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팔 것인가 경험을 팔 것인가 外

226호 (2017년 6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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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물건을 팔 것인가 경험을 팔 것인가



Based on “Waiting for Merlot: Anticipatory Consumption of Experiential and Material Purchases”, by Amit Kumar, Matthew A. Killingsworth and Thomas Gilovich in Psychological Science, published online 21 August 2014.



무엇을, 왜 연구했나?

초기 SNS 마케팅은 주로 기업이 메시지를 기획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심을 둔 일방향적인 것이었다. 예컨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기업의 페이스북을 홍보하고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클릭, 팔로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초기 SNS 마케팅의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단순한 SNS 이벤트 활동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만들어나가는 쌍방향적 ‘참여형 SNS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쌍방향 참여형 콘텐츠는 소비자들을 콘텐츠와 관련된 아이디어 도출 과정이나 제작 과정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소비자들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왜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SNS 콘텐츠 활동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을까?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진 소비 패턴의 변화는 사람들이 물질재(Material things)를 구매하는 것보다 경험재(Experiential things)를 구매하는 데 더 열중한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는 물건 구매액보다 경험하기 위해 쓰는 돈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스마트폰, TV와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데 돈을 쓰기보다는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좋은 음식을 먹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나 인기 있는 뮤지컬의 티켓을 구매해 특별한 경험을 하는 데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경험재를 구매하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한 걸까? 그 해답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 중에 하나인 ‘행복’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인생의 목표도 결국 행복에 놓여 있다. 현대인들이 새로운 TV나 핸드폰을 사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원하는 음식을 먹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를 보거나,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은 여기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코넬대 심리학과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 교수와 동료들은 실험을 통해 실제로 실험 참가자들이 물질재보다 경험재에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지를 살펴봤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여자들에게 각기 다른 두 가지 상황을 상상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다. 하나는 경험재를 구매한 후 기다리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입장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상황들을 상상한 후 그러한 기다림과 관련된 자신의 감정상태를 표현하게 했다. 다른 하나는 물질재를 구매한 후 기다리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좋아하는 휴대폰을 온라인상에서 구매한 후 기다리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서 표현해보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참여자들은 경험재를 기다리는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했다. 경험재를 기다리는 상황을 상상했을 때는 ‘기대가 된다’ ‘흥분된다’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주로 나타낸 반면 물질재의 경우에는 대부분 ‘(기다리느라) 짜증이 난다’ ‘조바심이 난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물질재에 비해 경험재가 상대적으로 소비의 시작점부터 더 큰 행복감을 제공해준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직접적으로 물질재와 경험재가 얼마만큼 본인들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주는지(Feeling of Happiness), 신이 나게 해주는지(Feeling of Excitement), 즐거운 감정을 가져다주는지(Feeling of Pleasantness)를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첫 번째 실험 결과와 유사하게 참여자들은 본인들이 물질재를 구매할 때보다 경험재를 구매할 때 더 행복을 느끼고, 더 신이 나며, 더 즐거운 기분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경험을 사는(Buying Experience) 행위가 물건을 사는(Buying Things) 행위보다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걸까? 첫째, 사람들은 흔히 본인들이 가진 물건의 가치를 타인들이 가진 물건과 비교해 판단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우리가 가진 물건의 가치를 타인이 가진 것과 비교한다. 내가 모임에 BMW 3시리즈를 타고 갔는데 친한 친구가 훨씬 더 비싼 벤틀리를 타고 오는 모습을 보면 왠지 내가 타고 온 차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식이다.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는 셈이다.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고서야 나보다 더 비싼 차나 좋은 가방을 가진 사람은 너무나도 많을 테니 말이다. 반면 경험재의 경우에는 타인이 가진 경험재와의 비교를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경험재를 소비할 때 행복을 느낄 만한 기회를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이유다.

