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스크린 골프는 성공, 3D TV는 대중화 실패… 기술 완성도와 수요 강도가 AR/VR 성패 가른다

230호 (2017년 8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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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앞으로 VR/AR이 많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크게 게임이나 방송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교육/훈련이나 의료와 같은 실제 업무와 관련된 분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전략도 각각의 분야에 따라 다르게 수립해야 한다.

1. 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술적 완성도 못지 않게 시장 수요의 강도가 중요. 시장에 존재하는 니즈와 서비스 가격, 간접비용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함.
2. 교육/훈련, 의료 분야: 기관이나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서비스 가격에는 민감하지 않음. 중요한 것은 표시 정보의 정확성, 얼마나 물리적인 세상을 유사하게 표현하는가와 같은 기술적 완성도.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4차 산업혁명이 곧 세상을 뒤바꿀 것같이 소란스럽지만 아직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임일 교수가 ‘4차 산업시대의 비즈니스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제시하려 합니다. 이 원고는 저서의 내용에 최근 현황을 덧붙여 작성했습니다.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의 비즈니스 전략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혹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이라고 하면 보통 머리에 디스플레이 장치를 쓰고 게임을 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VR과 AR 두 기술은 다르면서도 서로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다. 그래픽이든, 사전에 미리 찍어둔 이미지를 사용하든 100%의 이미지가 컴퓨터를 통해서 처리돼 보이는 것이 VR이고 여기에 실시간 현실의 영상을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는 것이 AR이다. AR 중에서도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실제 현실의 영상과 상호작용하는 경우를 따로 구분해서 MR(Mixed Realit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MR도 AR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 VR/AR도 큰 발전을 이루고 응용 분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미지(데이터) 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VR/AR은 이미지 처리가 중요한 방송, 게임, 엔터테인먼트에서 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 항공, 군사 등에서 훈련 목적으로 활용되거나 혹은 기업의 생산라인이나 R&D, 의료 분야에서 수술이나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VR/AR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중에서도 이미지 처리와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보니 조금은 특수한 성격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VR/AR의 기술 전망과 그에 따른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VR/AR의 종류

VR/AR이라고 묶어서 얘기하지만 사실 VR/AR은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구성하는 기술의 성격도 상당히 다르다. VR은 보통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 불리는 장치1 를 머리에 쓰고 이용한다. 이 장치는 보통 3D이며 머리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자이로 센서(gyro-censor)가 있어서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도 정교하게 움직여서 마치 현장에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VR은 그 종류를 크게 1) 컴퓨터가 만들어낸 이미지 2) 컴퓨터 이미지와 모션의 결합 3) 360도 실사이미지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AR은 실사 이미지에 컴퓨터가 만들어낸 이미지나 정보가 추가되는 것을 말한다. AR은 일반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구글 글라스처럼 안경 형태의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정보를 표현하는 형태로 사용된다. AR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크게 1) 위치정보만 활용하는 AR 2) 특정 물체(마커)에만 적용되는 AR로 나누어 볼 수 있다.



VR/AR Type 1 - 컴퓨터가 만들어낸 이미지

순수하게 컴퓨터가 모든 이미지를 만들어내서 보여주는 형태이다. 컴퓨터 게임이 대표적이고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하는 영화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VR 중 가장 오래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VR 기술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CG로 만든 대표적인 영화인 ‘아바타’의 경우 영화 속 가상의 인물의 자연스러운 표정연기를 위해서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배우의 얼굴에 점을 찍고 이들의 움직임을 잡아내서 그래픽에 적용했다. 게임에서도 게임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서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이를 사용해서 그래픽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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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아직은 컴퓨터가 물리적인 사람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자체적으로 완벽히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물리적인 움직임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관성, 운동에너지, 마찰, 탄성 등의 다양한 물리적인 성질을 정교하게 계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물리엔진’이라고 부른다)가 필수적인데 아직은 이런 물리엔진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실제 움직임을 캡처하지 않아도 상당히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VR/AR Type 2 - 컴퓨터 이미지와 모션(Motion)의 연동

