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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스타트업 코칭 방법론

해답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해
지뢰 없는 길 알려주는 게 ‘코칭’

강재상 | 262호 (2018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스타트업 붐과 함께 스타트업 코칭 시장도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코칭 전문가들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코칭을 하지 못한다. 기존 성공 방정식을 답습하거나 사람보다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는 등의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코칭의 바람직한 방향은 정답보다는 해답을 고민하고 창업가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 그럴듯한 사업계획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시장 및 고객과 직접 부딪혀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코칭이 필요하다.


멘토링, 코칭이라는 말이 대중화한 배경에는 스타트업 붐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기업에서는 사수와 부사수 관계에서 이뤄지는 도제식 교육이나 외부 강연자를 데려와 강의를 하는 방식의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조직에서 멘토와 멘티, 코치와 플레이어 등의 개념은 낯선 것이었다. 코칭이나 멘토링은 상하 관계보다는 각자 역할에 따른 수평적인 관계나 감정적으로 의지하는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위계적 질서를 중시한 조직에서 이런 개념이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조차도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혁신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일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고 그 여파로 멘토링과 코칭이 대중화됐다. 하지만 용어가 대중화된 만큼 내실 있는 멘토링과 코칭(이 글에서는 코칭이라는 단어로 통일하도록 하겠다.)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그렇지 않은 듯하다.


스타트업 코칭이 어려운 이유
1.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너무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온다
스타트업 코칭은 기업 내 임직원 코칭과 많이 다르다. 기업의 임직원 선발 과정은 매우 치밀하고 꼼꼼하다. 꼭 우수한 사람을 뽑는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 기업과 잘 맞는 사람을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대기업이 인적성 검사를 시행하는데 그 이유는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원하는 조직문화에 잘 맞는 사람을 선발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 직원들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또한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산업과 시장의 특징이 명확하고 직무별로 요구되는 역량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따라서 사업별, 직무별 특성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서 코칭을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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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타트업은 전혀 다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한 스펙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수많은 사업 아이템과 모델을 들고 찾아온다. 코칭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창업가들과 그들의 사업 아이템을 따로 놓고 조합한다면 거의 무한대 수준이 된다. 예를 들어,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 캠퍼스에 매해 200명 이상의 예비 창업가나 1∼3년 차 창업가들이 찾아오는데 이들의 사업 아이템은 200여 개 정도 된다. 게다가 이들이 교육과 코칭을 받으면서 피봇팅 과정을 통해 사업 아이템을 전면적으로 바꾸거나 부분 수정을 하기 때문에 코칭 종료시점에는 사업 아이템이 400여 개로 늘어난다. 개별 창업가의 상황과 성향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사업 아이템을 코칭한다고 가정하면 단순하게 ‘200명 성향 × 400개 아이템’ 조합을 모두 파악하고 코칭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타트업 코칭을 제대로 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기업에서는 일정한 패턴 몇 개를 활용해 코칭을 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방식을 활용하기 어렵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철저히 개인화된 맞춤형 코칭을 진행해야 한다.

