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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틱스 기반 HR 혁신

인사 관리는 직관과 데이터의 조화 필요
면담 정보 등 서랍 속 보고서 공유하라

Article at a Glance
전통적으로 HR은 경험과 직관이 분석과 증명보다 더 잘 통하는 분야였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HR 역시 데이터에 기반해 혁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국내 기업의 인사 부서에서도 각종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HR 애널리틱스가 잘되는 조직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애널리틱스를 통한 HR 혁신 방법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먼저 사람(직원)과 조직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2. 데이터 분석에는 직관의 조화가 필요하다.
3. 각종 보고서, 퇴직 면담 정보 등 잠자고 있는 보고서를 활용할 수 있다.
4. 애널리틱스 전문가를 확보해야 한다.



취업 및 직장 정보 공유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 최고의 직업 50’에서 지난 3년 연속으로 1위로 뽑힌 직업이 있다. 바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다. 그리고 이 직업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은 약 11만 달러(1억23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대략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직업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이 이렇게 각광받게 된 것은 바로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데이터의 시대다. 데이터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지고, 경영의 방향이 결정된다. 글로벌 회계 및 컨설팅 전문기업 PwC는 26개국 2000여 기업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와 전략을 조사했는데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주로 데이터 분석에 의존한다고 한 응답 비중이 2016년 기준 50% 정도였으나 2021년에는 평균 83%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1

HR 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람, 조직, 문화와 같은 복잡한 현상을 다루는 HR은 지금까지 경험과 직관이 분석과 증명보다 더 잘 통하는 분야였다. 선도 기업의 제도나 프로그램만 적절히 벤치마킹해도 무난하게 운영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대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성과를 불과 10년 만에 달성한 유니콘, 데카콘 기업들은 HR 역시 데이터에 기반해 혁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 구글 창에 ‘HR Analytics’를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면 0.49초 만에 3억 건 이상의 자료가 검색된다.

이런 변화를 최전방에서 이끌어온 기업은 구글(Google)이다. 이미 2009년에 월스트리트저널에는 구글이 직원 평가, 승진, 급여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직원들이 조만간 퇴사할지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는 기사가 실린 바 있다. 2 그리고 직원 및 조직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것 자체는 학술적, 실무적으로 이전에도 꾸준히 행해져 왔던 부분이다. 사람에 따라 피플 애널리틱스, 탤런트 애널리틱스 등 여러 가지 다른 용어로도 부르는 이 분야는 아직 학문적으로 명확한 범주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차원의 다양한 시도가 먼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이해가 핵심
기업들은 채용, 이직, 승진, 생산성, 평가·보상 등 다양한 HR 관련 지표를 설정해 관리해왔고 심리 검사, 직원 의견 설문, 리더십 진단 등의 분야에 고급 통계 기법을 적용해 의사결정에 활용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석 대상이 되는 데이터나 분석에 쓰이는 기법 및 활용의 범위가 확대되고 깊이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기업의 약 37%만이 데이터에 기반해 인사 및 조직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3


글로벌 컨설팅 기업 타워스왓슨(Towers Watson)은 몇 년 전 국내 직장인 1000명과 주요 기업 HR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인적 자원을 조사한 바 있다. 조사 문항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직원들에게는 ‘당신이 현 직장에 입사를 결정한 이유 5개를 선택’하도록 했고, HR 책임자들에게는 질문의 주어(主語)만 ‘우리 회사 직원들’로 바꿔 물었다. 모두 27개의 선택지(복수 선택) 가운데 직원들은 고용 안정성(56%), 급여 경쟁력(54%), 편리한 근무 위치(37%), 좋은 직장이라는 평판(35%), 복리후생(31%) 순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HR 책임자들이 선택한 것은 경력 개발 기회(58%), 고용 안정성(45%), 회사 비전·미션·가치(42%), 도전적 업무(33%), 급여 경쟁력(30%) 순이었다.

