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Biz

반도체 수준의 위생·데이터 관리
물 사용량 절반 줄인 네덜란드 토마토

252호 (2018년 7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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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유기농 재배 채소는 인공 화학 비료 등을 쓰지 않고 기른 채소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기농 재배의 의미가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스마트팜 시설을 활용한 ‘양액 수경 재배’다. 이 방식의 장점은 흙이 한 줌도 필요 없고 식물 재배에 들어가는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첨단 농업의 홍보관 ‘토마토 월드’
이준 열사의 한이 서려 있는 네덜란드 덴 하그(헤이그)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네덜란드 유리온실 토마토 생산자들의 홍보관이라고 할 수 있는 ‘토마토 월드(Tomato World)’가 있다. 네덜란드는 EU 국가를 통틀어 농산물 수출 1위 국가이고, 종자 수출은 1위와 2위인 프랑스, 미국과 거의 격차 없는 3위에 랭크돼 있는 농업 강국이다. 네덜란드의 파프리카와 토마토, 이를 재배하는 첨단 유리 온실 스마트팜은 네덜란드를 농업 강국으로 이끄는 핵심 역량이다. 네덜란드에서 토마토 산업은 단순 농업이 아니라 기술 집약 시설 및 장비 산업이다. 토마토 월드에는 네덜란드의 첨단 토마토 산업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시설과 유능한 해설자들이 있다. 2018년 1월에 방문한 토마토 월드의 온실 밖에는 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이 빗물은 순환하며 시설 내 토마토 재배에 활용되고 있다.

토마토 월드에 가면 토마토 재배 과정에 대한 짧은 강의를 들을 수 있고 토마토 재배 스마트 팜 시설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을 견학할 수도 있다. 또 견학이 끝나면 실제 토마토를 맛볼 수 있다. 네덜란드의 이런 첨단 토마토 재배 시설은 과장을 조금 덧붙이면 반도체 생산 시설과 비슷한 수준의 위생과 데이터 기반의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스마트팜에 단 한 줌의 흙도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토마토는 생장 단계에 따라 적절한 영양분이 조정되는 양액(養液)이 흐르는 양액기 속에 뿌리를 담근 채 재배된다. 사실 국내에서 생산돼 유통되는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등 작물의 상당수도 이런 양액 재배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뛰어난 토마토 재배 제어 기술에 대한 소개를 들은 후 맛본 토마토는 더 신선하고 맛있게 느껴진다. 네덜란드에서 생산되는 20여 종이 넘는 토마토를 먹다 보면 네덜란드 농업의 우수성에 살짝 반할 정도다.

그런데 토마토 월드에서의 강의와 견학 프로그램을 곰곰이 살펴보면 네덜란드 토마토 시설 재배의 첨단성이나 우수성, 또한 토마토 자체의 품질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이 아니다. 우수성과 품질에 대해 그리 강조하지도 않는다. 이 어마어마한 홍보관이 방문객에게 명확하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딱 하나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한다’는 점이다. 토마토 월드의 홍보담당자는 야릇한 여운을 남기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름다운 지중해가 보이는 농지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면 토마토 1㎏을 생산하는 데 물을 얼마나 써야 하는 줄 아시나요? 무려 60리터를 써야 합니다. 거기에 비닐 온실을 세우면 토마토 1㎏을 생산하는 데 물 30리터가 들지요. 물 소비가 줄어드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네덜란드에서 사용하고 있는 CO2 및 빗물 순환 첨단 유리온실에서는 토마토 1㎏ 생산에 물을 15리터밖에 쓰지 않습니다. 우리가 현재 개발 중인 최첨단 폐쇄형 유리온실에서는 에너지 절감 기술을 활용해 물 4리터로 토마토 1㎏을 생산하는 시대를 열려고 합니다. 우리는 자원을 덜 쓰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토마토를 드시겠습니까?”


