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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위한 활용 가이드

인공지능, 경영 최적화의 한 방법. 응용 기술 개발 못하면 의미 없어

이경전 | 228호 (2017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이라 하면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 사람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를 떠올리지만 현실의 인공지능은 꼭 그렇게 복잡하고 섬세할 필요가 없다. 원하는 목표를 최적의 방법으로 달성하는 방법이 곧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시대, 기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현재 회사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들을 확인하라
2.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비인공지능 기법들을 실험/평가하라
3.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중장기적 목표를 갖고 움직이되 단기적 성과도 제시하라
4. 인공지능의 한계를 이해하고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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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테스트는 잊어라

‘최적화’가 곧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처럼 오해와 과장(Hype)을 끊임없이 낳고 있는 말도 드물다. 동시에, 그런 오해와 과장이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사회의 관심을 주기적으로 끌어주면서 성장하고 있는 독특한 분야다. 필자는 30여 년 전부터 인공지능을 연구해왔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자신의 오해와 타인의 오해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에 기대하는 자기 자신의 희망과 좌절, 사회의 희망과 좌절의 과정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분야는 특히 그 이름 때문에 성공이 곧 부정으로 이어지는 패러독스에 시달려왔다. 자신의 분야가 성취한 것에 대한 소유권을 잃어버리게 되는 운명이다. 인공지능 분야에 어떤 기술적 성취가 이뤄지면 그것은 더 이상 인공지능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빠른 길을 찾아주는 티맵, 카카오내비 같은 자동차 내비게이션 앱은 20년 전 인공지능 분야에서 연구하던 주제다. 네이버의 뉴스 본문 읽기 서비스 역시 인공지능을 전공한 학자들이 만들어낸 서비스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티맵이나 네이버의 본문 읽기 서비스를 쓰면서 이것이 인공지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지면 그 기술을 더 이상 인공지능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항상 더 새로운 기술을 추구하며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무언가를 인공지능이라 간주한다. 그래서 미국의 인지과학자 더글라스 호프스태터는 그의 명저 <괴델, 에셔, 바하(1980)>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인공지능은 아직 성공하지 않은 것을 일컫는다(AI is whatever hasn't been done yet).”

인공지능에 대한 이런 오해들은 역사가 깊지만 1995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필자는 그해 인공지능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바로 그때 인공지능 분야에 혜성과도 같은 교과서가 나왔다.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법(Artificial Intelligence: A Modern Approach)>이다. 스튜어트 러셀과 피터 노빅이라는 당시 30대의 학자들이 내놓은 이 야심 찬 교과서는 지금까지도 연구자들에게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이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인공지능을 정의하고 인공지능에 접근하는 방법이 현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인간을 흉내 내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 ‘합리적 에이전트(rationally behaving agent: 합리적 행동 대리 기계, 줄여서 rational agent)’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합리적인 에이전트란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하며, 불확실성이 있을 때는 최상의 예상 결과를 도출하는,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적 함수를 최대화하는 주체다.

이런 관점은 당시 필자에게도 충격을 줬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흉내 내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또한 막연히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시달릴 것이 아니라 생각은 못해도 행동하는 기계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199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통합학술대회(IJCAI·International Joint Conference on AI)에서는 더 큰 충격을 주는 논문이 발표됐다. 패트릭 헤이즈와 케네스 포드가 공저한 ‘튜링테스트는 유해하다(Turing Test considered Harmful)’라는 이 논문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인공지능을 위한 현명한 목표가 아니며 1950년 이래 튜링의 비전을 준수해온 것이 인공지능 연구에 큰 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튜링테스트는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1912∼1954)이 제안한 것이다. 그는 인간이 어떤 (보이지 않는) 대상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것이 인간인지, 컴퓨터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인공지능이 비로소 달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 학자들은 튜링의 견해를 신줏단지 모시듯 절대시했다. 1995년에 발표한 헤이즈와 포드의 논문은 이를 비판한다. 튜링테스트를 너무 절대시하는 것이 인공지능 분야 연구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새처럼 날개를 퍼덕거리며 나는 것만을 “비행”이라 정의하고 “새처럼 날기” 테스트를 통과하려고 애썼다면, 인간은 아직 하늘을 날지 못할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하늘을 날면 되는 것이지 새처럼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날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새처럼 날고 싶다는 ‘인공 비행’의 비전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베르누이 방정식이라는 유체역학에 근거한 항공공학으로 해결됐다.