이런 종류의 VR의 대표적인 예는 스크린 골프이다. 스크린 골프는 사용자가 휘두르는 골프채의 각도와 속도, 그리고 채에 맞은 공의 움직임 등을 정확히 잡아내서 가상의 공의 움직임을 스크린에 표시해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 골프에서는 코스의 모습과 같은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정교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실제 골프채의 움직임을 얼마나 정확하게 잡아내서 공의 움직임을 현실과 비슷하게 재현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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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의 또 다른 예로는 <그림 2>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3D HMD와 자전거를 결합한 운동 장치가 있다. 이 장치의 독특한 점은 표시되는 이미지와 자전거가 연동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면에 언덕을 올라가는 장면이 나올 때에는 페달이 무거워지고, 반대로 언덕을 내려갈 때에는 페달이 가벼워지는 식이다. 자전거뿐 아니라 달리기, 스키, 조정, 승마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스크린 골프에서는 물리적인 채의 움직임을 이미지에 반영하는 데 비해 이 운동기구는 반대로 화면의 변화를 물리적인 페달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반대라고 할 수 있지만 어찌 됐든 이미지와 현실을 연동시키는 VR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VR/AR Type 3 - 360도 실사 이미지

이미 인터넷에서는 360도 실사 이미지와 그 표시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HMD를 사용하면 실사 이미지 때문에 실제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이런 기술이 가장 먼저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와 부동산이다. 미리 촬영한 자동차나 부동산의 360 실사 이미지를 구매자가 HMD로 보게 되면 직접 가보지 않고도 현실감 있는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실용화가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스포츠 중계나 드라마도 360 실사 이미지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VR/AR Type 4 - 위치 정보만 활용하는 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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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정보를 사용해서 간단한 정보를 실사 화면에 덧붙이는 형태의 AR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근 인기를 얻은 ‘포켓몬고’라고 할 수 있다. 포켓몬고는 간단히 말해서 사용자의 GPS 정보를 확인해서 해당 위치에 존재하는 포켓몬을 실사화면 위에 표시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는 2012년에 일본의 ‘덴츠’라는 광고회사가 시행했던 ‘iButterfly’ 캠페인이 있다. 이 캠페인의 경우, 특정 위치에 가서 iButterfly 앱을 실행시키고 해당 건물 등을 비춰보면 그 위치에 해당하는 가상의 나비가 스크린에 표시가 되고 그 순간 스마트폰을 흔들면 그 나비를 잡을 수 있게 돼 있었다. 어떤 종류의 가상의 나비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마케팅에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특정 점포에 고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귀한 나비를 해당 점포 근처에 많이 배치하고 이를 바이럴 마케팅으로 전파하는 식이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는 필요한 기술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따라서 결국 콘텐츠의 질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포켓몬고의 경우도 게임의 그래픽이나 기술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포켓몬이라는 탄탄한 콘텐츠가 있었고, 기존의 많은 사용자들이 있었기에 성공이 가능했다.

VR/AR Type 5 - 특정 물건(마커)에만 실행되는 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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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화면에 덧붙여지는 가상의 이미지가 정확한 위치에 표시될 필요가 있다면 마커(marker)를 사용할 수 있다. 특정 마커를 프로그램이 인식해서 그 위치에 가상의 이미지를 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동용 책을 펼치고 스마트폰을 마커에 비추면 스마트폰 화면에서 동화의 주인공이나 동물이 표시되는 형태로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정확한 위치가 필요한 생산/조립 라인이나 의료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항공기와 같이 조립공정이 복잡하고 실수가 용납될 수 없는 경우에 작업자가 AR용 고글을 착용했을 때 어떤 부품을, 어디에, 어떤 순서로 조립해야 하는지를 그래픽으로 고글에 표시해 줌으로써 작업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수술 전에 환자의 신체를 미리 3D로 정교하게 스캔한 후에 수술할 때 의사의 고글에 환자의 뼈, 혈관, 신경의 형태를 보이게끔 한다면 수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림 5>에 있는 것과 같이 의사가 수술할 때 환자의 실사 영상 위에 추가 정보가 표시되면 더 정확히 수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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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서비스에서는 영상을 정확한 위치에 표시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수술을 하는 데 혈관이나 신경이 몇 ㎜만 잘못 표시돼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표시를 위해서는 우선은 대상(예를 들어 환자)의 마커를 바탕으로 정확한 위치를 표시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그림 5> 수술 장면에서 환자의 머리 주위에 네모난 형태의 다수의 마커를 볼 수 있다. 또한 표시장치를 쓴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과 눈의 움직임을 정확히 감지하고 표시되는 영상과 이미지를 그에 맞춰 움직여주는 기술도 중요하다.



