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이끄는 밀레니얼세대

“외로운 건 싫지만 혼자이고 싶어요” 밀레니얼세대, 얼마나 알고 있나

229호 (2017년 7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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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솔로 이코노미 시대를 이끌고 있는 밀레니얼세대, 이들은 전면적·항시적 연결성이라는 파워를 바탕으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돼 있다. 또 한편으로 이들은 취향이 확실해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연결은 지양한다. 그 어느 세대보다 경제적 부를 향유하며 자랐지만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그 어떤 세대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현 상태를 평가할 줄 안다. 또 과거의 생활 방식에 맞춰 살기보다는 본인이 선호하는 방식대로 자신의 시간을 소비한다. 이런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는 밀레니얼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1) 진정으로 정직하고 착한, 근원적 본질에 충실하라
2) 적과 경쟁하거나 비교하지 마라
3) 고객 분류 방식을 바꾸고 밀레니얼 브랜드 매니저를 임명하라
4) 시간이라는 자원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라
5) 밀레니얼세대를 위한 기업 문화와 인재 육성 방법을 원점에서 고민하라
6) 밀레니얼 몬스터에 대해 시간을 들여 공부하라



편집자주

본 원고는 필자가 참여한 SK플래닛의 전략컴(커뮤니케이션)상품 TF의 Droning report의 내용을 일부 발췌 및 인용했다. (조사기간: 2016년 7∼9월, 대상자: 서울 거주 남녀 대학생 및 직장인, 방법: FGI 및 개별 심층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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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러셀은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인류라는 나와 같은 종에 대한 연민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1만 년 전부터 종의 진화를 거듭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인류라는 이름으로 공통성을 확인하며 발전해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기존 세대와 겉모습만 유사할 뿐 가치와 생각, 행동과 해석이 너무나도 다른 돌연변이 세대들과 함께 살고 있다. 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세대’가 그 주인공이다. 진화생물학적으로 이처럼 과거 세대와 전혀 다른 특질을 보이는 개체를 ‘바람직한 몬스터(Hopeful Monster)’라고 부른다. 바람직한 몬스터는 급격한 외부변수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혹은 돌연변이에 의해 이미 발현되고 있었던 어떤 특성이 환경변화의 과정 중에 득세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그들의 돌연성은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으며 기업에 낯선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기존 세대와는 다른 소비 트렌드 역시 밀레니얼세대들과 관련이 깊다. 때문에 기존 기업들은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새로이 고민해야 하며 이들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앞서 밀레니얼세대들이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며, 무엇을 갈구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들이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인식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바람직한 몬스터(Hopeful Monster)’를 가능하게 한 요소들

가장 중요한 토대는 네트워킹이다. 전면적, 항시적 연결성이라는 파워는 바람직한 몬스터를 키워낸 말 그대로 ‘최첨단(cutting edge) 테크놀로지’다. 마치 혜성의 충돌이라는 변수가 지구의 지배권을 파충류로부터 원시 포유류로 이양한 것처럼 네트워킹은 바람직한 몬스터가 가진 파워의 원천이다. 한국의 종로에서 나이지리아의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몇십만 명에게 나의 생각을 방송할 수 있다는 것은 지구에 떨어진 혜성만큼 엄청난 변화를 남긴 것이다.

전면적 항시적 개방성 및 연결은 ‘지식에 대한 무한대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지식의 방대함과 경험의 홍수는 이를 흡수하는 개체들을 그 이전의 종족들과 완전히 다르게 변모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개방성과 지식은 사고방식 자체를 변화시켜 절대적 객관성의 시각을 부여했다. 비교 상대가 소수일 때는 자신과 비교하며 우위를 따지고 자신의 우수성에 대한 억지투정도 부리지만, 비교 대상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다양성의 가치를 가지면서 객관적 시선을 통해 자신과 타인, 환경을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밀레니얼세대의 특징