1995년은 대단한 해였다. 인공지능에 대한 합리적, 과학적 접근이 활발히 모색되기 시작한 원년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이 세계 곳곳의 인간들에게 전파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22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전문가와 일반인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비합리적, 비과학적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여전히 인간을 닮은 기계,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 연구라고,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앨런 튜링조차도 튜링테스트를 인공지능의 궁극의 목표로 제안한 것이 아니다. 그는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하나의 테스트를 고안해낸 것뿐이었다.

2017년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합리적, 과학적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공지능에 대한 합리적, 과학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1995년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합리적 에이전트’로서의 인공지능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이 개념 역시 새로운 주장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1950년의 튜링테스트라는 패러다임을 1995년의 합리적 에이전트라는 패러다임으로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극복 위에, 또다시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2016년 9월에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학자와 실무가들이 ‘One Hundred Year Study on Artificial Intelligence (AI100)’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앞서 소개한 러셀과 노빅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은 기계를 지능화하는 데 주력하는 활동이며, 여기서 지능이란 어떤 개체가 주변 환경과 상황에 따라 적절히 기능하도록 하는 특성”이라고 정의했다. 인공지능의 정의에 흔히 들어가는 단어인 인간(human)이 없다. 이렇듯, 현대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닮은 기계,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 같은 기계,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낭만적이긴 하나 비과학적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최적화’다. 주어진 제약조건 내에서 어떤 목표를 최대한 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맵의 최적화 목표는 시간상으로 가장 빠른 길을 찾는 것, 연료를 최소한 사용하는 길을 찾는 것, 운전하기 제일 쉬운 길을 찾는 것 등이다. 주어진 조건은 현재의 교통상황이다. 뉴스를 읽어주는 인공지능의 목표는 사람이 제일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듣는 사람의 만족도가 가장 높도록 음색과 읽는 속도 등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더 복잡한 기술, 최신 알고리즘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인공지능 기술 하나가 마법처럼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마다 특성이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법, 비인공지능 기법을 종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딥러닝이 유행이라고 딥러닝만 사용하려고 하면 안 된다. 회귀분석이 낡은 것이라고 무조건 배제해서는 안 된다.



최적화에 만능 솔루션은 없다

필자가 경험했던 몇 번의 사례들을 보자. 지난 2016년 필자는 S&P, 다우존스, 코스피 등 17개 주식시장 주요 지표의 다음 날 등락 여부를 전날 예측하는 연구를 의뢰받아 진행했다. 연구를 의뢰한 기관은 최신의 인공지능 기술과 딥러닝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의뢰자의 희망대로 필자는 장단기 기억 신경망(LSTM), 다층퍼셉트론, 서포트 벡터 머신(SVM) 등 최근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계학습 기법을 적용해서 분석해봤다. 그런데 예측성과가 제일 좋았던 것은 1970년대에 개발된 라쏘/릿지 회귀분석 기법이었다. 이 기법을 가지고 최근 1년 데이터를 매일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적용했더니 최근에 발표된 인공지능 기술들을 썼을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냈다. 1970년대에 나온 기법이라도 최신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방법으로 적용하니 최적의 성과를 낸 것이다.

더 크게 보면, 꼭 인공지능이라는 방법론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컴퓨터공학에서 다루는 인공지능은 경영학에서 다루는 경영과학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경영과학 역시 ‘최적화를 목표로 하는 학문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기업 경영의 최적화를 위해 기업은 인공지능을 쓸 수도, 경영과학을 쓸 수도 있다. 컴퓨터공학의 접근법을 택할 수도 있고 매니지먼트의 접근법을 택할 수도 있다.