HR의 일차 고객은 구성원이다. 구성원이 만족하고 열심히 일하도록 조직을 운영하려면 우선 그들이 뭘 원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마케팅, 영업, 상품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 소비자 니즈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원하지도 않고 불편해 하는 기능을 잔뜩 집어넣어서 비싼 가격에 판매하려고 하면 좋은 반응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오랜 인사 업무를 통해 뛰어난 직관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HR 책임자들이 직원들의 입사와 퇴사 이유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구성원에 대해 모르면서 안일한 것도 문제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를 너무 쉽게 확신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데이터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지만 문제에 대한 가설이나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 또는 분석 접근법 등에서 오류나 편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고 결과를 공유한다면 불량품을 만드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예를 들어 보자.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는 병원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의료진 투약 실수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병동별로 병상 수 대비 투약 실수 빈도와 의료진 내부 상하 신뢰 분위기를 측정해 비교했는데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의사와 간호사 간의 관계가 긍정적이고 상호 신뢰가 높은 병동에서 오히려 투약 실수 빈도가 높았던 것이다. 다행히 연구진은 이 결론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런 결과가 나온 근본 원인을 파악하려 했다. 알고 보니 투약 실수에 대한 데이터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 간에 신뢰가 쌓여 있는 병동에서는 간호사들이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분위기였다. 반면 그렇지 않았던 병동은 불이익을 두려워해 이를 철저히 숨겨서 수치상으로는 투약 정확도가 높은 듯한 착시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복잡한 HR 이슈, 직관과 분석 모두 필요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eBay)는 2015년 검색 광고 효과성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사이트에서 검색 광고를 빼고 방문자 트래픽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관찰한 결과, 트래픽이 실제로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으로 검색 광고가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후 또 다른 실험에서는 검색 광고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를 자세히 분석해 보니 검색 광고 효과는 단순하지 않고 해당 브랜드와 상품의 인지도 등 요인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다른 경영 분야에서는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 이슈를 접근할 때 데이터와 분석에 따르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HR에서는 분석과 데이터보다 경험과 관행에 따라 관리하는 부분이 더 많으며 선도 기업들로부터 빠르게 확산되는 HR 애널리틱스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형적인 HR 애널리틱스 프로젝트는 ①문제 확인 → ②데이터 수집 → ③분석 실시 → ④결과 해석 → ⑤내부 활용과 같은 다섯 단계를 거친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라면 분석이나 해석 단계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요구돼 힘들 수는 있지만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또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작업에는 필요 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HR 애널리틱스가 어려운 이유는 주로 문제를 정의하는 것과 결과를 활용하는 부분 때문인데 이 두 가지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직관이다. 조직 내에서 당연시돼 온 제도나 관행은 대개 사람에 대한 직관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직관이 관행을 낳고, 관행은 또다시 직관을 강화하는 식으로 이어져 오는 것이다. 특히 구성원을 선발해 받아들이는 채용 과정에 직관의 영향이 막강하다. 예를 들어 보자.

A 회사는 기업용 CRM 솔루션 및 클라우드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 특성상 영업 직원 채용 시 반드시 기업용 소프트웨어 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 위주로 선발했다. 그러나 회사 내 영업 실적이 가장 우수한 1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 경험이 실적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존의 경력 제한 조치를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B 회사는 미국 유수의 중소형 투자은행으로 창업 초기부터 약 30년 동안 명문대 및 유명 MBA 출신들만 선발해 왔다. 그러나 직원 데이터와 성과 간의 관계를 실제로 분석해 보니 학력이나 성적은 직원 성과에 별 영향이 없는 반면 이력서의 철자, 문법 오류, 휴학하지 않고 학교를 졸업한 이력,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 고가품을 팔아본 경험 등이 오히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분석 결과를 반영해 채용 절차와 기준을 바꿨고, 그에 따라 수익이 크게 증대됐다.

그동안 HR 부서가 회사에서 비난받는 조직 중 하나였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것은 직원들이 인사 담당자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워낙 많은 HR 이슈가 정답이 없고 복잡한데다 근거 없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고집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HR 애널리틱스를 잘 활용하면 조직 및 인사 운영에 있어서 현실과 맞지 않는 직관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 여러 측면에 데이터를 활용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적합한 인재를 제대로 가려 뽑고, 인재의 강점을 발휘하는 직무를 부여하며, 생산성과 협업을 강화하고, 노무 이슈로 인한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직관이 항상 틀린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애널리틱스 업무를 해보면 기존 HR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었던 직관이 맞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결과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애널리틱스 프로젝트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직관적 판단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관련 저서를 4 낸 토마스 데이븐포트(Thomas Davenport) 역시 “순수한 직관 또는 순수한 분석만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이전에 명확한 문제의식과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직관을 논문, 연구 자료, 인터뷰 등을 통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분석 결과의 해석 단계에서도 기존 직관과 실제 결과 간의 관계를 심도 있게 따져봐야 나중에 내부 설득을 제대로 할 수 있다.