미국에서의 유기농 인증 논쟁
미 농무부가 정의하고 있는 유기농 인증은 ‘토양 내 생물 다양성, 생물 순환 및 생물 활동 등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생태학적 생산 관리 시스템’에 대한 인증이다. 많은 사람의 믿음과는 달리 ‘건강에 좋은 농산물’에 대한 인증은 아니다. 즉, 지기(地氣)를 훼손하는 과도한 합성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기존 관행농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을 할 수 있는 땅을 만들어 후대에 물려 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토양은 공기, 물과 더불어 인류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주요 자원이라는 점에서 유기농 인증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땅의 토양에서 훨씬 더 많은 생물 다양성의 증거가 발견된다. 유기농을 통해 지기가 살아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합성 농약과 비료의 사용을 제한하는 유기농 인증은 훨씬 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는 유기농 인증에 대해 대혼란과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논쟁의 중심에 첨단 유리 온실 재배가 놓여 있다.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프로그램에서는 온실 내 양액 수경재배 방식을 통해 생산된 채소에 유기농 인증을 주고 있고, 전통적인 유기농을 지지하는 유기농농업인협회(Organic Farmers Association)에서 이에 반발해 양액 수경재배로 생산된 채소에 유기농 인증을 부여하는 정책을 철회해 달라고 농무부에 청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기농 채소 매대에서 흙에서 전통적으로 키우는 방식의 유기농 채소는 밀려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첨단 온실의 수경 재배시설에서 생산된 유기농 인증 채소들이 그 자리를 메꾸게 되자 농업인들이 반발한 것이었다. 유기농농업인협회에서는 이런 양액 재배 채소는 유기농의 본디 의미인 ‘토양 내 생물 다양성, 생물 순환 및 생물 활동 등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생태학적 생산 관리 시스템’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흙을 사용하지 않고 합성 양액을 사용하는 것은 유기농이 아니며 현재 미국 농무부는 유기농의 정신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 산하 국립유기농표준위원회(National Organic Standards Board)에서는 내부 표결에서 8대7로 유기농 농업인 협회의 청원을 거부하고 온실 내 양액 수경재배 방식에 대한 기존의 유기농 인증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온실 내 양액 수경재배 방식에는 유기농 인증을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흙에서 전통적으로 재배하는 유기농법에만 유기농 인증을 하고 있다. 미국의 유기농 정책에 대한 재확인은 향후 한국의 유기농 인증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꽤 있다. 국내의 주요 농업 분야 인증 관련 정책들이 주로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온실 내 양액 수경재배 방식이 유기농 인증을 받는 것이 적합하고 오히려 더 지속가능한 농법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단 토양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단위 생산량 대비 물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방법이 바로 유리 온실 내 양액 재배 방식이라는 것이다. 멕시코에 대규모 첨단 유리 온실 스마트팜을 짓고, 그 안에 양액 재배한 유기농 채소를 미국 내 마트에 납품하는 ‘홀섬 하베스트(Wholesome Harvest)’사에서는 자신의 방식이 전통적인 유기농 방식보다 훨씬 적은 물을 사용해 토마토를 재배하며, 더 적은 땅을 쓰고, 자연을 덜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토마토 월드 홍보 담당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재해석
‘토마토 월드’를 방문하고 온 필자는 무엇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푸르른 들판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농사를 짓는 방식이 오히려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생긴 것. 유리, 철강,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공적 온실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방향일 수 있다는 네덜란드 ‘첨단 농부들’의 주장에 필자는 혼란에 빠졌다. 도대체 무엇이 모범 답안일까?

정답이 무엇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방문 프로그램 말미에 토마토 월드 홍보담당자가 전해준 한마디가 깊은 깨달음을 줬음은 분명하다.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전 세계가 물 자원의 고갈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1㎏을 생산하는 데 물이 얼마나 소모되는지 아시나요? 무려 6톤입니다. 여러분들이 돼지고기 1㎏을 먹으면 물을 6톤을 소비한 겁니다. 쇠고기는요? 맛 좋은 쇠고기 1㎏를 생산하는 데 소모되는 물은 무려 15톤이나 됩니다. 믿겨지시나요? 우리가 쇠고기 1㎏을 먹는데 물을 15톤이나 써야 하나요? 옳은 소비 행동일까요?”

열변을 토하는 그녀의 손에는 빨간색 토마토, 1㎏ 생산하는 데 고작 15리터밖에 들지 않는, 곧 4리터만으로도 가능해질, 그 빨간 토마토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여러분,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 주시겠습니까?”


필자 소개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Food Biz Lab 연구소장 moonj@snu.ac.kr
문정훈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경영과학과를 거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식품 기업과 연구소를 대상으로 컨설팅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식품산업 기업전략, 식품 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 물류 전략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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