1990년대 초반, 조선업에 인공지능을 응용하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해당 조선소는 복잡한 선박 생산일정 계획을 자동화하고 합리화하는 데 인공지능을 결합하고자 했다. 정해진 방법론이 없었으므로 1970년대에 개발된 최적화(스케줄링) 기법과 1980년대에 개발된 로보틱스연구를 통해 기초를 쌓았다. 또 조선소를 수십 번 방문해 현업 전문가의 지식과 현장의 공간적 제약조건을 반영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조선소를 방문하다 보니 중요한 것은 현장 근무자들의 협조라는 걸 깨닫게 됐다. 현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자신의 업무를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워했다. 필자는 이들에게 인공지능 시스템이 업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간 직원들을 지원해주는 것이라는 걸 이해시키려 애썼다. 이 점을 이해하게 된 다음에야 직원들은 시스템 개발에 적극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든 시스템은 선박 설계도면이 나오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각 공정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또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추정했다. 여기에 쓰인 것은 신경회로망을 이용한 머신러닝 기법이었다. 기존의 주먹구구식 계산에 비해 생산 스케줄의 정확도가 높아지자 현장의 생산성이 올라갔다. 계획과 일정 간 괴리가 줄었다. 인공지능이 회사 상황에 따른 생산계획을 빠른 시간에 산출하자 관리자들은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생산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볼 수 있게 됐다. 그러자 경영 의사결정이 유연해졌고, 이를 선박수주전략 의사결정에도 활용할 수 있게 돼 회사 매출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구축된 시스템은 1995년 세계인공지능학회의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수상했고 <AI Magazine>에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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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에는 인공지능을 건설산업에서 응용하는 프로젝트 연구도 진행했다. 그때까지는 건설현장의 공사계획표를 만들려면 5∼10년 경력의 현업 전문가가 1주일 정도 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과거의 비슷한 현장사례를 찾아 상황에 맞게 고쳐나가는 식으로 공사계획표를 만들고 있었다. 이것을 1시간 안에 생성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먼저 회사는 연구팀과 함께 기존 건설공정표 사례들을 디지털화했다. 여기에 사내 전문가들의 지식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공정표를 자동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에서 만들어지는 공정표에 이상이 있으면 이는 과거 사례 데이터나 전문가의 지식 중 하나에 결함이 있는 것이다. 시스템 자체의 효율성도 좋았지만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 데이터를 더 좋은 데이터로 만들고, 전문가들의 지식 역시 더 좋은 지식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회사는 양질의 공정표 데이터를 축적하게 됐고 직원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지식을 컴퓨터가 실행할 수 있는 지식으로 바꿔 이른바 ‘지식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아파트, 교량, 열병합발전소, 송전탑 등의 건설공정표 생성에 활용됐다. 1997년 세계인공지능학회의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두 번째로 받았으며, 이를 다룬 논문이 <AI Magazine>에 게재됐다.

