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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Leader Interview

M&A는 선택 아닌 필수, 스몰딜 중심 전략 세워야

이미영 |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에는 어느 정도 덩치가 큰 기성 기업을 M&A할 때와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한다. 우선, 벤처기업은 규모도 작고 수도 많기 때문에 적절한 대상을 찾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기성 기업을 M&A할 때보다 훨씬 커진다. 따라서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해 놓아야 한다. 또한 기성 기업 M&A의 경우 주로 재무제표 정보 같은 ‘정량적’ 지표에 의존하지만 벤처기업을 M&A할 때에는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창업 멤버들의 역량 같은 ‘정성적’ 지표가 훨씬 유용하다. 결국 피인수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것부터 가치평가를 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달라져야 벤처기업 M&A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경쟁사보다 한걸음이라도 앞서나가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망한 신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사들인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은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선택한 M&A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M&A를 활발히 수행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M&A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기도 하다.

최근 방한한 스티브 크루스코스(Steve Krouskos) 언스트앤영(EY)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제는 기업이 좋은 거래를 성사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업이 좋은 M&A 거래를 하기 위한 조건과 최근 글로벌 기업의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크루스코스 부회장으로부터 들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M&A의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M&A 업무를 막 시작할 때인 1993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바바리안스 앳 더 게이트(Barbarians at the Gate)’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드라마에서 M&A는 다른 기업의 가격을 후려쳐서 사들이거나 오너가 회사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 정도로 그려진다. 약 25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도 M&A의 상당수는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신사업 진출이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M&A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는 기업들이 M&A를 단순히 경영권 탈취나 방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걸 뜻한다. 한마디로 M&A의 위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M&A 시장에 최근 2∼3년 새 다시 불이 붙었다. 이제 저성장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비즈니스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뛰어드는 등 산업의 경계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이상 자체 기술이나 상품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M&A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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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을 따른다. 기존 산업에서 새로운 산업구조로 전환하거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들을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 M&A나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다. 대표적인 예로 로레알과 듀폰을 들 수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은 2016년 상품과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2014년 최고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까지 영입해 새로운 조직을 꾸렸다. 로레알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화장품과 연계된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했다. 영국을 기반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창업과 인큐베이팅을 도와주는 ‘파운더스 팩토리(Founders Factory)’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다. 올해 초 로레알은 파운더스 팩토리와 손잡고 5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소비자 개인에게 맞는 자외선 차단제를 골라주는 피부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가상현실에서 화장법을 1대1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거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새 유통 비즈니스 전략은 결국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이었다.

듀폰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갔다. 1920∼1930년대부터 네오프렌(neoprene), 나일론(nylon) 등을 개발하며 화학제품 생산에 주력했던 듀폰은 1990년대 신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최근엔 바이오 회사로 거듭났다. 이처럼 계속된 변화를 위해 듀폰이 선택한 전략이 M&A였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파이오니어(Pioneer)를 인수한 걸 꼽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즉, 신소재로 넘어가면서 듀폰의 핵심 사업인 화학섬유 부문을 매각했고, 바이오 사업으로 전환할 때는 신소재 사업의 주축이었던 기능성 코팅사업을 팔았다. 1802년에 설립한 회사가 200여 년이 넘게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한국 기업의 바람직한 M&A 전략은 무엇인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기업의 변신은 필수가 됐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변신을 위해선 M&A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도 이 부분에는 100% 공감한다. 실제로 EY가 최근 포천 1000대 기업에 해당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조사에 응한 한국 기업의 80%가 1년 안에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이한 점은 한국 기업 M&A 담당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게 ‘벤처기업 투자’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신기술이나 플랫폼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벤처기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 기업 중 본격적으로 벤처기업 M&A에 뛰어들기엔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이는 벤처기업 M&A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기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M&A를 추진할 때와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M&A를 결정하기 위해선 크게 3단계 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생산 공정 등 M&A가 필요한 분야를 선정해야 한다. 회사의 현 사업구조를 가치사슬별로 쪼개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M&A가 필요한 분야가 어디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같은 사업 분야에서 규모를 확대하거나 기존 산업과 전혀 다른 영역에서 신산업을 찾아 나섰기 때문에 M&A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M&A는 사업 전반의 방향을 바꾸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어떤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한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졌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인수할 기업을 물색해야 한다. 하지만 벤처기업 인수의 경우 적절한 대상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기존 대규모 딜과 달리 벤처기업은 그 숫자부터 다르다. 어디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원하는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을 찾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돈이 덩치가 큰 기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M&A에 비해 훨씬 커진다. 한마디로 적정 기업을 물색하는 데 들어가는 ‘마찰적’ 비용이 크다. 만약 회사가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하지 못했다면 이 시간과 돈은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인수할 기업을 찾은 후에도 고민이 계속된다. 벤처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피인수기업의 EBIT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를 보고 판단하면 됐다. 이 현금흐름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여기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나 채무 관계 등을 파악해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벤처기업에는 이러한 ‘정량적’ 평가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창업 멤버들의 역량, 해당 벤처에 최초로 투자한 사람들의 이력 등 ‘정성적’ 평가에 기대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사전 준비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벤처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over-priced)’됐다고 보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벤처기업의 인수가격도 철저하게 시장 논리대로 움직인다.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어떤 벤처기업의 장래가 유망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수를 희망한다. 벤처기업은 한 개뿐인데 인수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 당연히 몸값이 높아진다. 벤처기업의 잠재력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이지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몸값이 비싼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업의 전략에 꼭 맞는 알짜 벤처기업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벤처기업들의 정보를 축적해야 하고 괜찮은 물건을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잘 알아둬야 한다. 가격이 비싸단 이유로 새로운 기회를 포기하기보다는 내 발품을 팔아 내 조건에 맞는 기업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기존 M&A 전문가가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M&A 전문가가 필요하다. 기존에 대규모 기업 딜만 해왔던 전문가들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의 상황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M&A를 성사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을 따로 두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을 관할한다는 의미에서 최고성장책임자(CGO·Chief Growth Officer)라고 불리는데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 꽤 많이 도입하고 있다. M&A만 해본 사람은 CGO 자리에 부적합하다. 자신의 사업을 실제로 경영해보고 이를 통해 경영지식과 노하우가 축적된 사람이 적합하다. 기업의 R&D, 마케팅, 사업전략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벤처기업을 잘 이해하고 있고 관련 정보를 잘 알 수 있는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M&A 성공 비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M&A에 왕도는 없다. M&A로 대박이 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 결과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조언을 해준다면 2가지 측면에서 가능할 것 같다.