전면적 항시적 연결성은 밀레니얼세대들에게 기존 세대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특질들을 선물했다. 밀레니얼세대의 특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반(半)사회성 속 사회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통곡할 일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규정한 그의 주장과는 달리 자발적으로, 홀로됨을 추구하는 개체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학기를 맞아 한 대학 커뮤니티에서 2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서베이 결과, 새 학기 대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 중 1위가 바로 ‘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였다. 전통적인 대학생들의 로망인 동아리 활동과 캠퍼스 커플을 눌렀다. 새 학기 새로운 만남에 설렐 시기에, 이들은 대체 왜 이리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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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카톡을 달고 살지만 사실은 태반이 가짜 관계다. 20대의 카카오톡에 등록된 지인의 수는 평균 254명. 이들 중에는 400명, 심지어 700명이 넘는 카카오톡 지인이 있는 경우도 흔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정작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관계는 겨우 7.9%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들의 고백이다. 인맥 증식 절정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유령 친구만 잔뜩 늘리는 중이라는 자각이 그들에게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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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외로운 건 싫지만 혼자이고 싶어요”

조용히 살고 싶으나 잊히고 싶지는 않다.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가수 이효리가 최근 방송에서 한 말이다. 외로운 건 싫지만 혼자이고 싶다는 소망이다. 20대들이 좋아했던 노래를 들어 보면 그 욕구가 더욱 두드러진다. “누굴 만나도 쏘쏘(so so), 혼자인 것도 쏘쏘, 혼자인 게 외롭지는 않아 “(백아연의 ‘so so’: 2016년 6월 멜론차트 2위). 또 미로 찾기(2위), 식물 기르기(4위) 프랑스 자수(10위) 등이 20대의 대표적 취미로 자리잡은 점(교보문고 취미차트, 2017년 6월) 역시 혼자, 집안에서 조용히 취미 생활 하기를 원하는 밀레니얼세대들의 특성을 반영한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불금에도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기를 원한다. 혼맥(혼자 맥주 마시기)을 즐기는 요일 1위(50%)로 금요일이 꼽히고 있으며 장소는 압도적으로 집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2016) 혼맥을 선호하는 이유는 혼자가 좋아서가 80%로 가장 높았다. 경제적 이유(17%), 기타(3%)로 나타났으며 연상되는 키워드로는 ‘맛있다, 즐긴다, 사랑한다, 좋다’ 등의 긍정적 표현들이 주를 이뤘다. 불금의 휴식을 꿀잠을 자거나 혼맥을 하면서 밀린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욕구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서글픈 혼맥이 아닌 적극적으로 혼자임을 즐기는 모습이다.

또 다른 설문 조사 결과를 보자. 20대에게 문화생활은 대단한 활동을 하는 별개의 행사가 아니다.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면 장소, 소요 비용에 상관없이 좋은 문화활동이라고 이들은 인정한다. 이어폰을 꽂고 지하철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웹툰을 찾아보는 것도 이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문화생활이 된다. 자신에게 좋은 느낌을 주고, 편안한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것이 문화인 것이다. 꼭 다른 사람과 같이할 필요도 없다. 남들이 인정하는 문화 활동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웹툰을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드는 행복감이 공연을 관람하거나 특별한 행위를 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허세적인 인간관계의 허무함을 알아차리고, 혼자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생성하면서 그 시간을 쓸쓸하거나 외로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우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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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두 가지 외적 환경 변화가 이러한 성향을 가속화했다. 첫째, 너무나 세분화된 취향으로 너와 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넘사벽의 간극’이 생겨나 버렸다. 젊은이가 600만 명이라면 취향 또한 600만 개다. 기업들은 앞다퉈 세분화된 제품들을 쏟아낸다. 카페 메뉴판에 빼곡히 적혀 있는 음료의 종류는 미묘하게 다른 스펙과 디자인으로 우리의 선택을 흔들고 있다. 양상추, 케첩, 치즈, 빵, 고기 굽기 정도 등 햄버거 하나를 주문할 때도 우리는 각자의 취향이 ‘다름’을 설명해줘야 한다. 그냥 ‘남들 하듯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밀레니얼세대의 손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는 스마트폰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세상에 다녀오는 것을 허락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추천해준 영상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콘텐츠들을 순수하게 나의 클릭, 즉 나의 선택에 의해 조회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골라보는 콘텐츠, 하루에도 몇 번씩 커지는 나만의 세계, 그렇고 그런 네가 파고들 수 없는 나만의 소소함” 이것이 밀레니얼세대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둘째,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 보는 습성이 인간관계 형성의 패턴까지도 영향을 주게 됐다. 혼자이고 싶다고 주장하면서도 전방위 네트워킹이 언제든 가능한 환경이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이들은 원한다면 언제라도 취향공동체와 연결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친구와는 이미 서로 너무 커져버린 각자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오히려 나만의 관심사와 취향,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상 친구가 이들의 소울메이트가 되면서 필요시에만 소통하고, 언제라도 나의 자발적인 의지로 오프라인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관계의 온·오프 스위치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코드형 인간관계의 등장

