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5. ‘로맨틱 차이니즈’ 모던눌랑

1930년대의 상하이를 옮겨놓은 듯…
고객들은 이미 눈으로 맛을 본다

258호 (2018년 10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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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한국에서의 중국 음식은 파인다이닝(호텔 중식당), 회식과 점심식사 때 주로 이용하는 오피스 상권 중식당, 동네 중국집 등 3개 카테고리로 구분됐다. 주요 고객은 중장년 남성과 가족 단위였다. 외식업체 썬앳푸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들끼리 혹은 커플이 놀러 오고 싶은 트렌디 중식당 ‘모던눌랑’을 기획했다. 유동인구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SNS와 입소문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고 ‘차이니즈 다이닝 바’ 유행을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의 신여성’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를 가져와 고객과 내부 직원 모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듦
2. 인테리어와 메뉴뿐 아니라 식기와 음악, 종업원 복장, 향기까지 일관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
3. 기존 중식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짜장면 등 기본 메뉴까지 버리려는 시도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석영(연세대 불어불문학,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흐르는 재즈 음악. 세 겹으로 받쳐진 도자기 접시. 파스텔 빛깔의 감미로운 칵테일. 프랑스 요리를 보는 것 같은 화려한 색감의 요리들. 이렇게 젊은 세대, 특히 여성 취향에 맞는 중국 요리를 선보이는 ‘부티크 차이니즈 다이닝’이 뜨고 있다. 이런 유행을 시작한 곳 중 하나가 2015년 강남고속터미널 뒤편 센트럴시티 1층에 문을 연 ‘모던눌랑’이다. 1930년대 국제도시였던 중국 상하이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신(新)여성’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메뉴와 인테리어는 물론 자체 매거진까지 발행하며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 업소의 특징이다. 모던눌랑이 중국 음식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좋은 평가를 받자 이와 비슷하게 칵테일/위스키와 중국 음식을 곁들이는 차이니즈 다이닝 바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모던눌랑이 인스타그램 세대에 맞는 트렌디 중식당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운영사인 썬앳푸드의 세밀한 브랜딩 전략과 실무진의 과감한 실행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기업형 외식사업은 상권과 입지에 따라 전략과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지가 좋다고 보기 어려운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배후 상가에 위치한 중식당 모던눌랑은 일반적인 외식사업의 룰을 따르지 않았다. 마치 영화나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만들 듯이 ‘콘텐츠 개념 상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라는 컨셉이다. 이 전략이 먹혀들며 여성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세밀한 콘텐츠 전략과 과감한 실행을 통해 ‘국제도시 상하이의 모던 여성’이라는 분위기를 만들고 서울에 차이니즈 다이닝 바 유행을 가져온 모던눌랑의 사례를 DBR이 분석한다.

좋은 것 같지만 좋지 않은 입지
모던눌랑을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 기업 썬앳푸드는 1996년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인 ‘토니로마스’를 들여왔고 이후로도 여러 독창적인 브랜드를 선보이며 한국 요식업계의 트렌드세터 역할을 해왔다. 이탈리안 파스타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스파게띠아’, 마늘이라는 식재료에 특화된 음식점으로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던 ‘매드포갈릭’이 대표적이다. 특히 매드포갈릭은 2014년 지분 약 71.4%가 500억 원에 투자펀드에 매각돼 1 외식 시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현재 썬앳푸드는 비스트로 서울(한식), 텍사스 데 브라질(브라질리언 바베큐), 식당돈(돼지고기), 시추안하우스(중국 사천식 매운 요리), 매드포갈릭의 해외 매장, 모던눌랑 등 6개 브랜드의 1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모두 직영점이다.

모던눌랑의 브랜드명은 ‘Modern’과 ‘눌랑(女人의 중국식 발음을 각색했다)’을 합쳐서 만들었다. 신여성 혹은 현대 여성이라는 뜻이다. 2015년 9월 문을 연 모던눌랑 1호점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강남 센트럴시티 쇼핑몰 옥외주차장 최상층부에 있다. ‘파미에가든’이라 불리는, 사평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상가 라인이다. 레스토랑으로서의 입지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림1) 대로변 남측에서 보면 1층이지만 유동인구가 있는 북측(고속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측)에서 보면 5층에 해당한다. 주차장이 가로막고 있는데다가 높이 차이 때문에 아래쪽에서는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또 나머지 세 방향에서는 10차선가량의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특히 매장 정면의 사평대로는 고속버스 전용 도로와 지하차도까지 있어서 도보 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가까운 횡단보도가 300m 이상 떨어져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주차장과 차도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 같은 입지다. 도보 통행자는 가물에 콩 나듯 보일 뿐이다.



