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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디지털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플레이리스트’

‘에이틴’ 시리즈로 10대 사이 거대한 팬덤
“작게 실험해서 반응 보고 크게 키운다”

배미정,이승윤 | 299호 (2020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플레이리스트가 고속 성장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1. 또래 문화에 민감한 10대를 타기팅해 몰입도 높은 팬덤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2. 분명한 목적(Object)과 구체적인 핵심 결과(Key Result)를 공격적으로 설정해 구성원을 정렬시키는 동시에 개개인의 능력치를 극대화했다.
3. 스토리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구축해 캐릭터들의 현실성을 더함으로써 간접 광고와 브랜디드 콘텐츠의 효과를 배가했다.
4.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케팅, 비즈니스팀 등 비제작팀들이 참여해 IP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5. IT 서비스 회사처럼 작게 실험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한 뒤 스케일업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황지수(단국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이지연(한양대 교육공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20년 현재, 10대들의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드라마는 무엇일까?

1990년대 말 ‘학교’ 시리즈, 2000년대 초 ‘반올림’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면 2020년에는 웹드라마 ‘에이틴’ 시리즈를 빼놓고서 10대를 이야기할 수 없다. 파급력으로 치면 과거 TV 드라마에 비할 데가 아니다. 에이틴은 2018년, 2019년에 방영된 시즌 1, 2를 통틀어 4억8000만 뷰 수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즌이 끝난 지 1년이 지난 현재도 10대들 사이에서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드라마 방영 직후 팬들의 성원으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팬미팅이 열렸다. 또 드라마 주인공, OST 가수와 함께하는 페스티벌도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1

에이틴 주인공으로 얼굴을 처음 알린 신인 배우들은 10대들의 워너비로 등극, 현재 각종 광고와 지상파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에이틴의 OST를 부른 아이돌 그룹 세븐틴은 2018년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 ‘베스트 OST’상을 수상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뷰티와 문구, 잡화 상품들도 불티나게 팔렸다. 10대 팬들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표정과 말투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에이틴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의 박태원 대표는 “방영 당시 고등학교 교내 방송에서 에이틴 OST가 흘러나오고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에이틴을 돌려 본다는 팬들의 얘기에 에이틴이 10대들의 대화 중심에 자리 잡았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에이틴의 인기에 가려진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대박 작품을 제작한 회사가 업력이 길거나 인력과 자원이 풍부한 대형 제작사가 아닌, 설립된 지 2년이 채 안 된 신생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플레이리스트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 안에 있던 일개 팀이었다가 2017년 5월 네이버 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 스타트업이다. 에이틴은 현 박태원 대표가 2017년 말 CEO로 합류해 첫 도전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당시만 해도 플레이리스트는 대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그린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첫 시즌으로 페이스북에서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수준이었다. 전체 직원 수가 30명이 채 안 됐다. 에이틴 프로젝트는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타깃 시청자 연령대는 20대에서 10대로, 메인 플랫폼은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바꿨다. 스케일은 기존 8부작에서 24부작으로 대폭 커졌다. 이전 작품의 3배가 넘는 제작비 예산이 책정됐다. 보통 한 달 정도면 충분했던 제작 기간도 촬영 및 방영 포함 9개월이 걸릴 정도로 시간적인 투자도 컸다. 회사 인력의 절반 이상이 꼼짝없이 이 작품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제작된 에이틴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플레이리스트는 모바일 콘텐츠의 주 소비자인 10대를 사로잡은 디지털 기반 스튜디오로 거듭났다. B2B뿐 아니라 커머스 등 B2C로 IP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데도 성공했다.

