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마이데이터 이후 한국 금융의 구조적 지각 변동

소비지출 관리 등 고객 경험 혁신 시대
메가 금융 플랫폼 전쟁의 서막 열려

305호 (2020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종합적이고도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가 플랫폼이 등장하고, 금융산업의 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들은 경쟁자로 부상한 디지털 회사들의 강점을 빠르게 모방해 격변에 대비해야 한다.

1.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데이터의 다양성과 이를 다룰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2. 디지털 인재가 일하고 싶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디지털 관련 조직에 주요 기능을 분산해야 한다.
3. 데이터 플랫폼상의 재무 코치로서 마찰 없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

2020년 8월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마이데이터1 ’ 시대가 열렸다. 마이데이터는 데이터의 소유권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철학에 기반해 관련 사업에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제도로 금융 분야에 제일 먼저 도입됐다. 2021년 2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최종 선정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 마이데이터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앞서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뿐 아니라 ICT, 통신 기업 등 타 산업에 이르기까지 116개의 기업이 사전 수요 조사에서 신청 의사를 밝힐 정도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기업들이 이처럼 마이데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면 금융기관이 아니더라도 고객 동의하에 고객의 금융 정보를 모든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집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은 물론, 개인 자산 관리 서비스(PB, Private Banking) 등을 비대면상에서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7월, 정부는 ‘디지털 금융 종합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고객의 동의를 통해 결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금융계좌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 ‘마이페이먼트’와 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계좌 발급 및 관리 업무가 가능한 ‘종합 지급 결제 사업자’의 도입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그리고 종합지급결제업 라이선스까지 획득한 기업은 금융기관이 아니더라도, 사실상 거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중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 톱 3에 꼽히는 현금 없는(cashless)2 사회로 신용 및 체크카드의 민간 소비 지출 내 비중이 96%3 에 달하며, 경제활동 인구의 은행 계좌 침투율이 91%4 를 넘는다. 그만큼 금융 거래, 금융 상품 정보의 대부분이 이미 디지털화, 데이터화돼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돼 이런 고객의 모든 금융 정보를 모으게 되면 고객 개개인의 경제, 금융 활동을 100% 가까이 파악할 수 있다. 기존 금융권은 물론, 빅테크와 핀테크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본 글에서는 마이데이터 플랫폼이 가져올 금융의 변화를 고객과 산업 관점에서 살펴보고 금융기관뿐 아니라 이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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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플랫폼이 바꿔 놓을 고객 경험

그렇다면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업이 모두 가능하게 된 금융 플랫폼(통칭 ‘마이데이터 플랫폼’ 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은 어떤 모습일까? 금융 데이터는 물론 이종 산업의 데이터까지 결합해 고객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은행, 카드, 금융투자, 보험 등 모든 금융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개인 자산관리(PFM, Personal Financial Management)5 플랫폼이 될 것이다. 기존 금융 앱이 조회, 이체, 상품 가입 같은 단순 금융 업무를 처리하던 거래형 플랫폼(Transactional Platform)이었다면 고객 경험 설계를 통해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참여형 플랫폼(Engagement Platform)으로 거듭날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지닌 맥락을 이해해 필요한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종합 디지털 금융 비서(Aggregate Digital Financial Assistant)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플랫폼은 기존에 평균 관점에서 고객을 분류하고 세부 고객군별로 서비스를 제공했던 수준에서 벗어나 고객의 현재 위치, 소셜미디어 등에서 나타난 개인별 성향 등 활용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개인화 플랫폼(Hyper Personalization Platform)으로 변화할 것이다. 여기서 개인 트레이너가 내 체형과 체질에 맞게 건강 프로그램을 수립해주는 것과 같은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1. 개인 소비지출 관리