유망한 VR/AR 비즈니스 분야

앞으로 VR/AR이 많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게임, 방송/콘텐츠, 연구/교육/훈련, 의료, 광고/마케팅, 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이다. 게임 분야에서는 현재 이미 많은 VR 게임(3D이면서 360도 화면을 볼 수 있는)이 제작됐으며 앞으로 그래픽의 질과 현실감에서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콘텐츠의 경우 위에서 설명한 360도 3D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서 야구 중계를 모든 시청자가 동일한 각도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로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가며, 심지어는 주심의 위치에서, 혹은 투수의 위치에서 보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만나는 장면을 앞에서, 혹은 뒤에서 원하는 대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연구/교육/훈련 분야에서 VR/AR이 이미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예는 비행기 시뮬레이터이다. 비행기 조종사의 훈련을 실제 비행기로 하게 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조종사의 훈련에는 현실감 있는 영상을 활용한 비행기 시뮬레이터가 널리 쓰이고 있다. VR/AR 기술이 발전하고 가격이 내려가면 좀 더 많은 분야에서 VR/AR이 사용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신제품을 설계할 때 목 업(mock-up) 모형을 만드는 대신 VR로 가상의 모형을 만들어 내면 실제 모형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된다. 연구자들은 표시장치를 착용하고 가상의 모형을 보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 즉, 물리적인 모형이 가상의 모형으로 대체되는 셈이다. 가상의 모형은 가상성으로 인해서 비용이 적게 들고 수정이 빠르고 쉽다는 장점이 있다. 군대에서도 이미 VR을 이용한 전투 시뮬레이션을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 병사들이 VR로 간접적이나마 실제 전투에서의 소음이나 시각적 경험을 해보는 것이 실제 전투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 환자 진료에 AR이 사용될 수 있음은 위에서 설명을 했고, 의과대학생 해부실습 등에도 VR/AR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VR/AR로 해부실습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초 해부실습은 여전히 실제 해부용 시신으로 해야 하겠지만 고난도 수술의 경우 다양한 경우에 대해서 VR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훈련을 하면 실제 수술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광고/마케팅 분야에서는 위에서 예로 든 iButterfly와 같은 프로모션을 AR로 실행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신제품의 프로모션을 위해서도 VR/AR이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자동차가 출시되는 경우 그 자동차에 대한 VR 이미지를 배포해서 VR 장비를 가진 소비자가 그 자동차의 내·외관이나 운전을 경험해 보도록 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VR/AR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에 연결된 VR/AR 디스플레이 장비를 착용하면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컴퓨터 디스플레이로 바뀌는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다. 여기에다 사용자의 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치까지 더해서 타이핑이나 제스처로 입력하게 하면 현재와는 매우 다른 인터페이스가 가능할 것이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것과 같이 허공에 정보를 표시하고 손의 움직임으로 조작하는 인터페이스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연구와 기술개발의 여지가 많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VR/AR 비즈니스 전략

VR/AR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사용되는 기술의 종류도 다양하고 적용 분야도 많다. VR은 이미지와 정보처리가 주된 기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상성이 강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AR은 이미지 처리도 중요하지만 스크린 골프에서 골프채의 움직임과 같이 현실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측정하거나 AR 운동기구에서 장면에 따라 페달의 저항력을 조정하는 것처럼 가상의 정보를 현실의 물리적인 운동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AR은 VR보다는 물리적인 성격이 조금은 더 강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성과 물리성의 특성상 일반적으로는 VR이 AR보다는 발전이나 보급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개별 서비스나 제품의 보급은 해당 제품의 특성과 완성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VR/AR을 활용하는 유망한 비즈니스 분야는 크게 게임이나 방송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교육/훈련이나 의료와 같은 실제 업무와 관련된 분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아래에서 VR/AR를 사용하는 개별 서비스나 제품의 성공 요인과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VR/AR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크게 성공한 제품/서비스도 많았지만 상당수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시장에서 수용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 주된 이유는 엔터테인먼트의 특성상 생활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해당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크지 않은 경우 굳이 돈을 내고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등장했던 VR/AR 중에서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서비스는 스크린 골프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 골프는 위에서 설명한 VR/AR Type 2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2015년 기준으로 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2 이제는 주변에서 스크린 골프장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비해서 몇 년 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던 3D TV는 시장에 안착을 하지 못하고 거의 사라졌다.

