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전자책 시장 1위 리디북스의 데이터 경영

넷플릭스를 경쟁자 삼은 ‘책덕 플랫폼’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의 ‘모범 교과서’

251호 (2018년 6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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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창업 첫날부터 투자자나 업계 관계자로부터 ‘돈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비즈니스를 시작한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는 창업 10년 만에 기존 온·오프라인 서점 강자들과 대기업들을 제치고 전자책 1위 업체가 됐다. 리디북스는 기존 온·오프라인 서점이나 출판사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IT 기반 벤처기업으로 정의하면서 ‘기술 중시’와 ‘고객 중심’ 전략을 펼쳤다. 특히 넷플릭스, IPTV, 유튜브, SNS 등 밤에 침대에 누워 즐기는 모든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경쟁자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기술 기반 심야 엔터테인먼트업’으로 재정의했다. 리디북스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책덕’ 플랫폼이 됐고, 이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는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창업 첫날부터 ‘돈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당신 회사가 매출 100억 원을 넘기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죽기 살기로 노력해 수년 만에 100억 원 매출을 만들었다. 그러자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 매출 500억 원을 못 넘길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2010년 2억7000만 원의 매출에서 시작해 8년도 되지 않은 2017년 665억4000만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그림 1) 바로 전자책 전문 서점이자 플랫폼인 리디북스 얘기다. 아마 ‘전자책 전문 서점’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인터넷 교보문고나 예스24, 알라딘 같은 온라인 서점이지만 ‘종이로 된 책’은 전혀 취급하지 않는 회사다. 오직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진 전자책(ebook)만을 판매한다. 2015년부터는 아마존의 킨들과 같은 자체 리더(reader)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설명을 써 놓고 나면 ‘정말 이게 돈이 될까’ ‘성장 가능성이 있을까’ ‘어려워지는 출판/서적시장에서 전자책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장을 지진다’고 저주에 가까운 전망을 하던 투자자들이 일견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리디북스는 급속도로 성장하며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기존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은 물론 신세계와 삼성까지 뛰어들어 30여 개 업체가 경쟁하던 전자책 시장에서 벤처기업으로 단순히 살아남기만 한 것이 아니라 창업 10년도 채 되지 않아 1위에 올랐다. 그것도 압도적 1위다. 전체 전자책 시장에서 약 5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 나머지 절반을 교보문고와 ‘알라딘-예스24 등 기타 서점 연합’2 , 네이버북스 등이 차지하고 있다. 놀랍게도 가장 작은 기업이자 가장 역사가 짧은 리디북스가 홀로 절반의 시장을 장악했다. 한국출판콘텐츠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일반 단행본 전자책 시장 규모가 14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전자책 시장점유율이 40% 전후, 베스트셀러의 경우 50% 전후에 이른다는 리디북스의 설명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리디북스의 성장세는 ‘서점업의 위기’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전자도서의 실제 구매를 뜻하는 도서 다운로드는 2017년에 1억1085만여 건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8.37% 성장했다. 2018년 현재 1분기에만 52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연말까지 2억5000만 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림 2, 표 1)


 




















리디북스의 총 서비스 도서는 165만여 종에 이르며 등록된 리뷰 수만 87만 건이다. 2200개가 넘는 출판사와 제휴했고, 가입 회원 수는 2018년 3월 기준 277만 명에 육박한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큰 투자를 받아왔고 이르면 2018년, 늦어도 2019년에는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다 제휴 출판사와 최다 도서를 보유한 전자책 회사가 됐기에 전망도 밝다. ‘한국에서 전자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 ‘교보나 예스24도 어려워하는 시장’이라는 우려 속에서, 심지어 매해가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출판/서적시장에서 리디북스는 어떻게 이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DBR이 리디북스의 성공에 숨은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업의 재정의: 서점이 아닌 ‘IT 기반 심야 엔터테인먼트업’
“그냥 전자‘책’을 팔고 그 책을 읽을 앱을 제공하는 정도의 ‘온라인 서점’으로 스스로 생각했다면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스스로 IT 기반의 기술 서비스 기업으로 인식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동진 리디북스 CBO(Chief Business Officer)의 말이다. 이는 사실 리디북스 CEO인 배기식 대표가 몇 번의 미디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기도 하다. 리디북스의 이런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업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3

