 많거나 고객과의 직접 대면, 고객의 불만 행동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군에서는 직원의 수면을 신경 써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전날 밤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야근을 제한하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김유진 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ykim@temple.edu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에서 조직 및 인력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캘리포니아주립대에 교수로 2년간 재직했다. 현재는 템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감정, 조직시민행동, 팀 성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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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해외사업법인-자회사 권한위임 범위 어디까지

“MNE Headquarters Dissagregation: The formation antecedents of regional management centers", by Andreas P. J. Schotter, Maximilian Stallkamp and Brian C. Pinkham,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2017, 58(4), pp.1-4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어려워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한국 주요 업체의 대대적인 글로벌 사업조직 개편이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 10개국에서 35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한 업체는 그동안 본사 중심의 사업조직에서 세계 사업현장의 권역별 자율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동안 본사가 행사하던 전략·생산·판매 등 대부분의 책임과 권한을 세계시장의 권역별 본부에 과감히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각 권역본부는 해당 지역의 전략·생산·판매·상품·운용 등을 통합관리하게 됐다. 최근의 어닝쇼크,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현장에 주도권을 주고 더 기민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여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일부 학자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수평적인 사업구조로 개편하고 현장과 소비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해외사업부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렇다면 이 업체의 선택은 옳은 결정일까. 최근 캐나다 연구진은 어떤 상황에서 해외사업법인 혹은 자회사가 해당 지역을 총괄해야 하는지, 아니면 본사의 대리인이나 위임자로서의 본사와의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야 하는지를 연구했다. 해외 각 지역에서 사업 재편이 한창인 많은 글로벌 기업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을 발견했나?

캐나다 연구진은 해외법인을 역할에 따라 둘로 구분했다. 독자적으로 해당 지역을 책임지는 독자법인과 본사의 역할을 위임받아 긴밀한 관계 속에 지역에서의 운영을 책임지는 위임법인이다. 연구진은 두 종류 중 어떤 선택이 글로벌사업 운영에 적합한지는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정보량(시장상황, 경쟁사, 제조, 소비자 관련 정보)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처리 역량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도 주요 고려대상으로 봤다. 연구진은 1992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된 일본 기업 해외법인 458개를 대상으로 주장을 검증했다.

연구결과 해외영업 활동이 늘고 특히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활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될수록 독자법인이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이는 해당 지역에 특화된 정보를 처리하고 수행하는 데 독자법인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 국가보다는 지역전반(예를 들면, 유럽 지역,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 대해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면 독자법인보다는 본사로부터 유기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위임법인이 나은 선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별로 없어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방대하거나 해외시장 진입 초기 상태인 경우 역시 위임법인이 나은 선택임을 제시한 것이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당 권역별 특정 국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성이 생기거나 필요한 정보를 선별한 정도에 이를 만큼 특정 시장이 익숙해졌다면 독자법인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줬는가?

한국 기업의 해외사업 규모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진출 범위도 다양하다.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집중적으로 공략하려는 기업에서 전 세계 시장을 광범위하게 포괄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기업에 이른다. 해당 시장에 대한 오랜 노하우가 있고 이 시장을 좀 더 집중적으로 공략하고자 한다면 현지법인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현지에서 더 잘 대응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중동지역 등 진출 역사가 짧고 본사와 해외법인의 좀 더 유기적인 관계가 필요한 경우, 혹은 좀 더 집중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무작정 다른 기업의 추세를 좇을 게 아니라 권역별 처한 상황이 어떤지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 세계시장이 어려워질수록 본사와 해외법인과의 적절한 관계설정이 기업 전체의 효율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Innovation

기업의 벤처 투자 산업성장 더딜 때 효과적

Based on “Firm Structure and Environment as Contingencies to the Corporate Venture Capital-Parent Firm Value Relationship”, by V. K. Titus Jr. and B. S. Anderson in Entrepreneurship Theory and Practice, 2017.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벤처투자는 연구개발 활동의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 내 기술변화를 더 빨리 포착하는 등 기업의 신기술 확보 측면에서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갈수록 하이테크 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독립적인 벤처캐피털을 설립하는 등 벤처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기업의 벤처 투자는 과연 언제 효과적일까?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성을 중심으로 기업의 벤처 투자 효과를 살펴봤다. 그 결과, 기업이 다양한 분야의 신생기업에 투자할수록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다양성의 정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오히려 성과를 약화시켰다. 포트폴리오가 다양할수록 경영자의 주의와 관심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 투자와 같은 기업의 전략적 행동은 해당 기업이 처한 조직구조 및 환경적 상황에 적합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기업의 사업 구조와 산업 환경에 따라 벤처 투자의 기업 성과에 대한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기업의 벤처 투자 활동이 활발한 정보통신, 화학, 의료기기 산업의 미국 상장사 95개를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추적 조사했다. 각 기업의 재무정보는 컴퓨스타드(COMPUSTAT)에서, 벤처투자 정보는 벤처엑스퍼트(VentureXpert)에서 수집했다. 성과 변수인 벤처투자의 효과성은 기업가치 측정에 널리 사용되는 토빈의 Q(Tobin’s Q) 값을 활용했다. 독립변수로는 기업이 매년 투자한 신생 기업의 개수를 측정했다. 조절변수로는 기업의 다각화 수준과 산업 환경을 고려했다. 다각화 수준은 허핀달 지수 공식을 사용해 측정하고 산업 환경은 과거 5년간의 평균 산업 성장속도를 측정해 회귀모델에 포함했다.

연구 결과 벤처 투자는 기업의 다각화 수준이 낮을수록 기업가치와 긍정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각화된 기업은 일반적으로 사업부제 조직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벤처 투자 활동을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이나 통찰력이 사업 전략에 반영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벤처 투자는 본사 주도로 진행되나 사업 전략은 사업부가 주도하므로 본사의 참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비다각화 기업은 최고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사업 전략 수립에 참여하므로 벤처 투자와 사업전략 간의 괴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기업이 속한 산업의 성장 속도가 더딜수록 벤처 투자가 기업가치 창출에 더 효과적이었다. 빠르게 성장 중인 산업에 속한 기업은 본 사업에 매진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적고 주력 사업에 매진하는 것이 기업가치 창출에 효과적이다. 반면 산업 성장이 더딘 경우 기업은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선다. 그러므로 벤처 투자 등의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는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주력 사업이 성숙기 단계에 진입해 시장 수요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경우 벤처 투자 같은 개방형 혁신 전략이 기업 성과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의 벤처 투자 활동이 늘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 결과의 핵심은 벤처 투자를 통해 얻은 새로운 통찰력이나 신기술, 신사업 정보가 기업의 사업 전략에 얼마나 반영되는가다. 즉, 기업의 벤처 투자 활동이 사업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궤를 같이하며 연계되지 않는 이상 벤처 투자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사업부제 구조처럼 본사와 사업부의 역할이 확연히 구분되는 경우 벤처 투자 활동과 현업 간의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벤처 투자 대상을 탐색하고 심의하는 과정에 사업부 인력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98@gmail.com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 김유진 | -(현)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전)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로 2년간 재직
    ykim@templ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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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형 |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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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 |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제품 개발과 신제품 수용을 위해 디자인싱킹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designmarketing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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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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