입지 측면에서의 제약은 이게 끝이 아니다. 인근에 대형 오피스가 없어서 직장인 점심 매출은 기대할 수 없다. 대중교통도 불편하다. 지하철역과는 동선이 떨어져 있고 매장 앞을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은 3개뿐이다. 결국 자가용을 몰고 일부러 찾아오는 ‘목적성 구매’만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냥 옆에 지나가다가 끼니를 때우러 혹은 호기심에 들어오는 고객(walk-in customer)은 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자가운전자가 대부분이니 주류 매출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2000년 센트럴시티 개장 이후 이 상가에는 한식, 부대찌개,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 등 다양한 업종의 레스토랑이 입점했지만 오래 버틴 곳이 드물다. 강남 한복판에 천장이 높은 대형 공간이라는 매력은 있으나 워낙 입지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입지에서 썬앳푸드가 가능성을 본 것은 2014년 신세계가 운영하는 크래프트 맥줏집 ‘데블스도어’가 이 라인 끝에 문을 열었을 때부터다. 당시 한국에 크래프트 맥주가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에 데블스도어를 찾아오는 젊은 층 고객들이 생겼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진 것이다. 썬앳푸드는 데블스도어 서쪽 편의 매장 2개를 계약했다.

두 매장의 입구는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좌측 매장은 가족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브라질리언 바비큐 ‘텍사스 데 브라질’을 열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들여온 패밀리 레스토랑형의 식당이다. 우측 매장은 여러 가능성을 검토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중 양식은 텍사스 데 브라질과 겹치므로 제외했다. 일식은 대형 공간에 어울리지 않아 제외했다. 한식과 중식 중 고민이 시작됐다. 업계 베테랑인 김경식 썬앳푸드 영업팀 팀장이 현장을 찾았다. 그는 인근 매장들의 고객 특성을 살피고 잠재적 경쟁자와 위험 요소를 분석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십 년을 보고 브랜드를 만들고 대형 매장에 큰 투자를 하는 직영 외식업체에 사업 리스크 분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0년대 이후 식품업계와 요식업계가 외부 리스크로 인해 타격을 받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조류독감 뉴스가 터질 때마다 닭 소비량이 급감한다. 구제역, 광우병 사태 때는 고깃집들이 큰 피해를 봤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는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에 해산물과 일식 레스토랑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2016년의 대통령 탄핵 시위 때는 광화문 일대 레스토랑들이 파리를 날렸다. 억울하다 생각해도 소용없다. 외식업체는 그런 외부 리스크를 모두 고려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김 팀장의 생각이다. 단기간의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장기간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고객의 취향보다 반 발만 앞서가자’는 것이 썬앳푸드의 철학이기도 했다.



각종 사업적 가능성과 리스크를 검토한 끝에 한식당보다는 중식당이 낫다고 판단했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시추안하우스’ 브랜드와 식재료 소싱이나 메뉴 개발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문제는 다시 입지였다. 유동인구가 없고, 오피스 빌딩도 없는 지역에 있는 대형 매장이다. 신라호텔 ‘팔선’과 같이 수십만 원대의 고급 코스요리를 내놓는 파인다이닝 스타일의 중식당은 지루해 보였고 고객층 확장도 어렵다고 판단됐다. SNS 시대에 맞게 젊은 층에서 입소문이 나고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며 누구나 한 번쯤 오고 싶어 하는 중식당으로 만들어야 했다. 즉, 여성 취향에 맞춰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전통적인 중식당은 남성 혹은 가족 단위의 식사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그러나 목적 구매 고객에 의존해야 하는 이 매장의 입지에서는 트렌드세터 여성층의 입소문을 탈 수 있어야 했다. ‘인스타그래머(instagrammer,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사용하는 사람)’를 불러올 수 있어야 했다. 썬앳푸드는 중국 요리는 아저씨들이나 먹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트렌드를 리딩하는 여성들이 중식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에게 있어 중식은 점심 한 끼 식사 정도라는 틀을 깨고 싶었다.” 김 팀장의 말이다.