둘째, 경험재의 소비는 타인과 공유될 수 있지만 물질재의 소비는 타인과 공유되기 힘들다는 점도 경험재의 가치를 높인다. 물질재는 함께 소비하고 있다고 해서 공유한다는 감정을 주기 힘들다. 내가 새로운 삼성 휴대폰 S8을 가지고 있고, 내 친한 친구 역시 같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친구와 내가 무엇인가를 공통적으로 나누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기는 힘들다. 반면 친구나 연인과 함께 떠난 4주간의 유럽 여행의 기억은 영원히 함께 공유될 수 있다. 이처럼 경험재의 소비는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안겨주고 타인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준다. 인간에게는 타인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이른바 ‘소속의 욕구(Belongness need)’가 있는데, 경험재는 이 소속의 욕구를 잘 채워줌으로써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물질재가 가져다주는 행복의 절대적인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과거 재화가 희소했던 시절엔 물건을 하나하나 구매하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행복의 크기가 컸다. 하지만 필요한 물건을 이미 많이 소유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경우는 다르다.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가 즉각적인 행복감을 안겨주긴 하지만 그 행복감은 빠르게 소멸되고 만다. 처음 자동차를 샀을 때의 행복감은 크지만 이미 자동차가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를 바꿈으로써 느끼는 행복감은 처음 자동차를 구매했을 때만 못한 것처럼 말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최근 들어 마케팅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경험 마케팅(Experience Marketing)’이다. 앞서 말한 SNS 마케팅도 일방향적인 것에서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콘텐츠 마케팅으로 변해가고 있다. 온라인 공간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인 곳이 바로 오프라인 공간이다. 국내의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은 이미 경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다. 과거에는 백화점을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운영했다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백화점을 ‘즐겁게 놀고 체험하는 공간’이라 재정의했다. 주로 쇼핑몰 내 입점해오던 롯데마트가 12년 만에 대형 단독 매장 서울 양평점을 선보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역시 ‘방문 고객에게 어떠한 경험을 줄 것인가’였다. 이를 위해 파격적으로 1층을 판매공간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인공 숲을 만들어서 방문객들에게 자연스러운 쉼터를 마련했고, 여러 가지 문화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는 무대공간을 만들었다. 과거 마트 1층은 고객들에게 물건을 가장 잘 팔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제 많은 기업들은 마트 1층이 고객들에게 최적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경험하는 데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따라서 기업들이 본인들이 만든 콘텐츠에 소비자들을 자연스럽게 참여시키거나 좋은 경험을 주는 데 방점을 찍고 서비스를 제공할 때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이나 기업이 판매하는 물건에 호감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제 물건을 팔려고 하기보다는 물건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 집중하고,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킴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줄 때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필자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Wales에서 소비자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인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는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소셜 미디어 마케팅’ ‘소비자 심리’ 등이다. 저서로 <바이럴: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





Accounting & Finance

감사에 돈 안들이고 회계가 투명해질까



Based on “Financial Statement Comparability and Audit Efficiency: Evidence from South Korea”, by Minjung Kang, Jin Wook Kim, Ho-Young Lee, and Myung-Gun Lee in Applied Economics (2015), 47(4), pp. 358-373.



무엇을, 왜 연구했나?

‘세계 최하위’ 대한민국의 회계 부문 세계 순위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매년 국가경쟁력과 그 세부 항목으로 국가별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순위를 발표한다. 2016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는 평가대상 61개국 중 29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의 회계 부문 순위는 61위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회계 투명성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베네수엘라, 몽골, 요르단,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보다 낮게 평가받은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조 원대 분식회계를 자행하고 안진회계법인이 이를 눈감아준 혐의를 받음에 따라 투자자, 기업, 감사인, 감독기관 및 정책기관이 회계감사 시장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회계감사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는 회계법인들의 과다한 가격 경쟁, 감사인의 독립성 상실, 회계에 대한 기업의 낮은 인식, 12월 결산법인 집중으로 인한 감사 대란 등을 꼽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외부 감사 대상 법인은 총 2만7114개 사인데 이 중 92.1%에 해당되는 2만4976개 사가 12월 결산을 채택하고 있다. 감사인은 12월 결산 기업에 대한 외부감사를 3월 중순까지 마쳐야 하는데 이 같은 결산 집중으로 인해 매년 2월과 3월에 감사 대란이 찾아온다. 특정 기간에 감사 수요가 집중돼 있다 보니 감사 품질이 저하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러하니 감사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서 감사인에게는 제한된 감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수과제다.

건국대와 연세대 공동 연구팀은 감사 대상기업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comparability)이 감사효율성(audit efficiency)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비교가능성’은 회계정보 이용자가 다양한 경제현상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식별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의 특성을 말한다. 정보이용자는 회계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그 회계정보가 다른 기업의 회계정보와 비교가 가능하면 정보이용자에게 더 유용해질 수밖에 없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와 미국재무회계기준위원회는 비교가능성을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높이는 질적 특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감사인의 업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비교가능성이 높은 회계정보는 감사인이 기업의 개별적인 경제적 사건들이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이해하고 기업 간 경제적 유사성과 차이점을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이 감사효율성을 증가시킨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선행연구에서 효율성이 증가하면 감사 투입시간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연구팀은 감리 지적을 받지 않은, 즉 감사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인 표본을 놓고 비교가능성이 증가할수록 감사 투입시간이 감소하는지를 살펴봤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수행된 2322건의 외부 감사를 비교했다.

