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독자 피드백은 단순히 프로모션 아이디어 도출이나 마케팅 전략 수립과 실행에만 도움을 준 게 아니다. 리디북스 회원들의 구매 패턴, 독서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마케팅 전략,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통찰 하나를 얻어냈다. 막연하게 ‘IT 기반 디즈털 비즈니스 기업’ 정도로 정의하고 있던 리디북스의 정체성이 ‘심야엔터테인먼트업’으로 완전히 재규정됐다. 이는 어느 정도 회원 수가 확보되고 다양한 프로모션과 정기 이벤트를 통해 충성고객이 늘어난 시점부터 하나의 재미난 패턴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논의였다.
[그림 5]는 리디북스가 DBR에 공개한 특정 시점의 리디북스 앱과 사이트, 즉 리디북스 서점의 트래픽 추세 그래프다. 자세히 보면 저녁 6시 이후부터 자정까지 트래픽이 가파르게 올라가다가 새벽부터 급격히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패턴은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입자가 본격적으로 늘었던 2012년 이후 이러한 패턴이 나타났고, 리디북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2014년 4월 전사 워크숍을 계기로 전 사원들과 트래픽 데이터 패턴을 보며 ‘심야엔터테인먼트’라는 개념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을 기반으로 전 직원의 합의 속에 해당 개념을 리디북스의 업으로 정의했다. 큰 전략부터 세세한 기획과 실행도 많이 변했다. 온라인 서점, 전자책 서점의 가장 중요한 상징인 ‘메인화면’에 걸리는 추천 도서 목록을 오후 7시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앱 푸시와 리디북스 알림센터의 추천알림/입고알림 역시 저녁시간대로 싹 바꿨다. 콘텐츠별, 장르별 프로모션 기획에도 반영돼 심야 한정 할인 이벤트 등 비정기적 이벤트도 만들어졌다.
이처럼 리디북스의 경쟁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콘텐츠 제공업체, 유튜브와 SNS 등 소셜미디어, 그리고 기존 TV와 IPTV 등 밤에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보거나 즐기는 그 무엇들이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리디북스가 경쟁해야 할 대상은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이 아닌 IT 기반의 기술력 강한 디지털 콘텐츠 제공 혹은 플랫폼 기업들이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기술력에 집중하고 고객에 ‘올인’, 어느새 ‘책덕’ 플랫폼으로서두에서부터 계속 강조해왔지만 리디북스는 다른 그 무엇보다 ‘기술경쟁력’을 우선으로 삼았다. 더 빠르고 편리하게 좀 더 종이책에 가깝게, 눈이 덜 아프게 전자책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스스로 ‘서점’이라기보다 ‘IT벤처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개밥먹기’라는 IT 기업 특유의 고객 불편 체험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개밥먹기’라는 단어는 리디북스에서 만든 건 아니다. IT 업계의 속어로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스스로 이용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리디북스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전자책 뷰어 애플리케이션을 일상에서 적극 활용하면서 불편함을 찾아냈고, 2016년 11월부터는 개발자들이 자체적으로 ‘리디북스 앱’이나 ‘리디북스 리더기’로만 읽는 이른바 ‘개밥먹기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실제 독서 상황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용자 경험’을 직접 경험하고 타사 리더기나 타사 앱과의 장단점 등을 비교하며 ‘고객의 소리’가 나오기 전 선제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개밥먹기’가 실제 큰 사업 성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2013년 만화를 좋아하는 개발자들이 스스로 리디북스 앱으로 만화를 보던 중 화질에 불만을 느꼈고, ‘고화질 만화’를 보기위해 자발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리디북스는 국내 최초 고화질 만화 서비스 제공자가 됐다. 이러한 개발자들의 ‘개밥먹기’는 ‘기술 중시’ 문화와 ‘고객 중시’ 문화가 시너지를 낸 사례로 볼 수 있다.