2006년 삼성전자 벤처투자팀에 입사해 일하던 배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창업 생태계를 목격했고, 스마트폰 도입 전이었던 이때 이미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직감했다. 이후 실제로 아이폰이 등장하고 ‘앱 생태계’가 꾸려지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렸는데, 이를 어느 정도 예측했다는 뜻이다. 배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던 바로 그해 나이 서른에 회사를 그만두고 이니셜커뮤니케이션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한다. 사업 아이템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와 ‘기술’이라는 화두만 갖고 나왔다. 처음 생각한 아이템은 웹툰이었다. 웹툰 작가를 50명 이상 만나며 시장 진출을 모색해봤다. 그러나 이미 국내 대형 포털이 완전히 장악한 시장이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에는 전자상거래 쪽에서 사업 기회를 찾아봤다. 역시나 기존 강자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였다. 웹툰과 전자상거래 그 중간쯤에 있는 전자책 시장이 보였다. 2008년 당시 ‘디지털화’가 가장 덜 돼 있는 분야였다. 사람들이 ‘전자책을 외면하는 이유, 혹은 관심조차 없는 이유’를 고민했고, 이를 ‘불편함’에서 찾았다. 종이책과 비슷한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고 눈만 아프고 읽기에 불편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외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대로만 보여줄 수 있다면 분명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고민을 본격화하던 바로 그때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모바일 혁명,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혁명의 물결이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1) 첨단 기술기반 플랫폼 비즈니스
2009년 11월, 스마트폰 혁명이 한국에서 본격화할 때 리디북스 서비스가 시작됐다. 국내 최초 ‘스마트폰 전용’ 전자책 서비스였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IT 혁명의 파도가 지나간 PC 중심 인터넷에서는 치고 들어갈 틈이 안 보였지만 스마트폰/모바일 기기에서는 새롭게 디지털화될 비즈니스가 많아질 것으로 봤고 그중 하나로 ‘전자책’을 집어낸 것이다. ‘책’이라는 분류가 주는 편견이 자꾸 ‘출판’과 ‘서적 판매’를 중심으로 사고하게 만들었지만 리디(당시 이니셜커뮤니케이션스) 창업자들이 볼 때 전자책 비즈니스는 명백하게 ‘IT가 핵심’인 비즈니스였다. 이동진 CBO는 “애초에 리디는 스스로 경쟁 상대로 교보나 영풍 같은 기존 대형 서점이나 예스24와 알라딘 같은 기성 인터넷 서점 대신 IT 벤처 기업들, 즉 앱을 만들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들을 경쟁 상대로 봤다”고 설명했다. PC에서 모바일 디바이스로 IT의 축이 이동할 때 ‘누가, 어떤 기술로, 어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고객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냐’의 관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했고, 그렇게 ‘전자책’ 서비스를 첨단 기술 기반 플랫폼 서비스로 인식하고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 지점이 리디북스가 기존의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이나 대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생존하고 심지어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차별화 포인트였다.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에 ‘전자책 판매’와 ‘전자책 서비스’ 전반은 ‘부수적인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그동안 종이책을 팔던 방식으로 전자책을 팔았고, 그들에게 전자책은 좀 더 적은 비용으로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는 ‘주류가 될 수 없는 책’ 혹은 ‘책답지 않은 책’이었다. 따라서 기존 업체들은 전자책 판매 시스템과 유저 인터페이스, 전자책 앱과 리더기 개발 거의 대부분을 ‘외주’화했다. ‘부수적인 일’에 내부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는 건 낭비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전혀 다른 업종에서 ‘미래 전망’ 하나만 보고 뛰어든 대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전자책 플랫폼 서비스’를 기술 기반 비즈니스로 생각했던 리디북스는 앱 개발과 편한 전자책 판매/독서/리뷰 플랫폼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전자책은 디지털/모바일 비즈니스이기에 기술력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존재했다. 2009년 말 국내 최초 스마트폰 전자책 서비스 출시 후 약 1년여 만인 2011년 1월 리디북스 아이패드 버전을 오픈했고, 석 달 뒤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국내 최초 소셜 리딩’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셜 리딩 서비스를 내놓은 이 시점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며 이른바 미디어의 ‘대세’가 돼 가던 시점이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리디북스 뷰어로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글귀가 나오면 손으로 해당 부분을 간편하게 터치해 SNS로 내보내는 기능이었다. 이후 하나의 이미지로 소셜 계정에 공유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고, 현재는 감성적인 배경에 글귀가 공유되는 서비스로까지 발전했다. 물론 이 서비스 방식은 리디가 처음 시작한 이후 모든 교보 e북, 예스24와 알라딘의 전자책 서비스, 네이버 북스 등 모든 경쟁자들이 따라 했다.

글자 폰트 조정부터 쉽게 태블릿 화면 밝기를 자체적으로 조정하고, 크기를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가독성을 높이고 편리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고 이는 독자들의 만족감 상승으로 연결됐다. 앱의 기능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됐고, 페이지나 내용을 ‘스크랩’해 클라우드상에 동기화하는 기능, 전자책을 선물하는 기능 등을 도입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2년 2월에는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주최 ‘코리아모바일어워드’에서 베스트앱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스스로 연구개발해 자체 리더기를 내놨다. 이미 교보문고 등 일부 대형 서점에서는 자체 리더기의 지속적 개발을 거의 포기 하다시피 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리디북스는 보란 듯이 2017년 말에 전용 단말기의 두 번째 버전을 출시했다. (표 2) 리디북스 관계자는 “전용 전자책 단말기 개발을 위해 주문 제작 공장이 있는 중국에 직원들이 1년 가까이 상주하다시피 했고 숙식비만 수억 원이 들었지만 결코 ‘비용’으로 치부할 수 없는 핵심 기술, 핵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2)진정성과 데이터, 출판사 사장의 마음을 움직이다.
리디북스는 스스로를 IT 기반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 규정하고 ‘기술’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로 그들이 만들어낸 건 결국 출판사가 책을 공급하고, 회원이 책을 구입하고 봐야 하는 하나의 플랫폼이었다. 즉,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출판사를 설득해 책을 공급받지 않으면 가치 창출은 불가능했다.