필요시에만 소통하고, 언제라도 자발적인 의지로 상대를 오프라인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관계의 발전은 ‘코드형 인간관계’의 등장을 가져왔다. 이들은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도 자신의 코드에 맞춘다. 이들에게 인간관계는 지극히 ‘목적 지향적’이다.

코드 1 = 덕질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는 오프라인 관계의 보합 역할을 했다. 오프라인 형태의 모임을 보다 많은 사람이 쉽게 모일 수 있도록 온라인화한 것이다. 다모임,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커뮤니티다. 온라인은 오프라인 교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목적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나와 맞는 사람인지 온라인을 통해 서로의 취향을 철저히 알아보고 코드가 맞으면 관계 형성을 시작한다. 굳이 오프라인 교제를 전제하지도 않는다. 오프라인의 대인관계 속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색 취향이더라도 나와 같은 사람을 온라인 공동체 속에서 찾으면 관계 형성을 시작하게 된다. 한글 맞춤법에 민감한 사람들이 모인 갤러리, 전국의 노을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의 노을 탐사 갤러리, 구체적이고 다양한 취향들로 온라인이 헤쳐 모여를 하고 있다. ‘덕질’ 코드가 온라인의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코드 2 = 무교류 동호회

“지금까지 다섯 번 나왔는데 아직 친해진 사람은 없다. 다른 스포츠 동호회는 활동 후 함께 술 마시는 일이 많고 그러다 만취해 실수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이 모임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냥 자전거만 타고 헤어진다.”



자신에게 딱 맞는 자전거 동호회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29세 W군의 말이다. 자신의 취미 활동인 자전거 타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동호회, 목적 이외에 다른 활동은 전혀 없는 동호회, 이른바 ‘무교류 동호회’의 모습이다.

묵독파티라는 동호회 활동을 즐기고 있는 K양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동호회에선 대화하다 출신학교나 직장을 얘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나와 남이 비교돼 괜히 감정이 상할 때가 있는데 이곳은 책 읽는 것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다른 것은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다. 모여서 책만 읽는다.”

밥 먹는 동호회도 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대신 스마트 폰 앱을 켜고 적는다. “밥 먹을 사람 구합니다.” 모 대학 밥모임 애플리케이션은 점심, 저녁 시간에 맞춰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중 정말 밥만 같이 먹는 사람을 구하는 앱으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름도, 소속도 묻지 않는다. 하기로 한 일만 하고 쿨 하게 헤어진다. “하기로 한 것만 하는 게 피로하지 않고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완벽하게 목적 지향적인 교류회, 무교류 동호회 코드다.