1) 기술력과 고객 중시 전략의 선순환한 대형 포털의 전자책 관련 카페에서 최근 진행한 ‘주력 전자책 서점 투표’에서 리디북스는 실제 전체 시장점유율보다 높은 55.2% 득표율을 얻어 23.2%를 차지한 A사를 더블스코어로 따돌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전자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좀 더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리디북스가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아침마다 진행하는 ‘TOC(Tears of Customers) 미팅’을 꼽는 이들이 많다. ‘고객의 눈물’을 의미하는 TOC는 2010년 창업 초기부터 시작됐다. 매주 금요일 오후 한 주간의 고객 피드백을 전 직원이 모여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던 게 그 시초다. 2012년부터 회원 수가 급증하고, 직원도 많아지고, 업무도 세분화되면서 효율적으로 TOC를 진행하기 위해 ‘월간 TOC’라는 전사 미팅을 진행하면서 고객 피드백은 물론 회사 성장 추이를 함께 짚어보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동시에 고객 응대 부서에서는 고객의 피드백을 메일 전체 임직원에게 전송했다.
지금은 ‘매일 고객한테 욕먹는다. 가끔 칭찬도 듣는다’는 컨셉으로 전 직원이 매일 TOC 미팅에 참여하고 있다. 적게는 1~2개, 많게는 3~4개의 대표적인 TOC를 뽑아 대표 한 명이 이를 낭독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역시나 고객 응대부서에서 선정해 보내준 것들이다. 전사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서 진행하지는 않고 층별로 나눠서 진행한다. TOC 미팅에서 나온 수많은 고객 불만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제도 개선, 시스템 구축으로 해결해왔다. 기술력이 강한 기업이라는 자존심과 그렇게 구축된 역량, 스타트업 특유의 유연성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또 ‘고객의 싫은 소리’가 ‘나한테 당장 큰 위협’이 되기보다 ‘개선의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생각하니 직원들도 TOC 미팅을 단순한 요식 행위나 ‘귀찮은 일’로 치부하지 않게 됐다. 이동진 CBO는 ‘이제는 고객 수도 굉장히 많고 TOC 미팅에서 나온 문제는 대부분 지엽적인 것이 많은 상황이다“며 ”그럼에도 아직 우리가 생각지 못한 뼈아픈 지적이 나올 때가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매일 고객의 목소리와 함께 일을 시작한다는 일종의 ’문화‘로서 이 미팅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플랫폼 관리에 기반해 늘 고민을 하고 개선을 하다 보니 리디북스에는 ‘책덕후(오타쿠의 한국적 표현)’들이 모여들었다. 사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가장 초기부터 등장한 덕후가 ‘책덕(후)’이었다. 또 과거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는 덕질’이 책에 집착하고 책을 수집하는 일이다. 일단 활자를 좋아해야 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거나 소설이나 시 등 다양한 ‘활자 엔터테인먼트’를 해독하고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책덕’이 다른 덕후집단에 비해 유난히 프라이드가 강한 이유다. 더군다나 전자책은 여기에 ‘첨단’ 기술까지 들어가 있기에 이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전자책을 즐기는 ‘(전자)책덕후’의 자존심과 섬세함은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로 리디북스의 책 리뷰 관련 변화를 보면 책덕들의 섬세함과 자부심 혹은 자존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소설 등에 관한 리뷰에는 ‘스포일러 여부’를 표시하도록 했다.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소설을 사는 사람들이 리뷰를 잘못 읽고 중요한 반전이나 결말 내용을 미리 알게 되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대해 항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구매한 사람만이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곳과 아무나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곳도 따로 분리했다. 읽기는커녕 사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혹은 누구한테 들은 얘기만 갖고 엉터리 리뷰를 남기는 것을 걸러내기 위해서였다. 리뷰에 ‘좋아요/싫어요’를 나눠서 누를 수 있던 것 역시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좋아요’만 남기고 없앴다. 자신이 정성스레 쓴 리뷰가 ‘비추(천)’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책덕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덕후들의 요구가 적극 반영되고 이를 통해 플랫폼의 세세한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면서 책덕들의 충성도도 높아졌다. 2) 관찰, 통찰, 그리고 전략리디북스의 고객 중시 전략과 문화는 단순히 ‘데이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전부 가 아니다. 