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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진출 전략

베트남선 게릴라식 주력상품 확보, 캄보디아에선 합작법인 방식 OK!

강희석 | 155호 (2014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성공적인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4가지 전략적 선택지

1)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카테고리를 찾아라. 만약 찾을 수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라

2) 전문 유통채널(Modern Trade)과 함께 전통 시장 채널(Traditional Trade)에 대한 대응책도 함께 마련하라

3) 매장 내 전쟁에서 승리할 방안을 수립하라

4) 현지 인력 풀에 투자하고 본사 파견 인력의 성공 스토리를 지원하라

 

 

 

서론

많은 소비재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소매유통(retail) 시장의 성장 속도가 3%대 초반에 그치지만 동남아 시장은 연간 두 자릿수 이상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매력이 있지만 국가별, 지역별로 사업 환경이 다양한데다 시장 변화가 워낙 급속하게 이뤄지다 보니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진입과 확장을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동남아 시장의 발전 정도와 경쟁 구도를 감안한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본 기고문에서는 일반 소비재(럭셔리 제외) 산업 분야에서 현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글로벌 선도 기업 및 로컬 챔피언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동남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 확장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선택지를 제안한다.

 

동남아는 2030년까지 18000만 명의 소비자가 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3800만 명의 소비자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남아 지역의 성장성은 매우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인구가 많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시장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중산층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처럼 SNS 활용인구가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80%에 달할 정도로 IT 보급과 융·복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사업 환경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거시경제의 공급 측면에서는 성장이 더뎌 기업 활동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도로와 같은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며 물, 에너지와 천연자원을 적재 적소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없어 자원 이용상 비효율성이 높다. 선진적인 사업 모델 운영에 필요한 고급 인력은 부족하고, 규제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우며, 뇌물과 부패는 여전히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결국 동남아 시장은 한국 소비재와 유통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어렵지만 잠재적 사업 기회들이 많은,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재 중 음·식료품 시장의 총 판매액 규모는 중국의 30%지만 1인당 소비량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1.2배 수준이다. 물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고 구조가 급변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도 공략하기 쉽지 않는 게 동남아 시장이다.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사항에 대한 고민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른바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4가지전략적 빌딩 블록(strategic building blocks)’이다.

 

 

4가지 전략적 빌딩블록

 

1)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카테고리를 찾아라. 만약 찾을 수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라

현재 동남아 시장에선 다른 개도국 시장과 유사하게 소수의 선도 브랜드에 의한 시장 통합(consolidation) 현상이 뚜렷하게 일어나고 있다. 두세 가지 선도 브랜드들이 전체 시장의 50% 이상 점유율을 보이는 카테고리도 드물지 않다. 과점을 형성하는 상위 브랜드의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시장통합 현상의 동인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이유는 유니레버, P&G, 네슬레 등 대부분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추구하는 집중화 전략이다. 이들은 동남아 시장에서 각각 집중하는 카테고리가 2개를 넘지 않는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유니레버는 2020년까지 전체 매출 중 개도국 매출 비중 목표가 70%에 달할 정도로 개도국 시장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 내에서는 개인용품 카테고리에 집중해 2001년 이후 세 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두 번째 이유는 동남아 현지의 로컬 챔피언 기업의 성장이다. 베트남의 마산(Masan)이라는 기업은 피시소스(fish sauce) 시장에서, 태국의 타이베브(Thai Bev)는 맥주와 음료 시장에서, 페트라(Petra)는 초콜릿 시장에서 각각 챔피언의 위치에 오른 사례다. 이 기업들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마산의 피시소스처럼 글로벌 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카테고리 선점을 통해 방어가 가능한 입지(defensible niche)를 다지거나, 타이베브의 아시아특화음료(asia specialty drink)처럼 현지 소비자에 대한 이해 및 지역에 대한 이해에서 오는 강점을 활용하거나, 페트라 초콜릿처럼 저비용 모델을 통해적당히 좋은(good enough)’ 제품을 만들어 소구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이러한 시장 통합 현상 속에서 신규 진입 기업의 주력 카테고리 선정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 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은 자사 상품이 동남아 현지 기업의 제품보다 고급스럽다는 생각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려 한다.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이런 접근 방법은 타당해 보인다. 카테고리마다 차이는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이 연평균 약 10%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남아 시장에서의 프리미엄화는 사실 두 가지 서로 다른 성격이 혼재돼 있다. 프리미엄화의 큰 부분은 브랜드 없이 팔리던 상품에 브랜드를 붙여 파는(from unbranded to branded) 형태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마치 과거 우리나라에서 신문지에 싸 재래 시장에서 팔던 두부와 콩나물에 브랜드를 붙임으로써 프리미엄화에 성공한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브랜드에서()브랜드로의 전환을 통한 프리미엄화는 대개 동남아 현지에 뿌리를 둔 토종 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프리미엄화는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유니레버가 30% 정도 더 비싼 액상형 세탁세제를 팔기 시작하고, 폰즈 화장품의 고급 라인 판매가 인도네시아에서 늘어나는 것이 좋은 예다.