에이틴으로 이름을 날린 플레이리스트는 뒤이어 연플리(시즌 4), 엔딩 시리즈(이런 꽃 같은 엔딩, 최고의 엔딩, 또한번 엔딩) 같은 시즌제 웹드라마를 줄줄이 흥행시키면서 10대, 20대들이 가장 자주 찾는 웹드라마 채널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채널의 커뮤니티는 현재 휴방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어서 빨리 ‘봄방학’이 끝나길 기다리는 팬들, 애칭 ‘러플리(러브 플레이리스트)’들의 댓글 반응이 뜨겁다. 최근에는 지상파 TV와 공동 제작해 동시 방영한 드라마 ‘엑스엑스(XX)’가 흥행하면서 20대뿐 아니라 30대 이상으로 시청자 외연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년간 놀라운 성장세를 인정받아 지난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로부터 53억 원의 외부 투자도 유치했다. 현재 플레이리스트는 글로벌 누적 조회 13억 뷰, 전 세계 구독자 약 10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플레이리스트는 어떻게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박태원 대표, 강명희 CMO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플레이리스트의 콘텐츠 차별화 전략과 그런 전략을 뒷받침한 OKR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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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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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는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로 2017년 5월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2017년 12월 구글코리아 출신의 박태원 대표가 선임됐다. 대표작으로는 ‘에이틴’ ‘연애플레이리스트’ ‘엔딩 시리즈’ ‘엑스엑스(XX)’ 등이 있다. 네이버TV,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작품은 TV에도 동시 방영했다. 주 수익원은 웹드라마를 통한 간접 광고(PPL)와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작품 유통권 판매 등이 있으며 OST, 웹툰, 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직원 수는 9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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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10대 팬덤인가?

2017년 12월 플레이리스트에 합류한 박 대표의 비전은 뚜렷했다. 그는 CNPD(Contents, Network, Platform, Device)로 요약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먹이사슬에서 콘텐츠의 주도권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 코리아와 유튜브 코리아에서 7년간 일하며 IT 대기업들의 치열한 플랫폼 전쟁을 직접 지켜본 그다. 특히 유튜브에서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교육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콘텐츠의 힘을 실감했다. 평소 디즈니와 마블 영화를 즐겨보던 그는 콘텐츠 중에서도 스토리 포맷의 확장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꿈꿔온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구글을 뛰쳐나왔다. “외부 콘텐츠에 의존하는 플랫폼들은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그래서 IT 기업들 간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콘텐츠 비즈니스가 주도권을 갖고 성장할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아시아의 디즈니’를 만들겠다는 담대한 꿈을 스타트업 플레이리스트에서 실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에이틴 프로젝트는 플레이리스트에 합류한 그가 새로운 비전을 향해 도약하고자 사활을 걸고 도전한 실험이었다. 그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가장 먼저 팀원들과 프로젝트의 분명한 목적(Object)을 공유한다. 에이틴 프로젝트의 목적은 바로 “우리나라 10대들의 대중문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작품을 만들자”였다.

콘텐츠의 핵심 타깃을 10대로 잡은 것은 당시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이었다. 콘텐츠 비즈니스에 팬덤이 중요하며, 특히 다른 연령대 집단보다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0대들만이 가진 문화 코드는 바로 ‘또래 문화’다. 10대들은 일정한 시간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공동 생활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또래 집단이 많이 보거나 사용하는 것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크다.

따라서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10대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들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면 빠른 시간 내에 10대들의 핵심 문화권에 진입할 수 있다. 에이틴은 캐릭터의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프로젝트였다. 제작팀은 캐릭터의 비주얼뿐 아니라 성격, 제스처, 습관 등에 관해 백문백답을 만들어 정리할 정도로 캐릭터의 특징을 구체화했다. 포커스그룹 인터뷰, 설문 조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탐색 등 10대에 관한 온갖 리서치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10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고 더 나아가 그들의 문화를 선도하려면 그들에게 익숙한 ‘공감’뿐 아니라 낯선 ‘동경’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즉 10대들이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필요했다. 플레이리스트가 추구하는 ‘공감’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콘텐츠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쉽게 투영할 수 있게 만드는 수준 이상이었다. 시청자가 캐릭터를 동경하고 캐릭터가 느끼는 바를 마치 자신이 느끼는 것 같이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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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미정 배미정 | 동아일보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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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로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 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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