이렇게 기업 현장에 인공지능,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는 데는 인간의 판단력이 필요하다. 조선소 생산관리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공간 추론, 계산 기하학, 인공 신경망, 스케줄링 이론, 휴리스틱 알고리즘 등 다양한 인공지능과 경영과학 기법이 활용됐다. 건설회사를 위해서는 사례기반 추론, 제약조건기반 추론, 산업공학에서 다루는 PERT/CPM기법 등이 종합적으로 활용됐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기업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법 외에 여러 경영과학, 산업공학적 지식의 적용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필자는 기업의 부도 예측을 위한 신경회로망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어떤 기업이 부도를 낼 것인지, 아닌지를 예측하기 위해 재무제표 정보로 판단하는 신경망, CEO 개인의 특징 정보로 판단하는 신경망,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으로 판단하는 신경망 등을 만들었다. 또 이 신경망의 결과를 종합하는 ‘앙상블’ 모델을 만들었다. 앙상블은 여러 예측모델의 조합을 만들어가며 그중 신뢰도가 높은 조합을 택하는 방법이다. 이런 시스템을 개발할 때, 여러 기법을 적용하고, 비교하고, 앙상블하는 과정을 통해서 경험적으로 좋은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는 프로젝트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하나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모든 예측 문제와 모든 의사결정 문제를 다 풀어낸다는 것은 환상이다. 약한 인공지능이니, 강한 인공지능이니, 초지능이니 하는 것을 구분하고 우열을 논하는 것은 기업과 산업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에서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인공지능은 실제로 어떤 분야에 쓰이는가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업무들에 인공지능을 응용해왔는지 알아보자. 필자의 연구실은 최근 10년간(2007∼2017) 세계인공지능학회의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수상한 사례 중에서도 에 게재된 사례 50개를 분석했다.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은 기업이나 정부 부문에 인공지능 기술을 혁신적으로 응용해서 실제 적용된 사례들에만 수상 자격이 주어진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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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인공지능을 조직 실무에 응용해서 성과를 낸 업무 중 가장 많은 경우는 자원 할당, 기획을 포함한 일정계획(스케줄링) 업무였다. 두 번째로는 사기 적발(fraud detection), 감시(monitoring), 감사(audit), 사전 경고(advanced warning) 등의 업무였다. 기업/조직 내 학습, 협력, 교육 등의 업무가 뒤를 이었다. 그 밖에는 고장 진단과 검출, 데이터 필터링과 선택/순서 매기기, 제품 추천, 데이터 인식 후 변환/번역, 예측과 추정, 상황적 대응, 자료 추출, 큐레이션, 데이터 정제와 분석, 성능 최적화, 자연어 응대 등이 있었다.

이 표는 기업이 어떤 산업에 속해 있는지에 관계없이 참고할 가치가 있다. 즉 각 기업은 조직 업무 중에 일정계획, 감시, 교육, 진단, 필터링, 추천, 변환, 예측, 상황적 대응, 자료 추출, 큐레이션, 데이터 정제, 성능 최적화, 자연어 응대 업무 등을 인공지능의 적용 대상으로 우선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단, <표 1>에 정리한 빈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위의 분석은 과거 10년에 대한 것이다. 현재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 특히 딥러닝과 영상인식/음성인식 기술은 향후 인공지능 응용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음성인식 기술은 자연어 응대 업무의 혁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콘볼루션 신경망의 발전은 데이터 인식/변환 업무의 혁신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상황적 대응, 경고, 감시, 감사, 사기 적발 업무 등의 혁신에도 많이 활용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무엇을 이룰 것인가

기업이 인공지능 도입을 고려할 때는 그것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현재 갖고 있는 여러 문제 중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 경쟁기업을 이기기 위해서 가져야 할 중요한 역량을 가지게 하는 문제, 고객과 직원의 큰 불편과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문제 등이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표 1>의 50개 사례가 해당 기업의 어떤 목표에 기여했는가도 분석했다. 가장 많은 것은 생산성, 효율성 향상이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이었다. 고객 및 공급자와의 관계/협업 강화, 의사결정 능력 향상, 경쟁우위 달성이라는 사업 목표에 기여한 경우도 있었으나 앞의 두 경우에 비해 많지는 않았다.

과거의 통계가 그렇다면 향후 10년은 어떻게 될까? 우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 인공지능이 사용되는 경우가 매우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을 생산성, 효율성 향상에 많이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고 경쟁 우위 확보에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곳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 즉 블루오션의 창출을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논의하고, 특히 인공지능 혁명을 논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어떤 변화를 굳이 ‘혁명’이라 이름 지을 때는 기존 산업이나 기업에서 생산성, 효율성을 향상시키거나 기존 조직에서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키는 정도의 변화가 올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혁명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정리해보자.

1. 인공지능을 사업에 적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2. 그 문제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여러 인공지능 기법들과 비인공지능 기법들을 대안에 올려놓고 실험, 평가한다.

