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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프레임 外

최호진 | 351호 (2022년 08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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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쓴 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사람들은 마치 다시는 위기가 오지 않을 것처럼 눈앞에 놓인 위험 요소들을 방치하고 있었다. 이 현상을 보고 세계적인 리스크 전문가인 저자는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회색 코뿔소’ 개념을 발표했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한다. 코뿔소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고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정작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일부러 무시해 버리는 것에 비유한 개념이다. 회색 코뿔소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고 저자의 경고를 받아들인 일부 기업과 정부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회색 코뿔소로 세계 경제에 반향을 일으킨 저자가 새로운 리스크 전략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리스크를 보는 개인의 관점이 타고난 성격, 자라온 환경과 경험, 안전망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요소들이 지문처럼 한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이를 ‘리스크 지문’이라고 칭한다. 고유의 리스크 지문을 들여다보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기회가 될 좋은 리스크와 위협이 될 나쁜 리스크를 분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마다 리스크 관점이 다르듯 조직도 리스크 문화가 다르다. 리스크를 대하는 CEO와 이사회의 태도, 리스크 평가와 관리 절차 및 수용 가능한 리스크를 판단하는 체계 등이 제각각이다. 특히 인수합병 과정에서 각 기업의 리스크 문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조직이 붕괴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인수합병 관련 기업의 규모와 발전 단계가 다르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변화를 원치 않는 베이비붐세대가 주축인 전통 금융 서비스 회사가 MZ세대가 일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필요한 일은 먼저 두 조직의 리스크 문화를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전통 기업의 문화는 스타트업의 가치인 혁신과 창의성을 쉽게 억누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합병이 타당한지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인수를 결정한다면 스타트업의 문화를 전통 기업에 맞추기보다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독립 부서로 운영하는 편이 훨씬 낫다.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다시금 “회색 코뿔소가 다가온다”며 경고하고 있다. 책은 위기와 기회를 분별하는 리스크 프레임 전략을 제시한다.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신경생물학을 넘나들며 리스크와 관련된 인간 행동 원리에 접근한 점도 신선하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회색 코뿔소에 짓밟히지 않고, 오히려 그 위력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갈 리스크 전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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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리더의 97%가 조직의 성공에 필요한 핵심 요인으로 ‘장기적인 사고’를 꼽았다. 장기적인 사고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문제는 실천이 어렵다는 점이다. 어제 미처 해결하지 못한 요청들을 정신없이 처리하고 나면 어느새 퇴근 시간, ‘To Do’ 리스트에 적힌 일들은 고스란히 내일로 미뤄지곤 한다. 저자는 단기 목표와 그 결과에만 함몰된 이들에게 ‘롱 게임’을 제안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조금씩 투자하는 간단한 루틴으로 쳇바퀴 같은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성장 없이 소진되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변화의 단초가 될 롱텀 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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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몰고 온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공간’이다. 집이 사무실이 되고, 고객이 있는 곳이 매장이 되는 등 공간의 해체와 분산이 가속화됐다. 공간의 개념과 역할이 바뀌면서 산업 지형도 달라지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 니즈가 있는 브랜드에 공간을 제공하고 운영을 대행하는 ‘RaaS(Retail as a Service)’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에 1인 기업과 D2C 스타트업 등이 RaaS에 주목하고 있다. 책은 집과 사무실,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 등 변화하는 공간을 조명한다. 공간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해보자.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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