실증 분석 결과, 감사대상 기업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이 증가할수록 감사인의 감사 투입시간은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비교가능성이 다음의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감사 효율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팀의 가설과 일치하는 것이다. 일단 비교가능성은 감사인이 고객의 사업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비교가능성이 높은 정보를 활용, 고객의 고유위험(inherent risk)1 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 결과적으로 이는 감사위험이 높은 분야에 감사 노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두 번째로 비교가능성은 감사인의 분석적 절차(analytical procedure) 수행을 용이하게 한다. 분석적 절차란 재무정보의 합리성을 확인하기 위해 중요한 재무비율 및 추세를 분석해 기댓값과 차이를 보이는 내용에 대해 세부 검토를 수행하는 회계감사 기법이다. 결과적으로 감사인이 분석적 절차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감사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단,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비교가능성으로 인한 감사효율성 제고 효과가 외국인 투자자가 많은 관심기업(highly followed firm)에서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소송 위험이 증가하는 관심기업에 대해서는 감사인이 더욱 보수적으로 감사를 수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경쟁적 감사시장에서 감사인은 효율적 감사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감사인은 하나의 업무(engagement)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므로 감사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감사 시간과 인력 투입에 대한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세계 최하위 대한민국 회계의 투명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전방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회계법인은 사내 전문가들의 업무 경험을 공유하고 유기적 협업을 통해 감사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위험 중심의 감사 기준에 대한 충분한 이해 및 적용, 산업 및 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증대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감독기관과 정책기관은 회계결산이 집중되는 12월 결산월을 분산하는 정책적 보완, 재무제표 제출 기한 연장, 불필요한 페이퍼 워크(paper work)의 축소 등 제도적 개선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계정보 생산의 주체인 기업은 회계 및 회계감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감사인에게 지급하는 감사보수를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기업이 생산한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 대리인비용(주주 또는 채권자와 기업을 운영하는 대리인, 즉 경영자와의 이해관계가 충돌돼 발생하는 비용)을 감소시키는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4년 현대카드는 ‘제대로 감사를 해달라’며 전년도 2억2000만 원이던 외부 감사 보수를 9억 원으로 파격 인상했다. 선진국처럼 제대로 된 높은 품질 감사 서비스를 받으려면 합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카드 경영진의 논리였다. 이에 대해 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은 전년 1910시간이었던 감사 투입 시간을 2014년 9466시간으로 5배 늘려 정밀한 감사업무 수행으로 화답했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Cornell University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University of Oregon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다. 2013년부터는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IFRS 17(新보험회계기준) 적용지원 TF 위원과 서울동부지검 검찰시민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보험회계 및 조세회피이다.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실패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데프효과’ 탓



Based on “Collaborative partner or opponent: How the messenger influences the deaf effect in IT projects,” by Aron Nuijten, Mark Keil and Harry Commandeur, European Journal Information Systems(2016), 25(6), pp. 534-552



무엇을, 왜 연구했나?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서 변하지 않는 현상이 있다면 70% 이상의 프로젝트가 실패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일정 지연, 예산 초과, 품질 저하 등 다양한 이유로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이러한 현상은 IT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움을 겪었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미국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에 따라 진행됐던 건강보험거래소 웹사이트(www.healthcar.gov) 구축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미국 정부는 건강보험개혁법을 추진하기 위해 건강보험거래소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자 했다. 건강보험거래소 웹사이트 오픈과 관련해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웹사이트 프로젝트는 브레이크 없이 초기 계획대로 2013년 10월 론칭했고 첫날부터 정상적인 운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오바마케어에 대한 불신은 물론 대통령 지지도까지 하락시키는 위기상황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와 같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의사결정자들은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자명한 프로젝트의 실패를 지켜보는 경우가 흔히 있다. IT 프로젝트에서 에스컬레이션, 즉 갑작스런 요구사항, 환경의 변화 등 프로젝트 상태에 심각한 변화가 있을 때, 이를 의사결정자에게 보고하고 프로젝트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을 요청한다. 이때 의사결정자들은 종종 ‘데프효과 (Deaf effect)’를 보인다. 데프효과란 의사결정자가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부하직원이나 다른 사람들이 경고에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의사결정자의 데프효과는 건강보험거래소 프로젝트에서와같이 조직에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신뢰도 하락과 같은 심각한 비금전적인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데프효과가 왜 발생하는지, 어떤 요인으로 데프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우선 메신저와 의사결정자와의 관계(Messenger-recipient relationship)를 데프효과의 요인으로 연구했다. 즉 메신저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함께 원하는 협력자라면 의사결정자는 나쁜 소식에 귀를 기울이지만, 메신저가 프로젝트의 성공보다는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감시자라면 의사결정자는 데프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추가적으로 메신저와 의사결정자 관계가 어떻게 데프효과를 이끄는지를 보여주는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에스컬레이션과 관련해서 의사결정자의 심리적인 요인들(메시지 프레이밍, 통제권)이 데프효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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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는가?