3. 이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자발적 협력과 끈기 있는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경영진과 현장 직원들에게 단기적인 성과를 계속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더 많은 참여와 협력, 지혜를 이끌어낼 수 있다.

4. 기술이 가진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현재 딥러닝 등 신경회로망 기법은 오류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또 오류가 날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현재의 불완전한 인공지능 기법을 의료나 자동차 주행 등에 적용해 완전 자동화하는 것은 어렵다.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읽고 얼굴을 인식하는 것처럼 오류가 나도 큰 문제가 아닌 분야에는 사용될 수 있지만 말이다. 설명이 가능한 인공지능(XAI·eXplainable AI)이라는 분야의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을 기업 업무에 도입할 때는 실수가 치명적이지 않은 분야, 실수가 있어도 통계적으로 성과가 좋으면 되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또 인공지능 기술이 시사하는 조직적 의미, 사업적 의미도 잘 파악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조직의 인센티브 체계나 산업 전체의 인센티브 체계와 충돌할 경우 그 조직이나 산업에는 정착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기존의 비즈니스나 조직에 위협이 되지 않고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1

인공지능은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응용하는 분야를 선정하고 적절한 기술과 시스템(제도)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어려운 것은 인공지능을 응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원천기술도 중요하지만 응용을 성공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 AI의 진수는 응용에 있다. 응용에 성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응용할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하는 것,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선택하고 구현하는 것, 그 기술 외에 또 다른 기술과 비기술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세계 문제를 잘 찾아내고 이를 해결해서 성과를 내는 것, 그것이 진짜 인공지능 기술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klee@khu.ac.kr

이경전 교수는 KAIST에서 경영과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산업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 MIT 미디어랩, UC버클리 전문가시스템기술랩에서 연구 활동을 벌이고, 고려대 경영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도 강의했다. 현재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회장과 사단법인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 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세계인공지능학회로부터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주로 연구하고 있는 디지털 비즈니스 전문가다.



참고문헌

1) 이경전, <우리가 가져야 할 진짜 인공지능 기술>, 한국경제, 2017.
2) 이경전, <알파고 1년의 교훈, 휴리스틱에 머물러선 안 된다>, 한국경제, 2017.
3) 이경전, <인공지능 기술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KISA Report 2015, 9.
4) 이경전, <인공지능 산업을 위한 제언>, KDI 나라 경제, 2016, 10.
5) 이경전, <인공지능의 현실과 향후 전망>, KISA Report 2016, 2.
6) 이경전, <인포랙션의 시대가 오는가>, 한국경제, 2016.
7) 이경전, <휴먼로봇시대는 멀었다>, TechM(Tech & Beyond), 2014년 8월 호
8) Lee, K. J., Kim, H. W., Lee, J. K. Kim, T. H., “FASTrak-APT: Case and Constraint-Based Construction Project Planning System”, AI Magazine, vol.19, no.1, pp.13-24, Spring, 1998.
9) Lee, J. K., Lee, K. J., Hong, J. S., Kim, W. J., Kim, E. Y., Choi, S. Y., Kim, H. D., Yang, O. R., Choi, H. R., “DAS: Intelligent Scheduling Systems for Shipbuilding”, AI Magazine, vol. 16, no. 2, pp. 78-94, Winter, 1995.
10) Douglas Hofstadter, Gödel, Escher, Bach: an Eternal Golden Braid, 1980 (<괴델, 에셔, 바흐>, 박여성 번역, 까치).
11) Stuart Russell & Peter Norvig, Artificial Intelligence: A Modern Approach, 1995.
12) Patrick Hayes & Kenneth Ford, Turing test considered harmful, IJCAI’95 Proceedings of the 14th international joint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 Volume 1, Pages 972-977.
13) Peter Stone, Rodney Brooks, Erik Brynjolfsson, Ryan Calo, Oren Etzioni, Greg Hager, Julia Hirschberg, Shivaram Kalyanakrishnan, Ece Kamar, Sarit Kraus, Kevin Leyton-Brown, David Parkes, William Press, AnnaLee Saxenian, Julie Shah, Milind Tambe, and Astro Teller. “Artificial Intelligence and Life in 2030.” One Hundred Year Study on Artificial Intelligence: Report of the 2015-2016 Study Panel, Stanford University, Stanford, CA, September 2016.
14) Nils J. Nilsson, The Quest for Artificial Intelligence, 2010.
15) Jin, D., Suh, Y., Lee, K., “Generation of Hypotheses on the Evolution of Agent-Based Business Using Inductive Learning,” Electronic Markets, vol. 13, no. 1, 13-20, 2003.