2. 업(業) 탐색과 창업가 마인드 함양이 먼저다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우려가 되는 측면도 있다. 경기 침체와 경제 구조 변화로 인해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스타트업을 ‘핫하고 쿨한 청년 커리어의 미래’로 포장하며 많은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지한 고민 없이 O2O, VR/AR, 핀테크, 블록체인, 빅데이터, AI 등 유행을 따라 창업 아이디어를 만들거나 기존 아이디어를 포장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로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유행에 맞춰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쓰고 피칭해서 정부 자금을 손쉽게 받아내는 구조가 이어지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혼탁해질 것이다.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진 스타트업 생태계는 바닷가의 모래성과 같아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業) 탐색과 창업가 마인드다. 코칭 대상자들은 자신만의 인생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고 이에 부합하는 업을 찾아 커리어패스를 설계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창업이나 취업, 자영업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취업과 달리 자영업이나 창업은 특정 직무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복합적인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갖춰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더구나 일단 시작하고 나면 주 7일, 하루 24시간 내내 일만 생각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엄청난 헌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창업가 마인드’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명확한 철학과 방향성을 정해서 어떤 난관이 와도 우직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한다. 이런 의지가 없는 사람은 창업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적합한 역량을 갖춘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불행하게도 취업이 안 되니 창업해보겠다는 사람이나 스타트업에 자금 지원이 몰리니 한탕 해보겠다는 사람, 사업할 기질이 없음에도 사업하겠다며 피상적인 아이템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실패 확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3. 스타트업을 모르는 창업 코칭 전문가들이 많다
스타트업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제대로 된 코치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스타트업의 성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성공 및 실패 경험을 축적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코치가 필요하다. 창업 경험이 없더라도 사업 전체를 보면서 정확하게 문제를 짚어내고, 선택 가능한 여러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기업에서 핵심 인재로 활약하고 있거나 자기 사업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코치를 직업으로 삼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창업전문가나 컨설턴트, 전문강사, 혹은 기업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사람이 코치로 많이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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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 코칭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기존 산업의 관점에 갇혀 있거나 좁은 시야를 가진 코치들이 코칭을 하면서 좁은 식견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흔하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창업가의 화려한 학력과 경력 등 스펙, 그럴듯하게 꾸며진 기획서에 높은 점수를 주고 그들이 제대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코칭 시 자주 빠지는 오류
1. 기존 산업의 틀에 박힌 시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통하던 방법론을 스타트업에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는 기존 강점을 기반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신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돌다리를 수십 번 두들겨본다. 그렇게 해야 기존 사업에 피해를 주지 않고 리소스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체의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또 대규모 자원과 역량을 동원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확률이 높은 주류 시장에서 신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작고 명확한 타기팅과 틈새시장 진입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작은 시장을 먼저 확실하게 점령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과 고객을 확대하거나 인접 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런 접근을 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기존 기업에 비해 고객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의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곧바로 시장과 고객을 접하며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사업모델을 정교화하고 다시 타기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은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린스타트업, 디자인싱킹, 애자일 등이 각광받는 이유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 코치는 기존 대기업의 사업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스타트업 방법론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전문가라 자부하지만 실제 코칭을 할 때는 자신에게 익숙한 기존 산업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처럼 스타트업이 이미 완성된 사업체로서 모든 걸 갖췄다고 착각하는 코치도 많다. 마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컨설팅을 할 때와 비슷한 내용으로 스타트업에 코칭을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A부터 Z까지 스스로 발로 뛰며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창업가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 회사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런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고 이런 기능을 가진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코칭은 당장 운영 자금을 고민하고 있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창업가를 직장인처럼 바라보고 코칭을 한다는 점이다. 안정된 환경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역량과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노출된 창업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완전히 다르다. 스타트업에서는 탄탄한 기획서보다 실행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럴듯해 보이는 사업 아이템과 모델을 내세워 재무 수치까지 정확히 제시하는 등 매우 똑똑해 보이고 말 잘하는 창업가가 사업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기존 대기업 방식에 익숙한 코치는 실행보다 기획서 작성에 탁월한 사람을 선발해 육성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2. 스타트업만의 방식이 있다는 착각
앞서 이야기한 것과는 정반대로 스타트업만의 방식을 너무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스타트업을 기존 산업의 대항마로 여기며 명확하게 선을 긋는 코치들 사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다. 대부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기존 산업 경력이 없는 코치들이 자신의 존재감과 전문성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접근을 한다. 심한 경우는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방법론이나 마케팅 이론조차도 부정한다. ‘망하지 않는 사업모델 만들기’ ‘사업 론칭 첫 달에 BEP 달성하기’와 같은 황당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사례도 있다. 이쯤 되면 코칭이 아니라 사기에 가깝다.

기존 기업이나 스타트업 모두 사업의 근본 원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사람과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업무의 우선순위를 대기업과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위한 린이나 애자일 같은 방법론이 나온 것이다. 이는 기존 방식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에 맞게 핵심만 간추려 최적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이런 부분들은 스타트업이 점차 규모를 키우면서 순차적으로 채워가야 한다.

3. 창업가보다 사업 아이템을 먼저 보는 실수
사업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은 정말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결국 사업을 하는 것은 사람이다. 창업가의 의지와 역량이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이템이 썩 좋지 않아도 창업가의 역량과 의지가 뛰어나면 성공할 수 있다. 어차피 스타트업 아이템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피봇팅된다. 창업가들은 그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고 계속 답을 찾아가는 지난한 싸움을 해야 한다. 더구나 스타트업 광풍이 불면서 정말 독보적이고 창의적 사업 아이템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스타트업계에 아이템 겹치기 현상이 발생한 지 오래다.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시장에서 테스트를 한 뒤 다시 다듬어서 기획하고 테스트하기를 반복하면서 제대로 된 모델을 찾아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적으로 의지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아이템이나 모델보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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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스타트업 비즈니스 코칭 방법
1. 코칭은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기 위해 가이드를 해주는 것
코칭을 하다 보면 쉽게 빠지는 오류가 있다. 바로 자기의 조언을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코칭을 받으러 오는 스타트업 창업가들 대부분이 정답을 요구하기도 하고, 코치 자신도 수많은 스타트업을 상대하다 보면 명확한 의견 전달을 위해 표현이 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즈니스에는 해답은 있을 수 있어도 정답은 없다. 사업을 하다 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문제가 생긴다. 코칭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그들이 보기 어려운 전후 맥락까지 파악해 현명한 해결책을 창업가 스스로 찾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어떤 코치들은 자기 의견을 창업가에게 강요한다. 자기 사업도 아니고, 자기가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코치는 매우 위험하다.