이름도 없는 ‘전자책 전문 서점’에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던 출판사들이 쉽게 공급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지난한 설득 과정이 이어졌다. 전자책 비즈니스를 하기로 결심한 2009년 초부터 배기식 대표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을 말 그대로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는 몇몇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명함을 들고 다닐 땐 실리콘 밸리의 잘나가는 기업들도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혹시 투자가 들어오진 않을지 하는 기대에서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해줬다”며 “그런데 막상 창업을 하고 나니 작은 출판사 사장님도 ‘잘 모르는 비즈니스’를 하는 ‘못 들어본 회사의 젊은 CEO’를 쉽게 만나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4  

처음에는 몸으로 부딪혀서 한 명 한 명 설득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아직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이 제대로 보급되거나 많이 확산되지 않았던 2009년, 2010년에는 ‘디지털화된 콘텐츠’에 대한 불신이 발목을 잡았다. 출판사 담당자 혹은 사장들은 “파일을 주면 공짜로 퍼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 그 정도 보안 시스템이 있긴 한 것이냐”며 고개를 저었다. 또 “판매량 점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건 당신들이 100권을 팔고 10개만 팔았다고 하면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런 회의적인 시선과 질문에 배 대표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겠다. 그게 바로 전자책 비즈니스의 장점이다”라며 “우리 같은 새로운 사업자를 통해 공급처를 확대해야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 의존도를 탈피하고 궁극적으로 출판사도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설득했다. 리디북스와 계약이 장기적으로 대형 서점 유통업체의 횡포를 줄일 수도 있다는 배 대표의 진지한 설명에 출판사 대표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급 계약이 체결된 출판사에는 실제로 거의 실시간으로 판매 데이터를 제공했다. 출판계에 ‘저 회사는 실시간으로 판매량을 체크해서 알려준다’는 소문이 났고 업계 전반에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후 리디북스가 회사 이름 그 자체로 신뢰의 상징이 된 이후에는 이런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초기의 데이터 제공 서비스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특히 출판사 대표들이 걱정하던 가장 중요한 부분, 즉 전자책이 팔리면 종이책 판매량이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식됐다. 저렴하게 혹은 거의 무료로 전자책을 다운로드해 보더라도 정말 괜찮은 책이면 오히려 종이책으로 한 권 더 사는 사람들이 있었고, 자신은 전자책으로 읽고 친구들에게 소개를 해 책을 소개받은 친구가 종이책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전자책 판매량이 늘어나도 종이책 판매량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나는 일도 있었다. 출판사들은 리디북스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전자책 판매량 데이터를 보며 이를 확인했다. 이동진 CBO는 “출판사 대표들은 지식인이고, 또 스스로 지식인이라는 자각과 자부심도 강한 편”이라며 “그렇기에 오히려 데이터로 무엇인가 입증이 되고 설명이 되면 더 잘 수긍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급업체를 늘려가는 과정에서 2011년 마치 넷플릭스처럼 리디북스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리더를 읽다’ 시리즈를 판매하면서 회원 수를 급격히 늘려갔고, 이렇게 회원 수가 늘고 한 번 가입한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걸 알리자 공급을 약속하는 출판사도 점점 주증가했다. (그림 3, 4) 공급자의 신뢰와 리디북스의 기술력, 리디북스 고객들의 충성도가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DBR minibox: ‘서점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리디북스의 실험’ 참고.)