지리적 상권? 콘텐츠 상권!
2015년 2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우선 고속터미널이라는 입지를 살려서 여행과 만남이라는 컨셉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넓은 매장 한쪽 편에 기차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개별 룸을 넣었다. 홀 공간은 자연스럽게 기차역 플랫폼이 됐다. 높은 유리 천장은 그대로 살리고 내벽에는 중국 전통식 회벽돌을 쌓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시추안하우스를 업그레이드한 고급 중식당을 내놓자는 내부 방침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기존의 중식당들과 확연히 차별되는 입소문 포인트가 아쉬웠다. 여행 컨셉의 고급 중식당이라는 것만으로 과연 여성 인스타그래머들이 여기까지 어려운 발걸음을 할 것인가. 내부적으로 고민을 계속하는 동시에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도 받았다. 2015년 6월, 요식업계와 관련 분야 전문가 5명이 이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인테리어 전문가, 브랜딩 전문가, 플레이팅 전문가, 중식 메뉴 전문가, 베버리지(음료) 전문가였다.

브랜딩을 담당한 것은 컨설팅 업체 필라멘트였다. 이 회사 최원석 대표는 우선 기존 유명 중식당들과 해외 유명 중식당들을 두고 매트릭스 분석을 했다. X축은 전통적인 느낌을 추구하는지, 트렌디한 느낌을 추구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Y축은 저가(캐주얼)인지, 고가(파인다이닝)인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림 2)



2 X 2 매트릭스를 그리고 점을 찍어보니 기존 한국의 중식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패턴이 드러났다. 우선 현경, 웨스턴차이나, 목란, 청키명가 등의 중식당들은 전통 중식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가볍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제공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매트릭스의 좌상단에 해당한다. 또 팔선(신라호텔), 싱카이(아워홈), 시추안하우스 등은 역시 전통 중식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매트릭스 좌하단에 해당한다. 반면 2000년대 들어 홍콩, 일본, 런던 등에서 이름을 날리는 중식당들은 전통 중국식이라는 느낌보다는 서구식으로, 스타일리시하게 재해석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른바 ‘누벨 치누아(새로운 중식)’이라는 개념이다.

썬앳푸드 김경식 팀장 역시 해외 중식당 탐방을 통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는 경영진으로부터 편도 항공티켓을 받고 홍콩으로 파견돼 현지의 유명 중식당들을 돌았다. 시식과 시장조사로 일주일을 보냈다. 한 끼에 서너 군데를 들르다 보니 먹다가 토하고 싶을 때도 있을 정도였다. 탐방해 보니 요즘 뜨는 홍콩 중식당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마치 클럽과 같은 어두운 조명과 인테리어, 화려한 칵테일과 위스키 등을 곁들인다는 것이었다.



필라멘트는 SNS 연관어 분석도 실시했다. ‘차이니즈 레스토랑’ ‘프렌치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말들과 가장 많이 동시 등장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각각 찾았다. (그림 3) 프렌치 레스토랑은 ‘로맨틱’ ‘야경’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예쁘다’ ‘사진’ ‘플레이팅’이 자주 등장했다. 반면 차이니즈 레스토랑은 ‘고급스럽다’ ‘가족’ ‘맛있다’라는 말이 많았고, ‘사진 건지기 힘들다’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

종합해 보면, 한국의 중식당들은 캐주얼 식당이든, 파인다이닝이든 모두 맛과 전통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반면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중식당들은 트렌디함과 세련됨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홍콩의 두들스, 영국의 하카산, 야무차 등이 그랬다. 썬앳푸드가 만드는 새로운 중식당의 방향이 확실히 정해졌다. 트렌디함, 세련됨이었다.

필라멘트 최원석 대표는 이런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1930년대 상하이의 신여성’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제안했다. “중국, 그리고 세련됨이라는 키워드가 동시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찾기 위해 온갖 문헌을 다 뒤졌다. 결론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1930년대 코스모폴리턴 도시였던 상하이였다.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찾을 수 없었다.”

1930년대 상하이는 일본 점령군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19세기 아편전쟁의 결과물인 프랑스 조계지와 영국 조계지도 남아 있었다. 정치적인 혼란과 암울함 가운데서도 중국과 일본, 서양의 문화가 섞여 독특한 코스모폴리턴 문화를 형성했다. 또 동시대 조선과 마찬가지로 근대적 교육을 받고 서구적 복식을 갖춘 여성들이 사회 곳곳에서 두각을 보이던 때였다. 즉,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은 트렌디한 중식당을 만들고 여성 트렌드세터를 끌어모으겠다는 썬앳푸드의 의도와 잘 맞았다. ‘모던눌랑(신여성)’이라는 이름 역시 그렇게 결정됐다.