연구팀은 시나리오 기반의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199명의 네덜란드와 벨기에 석사학생들을 대상으로 데프효과와 이익/손실 메시지 프레이밍 효과를 실험했다. 두 번째 실험에는 회사 임원이면서 파트타임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140명을 대상으로 데프효과와 통제권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참가자들은 대형 보험회사의 연금운영 부서장으로서 본인 부서에서 진행되는 연금 관련 정보 시스템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시나리오를 읽고 응답하게 된다. 시나리오의 기본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금 관련 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한 달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하면 6000만 유로(약 740억 원)의 수익을 얻지만 그렇지 못하면 경쟁회사에 프로젝트를 빼앗기고 수익은 날아가게 된다. 내부 감사기관 소속인 스미스 씨가 프로젝트에 대한 감사를 담당하게 되는데 프로젝트 상황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위험이 있음을 보고한다. 연구팀은 메신저와 의사결정자의 관계를 실험하기 위해 스미스 씨를 실험에서 오랜 기간 해당 부서와 조력의 관계로 설정하거나 또는 사사건건 잘못을 들춰내는 감시자로 설정해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실험 결과, 부서장은 스미스가 프로젝트의 조력자로서 쓴소리를 할 때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스미스를 감시자로 설정한 경우, 부서장은 스미스의 경고에 귀를 막는 데프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력자 스미스가 쓴소리를 하는 경우 부서장은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더 크게 인식하고, 전달되는 메시지가 프로젝트와 관련성이 높다고 인식한다. 반면 감시자 스미스가 쓴소리를 하는 경우 부서장은 리스크를 인식하지 않고, 전달된 메시지도 프로젝트와 관련성이 낮다고 인식한다. 즉, 메신저와 의사결정자의 관계에서 조력자로 보이는 메신저의 메시지가 더 프로젝트 상황에 관련성이 있고, 위험하다고 인식시키기 때문에 의사결정자는 그들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연구팀이 발견한 데프효과 메커니즘이다.

또한 메시지 프레이밍 효과에 대한 실험결과, 이익 중심의 프레이밍은 메신저가 조력자냐, 감시자냐에 따라 부서장의 프로젝트 계획 변경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반면 손실 중심의 프레이밍은 메신저가 어떤 입장에 있든지 부서장의 프로젝트 계획변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서장이 프로젝트에 대해 통제권이 높은 경우, 메신저의 입장에 따라 데프효과가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났다. 즉 메신저가 감시자라고 느끼면 부서장은 고집스럽게 초기 계획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메신저를 조력자라고 생각하면 부서장은 프로젝트 계획을 변경한다. 통제권이 낮은 부서장의 경우 메신저의 입장에 상관없이 프로젝트 계획 변경을 고려하게 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본 연구에서는 IT 프로젝트 에스컬레이션과 데프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봤다. 데프효과는 메신저와 의사결정자의 관계, 즉 메신저가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감독관이 프로젝트 성공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생각되면 의사결정자는 나쁜 소식이라도 메신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프로젝트 계획 변경을 심사숙고할 것이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내부 감독관을 조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프로젝트 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의사결정자에게 보고하는 입장이라면 손실 메시지 프레이밍보다는 이익 메시지 프레이밍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는 의사결정자가 이익 프레이밍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전달된 위험요인을 고려해 프로젝트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면서 충정 어린 보고를 했지만 의사결정자가 귀를 닫아버리면 그 보고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특히, 의사결정자가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면 메신저는 프로젝트의 성공에 기여하고 싶어 하는 조력자의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다.



한진영 중앙대 창의ICT공과대 교수 han1618@cau.ac.kr

필자는 숙명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MIS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중앙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차세대 정보전략, 정보보안, 프로젝트 관리, 지식경영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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