HR 애널리틱스 적용 영역과 분석 유형
아베노믹스 본격화 이후 극심한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애써 뽑아 놓은 직원들의 퇴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인공지능을 퇴사 방지에 적극 도입한 기업 사례도 자주 소개된다. 일례로 프론테오(FRONTEO)가 개발한 인공지능 키빗(KIBIT)을 활용하는 의료 인력 파견업체 소라스토(Solasto)는 연간 2000건 이상의 직원 면담을 하는데 면담 기록을 모두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이직 가능성이 높은 직원을 파악, 맞춤형으로 대응하고 있다. 원래 37%에 달하던 이직률은 16%로 크게 감소했다. 대단한 것은 사람이 읽었을 때 이직 의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까지도 족집게처럼 찾아냈으며 통계나 수치와 같은 ‘정형 데이터’ 외에 문자, 음성, 영상 같은 ‘비정형 데이터’까지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계학습을 적용한 인공지능은 가장 발달된 수준의 HR 애널리틱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지 않았을 경우 HR 애널리틱스가 구체적으로 기업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감을 잡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기업들이 어떤 영역에 주로 HR 애널리틱스를 적용하는지 참고할 수 있도록 한 조사가 있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로슬린데이터테크놀로지스(Rosslyn Data Technologies)는 2017년 HR 애널리틱스 전문가 약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들이 HR 애널리틱스 분석을 적용하는 주요 영역을 파악한 바 있다. [표 1]을 보면 기업들은 채용, 성과, 보상, 유지 등 인재 관리 및 인력 분야에서 HR 애널리틱스 분석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R 애널리틱스 적용 영역이 HR 관련 범주라고 한다면 분석 유형은 애널리틱스 관련 범주에 해당한다. 어떤 측면에 데이터 분석이 집중돼 있는지를 중시하는 구분이며 아래와 같이 3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분석 유형은 핵심 지표를 통한 모니터링이다. 이는 현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핵심 HR 지표를 도출해 보고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핵심 지표로는 직원 퇴직률, 채용 소요 시간, HR 담당자 1인당 직원 수, 인당 생산성, 직원 몰입도 등이다. 이런 지표는 조직에 어떤 문제 징후가 있음을 알려줄 수 있지만 원인까지는 알려주지는 않는다. 건강검진에서 간(肝) 수치가 높게 나왔을 때 그 원인이 음주일 수도 있고, 간염일 수도 있고, 지방간 때문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지표를 사업, 직군, 근속, 역량 등 다양한 기준으로 세분화하거나 경영진이 관심을 갖는 특정 그룹에 대해 맞춤형으로 가공해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현상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의 분석은 가설에 기반한 검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로 핵심 지표 관리를 HR 애널리틱스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분석 유형은 가설에 기반한 이슈 검증이다. 인력 관리 및 제도 운용의 암묵적 근거로 작용하는 가설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이 유명한 ‘산소프로젝트(Project Oxygen)’를 수행했을 때 검증하려고 했던 가설은 ‘우리 회사에는 매니저가 필요 없다’였다. 5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HR 애널리틱스 관련 주제로는 ‘고성과자의 특징은 무엇인가’ ‘절대평가는 팀워크를 높인다’ ‘자발적 이직의 주요 원인은 조직 부적응 때문’ 등이다. 이런 분석은 경영진 또는 HR 부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직관이나 가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주기 때문에 인사 제도 변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똑같은 방법으로 두 회사에 동일한 프로젝트를 해도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 기업의 분석 결과를 보고 우리 회사도 그러려니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세 번째 분석 유형은 예측을 위한 분석이다. 인사제도를 바꾸거나 새롭게 실행할 때 조직 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예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애널리틱스를 활용하는 경우로, 난도가 높다. 계절적 수요와 직원 이직률 등을 감안한 인력 운영 모델, 직원 몰입도 향상에 따른 고객 만족도 예측 모델, 직원 면담 분석에 기반한 퇴직률 예측 모델 등이 좋은 예다. 예측 모델은 가설 검증형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이 정도 수준의 HR 애널리틱스를 수행하는 기업은 2015년에 4%에 불과했는데 2016년에는 8%로 늘었다. 6 하지만 어떤 예측도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어느 시점에서 분석한 결과가 시간이 오래 지나거나 인수합병과 같은 변화로 인해 사람과 조직에 근본적 변화가 있다면 예측 타당도가 떨어질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 먼저 걷고 나서 뛰자
빅데이터라는 말을 흔하게 듣게 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됐다. 세계경제포럼은 2012년 ‘떠오르는 10대 기술’을 선정할 때 빅데이터를 포함했다. 홍보, 마케팅, 미디어, 콘텐츠, 카드, 유통, 소매,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애널리틱스 작업이 기본적으로 빅데이터를 전제로 한다. 빅데이터 전문가가 각광받는 직업으로 떠오르자 R과 파이선 같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과정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HR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통념을 깨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인재 채용 및 관리 기업 코너스톤(Cornerstone OnDemand)이 약 10만 명의 시급제 직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입사 양식 작성 시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나 사파리(Safari) 같은 기본 브라우저 말고 크롬(Chrome)이나 파이어폭스(Firefox)를 선택해 작성한 사람들이 나중에 성과 평가도 더 좋고 퇴직률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런 분석은 10만 명 이상의 직원 데이터가 쌓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HR 데이터는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