리디북스가 출판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원래 전자책으로 출판할 계획이 없던 잡스의 전기 『스티브 잡스』의 전자책 출판을 이끌어냈다는 건 업계에서도 꽤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 CBO에 따르면,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인 2011년 말 그의 전기가 한국어로 출판될 때 많은 전자책 업체가 그 책의 전자 출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전자책 탄생에 혹은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사실 스티브 잡스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내 독점 출판사였던 민음사는 전자책 출판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가장 작은 규모에 속하던 리디북스의 배 대표가 민음사를 설득해 전자책이 출판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자책 업계 관계자들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가 한국 전자책 시장에서 하나의 ‘전기’가 됐다고 말한다. 워낙 두꺼운 책이었기에 들고 다니며 읽기에 부담이 있었고, 스티브 잡스가 전자책 탄생에 기여한 인물이었기에 많은 독자가 그의 전기를 전자책으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DBR mini box I] <서점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리디북스의 실험>
넷플릭스의 비약적 성장에는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가 기여한 바가 매우 컸다. 이러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실험을 한국의 전자책 비즈니스에서는 리디북스가 최초로 시도했고 성공을 거뒀다. 미국 등에서 전자책은 전체 독서 시장에서 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에서는 1~2%대였다. 우선 많은 이가 전자책을 한 번이라도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이 과정에서 리디북스에 가입하게 하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미션이었다. 이를 위해 가볍게 모바일 디바이스로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한 최초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가 바로 ‘리더를 읽다’였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약 1년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국내 다양한 분야 리더들의 인터뷰 기반 자서전 출판 프로젝트였다. 총 52권과 특별판 4권이 발행됐고, 권당 분량은 20~30분이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짧았다. 전자책 사용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리디북스 회원은 평소보다 30~40%가량 증가했다.
리디북스는 3년여가 지난 뒤, 2015년 12월부터 약 1년간 ‘헬로월드’ 시리즈를 발간했다. 세상의 여러 이슈나 꼭 필요한 지식을 깊이 있게 잘 정리해주는 전문 서적과 대중 미디어의 중간쯤에 위치한 콘텐츠였다. 즉,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 북한 전문가가 빠르게 이슈를 정리해 30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얇은 책을 곧바로 출판하는 방식이다.i 전자책이 가진 ‘빠른 출판-다운로드-쉬운 소유’ 기능을 적절히 활용한 프로젝트였다. 총 100권이 발행됐고, 역시 출퇴근길 20~30분 집중 독서로 완독이 가능한 내용과 길이였다. 즉, 200자 원고지 150~200장 분량이어서 일반적인 단행본 원고량의 5분의 1, 가격은 권당 900원에서 최고 2100원까지로 거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양이나 가격 측면에서 부담이 없었던 셈이다. 또 ‘50년 장기 대여’ 등 새로운 유형의 상품을 개발해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음성으로 읽어주는 서비스의 기능을 수정 보완해 어색하지 않게 잘 들리도록 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리디북스 관계자는 “회원 수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 ‘리더를 읽다’ 시리즈는 신규 회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됐으며, ‘헬로월드’는 이미 확보한 회원들이 리디북스를 다시 보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리디가 직접 책을 생산하되 기성 저널리즘과 출판의 장점만을 결합하는 형태로 혁신하는 방식이었기에 의미가 컸다”고 설명했다.



3) 고객 행동 패턴, 업의 본질을 알려주다.
가독성이 높고 이용하기가 편리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또 ‘리더를 읽다’ 시리즈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면서 리디북스 회원 수는 급격히 늘었고 충성도도 높아졌다. 배기식 대표를 비롯한 리디북스 초기 멤버들이 발로 뛴 덕분에 출판사 확보도 무리 없이 이뤄진 상황에서 리디북스는 점점 대한민국 최고의 ‘전자책 독서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충성도 높은 회원이 계속 리디북스 앱 안에서 책을 읽고, 구매를 하고, 활동을 하니 양질의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고,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고객 행동 패턴’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아이디어가 나왔고 프로모션 전략이 수립됐다. ‘감’이나 프레임워크에 기반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은 설 자리가 없었다. 고객 행동 패턴에 기초한 프로모션과 마케팅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걸 살펴보면 [표 3]과 같다.


‘123더블포인트’ 이벤트는 2012년 8월 처음 시작됐다. 매년 초 많은 이가 ‘독서 결심’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달 초가 되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수가 는다. 월말 쯤 ‘아, 내가 올해, 혹은 이번 달에 너무 책을 안 읽었구나’라고 생각하다가 ‘다음 달부터 평소 읽고 싶었던 분야의 책을 꼭 사서 읽자’는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실제 리디북스의 구매 데이터상으로도 드러났다. 리디북스 관계자는 “보안상 이유로 패턴 전체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매월 초, 특히 1일부터 3일 사이에 판매량 상승이 눈에 띄었고 이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아예 프로모션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지금은 리디북스의 상징과 같은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다음에는 ‘눈비 이벤트’가 기획됐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 역시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 전자책 판매량이 늘어나는 데이터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프로모션 기획이다. 눈이나 비가 오면 전자책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는 리디북스 회원들이 ‘눈 옵니다’라거나 ‘오늘 선릉에 비 왔어요. 달립시다’라고 글을 올리며 일종의 게임처럼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십오야 이벤트’는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3 더블포인트 이벤트’가 정착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해당 이벤트를 놓쳤거나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달 초까지 기다리기 지루한 독자들이 ‘월 중간, 15일 전후로 이벤트를 하나 기획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리디가 받아들여 만든 프로모션이다. 독자들과의 피드백이 용이한 전자책 구매/리뷰 플랫폼을 가진 리디북스이기에 123 더블포인트 이벤트가 시작된 지 1년 만에 곧바로 아이디어를 만들어 실행할 수 있었다.