관찰과 인터뷰 등 정성적 방법을 통해서도 통찰을 얻는다. 대표적인 기획이 바로 ‘밝은 점 프로젝트’였다. ‘밝은 점’이란 칩 히스 등이 저술한 책 『스위치』에 나오는 개념으로 ‘장점’이나 ‘강점’의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고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숨은 어떤 것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리디북스는 자사 앱을 가장 많이 사용했고 가장 많이 책을 구매한 최우수 고객을 직접 찾아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리디북스 입장에서 ‘밝은 점’에 해당하는 고객을 찾아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두운 점’에 위치한 고객들을 ‘밝은 점’으로 끌어들일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2014년 3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총 10명의 고객을 만났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추가로 5명의 독자를 만났다. 고객 1명을 직원 2~3명이 찾아가는 방식이었고, 주로 카페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허락해주는 고객에 한해 아예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고객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취미 활동, 책 구매 성향과 독서 습관, 전자책 사용 습관 등을 묻고 관찰했다. 리디북스 사용 후기와 개선 요청사항을 모두 들었고 그 와중에 그들이 주로 활용하는 IT 기기, 집 방문이 허락된 경우 종이책의 구성 방식과 인테리어 취향 등 모든 것을 살폈다. 이를 통해 리디북스의 ‘헤비 유저’ 혹은 ‘핵심 고객’의 이미지가 완성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들이 ‘소장감’을 느끼기 위해 도서를 구매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특히 전자책의 장점이 ‘소장감’을 주지만 장소는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 50권에서 100권에 이르는 시리즈물을 판매, 장기 대여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현재는 규제로 중단된 ‘50년 장기 대여 서비스’ 등은 저렴한 가격 5
에 리디북스 ‘책덕’들이 향수를 갖고 있는 ‘고전’ 혹은 ‘명작’을 수십 권씩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게 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3년 5월 로맨스 장르 독자들을 모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8회에 걸쳐 진행한 ‘독자 초청 좌담회’도 리디북스가 고객을 이해하는 중요한 장치였다. 장르별, 독자유형별로 나눠서 진행된 이 좌담회는 고객 6~8명을 초청해 전문 진행자 1명이 진행하는 형식이다. 리디북스 서비스는 물론이고 독서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리디북스를 이탈해 종이책만 읽는 독자로 돌아간 회원을 찾아내 그들을 따로 모으거나, 아직 리디북스를 쓰지 않고 있는 전자책 유저들을 모아서 진행한 적도 있다.
‘밝은 점 프로젝트’ ‘좌담회’ 등을 거치면서 리디북스는 전자책 사용자들의 유형을 분류할 수 있었다. 첫째 유형은 ‘진성 책덕’으로 책을 정말로 좋아하고 열심히 읽는 독자층이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책을 적극적으로 찾고 독서 욕구 자체가 매우 강한 특징이 있다. 두 번째 독자 유형은 텍스트나 콘텐츠 그 자체가 아니라 하나의 ‘힙 한 아이템’으로서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인식하고 책을 살 때 함께 주는 굿즈, 책이 어떤 맥락하에 있는지, 즉 어떤 명사가 읽은 책인지,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것인지 등을 고려해 구매를 하는 ‘구매행위 자체를 즐기는’ 회원들이었다.
마지막 유형은 ‘장르 덕후’였다. 일반적으로 베스트셀러, ‘힙 하다고 소문난 책’, 고전이나 명작 혹은 평단의 호평을 받은 책 등은 카페나 지하철 등 오픈된 공간에서 자랑스럽게 읽는다. 그러나 다소 마니아 성향이 강한,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나 남자 아이돌을 소재로 한 웹소설과 만화, 판타지 소설 등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인터넷 등에서 모여 자체적으로 공유하고 비공식 출판 등을 통해 소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내가 보는 책’의 표지를 타인이 볼 수 없고 동시에 ‘소장감’도 느끼게 할 수 있는 전자책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커뮤니티에서만 통용되는 책이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 역시 전자책으로는 해결 가능했다. 굳이 종이로 출판하지 않아도 되는 전자책 특성 덕분이었다.(DBR minibox: ‘생각보다 훨씬 큰 틈새, 로맨스, 그리고 장르문학’ 참고.)