코드 3 = 익명의 진정성

어라운드 앱이 인기다. 어라운드 앱은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로서 오프라인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일상을 공유하는 곳이다. 그러면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이 오직 ‘칭찬과 용기를 주는 말’만으로 댓글을 달아준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누군가를 위로하며 기분 좋아지고 싶을 때, 이 앱을 켜고 전혀 모르는 타인의 사연을 듣고 반응한다. 현실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자신의 좋은 일을 여기에 공유하고 하트 1000개를 받으며 마음을 힐링한다. 용기를 갖고 싶어 하는 타인에게 자신의 숨겨왔던 아픈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위로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진정으로 걱정해주고 위로해준다고 여긴다. 진정 내 얘기 들어주고 나를 치유해주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외롭지만, 또 외롭지 않다고 느낀다. 익명이 주는 진정성 코드이며 반사회적인 것이 아닌 반쯤만 사회적인, 온·오프의 스위치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목적형으로 취하려 하는 밀레니얼세대의 인간관계 코드인 것이다.



특징 2: 댓글이 만든 객관적인 몬스터들

요즘 젊은이들은 패기와 자신감이 없다고 어른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쩌면 빅데이터를 보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고 이들 밀레니얼세대는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감이 없는 것이 아닌 무시무시한 객관성으로 무장한 세대다. 그리고 이들이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접해온 ‘댓글’ 때문이다.

“요즘 저나 제 친구들은 기사를 보는 순서가 기사 헤드라인을 보고 본문 몇 줄 읽다가 바로 댓글로 가요. 기자들의 논조에 대한 반응도 있고, 다른 의견의 개진도 있어서 한 이슈에 대해 다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거든요. 시간 없으면 댓글만 읽기도 해요.”

“11번가 등에서 쇼핑할 때 댓글 중에 별점 낮은 것만 골라서 봐요. 그러면 장단점이 더 확 다가오거든요.”

“댓글이 없으면 관심이 없는 기사거나 별 이슈가 없는 거죠.”

“예전보다는 댓글을 더 보는 거 같아요. 예민한 이슈거나 뒷이야기가 알고 싶으면 더 열심히 댓글을 찾아보는 것 같아요.”

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콘텐츠를 댓글과 함께 소비한 세대다. 무슨 영화를 보든, 무슨 기사를 보든 아래 달려 있는 댓글을 함께 보며 자라왔다. 영화 정보를 보러 포털에 들어가면 아래 ‘이 영화는 보러 갈 가치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예쁜 연예인 사진을 누르면 ‘이 연예인은 예쁜데 세금을 안 내서 못마땅하다’는 사람도 있다. 밀레니얼세대에게 콘텐츠와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하나의 패키지처럼 늘 함께 붙어 있었다.

모든 콘텐츠에 달린 다양한 댓글은 역설적으로 ‘모든 콘텐츠는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고로 이어진다. 때문에 밀레니얼세대는 어떤 것이든 직접 평가하는 것이 하나의 패턴이 됐다. 정보를 접하면 평가부터 하고, 사소한 사건들부터 무서운 사건들까지 댓글을 통해 서로 의견을 밝힌다. 모두의 의견을 읽은 그들은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 평가자는 권위를 갖춘 사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평가자가 될 권리가 있고 그들이 모인 목소리가 가장 신뢰가 가는 평가가 된 것이다.

“영화 평점을 볼 때 전문가 평점도 보지만 일반인의 추천도 꼭 확인해요. 전문가보다는 일반인의 평점을 더 신뢰하게 된 거 같아요, 그게 안 좋으면 그 영화는 안 보죠. 제일 정확하거든요.”

또한 이 객관성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한 평가의 객관화로 전이돼 자신만의 입장을 옹호하는 그릇된 자기애에서 오는 자기중심을 상쇄한다. 그리고 이런 객관성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하게 함으로써 기성세대들이 자연스럽게 따랐던 삶의 기본 방정식을 거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결혼이나 육아를 포기하고 혼자 살기를 택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스스로의 사회적 위치를 객관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최근 한 빅데이터 분석 업체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N포세대라 불리는 20∼30대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게 남자는 결혼, 여자는 출산이라고 한다. 결혼이 자연스럽게 출산으로 연결되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곧 출산이고, 출산은 곧 각박한 현실의 시작이다. 출산 후 본인을 위한 지출을 계속 줄여보지만 소득은 늘지 않고 국가 지원도 충분치 않다. 이런 이야기들이 다양한 커뮤니티에 댓글로 쌓이고 이런 글들을 쉽게 접하는 밀레니얼세대들은 지레 결혼할 마음을 접는다. 아이에게 이런 삶을 물려주느니 차라리 안 낳겠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어쩌면 기성세대들이 말하는 것처럼 밀레니얼세대들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는 힘이 더 생겼고 현명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특징 3: 낮과 밤의 경계가 무너진다