생각해볼 문제

현재 나의 일상 업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이를 해결하는 데 인공지능 기법이 도움이 될 수 있는가.


DBR mini box

AI 스타트업, 미국은 ‘의료’, 중국은 ‘공공안보’ 부문 강세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이 최근 빠르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적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기업의 영역에서 수익 창출에 큰 공헌을 하고 분야는 많지 않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비즈니스의 미래를 그려보기 위해 현재 전 세계 AI를 이용한 비즈니스모델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신규 스타트업들과 이들에 투자하는 투자업계의 동향을 살펴보자.

현재 세계에서 AI 관련 창업과 투자가 가장 활발한 지역은 역시 미국과 중국이다. 이 두 국가에선 AI를 어떻게 응용하는 스타트업들이 제일 잘나가고 있을까? 수백 개의 AI 스타트업들을 분석한 결과 가장 활동이 활발한 산업군으로 의료, 영업/마케팅, 보안을 꼽을 수 있었다. 이들 산업 내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받은 스타트업만을 골라 ‘AI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별로 묶은 후 유형별 투자액 기준 톱 3 스타트업의 투자액 합계를 토대로 대표적인 AI 비즈니스 모델을 선별해 히트맵을 작성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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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먼저 미국을 보자. 의료 분야에선 개인 의료기록 또는 게놈데이터 등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법을 조언하거나 개인이 향후 어떤 질병을 발전시킬 확률이 높은지 파악한 후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이 중 웰톡(Welltok)은 개인의 건강상태와 행동패턴, 활용할 수 있는 의료혜택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법을 알려주는 앱을 서비스한다. 웰톡은 IBM과 같은 대기업, 유나이티드헬스케어와 같은 보험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직원 또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보험금 지급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의료 학술자료를 대량으로 처리해서 연구 분야와 관련된 ‘팩트’들을 수집하고 정리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제약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해주는 비즈니스 모델(Benovolent.ai), 또 의료영상을 판독해서 질병의 유무를 진단해주는 유형(Zebra Medical Vision)이 뒤따랐다.

영업/마케팅 분야에선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선 어떤 잠재고객에게, 어떤 방법으로 연락해야 거래를 성사시킬 확률이 높은지 추천해주는 ‘세일즈 가속 플랫폼(sales acceleration platform)’이 가장 주목받는 모델이다. 이 중 인사이드세일즈닷컴(Insidesales.com)이라는 스타트업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일즈포스라는 대표적인 CRM 소프트웨어 업체 두 곳에서 동시에 투자를 받았다. 영업사원이 연락할 잠재고객의 시간대별 전화응답률, 그리고 잠재고객이 웹페이지에서 보인 행동패턴을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현재 연락했을 때 전화 응답률과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리스트를 뽑아주는 기능을 CRM 소프트웨어에 탑재해서 영업사원에게 배포하면 바로 실적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영업팀은 평균적으로 전화응답률이 300% 증가하고 매출은 평균 30% 증가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마케팅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피어(Appier)는 PC, 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를 소유주별로 묶은 데이터와 이 소유주 각각의 행동패턴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다기기 마케팅(Cross Screen Marketing)을 선보이고 있다. 페르사도(Persado)는 상황별로 어떤 마케팅 문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려주는 서비스다.