코치가 할 일은 성공하는 방법이 아니라 최대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성공 방정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하도록 만들어준다고 주장하는 코칭은 한마디로 ‘사기’다. 코치들은 최대한 실패하지 않도록 가이드해줘야 한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이해관계자들의 제안, 계약서 내용은 물론이고 미팅 시 비즈니스 매너까지 사소한 결정 하나도 사업이 틀어지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뢰만 밟지 않도록 가이드해줘도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또 백전노장의 코치라도 창업 아이템의 사업성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업성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창업자들이 ‘시장과 고객을 직접 만나보게 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린이나 애자일 방법론을 활용해 작고 빠르게 MVP(Most Viable Product)를 만들고 고객 피드백을 받아보는 방식으로 시장성을 검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2. 사업 계획은 사업이 아니다
사업 기획이 곧 ‘사업’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칭을 하다 보면 제한된 시간에 여러 팀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사업기획서나 이슈를 정리한 문서, 혹은 창업가의 말에 의지해서 코칭을 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문서나 말이 실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을 넘어서서 실제 시장에 나가 부딪히고 고객을 만나 느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코치는 사업기획서와 창업가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지 말고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면 정말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사업기획서는 그럴 듯한데 정작 시장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데스크용 사업 아이템을 걸러낼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코칭 보다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 전체를 볼 수 있는 연속적인 코칭이 필요하다.


코칭 사례
사업 의지가 진실되지 않으면 코칭도 소용없다
대체에너지 사업을 하겠다며 필자를 찾아온 스타트업 팀이 있었다. 코칭을 하면 할수록 사업기획서상으로는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이 돼 갔다. 그런데 팀 구성원의 역량을 봤을 때 오히려 사업기획서가 너무나도 깊이가 있고 관련 분야에 대한 수준 높은 지식을 담고 있어서 의심이 갔다.

기획서에 담겨 있는 내용을 보면 해당 분야 전문가가 팀에 몇 명 포함돼 있거나 적어도 수개월 이상 발품을 팔면서 연구를 해야 얻을 수 있는 수준의 내용들이었는데, 해당 팀에는 그 정도 수준의 전문가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니, 지인 중에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있었고 그들의 네트워킹을 통해 접하게 된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이 팀은 그저 기획서에 잘 정리한 것뿐이었다. 또 시장에 이미 동일한 모델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도 있었다. 물론 이게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기 스스로 사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직접 부딪혀 찾아낸 인사이트가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자기 사업 아이템이지만 그 안에 자신은 없었다. 사업 아이템과 모델을 설명할 때도 컨설턴트가 남의 회사 이야기하듯이 말했다. 그래서 냉정하게 이 사업을 정말로 할 것인지,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떤 단계로 진행하고, 첫 단계로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을 물었더니 이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기획안은 여러 스타트업 기관이 주최하는 창업 경진대회에서 입상했고 상금도 탔지만 실제 사업화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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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한 기본기와 고기 잡는 법을알려주자
코칭은 일시적이다. 마치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PT를 해주는 트레이너 같다. 즉, 짧은 코칭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스타트업 창업가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코칭이 일정 기간 동안만 이뤄진다. 따라서 계속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기를 만들어주고, 고기가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많은 청년 창업가는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직장생활 경력이 아예 없거나 2∼3년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사업은 물론이고 일에 대한 기본 역량이나 태도조차 익히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사업기획, 마케팅, 제조, 유통, HR, 재무, 법무 등을 익혀가며 CEO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비즈니스 매너와 창업가정신 등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 중요한 요소들도 놓치면 안 된다. 사업에 필요한 여러 기본기를 확보해야 성공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코치는 지속적으로 기본기를 확보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 낚시질을 가르쳐주는 것은 스타트업 비즈니스 코칭의 핵심이다. 문제 해결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거나 소수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면 더욱 좋다. 특히 창업가 스스로 해답을 도출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해야 한다. 또 해답 제시 후에는 이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이는 일방적인 의견 전달보다 훨씬 힘든 일이지만 아직 이 방법보다 좋은 대안은 찾지 못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역량이 높아지면 창업가들은 스스로 문제 정의를 하고 해답을 찾게 되는데 이런 단계에 오른 창업가는 조직의 성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대표 jskalex@naver.com
필자는 교육 스타트업 패스파인더넷 공동 대표이자 스타트업 네트워킹그룹 알렉스넷의 공동 운영자으로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마케팅/비즈니스 코치를 하고 있다. 삼성SDI, 현대카드,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과 컨설팅 회사, 교육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든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코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브런치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마케팅 관련한 활발한 저술 활동과 소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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