그렇다면 마이데이터 플랫폼에서의 고객 경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마이데이터 플랫폼의 핵심(anchor) 서비스는 가계부 작성, 지출 카테고리별 예산 목표 설정 같은 개인 소비지출 관리(Personal Expenditure Management)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고객은 신용카드, 간편 결제, 계좌이체나 송금 등 결제 수단에 관계없이 중요한 지출이 발생할 때마다 알림 메시지를 받을 것이다. 또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만의 소비 리포트를 받아보거나 나와 소득, 연령, 지역 등이 비슷한 그룹과의 비교를 통해 새로운 소비 패턴을 추천받는 등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맞춤형 제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소비 성향에 맞춰 주변에 새롭게 생긴 맛집을 추천하거나, 자동으로 탑재된 단골 가게의 할인 쿠폰은 고객도 모르는 사이 자동으로 사용돼 고객의 알뜰한 소비를 돕는다. 고객은 이렇게 매일 마이데이터 플랫폼에서 소비지출 관리 서비스의 편리함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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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지출 관리 서비스의 한 사례로 아이슬란드의 PFM 금융 앱 메니가(Meniga)6 를 살펴보자.(그림 1) 메니가는 친근한 소셜미디어 방식의 타임라인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간, 월간 소비 리포트는 물론, 고객의 월세 및 공과금 납부, 과소비에 대한 경고 및 할인 쿠폰 등도 제공한다. 개인별로 선호하는 지출 카테고리에 따라 가장 최적의 카드 상품을 추천해 준다. 특히, 메니가 앱은 자동으로 지출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주는 서비스가 유명하다. 고객이 초기에 앱이 추천하는 분류가 적절한지에 대해 ‘예’ 또는 ‘아니요’로 피드백을 주면 머신러닝을 통해 앱이 이를 학습해 지출 분류 및 분석 서비스를 정교화한다. 고객의 신용 점수 관리도 플랫폼이 고객에게 관여(engagement)하는 중요한 도구다. 고객의 신용 점수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알림과 가이드를 제공하면서 지속적으로 소통한다. 미국의 PFM 앱 민트(Mint)7 도 고객의 신용 점수와 변화 추이를 알기 쉽게 시각화해 제공하고, 신용 하락의 이유와 개선 방법을 고객에게 피드(feed)로 보여준다.

2. 목돈 마련 저축 상품 추천

마이데이터 플랫폼은 고객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저축 상품도 추천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앱처럼 여러 저축 상품을 단순히 나열하고 고객이 직접 상품을 고르는 방식이 아니다. 고객이 설정한 재무 목표에 따라 필요한 월별 저축액을 자동으로 계산해주고, 이에 맞는 저축 상품 추천과 지출 예산 설정을 도울 수 있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 무븐(Moven)8 은 스태시(Stash)라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설정한 저축 및 재무 목표의 달성을 돕는다. 고객이 여러 가지 재무 목표를 우선순위에 따라 입력하면 현재 현금 흐름에 기반한 월별 가능 저축 금액과 지출 예산을 스태시가 수립해 준다. 고객이 제시된 스케줄을 잘 따를 경우, 추가 금액의 저축을 제안한다. 이 모든 소통은 챗봇과의 대화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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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마이데이터 플랫폼은 고객의 소비와 연계된 저축 상품을 직접 개발할 수도 있다. 미국의 에이콘스(Acorns)9 는 ‘잔돈을 저축하세요(Save your spare changes)’라는 콘셉트의 자동 저축 상품을 제공해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이다. 고객이 지출한 금액을 반올림해 해당 금액과 반올림한 금액의 차이를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2.75달러를 지출했다면 반올림한 3달러와 2.75달러의 차액인 0.25달러를 저축하는 방식이다.(그림 2) 국내에서는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가 카드 사용액의 일정 부분을 펀드나 해외 주식에 소수점으로 자동 투자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3. 로보 어드바이저 투자

지출 관리와 자동 저축을 통해 목돈을 마련하게 된 고객이 다음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투자다. 마이데이터 플랫폼은 로보어드바이저10 를 통한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다. 과거 펀드매니저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시장을 모니터링해 투자 환경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리밸런싱(Rebalancing)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시장 규모는 2017년 2400억 달러에서 2019년 9800억 달러까지 성장할 만큼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플랫폼의 로보어드바이저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고객의 장기적인 재무 목표에 기반한 목적 기반 투자(GBI, Goal Based Investing)11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금융을 필요로 하는 맥락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를 도와준다.