빅데이터의 특징은 흔히 ‘3V’로 요약된다. 즉, 데이터의 양이 많고(Volume), 데이터 생성 주기가 짧고(Velocity), 데이터의 다양성이 높다(Variety)는 얘기다. 그런데 HR 데이터는 양과 생성 주기 측면에서 한계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속성(attribute)’ 데이터 특성상 수량이 많지 않다. 직원이 몇만 명이 넘는 큰 회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데이터의 생성 주기도 별로 잦지 않다. HR 이벤트는 기본적으로 1년에 한 번인 경우가 많고(연말 평가 등), 승진이나 이동 같은 이벤트는 더 드물게 발생한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양이 적더라도 풍부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때로는 정성적인 데이터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수치를 통계 분석해서 얻는 것 이상을 핵심 직원 두세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HR 데이터는 다양성(variety)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양한 데이터를 창의적으로 조합했을 때 뜻밖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직원 의견 조사와 리더십 역량 진단, 팀 성과 분석을 따로 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실시해 분석한다면 몇 배 풍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직원들의 몰입도 수준이 어떻고,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리더들의 역량 중 어떤 부분을 강화해야 하고, 해당 역량이 부족한 것이 팀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줄줄이 꿰어서 분석하는 것이다. 이 정도 분석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HR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평소 HR 분석 시 고려하지 않았던 데이터로 눈을 돌려야 한다. HR 분야의 빅데이터 분석 활용 가능성을 높여주는 최근 트렌드는 관계분석(ONA, Organizational Network Analysis)이다. 관계분석은 조직 구성원 간의 실제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직 내 협업, 혁신, 소통, 문화 등을 연구하는 방법론인데, e메일, 사내 메신저, 프로젝트 플랫폼, 인트라넷, 아웃룩 일정 기록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한다. 직원 개인에게 한정된 속성형(attribute) 데이터와는 달리 매일 많은 양의 데이터가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히 빅데이터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론을 활용한 연구 결과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아티클로 최근 소개된 바 있다. 7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 좋은 분석의 전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행 플랫폼 기업 마이리얼트립의 그로스(Growth)팀을 이끌고 있는 양승화 팀장은 블로그 기고문에서 데이터 활용에 능숙해지려면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했다. 데이터가 조직에 흐른다는 말은 사업을 키우기 위한 모든 결정이 데이터에 기반하고, 필요한 누구나가 언제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으며, 데이터가 업무 프로세스에 녹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조직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데이터에 대한 식견과 활용 능력을 바탕으로 질문, 데이터 추출, 분석까지 완결적 사이클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HR 애널리틱스가 이 정도 수준이 되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 데이터부터 문제다. HR 데이터는 양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데이터들이 종류별로 여기저기 쪼개져 있고, 관리 권한도 분산돼 있어 통합적인 활용이 어렵다는 애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채용 관련 정보는 채용 담당자들만, 급여 및 복리 관련 데이터는 보상 담당자, 평가 기록은 평가 담당자들에게만 접근 권한이 부여돼 있는 식이다.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엑셀 파일, 하드카피 등등 모두 따로 보관돼 있는 현실에서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국내 모 대기업의 글로벌 HR 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할 때의 일이다. 각 관계사의 직원 업적 및 역량 평가와 직위, 승진, 보상 수준 등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려고 하는데 관계사별로 데이터 보유 여부, 저장 형태, 평가 척도, 직위 및 호칭 체계 등이 제각각이어서 담당자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이 가능한 형태로 준비하는 데만 두 달 가까이 걸렸던 경험이 있다. 데이터 정리가 끝나고 실제 분석에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분석 자체보다 데이터에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데이터는 분석 가능성과 품질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HR 애널리틱스 수행을 위해서 없으면 안 되는 필수 데이터들이 부실하거나 왜곡된 경우가 왕왕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돌려막기식’ 고과로 인한 평가 왜곡, 유명무실한 퇴직 면담 기록, ‘좋은 게 좋다’ 식의 교육 만족도 점수, 상사 눈치를 보며 대충 작성하는 직원 설문 조사 등이다. 컴퓨터 공학에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개념이 있다. 쓰레기 데이터를 집어넣으면 쓰레기 같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좋은 애널리틱스를 위해 그럴듯한 분석 기법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다양한 데이터 중 퇴직 면담에 대해서는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HR 애널리틱스 수행을 위한 많은 데이터는 직원 재직 중에 얼마든지 수집할 수 있지만 퇴직 프로세스는 직원들이 평소 털어놓지 못하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사 부서 및 제도에 대한 불만, 직무 자체에 대한 만족도 및 애로사항, 상사의 리더십 스타일, 동종사 대비 자사의 상대적인 매력도, 향후 어떻게 조직을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 등은 퇴직 면담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정보다. 다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는 결론과 퇴직 면담의 내용을 교차 분석해 보면 강력한 시사점을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기업에서 실제 퇴직 면담 정보 관리를 잘하지 못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퇴직이라는 상황이 민감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면담 없이 형식에 치우치는 경우도 있다. 인사 업무 중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퇴직 관리 업무일뿐더러 퇴직 면담을 하는 사람의 면담 스킬이 부족한 경우도 있는데다, 면담을 통해 좋은 정보를 얻더라도 이를 기록,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퇴직자도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라는 인식 없이 그냥 조용히 회사를 나가주기를 원하는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수준 높은 HR 애널리틱스 수행을 위해서는 퇴직 면담부터 제대로 할 일이다.