데이터와 독자 피드백은 단순히 프로모션 아이디어 도출이나 마케팅 전략 수립과 실행에만 도움을 준 게 아니다. 리디북스 회원들의 구매 패턴, 독서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마케팅 전략,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통찰 하나를 얻어냈다. 막연하게 ‘IT 기반 디즈털 비즈니스 기업’ 정도로 정의하고 있던 리디북스의 정체성이 ‘심야엔터테인먼트업’으로 완전히 재규정됐다. 이는 어느 정도 회원 수가 확보되고 다양한 프로모션과 정기 이벤트를 통해 충성고객이 늘어난 시점부터 하나의 재미난 패턴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논의였다. [그림 5]는 리디북스가 DBR에 공개한 특정 시점의 리디북스 앱과 사이트, 즉 리디북스 서점의 트래픽 추세 그래프다. 자세히 보면 저녁 6시 이후부터 자정까지 트래픽이 가파르게 올라가다가 새벽부터 급격히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패턴은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입자가 본격적으로 늘었던 2012년 이후 이러한 패턴이 나타났고, 리디북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2014년 4월 전사 워크숍을 계기로 전 사원들과 트래픽 데이터 패턴을 보며 ‘심야엔터테인먼트’라는 개념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을 기반으로 전 직원의 합의 속에 해당 개념을 리디북스의 업으로 정의했다. 큰 전략부터 세세한 기획과 실행도 많이 변했다. 온라인 서점, 전자책 서점의 가장 중요한 상징인 ‘메인화면’에 걸리는 추천 도서 목록을 오후 7시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앱 푸시와 리디북스 알림센터의 추천알림/입고알림 역시 저녁시간대로 싹 바꿨다. 콘텐츠별, 장르별 프로모션 기획에도 반영돼 심야 한정 할인 이벤트 등 비정기적 이벤트도 만들어졌다.

이처럼 리디북스의 경쟁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콘텐츠 제공업체, 유튜브와 SNS 등 소셜미디어, 그리고 기존 TV와 IPTV 등 밤에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보거나 즐기는 그 무엇들이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리디북스가 경쟁해야 할 대상은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이 아닌 IT 기반의 기술력 강한 디지털 콘텐츠 제공 혹은 플랫폼 기업들이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기술력에 집중하고 고객에 ‘올인’, 어느새 ‘책덕’ 플랫폼으로
서두에서부터 계속 강조해왔지만 리디북스는 다른 그 무엇보다 ‘기술경쟁력’을 우선으로 삼았다. 더 빠르고 편리하게 좀 더 종이책에 가깝게, 눈이 덜 아프게 전자책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스스로 ‘서점’이라기보다 ‘IT벤처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개밥먹기’라는 IT 기업 특유의 고객 불편 체험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개밥먹기’라는 단어는 리디북스에서 만든 건 아니다. IT 업계의 속어로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스스로 이용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리디북스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전자책 뷰어 애플리케이션을 일상에서 적극 활용하면서 불편함을 찾아냈고, 2016년 11월부터는 개발자들이 자체적으로 ‘리디북스 앱’이나 ‘리디북스 리더기’로만 읽는 이른바 ‘개밥먹기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실제 독서 상황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용자 경험’을 직접 경험하고 타사 리더기나 타사 앱과의 장단점 등을 비교하며 ‘고객의 소리’가 나오기 전 선제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개밥먹기’가 실제 큰 사업 성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2013년 만화를 좋아하는 개발자들이 스스로 리디북스 앱으로 만화를 보던 중 화질에 불만을 느꼈고, ‘고화질 만화’를 보기위해 자발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리디북스는 국내 최초 고화질 만화 서비스 제공자가 됐다. 이러한 개발자들의 ‘개밥먹기’는 ‘기술 중시’ 문화와 ‘고객 중시’ 문화가 시너지를 낸 사례로 볼 수 있다.

1) 기술력과 고객 중시 전략의 선순환
한 대형 포털의 전자책 관련 카페에서 최근 진행한 ‘주력 전자책 서점 투표’에서 리디북스는 실제 전체 시장점유율보다 높은 55.2% 득표율을 얻어 23.2%를 차지한 A사를 더블스코어로 따돌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전자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좀 더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리디북스가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아침마다 진행하는 ‘TOC(Tears of Customers) 미팅’을 꼽는 이들이 많다. ‘고객의 눈물’을 의미하는 TOC는 2010년 창업 초기부터 시작됐다. 매주 금요일 오후 한 주간의 고객 피드백을 전 직원이 모여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던 게 그 시초다. 2012년부터 회원 수가 급증하고, 직원도 많아지고, 업무도 세분화되면서 효율적으로 TOC를 진행하기 위해 ‘월간 TOC’라는 전사 미팅을 진행하면서 고객 피드백은 물론 회사 성장 추이를 함께 짚어보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동시에 고객 응대 부서에서는 고객의 피드백을 메일 전체 임직원에게 전송했다. 지금은 ‘매일 고객한테 욕먹는다. 가끔 칭찬도 듣는다’는 컨셉으로 전 직원이 매일 TOC 미팅에 참여하고 있다. 적게는 1~2개, 많게는 3~4개의 대표적인 TOC를 뽑아 대표 한 명이 이를 낭독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역시나 고객 응대부서에서 선정해 보내준 것들이다. 전사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서 진행하지는 않고 층별로 나눠서 진행한다. TOC 미팅에서 나온 수많은 고객 불만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제도 개선, 시스템 구축으로 해결해왔다. 기술력이 강한 기업이라는 자존심과 그렇게 구축된 역량, 스타트업 특유의 유연성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또 ‘고객의 싫은 소리’가 ‘나한테 당장 큰 위협’이 되기보다 ‘개선의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생각하니 직원들도 TOC 미팅을 단순한 요식 행위나 ‘귀찮은 일’로 치부하지 않게 됐다.