보안 분야에선 사이클랜스(Cyclance)와 같이 AI를 이용하는 사이버 보안업체가 압도적으로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서비스는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일지라도 해당 프로그램의 실행이 컴퓨터에 안전할지, 위협을 가할지를 AI가 판단하고 해킹을 예방한다. 99%의 바이러스 차단율을 보인다고 하며 2015년부터 델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기술을 제공 중이다.

금융 분야에선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금융 관련 질문에 대답해주는 AI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발달했다. 대표적으로 골드만삭스, 제이피모건 등의 고객을 보유한 켄쇼(Kensho)는 기업 실적, 주가, 주요 경제수치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보고서를 작성해주거나 금융 관련 질문에 대답해준다. 일례로, 미국 노동청의 월간 통계자료가 발표되고 5분 만에 이것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주기도 하고, ‘여태껏 애플의 신제품 출시 전후 주가는 어떻게 변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도 즉시 제공한다. 이는 투자사 리서치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중국>

중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 못지않으나 히트맵의 양상은 미국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미국에 비해 한정된 비즈니스 모델이 집중적으로 발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액을 유치한 곳은 jCarbonX라는 회사다. 이들은 5년 내로 100만 명의 다양한 생명데이터(게놈, 프로테옴, metabolomics 등)의 축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생애 전반에 걸쳐 질병 예측과 맞춤형 건강관리법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일단 중국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시장성이 좋고, 또 경쟁하는 외국 기업들은 중국인들의 의료데이터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경쟁자보다 가장 빨리 대규모 생명정보 데이터세트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이 이 기업이 내세우는 경쟁력이다.

또 중국에서는 1000만 달러 이상 투자받은 AI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수가 신원 확인과 공공안보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은 우수한 이미지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공공장소에서의 수상한 행위를 감지하거나 신원 확인 기술을 바탕으로 범죄자를 찾아내는 공공안보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른 한편으론 기업, 은행, 정부기구에 얼굴 신원 확인 기술을 제공해 신원 확인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으로 얼굴인식플랫폼 ‘Face++’를 개발한 메그비(Megvii)는 테러 방지 등을 위해 공안국에 감시카메라 기술을 제공하는 한편 얼굴인식을 통해 ATM 이용, 건물 출입, 알리페이 이용 등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원 확인과 공공안보 분야 다음으로 많은 AI 스타트업들이 활동하는 분야는 전자제품 제조 분야다. 몹보이(Mobvoi)는 스마트워치, 자동차 백미러 등에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구글, 폴크스바겐과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음성인식기술을 AIaaS(서비스로서의 AI)로도 제공하고 있으며, 애플의 시리와 유사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결론>

두 나라의 상황을 종합해 비교해 보면 미국의 경우 차별화된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예측모델을 만드는 AI 스타트업이 강세를 보였다. 중국은 정부를 고객으로 둔 공공안보 분야와 강한 제조업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로봇 및 인공지능 탑재 전자제품 분야의 AI 스타트업이 강세를 보였다.

미국이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응용 유형의 AI 기업들을 보유한 것은 중국과 달리 분야별 데이터가 이미 장기간에 걸쳐 축적돼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I를 훈련하기 위해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얼굴인식, 음성인식 분야는 발달했지만 차별화된 데이터세트를 필요로 하는 그 외 응용 분야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의료 분야의 대표적 스타트업인 iCarbonX와 만리운(万里云)조차도 본격적으로 AI를 훈련하기 전에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에 있다. 중국에서도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는 시점에 가면 미국과 같이 다양한 응용 분야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AI 응용 트렌드가 나타나게 될 것인가? 어느 산업에 AI 활용의 기회가 있을까? 이를 찾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우수하고 차별화된 데이터세트가 있는 분야
2) 미국/중국 업체와의 경쟁에 밀리지 않는, 미국과 중국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
3) 미국이나 중국에서 이미 검증된 AI 비즈니스 모델 중 한국에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분야
  • 이경전 이경전 | -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 LG전자 미래기술포럼 자문교수
    - 네이버 서비스자문위원회 위원
    klee@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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