“저녁에 카톡할 때 서로 타이밍이 맞고 대화가 흥미로우면 30분까지 대화가 이어지기도 하고, 끊겼다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집중적으로 하지는 않아도 보통 한 새벽 3시까지는 해요. 그때쯤 돼야 잠잠해지곤 해요.”

“밤늦게까지 하는 것은 유튜브랑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정도. 피곤해서 이제 자야지 하는데 유튜브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내가 한 영상을 볼 때 관련 콘텐츠가 많이 뜨잖아요. 그냥 넘기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죠.”

“제가 페이스북에 팔로(Follow) 하는 친구 게시물만 뜨는 게 아니라 팔로 하는 친구가 좋아요 누른 게시물도 뜨다 보니까 게시물이 더 늘어나는 편이고, 가끔 파도타기처럼 계속 들어가 보기도 하면 도움되는 페이지들이 많아요. 그것 때문에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머지도 보게 되죠.”

“휴식과 수면시간에도 SNS를 사용하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도 보면 옛날 같은 경우는 쉴 때 친구랑 얘기한다거나 혼자 휴식을 하는데 요즘은 다들 공부 50분 하다가 10분 핸드폰 들여다보고 그러는 것 같아요.”

오랜 농경 사회를 겪은 인간에게 낮과 밤의 구분은 분명했다. 낮이 일을 하는 시간이라면 밤은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이는 산업화 시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돼 왔다. 특히 밤은 수면을 취해야 하는 시간이다. 수면은 인간 본능의 영역이라 쉽게 변하지 않고, 거의 균질적인 형태로 인식됐다. 하지만 밀레니얼세대들은 네트워킹이 주는 여러 수혜를 만끽하기 위해 이 기저의 삶의 방식도 변화를 주고 있다. 그들이 기존 인류가 잠으로 소비한 시간 동안 그들만의 네트워킹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 다시 더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셀프 불면’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24시간 연결돼 있기를 희망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불면에 가까운 수면 패턴을 자발적으로 희망하는 자발적 불면가들의 등장 때문이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채팅과 콘텐츠 소비 사이 짤막한 잠을 자는 패턴을 보이는데 때론 긴 낮잠으로 부족한 수면을 채우기도 한다. 아예 잠을 안 자는 것이 아닌, 자는 시간과 깨어 있는 시간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 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궁금해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고, 4시간 이상은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가수 싸이의 고백도 자발적 불면가들의 대표적 성향이다. 이러한 수면 패턴은 단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동시에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 소비를 통해 느끼는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에서 기인하고 있다.



본질에 힘쓰고 객관을 살피며 자율형 인간의 룰을 인정하라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밀레니얼세대는 지금까지의 인류와 다르다. 이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취향이 확실하며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연결은 지양한다. 그 어느 세대보다 경제적 부를 향유하며 자랐지만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그 어떤 세대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현 상태를 평가할 줄 안다. 또 과거의 생활 방식에 맞춰 살기보다는 본인이 선호하는 방식대로 자신의 시간을 소비한다. 이런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는 밀레니얼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1. 진정으로 정직하고 착한, 근원적 본질에 충실하라