이동진 CBO는 ‘이제는 고객 수도 굉장히 많고 TOC 미팅에서 나온 문제는 대부분 지엽적인 것이 많은 상황이다“며 ”그럼에도 아직 우리가 생각지 못한 뼈아픈 지적이 나올 때가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매일 고객의 목소리와 함께 일을 시작한다는 일종의 ’문화‘로서 이 미팅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플랫폼 관리에 기반해 늘 고민을 하고 개선을 하다 보니 리디북스에는 ‘책덕후(오타쿠의 한국적 표현)’들이 모여들었다. 사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가장 초기부터 등장한 덕후가 ‘책덕(후)’이었다. 또 과거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는 덕질’이 책에 집착하고 책을 수집하는 일이다. 일단 활자를 좋아해야 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거나 소설이나 시 등 다양한 ‘활자 엔터테인먼트’를 해독하고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책덕’이 다른 덕후집단에 비해 유난히 프라이드가 강한 이유다. 더군다나 전자책은 여기에 ‘첨단’ 기술까지 들어가 있기에 이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전자책을 즐기는 ‘(전자)책덕후’의 자존심과 섬세함은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로 리디북스의 책 리뷰 관련 변화를 보면 책덕들의 섬세함과 자부심 혹은 자존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소설 등에 관한 리뷰에는 ‘스포일러 여부’를 표시하도록 했다.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소설을 사는 사람들이 리뷰를 잘못 읽고 중요한 반전이나 결말 내용을 미리 알게 되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대해 항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구매한 사람만이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곳과 아무나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곳도 따로 분리했다. 읽기는커녕 사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혹은 누구한테 들은 얘기만 갖고 엉터리 리뷰를 남기는 것을 걸러내기 위해서였다. 리뷰에 ‘좋아요/싫어요’를 나눠서 누를 수 있던 것 역시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좋아요’만 남기고 없앴다. 자신이 정성스레 쓴 리뷰가 ‘비추(천)’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책덕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덕후들의 요구가 적극 반영되고 이를 통해 플랫폼의 세세한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면서 책덕들의 충성도도 높아졌다.

2) 관찰, 통찰, 그리고 전략
리디북스의 고객 중시 전략과 문화는 단순히 ‘데이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전부 가 아니다. 관찰과 인터뷰 등 정성적 방법을 통해서도 통찰을 얻는다. 대표적인 기획이 바로 ‘밝은 점 프로젝트’였다. ‘밝은 점’이란 칩 히스 등이 저술한 책 『스위치』에 나오는 개념으로 ‘장점’이나 ‘강점’의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고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숨은 어떤 것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리디북스는 자사 앱을 가장 많이 사용했고 가장 많이 책을 구매한 최우수 고객을 직접 찾아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리디북스 입장에서 ‘밝은 점’에 해당하는 고객을 찾아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두운 점’에 위치한 고객들을 ‘밝은 점’으로 끌어들일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2014년 3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총 10명의 고객을 만났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추가로 5명의 독자를 만났다. 고객 1명을 직원 2~3명이 찾아가는 방식이었고, 주로 카페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허락해주는 고객에 한해 아예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고객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취미 활동, 책 구매 성향과 독서 습관, 전자책 사용 습관 등을 묻고 관찰했다. 리디북스 사용 후기와 개선 요청사항을 모두 들었고 그 와중에 그들이 주로 활용하는 IT 기기, 집 방문이 허락된 경우 종이책의 구성 방식과 인테리어 취향 등 모든 것을 살폈다. 이를 통해 리디북스의 ‘헤비 유저’ 혹은 ‘핵심 고객’의 이미지가 완성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들이 ‘소장감’을 느끼기 위해 도서를 구매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특히 전자책의 장점이 ‘소장감’을 주지만 장소는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 50권에서 100권에 이르는 시리즈물을 판매, 장기 대여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현재는 규제로 중단된 ‘50년 장기 대여 서비스’ 등은 저렴한 가격 5 에 리디북스 ‘책덕’들이 향수를 갖고 있는 ‘고전’ 혹은 ‘명작’을 수십 권씩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게 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3년 5월 로맨스 장르 독자들을 모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8회에 걸쳐 진행한 ‘독자 초청 좌담회’도 리디북스가 고객을 이해하는 중요한 장치였다. 장르별, 독자유형별로 나눠서 진행된 이 좌담회는 고객 6~8명을 초청해 전문 진행자 1명이 진행하는 형식이다. 리디북스 서비스는 물론이고 독서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리디북스를 이탈해 종이책만 읽는 독자로 돌아간 회원을 찾아내 그들을 따로 모으거나, 아직 리디북스를 쓰지 않고 있는 전자책 유저들을 모아서 진행한 적도 있다.
‘밝은 점 프로젝트’ ‘좌담회’ 등을 거치면서 리디북스는 전자책 사용자들의 유형을 분류할 수 있었다. 첫째 유형은 ‘진성 책덕’으로 책을 정말로 좋아하고 열심히 읽는 독자층이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책을 적극적으로 찾고 독서 욕구 자체가 매우 강한 특징이 있다. 두 번째 독자 유형은 텍스트나 콘텐츠 그 자체가 아니라 하나의 ‘힙 한 아이템’으로서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인식하고 책을 살 때 함께 주는 굿즈, 책이 어떤 맥락하에 있는지, 즉 어떤 명사가 읽은 책인지,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것인지 등을 고려해 구매를 하는 ‘구매행위 자체를 즐기는’ 회원들이었다.
마지막 유형은 ‘장르 덕후’였다. 일반적으로 베스트셀러, ‘힙 하다고 소문난 책’, 고전이나 명작 혹은 평단의 호평을 받은 책 등은 카페나 지하철 등 오픈된 공간에서 자랑스럽게 읽는다. 그러나 다소 마니아 성향이 강한,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나 남자 아이돌을 소재로 한 웹소설과 만화, 판타지 소설 등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인터넷 등에서 모여 자체적으로 공유하고 비공식 출판 등을 통해 소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내가 보는 책’의 표지를 타인이 볼 수 없고 동시에 ‘소장감’도 느끼게 할 수 있는 전자책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커뮤니티에서만 통용되는 책이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 역시 전자책으로는 해결 가능했다. 굳이 종이로 출판하지 않아도 되는 전자책 특성 덕분이었다.(DBR minibox: ‘생각보다 훨씬 큰 틈새, 로맨스, 그리고 장르문학’ 참고.)