서랍 속의 보고서, 꺼내서 활용하고 공유하라
필자는 한 국내 소비재 대기업을 대상으로 네 차례에 걸쳐 매년 조직 진단을 수행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인사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고, 직원들의 조직 몰입 수준도 등락은 있었지만 국내 평균 대비 높았다. 사업도 꾸준히 성장했고 직원 보상 수준도 대폭 올려 시장 경쟁력을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 결과에서는 ‘중압감’ 및 ‘좌절감’이 극단적일 정도로 높게 나왔다. 다변량 회귀분석 및 정성 인터뷰까지 해서 ‘불합리한 업무 관행’ ‘개인적 성장 비전 부족’ ‘불공정한 평가 관행’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까지 했다. 하지만 다음 해 진단 결과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대응을 했길래 이렇게 변화가 없는지 물었을 때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보고서를 받고 나서 내부적으로 “실제로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 설명을 듣고 보니 또 이해가 됐다. 진단 결과를 받아봤을 때는 문제의식도 느끼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연초 임원 및 팀장 인사로 조직과 사람이 바뀌고 나면 작년 진단 결과는 자연히 잊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쁘다 보니 딱히 대응을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일로 아무리 정교한 분석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아서 알려준다고 해도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 연결해 실천할 의지가 없다면 공염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HR 애널리틱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상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온라인 커뮤니티 캐글(Kaggle)이 2017년 7000여 명의 데이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애널리틱스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험하는 장애 요인’에 대해 응답자들은 데이터나 분석 기술과는 무관한 것들을 주로 꼽았다. 장애 요인 일곱 가지 중 상위 네 가지는 각각 ‘경영진 지지 부족’ ‘분석을 통해 해결할 문제가 명확하지 않음’ ‘애널리틱스 결과가 의사결정권자들에 의해 활용되지 못함’ ‘다른 구성원들에게 애널리틱스에 대해 이해시키는 것’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HR 애널리틱스가 생각처럼 빨리 활성화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좋은 사례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HR 애널리틱스 필요성에 대해 대다수 기업이 동의하고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내부적으로 전문 인력을 갖추고 프로젝트도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외부에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분석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 사이의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거나 프로젝트 내용에 홍보적 가치가 있을 경우에 언론에 보도 자료를 내는 수준이다. 다른 기업의 사례를 참고하려면 직접 연락해서 물어봐야 하고, 성공 사례가 있어도 확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석 결과가 공유되지 않는 것은 기업 내부적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애널리틱스 결과는 극소수의 의사결정권자들에게만 공유되고, 현업 관리자나 일반 직원들은 그런 분석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분석에 사용된 임직원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분석을 통해 얻어진 조직 차원의 시사점까지 보안으로 처리할 필요는 없다. 그런 내용을 공유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모순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글은 직원 대상 설문 결과는 좋든 나쁘든 한 달 안에 전체 직원에게 알리고 있다. 직원들의 목소리가 실제 업무 환경과 조직 시스템 개선에 반영된다고 믿기 때문에 구글의 직원 설문 응답률은 거의 90%에 육박한다고 한다.