첫째, 경쟁사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과거에는 경쟁사들이 하는 사업이나 제품을 분석했지만 이제는 경쟁사들이 어떤 기업들을 인수하고, 어떤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는지 등 시장의 변화 속에 기업들이 택하는 경영전략 전반을 분석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들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전통 기업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쉽게 이해가 된다. 미국에서 GM, 포드, 도요타 등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차 시장 안에서만 경쟁했다. 주된 관심거리는 서로 어떤 모델의 신차를 만드는지, 어떤 기능을 추가했는지, 얼마의 가격에 내놓는지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자율주행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이 같은 경쟁사 분석은 무의미해졌다.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테슬라, 거대 IT 기업인 구글, 애플 등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택시 산업에 대항해 탄생한 운송서비스 스타트업인 우버(Uber)나 리프트(Lyft)도 자율주행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IT 기업과 자동차 회사가 서로 전략적으로 협력하거나 자율주행 기술이 있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이 움직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현재 내가 서 있는 산업 전반을 살피고 내 경쟁자들이 누구와 어떻게 협력을 맺고 있는지, 새로 인수한 기업들의 성격은 어떠한지 등을 쭉 나열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추천한다. 그 속에 M&A 전략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둘째, 하나의 미래가 아닌 ‘복수의 미래(Multiple Futures)’를 계획해야 한다. 예전에는 M&A 규모가 크다 보니 하나를 성사시키기도 버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 딜 규모의 약 10분의 1 수준인 것도 상당수다. 기업들은 하나의 M&A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이 중에서 성공한 비즈니스가 실패한 비즈니스의 손해를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의 기술이 또 다른 플랫폼에서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여러 개의 시나리오로 미래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얼마 전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한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차고 문 여닫이를 작동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꽤 괜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걱정이 많다. 그는 얘기 도중 굉장히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언젠가 삼성 스마트폰이 이 사업을 먹어치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모델이나 기술이 자신의 사업을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럴 때인 만큼 다양한 미래에 대비하고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생각을 염두에 두고 M&A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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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외에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전략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분기별로 미국 30대 기업 리더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가 있다. 코카콜라, AT&T, P&G,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다 포함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이 회의를 주재했는데 최근 10년 동안 참 재밌는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만나면 서로 대화하지 않았다. 내 아이디어나 기업 동향을 다른 기업이 알면 큰일 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깊이 있는 사업 얘기는 안 하고 언제 경기가 풀릴 것인가와 같은 ‘수박 겉핥기’식 이야기에 집중했다.

최근 1∼2년 새 글로벌 리더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자신의 사업 구상이나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사업에 진출하고 싶은지, 현재 시장 상황은 어떤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선 기업 간 전략적인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염두에 둬야 할 전략 중 하나다. 이것이 전략적 제휴(Alliance)나 합작회사(Joint Venture)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통적 제조기업의 경우 이 전략을 잘 활용해야 한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선 자신의 상품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로 디지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유럽 대표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온라인 매핑 분야의 선두주자인 나브텍(Navteq)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 회사는 자동차 시장에선 주요 경쟁자다. 그러나 최근 구글, 애플과 같은 디지털 기업까지 미래 자동차 기술인 자율주행에 뛰어들면서 시장에선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 강자인 이들이 합세해 디지털 역량을 키운 것이다.

GE 디지털 얼라이언스 프로그램(GE Digital Alliance Program)도 비슷한 사례다. 소프트웨어, 통신사, 컨설팅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GE가 개발한 프레딕스(Predix)라는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산업인터넷(IIoT·Industrial IoT)’이다. 산업 현장에 IoT를 적용해 공장 가동이나 제조 공정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AT&T, 인텔 등이 합류해 각각의 강점을 서비스에 녹였다. EY도 GE 디지털 얼라언스에 합류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에너지관리 솔루션인 MEMS(Manufacturing Energy Management Solution)의 경우 기업들이 GE 프레딕스 플랫폼을 통해 공장의 전력과 물 사용량을 추적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자신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IoT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는 디지털 기업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물론 전략적 제휴가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제휴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형태의 기업 간 결합이기 때문이다.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한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 결과를 달성했을 때 어떻게 성과가 분배되는지도 불분명해 상호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최근 우버가 테슬라에 연합하자고 제안했지만 테슬라가 거절한 사례가 있었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제휴를 맺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휴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면 실제 M&A처럼 돈거래가 오고가지 않더라도 마치 M&A를 한 것과 같은 자세로 제휴에 임해야 한다. 인력이든, 돈이든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 전략적 제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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