[DBR mini box II] <‘생각보다 훨씬 큰 틈새, 로맨스와 판타지, 그리고 장르문학’>
리디북스는 장르문학 시장을 일찍 인지하고 로맨스 소설 마니아층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본문에서도 언급했듯 로맨스 소설 같은 장르문학 등은 남에게 굳이 내가 뭘 읽고 있는지 보여주진 않되 소장감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전자책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실제로 일반 서적과 달리 종이책이 나오기 전 전자책으로 먼저 출판되는 경우가 많은 장르이기도 했다. 2012년 가을에는 사무실의 방 하나를 오직 ‘로맨스 소설 분야 강화 프로젝트 TF’로 꾸려놓고 8~9명의 직원이 상주하면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로맨스 소설 장르 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어떤 소설들을 어떻게 론칭하고, 배치하고 추천할지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2013년 5월 첫 독자 초청 좌담회를 가졌다. 리디북스 사상 첫 독자 간담회가 ‘로맨스 소설 독자 대상 좌담회’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과정에서 리디북스만의 ‘로맨스 키워드 검색 기능’이 탄생해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독자들이 원하고 선호하는 스토리나 스타일의 로맨스 소설을 찾아주는 기능이었는데 현재 이 알고리즘은 다른 장르문학에까지 확장해 적용하고 있다. 다른 전자책 업체에서도 이후 이를 벤치마킹했다. 물론 ‘선점 효과’로 인해 리디북스가 독보적으로 많은 로맨스 소설 마니아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2012년, 그리고 2013년부터의 리디북스 급성장을 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리디북스는 아예 2013년 7월부터 1년 6개월 이상 ‘리뷰의 여왕’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해 리디북스 로맨스 소설에 리뷰를 남긴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했고, 이는 타 회사에서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양과 질의 리뷰를 리디북스 플랫폼에 쌓는 성과를 낳았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현재 리디북스는 로맨스 소설 자체 출판사인 스튜디오디컴퍼니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장르문학의 가능성과 시장성을 확실하게 확인한 리디는 이후 판타지 소설, 만화, 팬픽(남자 아이돌 간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팬들의 픽션)만화와 웹소설 등의 장르문학으로 로맨스 장르의 성공 공식을 조금씩 변형해 적용해 나가고 있다. 교보나 예스24 등 기존의 온·오프라인 서점, 종이책을 출판하던 출판사들이 근엄함과 진지함을 내세우다가 놓쳐버린 시장을 스타트업 특유의 유연성과 민첩함으로 리디가 치고 들어간 셈이다.
리디북스는 앞서 제시한 다양한 방법의 정성적 접근을 통해서 고객과 관련해 데이터로만 확인할 수 없었던 통찰을 얻고, 고객 유형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고객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기도 했다. 세 유형의 독자층을 각각 공략할 전략을 찾고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실행했다. 뛰어난 기술력에 기반해 설계된 리뷰, 실제 독서율 추적, 추천 시스템 등은 이 세 종류의 독자층을 모두를 만족시키는 플랫폼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실제 독서율 추적은 독자들이 단순히 ‘구입(다운로드)을 얼마나 했는지’만을 갖고 책에 대한 선호와 인기를 파악하던 기존 서점업계나 출판업계의 관행을 완전히 깨는 방식이었다. 독자들이 구입한 책을 실제로 읽기 시작했는지, 읽기 시작했다면 얼마만큼 읽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췄는지를 추적할 수 있었기에 독자별 추천 시스템의 강화는 물론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큰 도움이 됐다.