이렇게 브랜드의 스토리가 잡히자 매장 인테리어와 플레이팅(접시), 식음료 메뉴 작업 역시 한층 속도를 냈다.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 느낌의 중식당이므로 굳이 전통적인 중식의 메뉴 제한에 묶일 필요가 없었고 특정 지역색을 가져야 할 필요도 없었다. 우선 매장에 설치한 열차 구조물에는 동양과 서양을 잇는다는 뜻에서 ‘오리엔털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을 새겨 넣었다. 플레이팅 역시 전통 중국식이라는 틀에 매이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 한국의 유명 상점을 직접 방문해서 코스모폴리턴 분위기의 세트를 구성했다.



메뉴에서도 자유도가 높아졌다. 다른 고급 중식당들처럼 유명한 셰프, 특히 화교 셰프의 이름값을 빌려서 영업을 하는 업계 관행을 따를 필요가 없게 됐고 과감한 신메뉴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음료 구성을 위해서는 아예 한남동에서 유명한 칵테일 바텐더를 영입했다. 고량주를 베이스로 하는 화려한 색의 칵테일도 있지만 전통 중식과는 상관없는 럼 베이스의 칵테일도 넣었고 와인도 다양하게 갖췄다. 술잔 역시 한국에서 찾기 힘든 제품을 일본에서 공수해왔다.

인스타그래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디테일까지 신경 써야 했다. 종업원의 유니폼은 전통 치파오 이미지에서 벗어난 밝은 톤의 미니스커트(여성)와 멜빵바지(남성)를 준비했다. 테이블에는 식탁보를 깔지 않았다. 호텔 식당 같은 고루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개인별 앞접시를 대중소 3중으로 겹쳐 놓아 품격을 높였다. 매장 내 스피커도 1930년대풍에 맞는 클래식한 외관의 제품을 설치했다. 메뉴판 역시 마치 패션잡지 화보를 보는 것처럼 구성했다.

모던눌랑은 2015년 9월 옆 매장인 텍사스 데 브라질과 동시에 문을 열었다. 따로 언론매체 대상의 홍보나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 인테리어에 들어간 투자금과 7년간의 회계 감가상각을 고려할 때 이 매장 하나만으로 단기간에 BEP를 맞춘다는 것은 어차피 어려웠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썬앳푸드가 해왔던 것처럼 좋은, 독창적인 외식 브랜드를 만들어가자는 목표의식을 가져갔다. “1차적 목표는 이 공간을 통해 우리가 어필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 여자들끼리도 갈 수 있는 중식당으로 시작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었다. 중식당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경식 팀장의 말이다.



론칭 후 반응과 개선 작업
여성 블로거, 인스타그래머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사진 찍기 좋은 중식당,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소문이 나며 젊은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몇몇 유명 기업인도 찾았다. 트렌드세터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소문이 나자 강남의 30∼40대 기혼여성들의 모임 자리로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가용으로 모던눌랑에 모여서 점심식사를 하고 차까지 마시며 3∼4시간을 머물렀다. 주변에 오피스 상권이 없어서 낮 시간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없었던 입지적 한계를 여성 고객들이 채워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식업계에서는 5% 정도의 영업이익이 나면 준수하다고 여겨지지만 모던눌랑은 둘째 해부터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림 4) 연말에는 영업이익률 20%대를 넘기기도 했다.

‘오리엔털 로맨틱’ ‘동양과 서양의 조화’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후속 작업도 이어졌다. 2017년에는 미슐랭 3스타를 받은 홍콩의 스타 셰프 아우 앨버트(Au Albert)를 초대해 이틀간 갈라 디너 행사를 열었다. 재즈 밴드를 초대해 홀 공간에서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2017년 3월에는 여의도 샛강역 인근에 모던눌랑 2호점을 열었다. 금융권 직장인들이 많은 여의도 지역 상권 특성에 맞게 홀보다는 룸 공간과 코스 요리에 초점을 맞췄지만 1930년대 상하이의 로맨틱함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는 그대로 살렸다.