 

프리미엄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을 놓고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을 하기 위한 마케팅 및 영업 역량 강화가 최우선 과제가 된다. 이러한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카테고리를 주력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경쟁해야 할 대상이 달라진다. , 한국의 소비재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이겨야 하는 경쟁자들은 카테고리 특성에 따라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될 수도, 동남아 지역에서 성장한 챔피언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다수의 파악하기 어려운 토종 로컬 기업들과의 경쟁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만약 카테고리 성격이 문화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거나, 혹은 매스 타깃 제품이면 현지 기업과의 경쟁을 감내해야 한다. 반면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의 비용 경쟁력이 중요한 제품이거나, 혹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이라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1  이러한 경쟁 구도의 차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이 갖춰야 하는 핵심 성공요인의 차이로 귀결된다.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비용구조 혁신이 필요하며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전통시장 매대 확보 노력이 중요하다. 반면 프리미엄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을 놓고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을 하기 위한 마케팅 및 영업 역량 강화가 최우선 과제가 된다.

 

이러한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오츠카제약의 간판 제품인포카리스웨트를 꼽을 수 있다. 포카리스웨트는 최근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인도네시아에선 생소한이온음료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어 생수 가격보다 무려 3배나 높은 값에 제품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취했다. 특히 스포츠 드링크가 아니라 마시는 물을 대신하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해 라마단 금식 이후 수분을 보충하기에 좋다는 등의 광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전달했다. 타깃 고객군도 활동량이 많은 10∼20대 젊은 학생들로 잡고 직접 학교를 방문해 제품을 홍보한 것은 물론포카리맨이라는 만화 주인공 캐릭터까지 만들며 친근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그 결과 음료 시장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단기간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2) 전문 유통 채널(Modern Trade)과 함께 재래 시장 채널 (Traditional Trade)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라

동남아 시장 내에서 전문 유통 채널(MT·Modern Trade)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반적인 할인점과 기업형 슈퍼마켓의 신규 출점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한 글로벌 유통업체들도 점포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시장이다. MT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동네 구멍가게나 재래 시장 같은 전통 채널(TT·Traditional Trade)은 여전히 중요한 유통 경로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동남아 지역에서 MT 비중은 전체 유통 채널의 절반에 못 미친다. 베인의 분석에 따르면 동남아 시장에서의 강력한 TT 채널 비중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유통 업태의 발전 형태 역시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주로 슈퍼마켓이 주도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선 소형 점포가 대세다. 특히 소형 점포가 발달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매대 면적의 제한으로 인해 각 카테고리별로 상위 2∼3개 브랜드만 경쟁하는 사례가 많다. 어떤 카테고리가 어떤 채널에서 주로 팔리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같은 카테고리도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베트남처럼 채소나 고기류를 약하게 익혀 먹는 식습관(: 쌀국수)을 가진 국가에서는 MT, 즉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위생적으로 신선 식품을 취급하는 걸 환영한다. 반면 고기를 잘 익혀 먹고 양념도 진한 인도네시아에선 동일한 상품을 TT에서 원하는 만큼 흥정해가며 구매하는 것을 여전히 선호한다. 같은 MT라 해도 제품 카테고리에 따라 선호되는 채널이 다른 건 물론이다. 가령 베트남에선 전자제품은 양판점 채널이, 의류는 할인점과 슈퍼마켓 채널이 더 활성화 돼 있다.

 

이렇게 MT, TT가 혼재돼 있는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어느 채널에 집중해야 하는가는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두 채널의 니즈가 다르고, 특히 동남아 시장에선 두 채널 중 어느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면 충분한 성장을 이룩하기 어렵다.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유니레버, P&G 등 글로벌 기업들이 MT TT를 각각 차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이들은 MT 관리를 위해 마케팅, 영업 역량을 갖춘 현지 인력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TT 채널 공략을 위해선 아예 담당 조직을 분리해 재래시장에 특화된 별도의 가격 전략을 구사한다. 유통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니레버처럼 자체 유통망을 구축해 현지 기업보다 더 넓은 판매망을 확보하는 것으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정돼 있는 자원과 시장 리스크를 생각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현지 유통 대행업체를 활용하거나, 서로 경합하지 않는 다른 소비재 기업과 공동 유통망을 구축하는 방식을 통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 매장 내 전쟁에서 승리할 방안을 수립하라