분석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부딪치는 한계는 분석한 결과물이 조직의 실천이나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영진이 분석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동의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어떻게 개선할지를 몰라서인지 등 이유를 알 수 없으면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동기부여도 떨어진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HR 애널리틱스를 통해 얻은 통찰력이 조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미국 마셜(Marshal)경영대학원 존 보드로우(John Boudreau) 교수와 에드 롤러(Ed Lawler) 교수는 HR 분석의 시사점을 조직, 인사 관련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수준에 대해 종단 조사를 해왔는데 이 부분이 잘 이뤄지는 기업일수록 HR 효과성과 조직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



HR 애널리틱스는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채용, 평가, 보상, 퇴직 등 인사 데이터를 수집,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를 받는다. 법은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전에는 직원들의 사전 동의를 받고, 동의하지 않는 직원의 데이터는 수집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동의를 받았더라도 업무와 관련 없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추후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동의를 전제로 확보한 데이터에 대해서도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익명성은 데이터를 여러 기준으로 조합했을 때도 개별 직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만드는 보호장치가 제일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직원 설문 시 개인의 응답 내용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팀 단위로 최소 10명 이상으로 평균을 내 결과 보고를 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평균을 내는 인원을 낮춰 잡을 경우 개인의 신원이 노출될 우려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모바일이나 사물인터넷을 통해서도 직원 데이터를 모으기가 쉬워졌고, 이에 따른 법적 위험 소지도 생길 수 있다. 국내 한 통신사는 2015년 직원이 낸 정직 처분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패한 바 있다. 회사는 업무용 스마트폰에 직원 위치, 연락처, 문자메시지, 계정 정보 등 12개 항목에 접근할 수 있는 앱을 깔도록 지시를 했는데 직원이 이를 거부하자 징계 처분 및 전직 명령을 내렸다. HR 애널리틱스를 위한 데이터 수집 시에도 비슷한 법적 문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으므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잠자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으로 인해 추후에 법적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도 모르는 사이에 IT 시스템상에(동의를 받지 않고) 축적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분석을 했다고 치자. ‘회사 안에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했으니 문제 될 것 없겠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석 결과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그런 데이터가 수집됐다는 사실이 사후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분석 결과 활용 전에 사용된 데이터나 결과가 직원 동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이중삼중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법적인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좋은 의도로 개인정보를 수집, 분석했다 하더라도 직원이 불만을 갖는다면 언제든지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하자. 이런 경우 법원은 대체로 약자인 직원의 편에서 심리한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 기법이 나날이 복잡해지는 관계로 일반 이용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HR 애널리틱스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 방식과 결과가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이뤄질 뿐 아니라 사회적, 윤리적 관점에서도 적절한지 자문해야 한다.

끝으로, 해외 법인 직원의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하는 경우 법적 리스크가 해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이 잘 발달돼 있는 독일에서는 노조의 사전 동의 없이 직원 의견조사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유럽 많은 나라의 경우 직원의 인사 데이터를 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서버에 저장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차원의 HR 애널리틱스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경우는 인종, 성별, 연령 등 특정 직원 그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직원 데이터의 활용 또는 유출로 인한 소송 발생의 위험이 높다.