모든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객관성이 중요해지는 사회에서 기업은 ‘거짓’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없다. 생산방식이 노출되고, 기업의 생각과 문화가 노출되고, 기업인의 가치관과 조작할 수 없는 행동의 발자취가 다 드러나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제품이 본질적 가치에 충실한가에 주목하고 기업의 정신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요즘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가 좋은 예다. 에르메스는 2015년 잔인한 악어 사육방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았고, 그 결과 브랜드 헤리티지의 손상을 입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인 오뚜기는 오너의 선행과 바른 생각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선호가 급격히 상승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 더 많이, 더 자주, 더 심도 깊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 적과 경쟁하거나 비교하지 마라

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제품을 경쟁사와 비교한다. 그러나 정작 고객은 자신의 삶에 해당 제품이 어떤 가치를 주느냐에만 관심이 있다. 바람직한 몬스터(Hopeful Monster)들은 그러한 특질을 더 키워나갈 것이다.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2016년 2월 오랜 맞수 맥도날드와 버거킹 사이에 광고 캠페인 경쟁이 붙었다. 포문을 연 것은 맥도날드였다. 258㎞ 떨어진 버거킹을 가기 위해 운전해야 할 내비게이션 경로와 불과 5㎞밖에 안 떨어져 있는 맥도날드를 가기 위한 내비게이션 경로를 보여주는 광고를 집행한 것이다. 양사의 지점 개수와 위치의 차별점을 ‘내비게이션 경로의 길이’로 시각화해서 비교 제시한 세련된 디스 광고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버거킹의 대응 광고가 더욱 볼 만하다. 화면에 맥도날드로 진입하는 차량이 보인다. 그런데 맥도날드 매장에서 운전자가 주문한 것은 버거가 아니라 더 먼 거리에 있는 버거킹까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잠을 깨워 줄 커피였다. 두 맞수 기업의 광고전은 광고 직종 전문가들을 열광시켰지만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비교를 하지 않아도 이미 버거는 버거킹이 맛있고, 감자튀김은 맥도날드가 더 맛있으며, 커피는 둘 다 별로라는 평가를 마친 대중의 반응이 이어졌다. 심하게 맥도날드를 디스한 버거킹에게는 ‘감자튀김이나 똑바로 만들어’라는 날카로운 일침이 있었다. 상호 비교가 아닌 자신에게 주는 가치, 밀레니얼세대는 그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3. 고객 분류 방식을 바꾸고 밀레니얼 브랜드 매니저를 임명하라

지금 이대로 가면 지구의 인구수만큼의 취향이 생길 것이다. 더 이상 다수를 타깃으로 하는 매스티지가 존재하고 특별한 취향은 작은 니치로 남는 시장 세그멘테이션 개념은 유효하지 않다. 기존에 매스티지로 분류됐던 집단은 지속적으로 세분화를 거듭할 것이고 니치로 분류돼 마케터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소비자는 의외로 취향 종류 파악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향후 고객 분류의 기준이 #단음식 선호
#결벽증 #귀차니즘 등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의 가능성, 그들의 세계화를 주목하고 기업 내 전담 조직을 두고 집중 관리해야 한다. 마케팅, 영업, R&D, 홍보, 구매 등으로 분류돼 있는 기능을 횡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밀레니얼 브랜드 매니저’를 임명할 필요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그들이 이 세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고민하고, 소통을 위한 기업 가치를 개발토록 하라. 밀레니얼세대의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과 끊임없이 지속될 분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4. 시간이라는 자원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라

수면시간이 자율화된다는 것은 생활시간 전체가 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재편된다는 것이다. 낮과 밤의 경계가 무너지면 낮에는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이, 반대로 밤에는 깨어 있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깨어 있는 수요와 깨어 있는 공급을 연결하는, 즉 온디맨드(On demand)의 의미를 확장해 24시간 소비활동을 위한 준비된 환경을 만드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또한 시간의 자율적 활용이란 측면에서 기업이 구성원들의 근무시간 효율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영국 y세대의 경우, 직장 선택에 있어 근무시간 자율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변하고 있으며 최근 영국에서 진행한 ‘good bye nine to five’(9시 출근 5시 퇴근, 이젠 안녕)의 연구결과, 이미 영국 기업의 94%가 자율적 근무시간 제도를 도입했으며 해당 제도를 도입한 직책자들의 82%가 직원들의 생산성, 로열티, 성실성 등의 모든 측면이 훨씬 개선됐다고 대답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시간이라는 자원의 활용에 대한 근원적이고, 유연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리라 예상된다.