 

그림 1 영업 실행력 강화의 중요성

 

베인이 소비재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0%의 임원이 영업 실행력 강화를 중요한 다섯 가지 과제의 하나로 꼽았다. (그림 1)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기업의 최고경영진에게 영업인력의 역량 강화는 더 중요한 과제다. TT가 활성화돼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는 효율적인 영업체계 수립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동네 가게의 매대가 표준화돼 있지도 않고 영업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와 체계도 구비돼 있지 않은 사례가 많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에선 전체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매장에 들어와서 본인이 사고 싶은 브랜드를 결정한다. 그로 인해 매장 내 디스플레이와 판촉이 영업 성과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MT뿐 아니라 TT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동남아 시장에서 영업에 성공하려면 매장 내 전쟁에서 승리할 방안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소비자(consumer)와 구매자(shopper)의 행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과학적 영업에 힘써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식품업체가 터키에 진출해 거둔 성과를 소개한다. 동남아 시장의 사례는 아니지만 동남아와 유사한 개도국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 글로벌 식품업체가 자사의 스낵 제품 매출을 높이기 위해 이스탄불 뒷골목 상점가에 있는 150개 가게 상인들에게 매대 운영 방식을 바꿔보라고 설득한 결과 큰 효과를 봤다. 이 식품회사는 상인들의 양해를 얻어 매장에 CCTV를 설치한 후 소비자 행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담배를 사는 소비자 대부분이 스낵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스낵류는 대개 담배가 진열돼 있는 매대와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영업사원들은 상점 주인들에게 자사 스낵 중 가장 마진이 높은 제품을 담배 매대와 가까운 계산대 위에 진열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위해 비좁은 상점에 적합한 스탠드를 따로 제작해 배급하기도 했다. 심지어 종이에 표준 매대 구성방식을 사진으로 찍어 인쇄해 들고 다니면서 점주들을 교육하고 매장을 관리했다. 점주들의 초기 참여율은 20%를 밑돌았지만 참여한 상점의 성과는 아주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실행 3개월 차에 접어들자 점주 참여율은 40% 가까이 올랐다. 주요 고객 세그먼트와 매대의 위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든 후 해당 시장에서 가장 마진이 좋은 히트 상품을 전시할 스탠드를 따로 제작해 제공함으로써 이뤄낸 성과였다.

 



4) 현지 인력 풀에 투자하고 본사 파견 인력의 성공 스토리를 지원하라

과학적인 영업을 수행하기 위해선 글로벌 본사의 단순한 업무 표준화 및 핵심성과지표(KPI) 관리 기능 강화와 더불어 현지의 영업 실행에 대한 권한 위임(empowerment)이 필요하다. 현지 영업 인력은 제품 구색과 브랜드 제품 포지션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 현지 경영진의 구성에서도 정교한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는 동남아 시장에서 소비재 유통 컨설팅을 하면서 매우 큰 소비재 제조 기업의 신규 사업전략을 수립한 적이 있다. 이 기업은 ‘from unbranded to branded’화가 가능한 카테고리로 동남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양념 소스류와 즉석 조리식품을 선정했다. 이후 선진 시장에서 해당 카테고리를 운영해본 경영진을 선임해 그동안 쌓은 경험, 특히 효율적인 생산과정에 대한 경험과 소비자들의 취식 기회를 확대해 시장을 확장시키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본사에서 파견된 임원에게는 매우 공격적인 목표를 부여했다. 특이한 점은 그 목표가 향후 1년간의 단기 성과가 아니라 5년간의 중기 목표였고 매출액이 아닌 현금흐름과 수익에 중점을 뒀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의사결정 권한은 현지에 위임했다. 또 현지에 파견한 본사 인력이 현지 시장을 이해하고 새로운 현지 사업 파트너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

 

3X3 매트릭스를 활용한 다면적 전략 수립

동남아 시장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다른 기업보다 먼저 변화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민첩하고 유연하게 전략을 바꿔나가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동남아 시장에서 필요한 전략 공식은 성숙한 국내 시장에 바탕을 둔 전략 공식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집중하고자 하는 카테고리 세분 시장의 발전 정도(: 초기/발전/성숙 단계)와 해당 기업 혹은 브랜드의 경쟁지위(: 신규 진입/대등한 경쟁자/명확한 리더)를 두 축으로 삼아 유연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시장 발전 정도와 경쟁지위라는 두 요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략의 진화를 유도한다. (그림 2)

 

그림 2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3X3 매트릭스

 