성공 요인 분석 및 시사점
세계 정보기술 시장은 이제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 시대로 불린다. 이들은 모두 정보 서비스 플랫폼으로 마치 20세기 초 전기, 철도, 전화 산업에서 몇몇 기업이 그랬듯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유통하는 넷플릭스는 제작사로부터 콘텐츠 판권을 사서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데 월 1만 원으로 영화 9000여 편, TV프로그램 2000여 편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이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업계의 최강자로 꼽히는 월트디즈니를 넘어서기도 했다.

카네기멜런대의 마이클 스미스와 라울 텔랑(Michael Smith & Rahul Telang) 교수는 그들의 저서 『Streaming, Sharing, Stealing』 6 에서 콘텐츠 유통의 미래를 전망하며 콘텐츠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이전과는 달리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출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방송사들이 오직 시청률만을 보고 있을 때 넷플릭스는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3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드라마 시청 패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시청자가 '몰아보기'나 '다시보기'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이런 고객 행동 정보를 활용해 콘텐츠 유통뿐 아니라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인기 드라마 시리즈를 시즌별로 통째로 제작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시청자 그룹별로 서로 다른 예고편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데이터 활용을 잘하는 IT 기반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경쟁자들보다 약진하고 있는 양상은 콘텐츠 시장 전반에서 볼 수 있다. 기존 도서업계에서는 책의 판매만을 보고 있었다면 리디북스는 독서율 추적과 같이 어떤 책을 얼마나 빨리 읽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즉, 전자책 시장에서도 누가, 어떤 책을, 어느 속도로 읽었는지를 알고 있는 리디북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 중이라는 얘기다.
서적, 음악, 영화의 오프라인 사업자 대비 인터넷 사업자 시장점유율이 완전히 역전되는 시점을 보면 미국에서도 음반산업은 이미 18년 전부터, 서적판매업은 5년 전부터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국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의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표 4)



콘텐츠의 온라인 판매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고객에 대한 정보다. 어떤 고객이 얼마나 이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고 만족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에 기초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고객이 전자책을 사고 읽으면서 얻는 경험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IT를 기반으로 고객 서비스를 해야 한다. 전자책에 있어 기술은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게 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자책에 대한 다양한 수요와 책을 읽는 다양한 패턴에서 고객과 접점이 될 수 있는 모바일 앱과 단말기, 결제 프로세스 등은 고객의 미묘한 감정과 심리 상태를 잘 반영해야 한다. 무형의 자산을 유형의 돈을 주고 소비할 때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리디북스는 초기부터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며 고객들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도 개선하고 동시에 고객 서비스를 높여 불만을 해소했다. 특히 유료 구매자들의 소소한 불평을 그냥 넘기지 않고 시스템 개선의 피드백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책에 대한 선호는 개인별로 다르기에 완벽한 개인화 추천을 위해서는 책의 속성 분석 및 특성이 세분화돼야 한다. 리디북스는 여러 장르의 전자책과 소장용 상품들을 고객 요건에 맞게 적시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결국 개인화된 서비스를 통해 개별 사용자의 선호 콘텐츠를 제시한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도 창출한다. 지금은 경영자의 감이나 유행 취향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경영이 필요한 때다. 시장 주도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고객에 대한 정보 확보 및 관리 측면에서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영화 '머니볼'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신념과 편견으로 움직인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제거하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한다면 명확한 이점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수록 사람들은 더욱 강한 신념과 편견을 갖게 되고 그게 바로 승리를 놓치는 약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리디북스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은 기존 콘텐츠 사업자들의 영역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의사결정 방식이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는 게 문화적으로 쉽지 않다. 경험과 '감'으로 의사결정하던 경영진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둘째, 플랫폼이 고객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에 나중에 참여한 기업은 정보량에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표 5]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 제공자에게 얼마나 제한적으로 고객 정보를 제공하는지를 보여준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중 애플 아이튠즈 및 아마존에서 일부 고객 정보와 고객 데이터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제공자들이 거래정보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고객에게 직접 홍보를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객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할수록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 영역을 파악해서 수직적 통합을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리디북스는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더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가격전략 및 상품 번들링 등 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리디북스가 전자책 분야의 넷플릭스로 부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 소개>
전성민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서울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있다. 벤처회사 등과 관련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lending, 블록체인, 소셜커머스, 온라인 게임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로 『페이스북 시대』가 있다.

<편집자 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수진(성균관대 영상학과 4학년) 씨와 송연지(인하대 아태물류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smjeon@gachon.ac.kr
동아비즈니스리뷰 263호 2018 Business Cases 2018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