[DBR mini box II] <‘생각보다 훨씬 큰 틈새, 로맨스와 판타지, 그리고 장르문학’> 리디북스는 장르문학 시장을 일찍 인지하고 로맨스 소설 마니아층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본문에서도 언급했듯 로맨스 소설 같은 장르문학 등은 남에게 굳이 내가 뭘 읽고 있는지 보여주진 않되 소장감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전자책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실제로 일반 서적과 달리 종이책이 나오기 전 전자책으로 먼저 출판되는 경우가 많은 장르이기도 했다. 2012년 가을에는 사무실의 방 하나를 오직 ‘로맨스 소설 분야 강화 프로젝트 TF’로 꾸려놓고 8~9명의 직원이 상주하면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로맨스 소설 장르 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어떤 소설들을 어떻게 론칭하고, 배치하고 추천할지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2013년 5월 첫 독자 초청 좌담회를 가졌다. 리디북스 사상 첫 독자 간담회가 ‘로맨스 소설 독자 대상 좌담회’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과정에서 리디북스만의 ‘로맨스 키워드 검색 기능’이 탄생해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독자들이 원하고 선호하는 스토리나 스타일의 로맨스 소설을 찾아주는 기능이었는데 현재 이 알고리즘은 다른 장르문학에까지 확장해 적용하고 있다. 다른 전자책 업체에서도 이후 이를 벤치마킹했다. 물론 ‘선점 효과’로 인해 리디북스가 독보적으로 많은 로맨스 소설 마니아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2012년, 그리고 2013년부터의 리디북스 급성장을 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리디북스는 아예 2013년 7월부터 1년 6개월 이상 ‘리뷰의 여왕’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해 리디북스 로맨스 소설에 리뷰를 남긴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했고, 이는 타 회사에서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양과 질의 리뷰를 리디북스 플랫폼에 쌓는 성과를 낳았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현재 리디북스는 로맨스 소설 자체 출판사인 스튜디오디컴퍼니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장르문학의 가능성과 시장성을 확실하게 확인한 리디는 이후 판타지 소설, 만화, 팬픽(남자 아이돌 간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팬들의 픽션)만화와 웹소설 등의 장르문학으로 로맨스 장르의 성공 공식을 조금씩 변형해 적용해 나가고 있다. 교보나 예스24 등 기존의 온·오프라인 서점, 종이책을 출판하던 출판사들이 근엄함과 진지함을 내세우다가 놓쳐버린 시장을 스타트업 특유의 유연성과 민첩함으로 리디가 치고 들어간 셈이다. |
리디북스는 앞서 제시한 다양한 방법의 정성적 접근을 통해서 고객과 관련해 데이터로만 확인할 수 없었던 통찰을 얻고, 고객 유형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고객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기도 했다. 세 유형의 독자층을 각각 공략할 전략을 찾고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실행했다. 뛰어난 기술력에 기반해 설계된 리뷰, 실제 독서율 추적, 추천 시스템 등은 이 세 종류의 독자층을 모두를 만족시키는 플랫폼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실제 독서율 추적은 독자들이 단순히 ‘구입(다운로드)을 얼마나 했는지’만을 갖고 책에 대한 선호와 인기를 파악하던 기존 서점업계나 출판업계의 관행을 완전히 깨는 방식이었다. 독자들이 구입한 책을 실제로 읽기 시작했는지, 읽기 시작했다면 얼마만큼 읽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췄는지를 추적할 수 있었기에 독자별 추천 시스템의 강화는 물론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큰 도움이 됐다.
성공 요인 분석 및 시사점세계 정보기술 시장은 이제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 시대로 불린다. 이들은 모두 정보 서비스 플랫폼으로 마치 20세기 초 전기, 철도, 전화 산업에서 몇몇 기업이 그랬듯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유통하는 넷플릭스는 제작사로부터 콘텐츠 판권을 사서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데 월 1만 원으로 영화 9000여 편, TV프로그램 2000여 편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이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업계의 최강자로 꼽히는 월트디즈니를 넘어서기도 했다.