첫 번째 축인 시장의 발전 정도는 크게 1) 초기 시장(emerging market) 2) 발전 시장(semi-developed market) 3) 성숙시장(developed market)의 세 가지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발전의 정도는 원칙적으로 소비재 카테고리 수준에서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 단위로 보더라도 동남아 시장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은 만큼 본 기고문에서는 국가별로 시장의 발전 정도를 나눠 설명해보겠다. 우선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는 초기 시장 단계에 있는 대표적 나라들이다. 특히 캄보디아는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의 기업이 진입 초기단계라는 면에서 주목할 만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발전 시장에 속하는 대표적 나라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꼽을 수 있다. 다른 동남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유통 구조 역시 어느 정도 발전해 있어서 발전 시장 단계에 속하는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시장이다. 마지막으로 성숙시장 단계에 진입해 있는 동남아 국가로는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이 있다. 이들 나라는 규모가 매우 작고 이미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매력도가 아주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두 번째 축은 해당 기업 혹은 브랜드의 경쟁지위다. 상대적인 점유율의 크기를 기준으로 크게 1) 신규 진입 그룹(follower) 2) 대등 경쟁자 그룹(in the pack) 3) 명확한 리더 그룹(clear leader)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시장 내 1위 기업 대비 시장 점유율이 20∼30% 수준인 경우 신규 진입자의 그룹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동남아 시장 내에서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신규 진입자 그룹에 해당한다. 동남아 전략 수립의 관점에서는 이 두 전략적 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각 단계별로 적합한 전략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관심도와 현지 성과를 보면 가장 중요한 영역은 아마도 발전시장에서 신규 진입을 하거나 대등 경쟁자 그룹에서 취해야 할 전략 방향이 가장 유의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그림 2>처럼 발전 시장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신규 진입자의 지위를 갖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가장 중요한 전략의 방향은 투자를 집중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찾는 것이다. 투자 대비 효용을 생각할 때 한국에서의 경험이 통할 수 있는 상품 카테고리를 우선적으로 발굴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떤 카테고리를 택하든 공략 대상으로 삼은 지역과 유통 채널을 처음부터 너무 광범위하게 잡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특정 지역, 특정 채널에 집중해 비대칭적으로 투자를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않은 시장에서 특정 상품 카테고리를 타깃으로 신규 고객군을 확보해 나가려면 선도 기업과전면전을 펼치기보다게릴라식 전투를 벌이는 편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발전 시장 내에 존재하더라도 <그림 2>처럼 대등 경쟁자 그룹에 속하는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때 우선해야 할 전략은 추격의 공세를 더해 오는 로컬 기업에 대응해 비용과 인력을 관리하는 일이다. 또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발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동종 카테고리 내에서의 M&A 활동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 네슬레, 유니레버, P&G 등 선도 기업들이 추진하는 미래 성장 카테고리에 대한 투자, 프리머엄 고객군 공략, 유통 채널 커버리지 확대 등의 전략은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성취하고 난 후에 고민해야 할 일이다.

 

발전 시장만큼 당장 적용 사례가 많을 것 같지는 않지만 발전 시장이 아닌 초기 시장에 진출할 때 취해야 할 전략적 선택지 역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 중 <그림 2>에 속한다면, 즉 캄보디아처럼 초기시장에서 신규 진입을 추진하려 한다면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고성장 카테고리 내에서 현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에서는 시장에 먼저 진입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대형 선도회사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회피할 수 있는 카테고리 영역이 어디인지를 염두에 두고 진출 영역을 골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림 2>처럼 초기 시장에서 대등 경쟁자 그룹에 속해 있는 상황이라면 규모 확대를 위한 대규모 추가 투자 여부를 언제 결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 시장이 성장의 변곡점에 놓인 경우 대규모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은 경영상의 손실이 매우 커지는 반면 섣부른 투자는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져서 자본이 잠기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한 기업의 입장에서도 현지 시장은 여전히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만큼 미래에 대한 투자가 정당성을 갖는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어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협소한 내수시장을 넘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중국을 바라봐 왔고 이제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핵심은 글로벌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모델을 만들고 반복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미 동남아 시장은 전 세계 굴지의 소비재 기업들 간 승패를 가르는 역사적인 전쟁터가 됐다. 그 속에서 승자의 그룹은 네 가지 빌딩 블록에 대한 나름의 답을 만들어 나가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참고 기다리면서 폭발적인 성장과 동적인 사업 환경의 변화를 감안해 전략 방안을 계속 수정해 갈 수 있는, 그런 회사들이 차지할 것이다.

 

강희석 베인&컴퍼니 상무 Hewie.Kang@Bain.com

필자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농림수산식품부 서기관을 지냈다. 소비재와 유통산업의 성과 개선, 성장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글로벌 전략 수립 및 실행 관련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외에 cross-border M&A/JV체결, 인수 실사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상무 재직 중 베인 동남아시아(South East Asia)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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