2018년 가을 현재, 모던눌랑의 수익은 안정적이지만 초창기에 비해 브랜드의 신선함과 신비로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역설적으로 모던눌랑의 성공 이후 ‘차이니즈 다이닝 바’를 표방하는 식당들이 서울 곳곳에 들어서며 더 이상 ‘힙’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게 됐다. 그러나 필라멘트 최원석 대표는 “이전의 중식당은 호텔 중식당, 대형 중식당, 동네 중국집으로 분류됐지만 모던눌랑은 중식당의 카테고리를 확장했다”고 말한다. 대중의 호기심을 끌고, 여성들이 한 번쯤 가고 싶은 장소로 포지셔닝했다는 것이다. 현재 점심 시간대 고객 80%가 여성이고 저녁시간대에도 60%가 여성이다. 여성들끼리 놀러 오는 중식당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시사점과 과제
모던눌랑은 차별화된 중식당이라는 컨셉으로 입지 측면의 제약 조건을 극복해 초기 안착에 성공했다. 생존이 어려운 요식업계의 이단아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차별화에 성공한 데서 더 나아가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사례는 극심한 경쟁을 이겨나가야 하는 현업 마케터들에게 두 가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1. 스토리에 기반한 브랜드는 고객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개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많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같은 제품에 관해서도 TV 광고에서는 ‘오직 당신을 위한 고급 제품’이란 메시지를 주면서 매장에서는 ‘특가 할인’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오늘날의 고객은 더 나은 소비경험을 위해서 하나의 제품에 대해서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만 원하는 경향이 있다(Schmitt 2010). 그래서 기업의 제품을 알리거나 고객과 추가적인 의사소통을 전담하는 광고 및 PR 업계에서는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라는 말이 일상용어가 됐다. 그만큼 여러 채널 간의 메시지를 통합(integrate)하는 것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다. 그렇다면 하나의 제품이 가진 여러 메시지를 어떻게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까.

모던눌랑은 스토리에 기반한 컨셉을 만들어 이런 목적을 달성했다.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4개의 요소, 즉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 기타 요소가 하나의 스토리로 통합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요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통합된 1개의 컨셉이 분명하지 못하면 그 레스토랑은 차별화되지 않는다. 즉, 모던눌랑을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이 즐기던 공간’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했기 때문에 여러 팀에서 일하는 내부 직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식당에 찾아온 고객 역시 그런 하나의 컨셉을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이 레스토랑은 고객이 음식 이외의 여러 채널을 통해서 하나의 컨셉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차역 플랫폼을 상징하는 인테리어, 회벽돌, 흐릿한 조명이 설치된 공간을 마련했다. 또 미니스커트나 멜빵바지를 입은 직원이 주문을 받고, 쇼플레이트 위에 올려진 개별 식기에 음식을 내어준다. 더 나아가 예약할 때에 나오는 전화 응대 메시지(“안녕하세요, 국내 유일의 차이니즈 라운지, 모던눌랑입니다”)나 식당 내에 퍼진 향기, 음악도 이런 컨셉에 맞춰 통합돼 있다. 일관된 통합에 대한 집요한 노력은 더 분명한 컨셉, 더 강력한 차별화로 보상받는다.

2. 차별화에 성공하면 고급화를 시도하라.
이제 대부분의 산업에서 제품의 차별화는 필수다. 우리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서 무언가 다르고, 이런 우리 제품만의 특징을 좋아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존재해야만 론칭 초기에도 생존할뿐더러 이후에도 후발주자나 경쟁사가 가격 할인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할 때 어려운 시간을 버틸 수 있다(Reichheld 2003). 제품 차별화에 성공한 이후엔 어떻게 될까. 현업 마케터들은 기존에 성공해 본 경험을 안전하게 반복하기 위해서 제품 라인업을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썬앳푸드의 김경식 팀장은 “우리는 중식 내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식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외식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와 경쟁한다고 보고, 중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수직적 확장과 고급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모던눌랑은 2018년 말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메뉴 재정립이다. 짜장면과 볶음밥, 탕수육 등 가장 많이 선택되는 기본 중식 메뉴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칵테일도 2종만 남길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고객 중 약 3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대신 새로운, 좀 더 트렌디하고 젊은 고객층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인스타그래머들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실내조명 밝기도 지금보다 조금 올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경식 팀장은 “오픈 3년 차로 접어들면서 점점 일반 중식당이 돼 가는 것 같아 고민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 길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얻은 결론이다”라고 말한다. 이미 주어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차별화에만 노력을 쏟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 트렌드를 선도하려고 내리는 과감한 결정이다.

과감한 결정은 리스크가 따르지만 초과 수익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중식 업계의 메인 고객층이었던 남성 고객을 과감히 버리면서 성공을 거뒀던 모던눌랑이, 이제 짜장면과 탕수육을 버려서 제2의 브랜드 도약을 이룰 수 있을까.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필자소개 주재우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참고자료
1. Schmitt, B. H. (2010). 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 A revolutionary approach to connecting with your customers. John Wiley & Sons.
2. Reichheld, F. F. (2003). The One Number You Need to Grow. Harvard Business Review, 81(12), 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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