스크린 골프와 3D TV의 성패를 결정한 요인은 무엇일까? 수많은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적 완성도와 시장에서의 수요 강도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 골프는 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칠 시간이 없거나 날씨 때문에 골프를 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골프를 치고 싶다는 강력한 니즈를 충족시켜줬다. 거기에다 골프채와 공의 움직임을 정확히 감지해 실제 골프를 칠 때와 거의 같은 궤도와 거리를 계산해주는 기술의 발전도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서 3D TV에 대한 시장의 니즈는 스크린 골프만큼 크지 않았다. 물론 3D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적기 때문에 3D TV의 판매가 늘지 않았고 3D TV가 많이 보급되지 않아서 콘텐츠의 개발이 늦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영향도 있지만 이런 악순환을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가 그리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3D TV의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에 비해 기기 자체의 비용도 비쌌지만 이를 보기 위해서는 특수 장비(안경)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 큰 심리적 비용으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 골프는 실제 필드에 나가는 것보다 스크린 골프가 비용도 싸고 시간도 적게 들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시장에서 큰 수요가 생겼다. 이런 요인을 그림으로 정리해 보면 <그림 6>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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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VR/AR 서비스의 성공은 크게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시장의 수요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둘 다 강하면 당연히 크게 성공할 수 있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림에 표시된 것과 같이 이 둘이 최소한으로 충족되는, 즉 비즈니스가 성립하기 위한 경계선(frontier)이 존재하며, 이 경계선을 넘어 오른쪽에 위치해야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스크린 골프는 출시 당시 기술적 완성도는 아주 높지 않았지만 시장에 이에 대한 큰 수요가 존재했기 때문에 프런티어 라인 오른쪽에 위치했던 반면에 <그림 6>에서 보듯 A, B서비스와 3D TV는 프런티어 라인을 넘지 못하고 왼쪽에 자리했다. 3D TV는 기술적 완성도는 높았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크지 않아 결국 경계선을 넘지 못했다. 다시 말하자면 3D TV의 경우는 제품에 대한 니즈(필요)보다 제품의 가격과 특수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 더 컸다는 얘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3D TV에 대한 니즈가 자라났다면 시장에 안착했겠지만 소비자들의 특정 기술에 대한 니즈는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VR/AR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할 때에는 시장에 존재하는 니즈를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이 서비스의 가격과 장비 착용과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따르는 간접 비용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2. 교육/훈련, 의료 분야의 AR/VR

교육/훈련이나 의료 분야의 AR/VR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와는 다르게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충분한 의사와 강한 니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규모는 좀 작을지 모르지만 안정적인 발전과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이 분야의 AR/VR은 주로 훈련이나 생산라인에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그래픽의 완성도보다는 위치 표시의 정확도나 물체의 움직임이 얼마나 현실과 가까운가가 핵심이 될 것이다. 즉, 물리적인 세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물리적인 세상을 유사하게 표현하는가가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조종사의 훈련에 사용되는 비행 시뮬레이터는 훈련생의 기기 조작에 따라 가상의 비행기의 움직임을 얼마나 현실에 가깝게 재현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조립라인에 사용되는 AR 기기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부품을 실제 제품 위에 얼마나 정확한 위치에 표시하는가, 얼마나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가, 그 위치 표시가 사용자가 움직여도 얼마나 정확히 유지되는가 등이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의료용 AR의 경우는 위치 표시나 정확한 정보의 표시가 더더욱 중요한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AR/VR과 교육/훈련, 의료 분야의 AR/VR이 가장 다른 점은 시장의 수요이다. 일단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AR/VR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교육/훈련을 위한 AR/VR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없고, 거기에다 추가적인 장비까지 사용해야 한다면 시장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서 교육/훈련, 의료 분야의 AR/VR은 대부분 기업이나 기관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고 추가적인 장비를 착용해야 할지라도 큰 상관은 없다. 대신에 교육/훈련, 의료 분야의 AR/VR은 위치의 정확성이나 정보의 정확성과 같은 기술적 완성도가 매우 중요하다. AR/VR 기술을 사용한 비즈니스를 계획하거나 이런 시장에 대해 분석할 때 이러한 기술과 시장의 특성에 따른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 중에서도 AR/VR은 주로 시각적 경험에 관한 기술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직접적으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분야다. 이 말은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바로 적용해서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던 것과 같이 다양한 비즈니스에서 AR/VR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AR/VR을 제품화나 서비스화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거나 기존 비즈니스를 위해서 광고와 같은 분야에 AR/VR을 적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즈니스에 새로운 기술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예는 과거에도 무수히 많다. 게다가 AR/VR은 이미지 처리라는 가상성이 큰 분야이기 때문에 발전 속도가 빠르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도입한 기술이 곧 시대에 뒤떨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또한 AR/VR을 도입하는 경우 해당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이나 신기함이 사라진 뒤에도 AR/VR이 실질적으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한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서던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IT의 사용과 영향,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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