5.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기업 문화와 인재육성 방법을 원점에서 고민하라

반(半)사회적인 인재에겐 반(半)조직적인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능력도 되는 21세기 인재들이 기업의 수직적 조직문화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적응하느라 자신의 빛나는 가능성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너의 차고에서 너의 꿈을 실현하라”고 부추기고 도와주는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전 세계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재능을 온전히 일에 투여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모습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문화의 변신이 인재를 지킬 수 있다.

L사의 2030 구성원들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2번째로 많이 답변한 내용은 ‘성과창출(30.7%)’이고, 3번째로 많이 답한 내용은 ‘효율적 업무(18.3%)’였다. 그렇다면 가장 많이 답변한 내용은 무엇일까? 정답은 ‘상사(34.9%)’다. 인적자원관리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직자의 75%가 이직을 하게 된 이유로 ‘닮고 싶지 않은 직장상사’임을 밝힌 바 있다. 롤모델로서 닮고 싶지도 않고, 존경하지도 않는 상사는 단 하루도 바람직한 몬스터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인재를 키우고 싶으면 멘토를 먼저 키워야 한다. 많은 선도 기업들이 사내 인재를 지켜내기 위한 그들만의 차별적인 멘토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search inside yourself’라는 내면검색 리더십 교육법인을 설립했다. 해당 법인은 ‘집중력 향상 → 자기감정인식 → 자기 통제 → 자신감 → 리더십’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설계해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함으로써 프로그램 참가 인력들의 ‘인간관계 대응능력과 리더십 능력 향상’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6. 밀레니얼 몬스터에 대해 시간을 들여 공부하라

CEO가 열공해야 한다. 회의 시작에 앞서 밀레니얼들의 최신 트렌드와 인기 앱에 대해 잠깐씩이라도 공유해야 한다. 그들이 모이는 장소를 가보고, 인기 있는 랩의 가사를 살펴봐야 한다. 서너 달에 한 번씩 그들과 마주 앉아 점심을 먹으며,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대화를 하는지 이야기해 봐야 한다. 대학가를 찾아가 그들의 소비 생활을 직접 관찰하고, 점원과도 이야기 나누며 어떤 기준의 선택을 하는지 공부해야 한다. 올라오는 보고서만 읽고 있지 말고, 스스로 그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미래이기 때문에 양보 없이 알아야 한다. 너무나 다른 족속이고, 너무나 생경한 그들이기에, 의도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영영 멀어지는 가능성이 돼 버린다. 기업의 변화주도력은 소통 대상에 대한 주도면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최명화 CMO캠퍼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김현주 CMO캠퍼스 파트너 coolhj@naver.com

최명화 대표는 맥킨지를 거쳐 현대자동차, LG전자, 두산그룹에서 마케팅 최고 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마케팅 4.0 컨설팅 및 전문 교육기관인 CMO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현주 파트너는 제일기획 Next Communication 본부장을 거쳐 SK 플래닛에서 전략 커뮤니케이션 임원을 역임했다. CMO 캠퍼스 파트너로서 ‘인사이트와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기존의 소비자와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이는 밀레니얼세대를 겨냥해 밀레니얼 브랜드 매니저를 임명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밀레니얼 브랜드 매니저의 역할과 역량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또한 밀레니얼세대를 위한 조직 구성 및 인재육성법을 우리 회사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2 밀레니얼세대는 스스로 사람들로부터 고립되기를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온라인상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이런 밀레니얼세대에게 알맞은 기업의 모바일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동아비즈니스리뷰 259호 Agile Transformation 2018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