애널리틱스 전문가 확보 및 외부 전문 업체 활용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기업들이 HR 애널리틱스를 도입하는 데 중요한 장애물이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HR 애널리틱스 전문가가 희소한 이유는 HR에 대한 인사이트와 수학, 통계학, 프로그래밍, 문제 해결 능력 등의 스킬을 모두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75% 정도가 ‘HR 애널리틱스 활용이 비즈니스 성과 제고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보유한 HR 애널리틱스 역량이 강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8%에 불과했다. 물론 지금은 이보다 상황이 나아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현실도 이런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애널리틱스 인재 구인난이 HR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40%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애널리틱스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인공지능, 기계학습, 빅데이터 등 인기 분야의 전공이나 경력을 보유한 인재들의 연봉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HR 애널리틱스 전문가로서의 경력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직무 경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뽑아 놓은 인재도 놓칠 위험이 높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은 데이터 분석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인사 조직 내에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보통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업무 영역의 접점에서 일하면서 지식을 쌓아 온 경우가 많다. 사람, 조직, 문화 등 넓은 부분에 걸쳐 있는 HR은 도메인 지식을 쌓는 데 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구글도 인사 담당 최고 임원 직속으로 HR 애널리틱스팀이 있고, 여기에 수학, 통계학, 심리학, 경영학 등을 전공한 박사급 인력을 주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내부 인력 부족은 외부 전문 업체를 활용해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과 HR 애널리틱스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애널리틱스 서비스 전문으로 하는 HR 스타트업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기존 글로벌 IT 대기업과 HR 컨설팅 업체들도 속속 HR 애널리틱스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신생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HR 애널리틱스 수행을 위한 내부 역량을 당장 갖추기는 어렵지만 분석의 필요를 느끼는 기업들은 고려해볼 수 있는 옵션이다. 대표적 서비스 업체를 몇 개 살펴보자:


● 글로벌 HR 컨설팅 기업 A - 임원 후보 역량 및 자질을 평가하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솔루션을 출시했다. 알고리즘은 약 700만 명의 인재 프로필 및 약 250만 건의 어세스먼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것으로 산업별, 기능별, 역할 단계별 비교뿐 아니라 높은 통계적 타당성을 자랑한다.

● 구인·구직 소셜미디어 기업 B - 글로벌 IT 대기업에 인수된 후 2017년 가입자 5억 명을 돌파했다. 가입자 프로필에는 직장 이력뿐 아니라 자격증, 프로젝트, 전문 분야, 관심 영역, 추천 정보, 직무역량 등 온갖 정보가 저장돼 있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구인 서비스가 가능하다.

● 빅데이터 HR 스타트업 C -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온라인 도구와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한다. 기업에 쌓여 있는 HR 데이터를 있는 대로 제공하면 조직 구조, 인력 수급, 이직 위험, 승계 계획, 직원 가치 제안 등 유용한 분석 결과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 디지털 채용 솔루션 기업 D - 인공지능 면접을 포함한 3∼4단계의 프로세스를 통해 후보자의 인성, 직무 역량, 조직 적합도 등을 사전 검증해 최종 임원 면접만 제외하고 모든 채용 프로세스를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을 제공한다.


데이터가 존중되는 문화 만들기
HR 애널리틱스가 워낙 핫한 트렌드이다 보니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맹신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HR 애널리틱스를 도입해 인사 관리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통계 전공 박사를 몇 명 뽑고, 사물인터넷으로 직원 정보를 수집하고,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HR 애널리틱스 정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수단 또는 과정이고, 진짜 중요한 것은 조직 내에 데이터가 존중되는 문화를 동시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몇 년 전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사스(SAS)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에 기반한 기업 경쟁력 강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인은 데이터 애널리틱스 문화를 확립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9 SMR 편집장 데이비드 카이런(David Kiron)은 “진정으로 애널리틱스 문화가 정착된 기업에서는 분석을 통해 얻은 결론이 때로 경영진의 생각과 다른 경우에도 의사결정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것은 큰돈은 아니라도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데이터를 소중하게 여기고, 분석 결과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의사결정은 최대한 데이터에 기반해 내릴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이 데이터와 친근해지도록 소통 및 교육을 실시하고, HR 담당자를 뽑을 때도 데이터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적인 품질 경영의 구루, 에드워즈 데밍(Edwards Deming)은 “데이터가 없다면 당신은 그저 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영진에서 실무자까지 모든 사람이 데이터에 기반해 자기주장을 펼칠 때 HR 애널리틱스도 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필자소개 김성남 인사 전문 칼럼니스트 hotdog.kevin@gmail.com
필자는 듀폰코리아, 타워스왓슨,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고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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