카네기멜런대의 마이클 스미스와 라울 텔랑(Michael Smith & Rahul Telang) 교수는 그들의 저서 『Streaming, Sharing, Stea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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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콘텐츠 유통의 미래를 전망하며 콘텐츠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이전과는 달리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출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방송사들이 오직 시청률만을 보고 있을 때 넷플릭스는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3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드라마 시청 패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시청자가 '몰아보기'나 '다시보기'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이런 고객 행동 정보를 활용해 콘텐츠 유통뿐 아니라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인기 드라마 시리즈를 시즌별로 통째로 제작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시청자 그룹별로 서로 다른 예고편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데이터 활용을 잘하는 IT 기반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경쟁자들보다 약진하고 있는 양상은 콘텐츠 시장 전반에서 볼 수 있다. 기존 도서업계에서는 책의 판매만을 보고 있었다면 리디북스는 독서율 추적과 같이 어떤 책을 얼마나 빨리 읽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즉, 전자책 시장에서도 누가, 어떤 책을, 어느 속도로 읽었는지를 알고 있는 리디북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 중이라는 얘기다.
서적, 음악, 영화의 오프라인 사업자 대비 인터넷 사업자 시장점유율이 완전히 역전되는 시점을 보면 미국에서도 음반산업은 이미 18년 전부터, 서적판매업은 5년 전부터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국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의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표 4)
콘텐츠의 온라인 판매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고객에 대한 정보다. 어떤 고객이 얼마나 이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고 만족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에 기초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고객이 전자책을 사고 읽으면서 얻는 경험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IT를 기반으로 고객 서비스를 해야 한다. 전자책에 있어 기술은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게 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자책에 대한 다양한 수요와 책을 읽는 다양한 패턴에서 고객과 접점이 될 수 있는 모바일 앱과 단말기, 결제 프로세스 등은 고객의 미묘한 감정과 심리 상태를 잘 반영해야 한다. 무형의 자산을 유형의 돈을 주고 소비할 때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리디북스는 초기부터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며 고객들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도 개선하고 동시에 고객 서비스를 높여 불만을 해소했다. 특히 유료 구매자들의 소소한 불평을 그냥 넘기지 않고 시스템 개선의 피드백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책에 대한 선호는 개인별로 다르기에 완벽한 개인화 추천을 위해서는 책의 속성 분석 및 특성이 세분화돼야 한다. 리디북스는 여러 장르의 전자책과 소장용 상품들을 고객 요건에 맞게 적시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결국 개인화된 서비스를 통해 개별 사용자의 선호 콘텐츠를 제시한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도 창출한다. 지금은 경영자의 감이나 유행 취향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경영이 필요한 때다. 시장 주도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고객에 대한 정보 확보 및 관리 측면에서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영화 '머니볼'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신념과 편견으로 움직인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제거하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한다면 명확한 이점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수록 사람들은 더욱 강한 신념과 편견을 갖게 되고 그게 바로 승리를 놓치는 약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리디북스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은 기존 콘텐츠 사업자들의 영역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의사결정 방식이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는 게 문화적으로 쉽지 않다. 경험과 '감'으로 의사결정하던 경영진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둘째, 플랫폼이 고객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에 나중에 참여한 기업은 정보량에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표 5]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 제공자에게 얼마나 제한적으로 고객 정보를 제공하는지를 보여준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중 애플 아이튠즈 및 아마존에서 일부 고객 정보와 고객 데이터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제공자들이 거래정보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고객에게 직접 홍보를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객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할수록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 영역을 파악해서 수직적 통합을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리디북스는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더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가격전략 및 상품 번들링 등 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리디북스가 전자책 분야의 넷플릭스로 부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 소개>전성민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서울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있다. 벤처회사 등과 관련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lending, 블록체인, 소셜커머스, 온라인 게임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로 『페이스북 시대』가 있다.
<편집자 주>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수진(성균관대 영상학과 4학년) 씨와
송연지(인하대 아태물류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