GBI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PFM 기업으로 미국의 웰스프론트(WealthFront)12 와 배터먼트(Betterment)13 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결혼 자금, 주택 구입, 학자금 마련, 은퇴 후 재무설계 등과 같이 고객의 일생에 걸쳐 큰돈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맞춰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 고객은 간단한 설정값 입력과 조정만 하면 어떤 포트폴리오에 투자가 이뤄지고, 미래에 목표한 만큼의 재산을 축적하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시각화된 차트와 표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마이데이터 플랫폼이 고객이 어떤 지역에 살고 싶은지, 어느 대학교에 가고 싶은지 등과 같은 고객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데이터를 통해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마이데이터 플랫폼의 챗봇은 학자금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을 제안할 때 “대학 학자금 납부를 위해 목표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신가요?”가 아니라 이제 “○○ 님이 가고 싶은 ‘신한대학교’의 학자금은 총 얼마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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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품의 비대면 구매

마이데이터 플랫폼은 고객이 대출 상품을 소비하는 모습도 바꿔 놓을 것이다. 모든 금융기관의 상품을 비교해 금리나 약정 등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현재도 국내에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15개가량의 혁신 금융 사업자가 있는데 신용 대출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향후 마이데이터 플랫폼상에서는 대면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했던 부동산 담보 대출 등도 100% 비대면 비교 판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비대면 판매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보험 상품도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거의 대부분 상품이 판매될 수 있다.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모든 보험 상품의 상세한 계약서 내용을 분석하면 보다 정교한 상품 비교가 가능해진다. 또 향후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같은 기기를 통해 수집한 고객의 건강 정보 및 의료 기관 정보와 결합하면 새로운 디지털 보험 상품을 설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5. 소상공인 자영업자 재무관리

마이데이터 플랫폼의 금융 서비스는 개인뿐 아니라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재무 관리 서비스, 사업자 재무 관리(BFM, Business Financial Management)로도 쉽게 확장할 수 있다. 사업자가 보유한 모든 계좌의 현금 흐름을 파악해 카테고리별 지출을 관리하고 잉여 현금에 대한 투자와 대출 상품을 추천하는 등 모든 금융 서비스에 대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자동화할 수 있다. 사업자의 마케팅 활동까지 지원할 수 있다. 스페인 기업 스트란즈(Strands)14 는 사업별 맞춤형 재무 관리 서비스에 추가적으로 미래 매출 예측, 마케팅 툴 중의 하나인 CLO(Card Linbed Offer)15 나 마케팅 앱 푸시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BFM에 특화돼 있다.(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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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FM의 등장과 플랫폼 전쟁의 시작:
금융기관에 불리한 현실

마이데이터의 시행은 하나의 모바일 금융 앱에서 모든 금융 생활을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필연적으로 메가 금융 플랫폼(Mega Financial Platform)의 등장을 촉발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개인을 위한 PFM과 개인사업자를 위한 BFM에 이르기까지 마이데이터 플랫폼은 개인 및 소상공인이 영위하는 모든 경제 및 금융 활동을 돕는 GPFM(Grand Personal Financial Management)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에 따라 신한, KB 등 기존 금융권은 물론 네이버 파이낸셜, 카카오페이와 같은 빅테크, 토스나 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기업들도 메가 금융 플랫폼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바야흐로 ‘플랫폼 전쟁’의 서막이 시작되고 있다. 이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인터넷이 막 태동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 1990년대 미국, 온라인 이커머스 신생 기업 아마존이 부상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인 월마트와 경쟁하기 시작한 때가 연상되는 국면이다.

GPFM 등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모두가 금융 비서를 갖게 되면서 과거 일부 고객에게만 제공됐던 PB(Private Banking)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만 누릴 수 있었던 스마트한 재무 관리 서비스를 자영업자들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이러한 모든 금융 서비스를 망라한 플랫폼의 인터페이스는 단계별 고객 경험의 마찰을 없애기 위해 장기적으로 음성 AI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 고객 관계 형성에 더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고객이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등 데이터 전문 기관들의 마이데이터 포털에서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마이데이터 플랫폼 간에 갈아타기(switch)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너도나도 뛰어난 고객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은행을 비롯한 기존 금융 기업들에는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다. 먼저, PFM/BFM의 재무 관리 서비스로 인해 잉여 자금의 투자가 최적화되면 기존 은행권에 묻혀 있으면서 저비용 수신의 주요 원천이 됐던 개인 고객 및 개인사업자들의 요구불 예금 잔액이 감소할 것이다. 게다가 플랫폼에서 대출 비교 서비스는 대출 상품 간 경쟁을 촉진해 대출 금리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요구불 예금의 감소와 대출 가격 하락, 이 두 가지 효과가 겹치면서 은행의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수익이 감소하는 가운데 개인 및 소상공인과 같은 금융 소비자가 GPFM 플랫폼으로 대거 옮겨가면 은행 영업점의 축소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현재 입출금 및 이체 업무의 비대면 채널 비중이 91.2%16 에 달하는 가운데 2019년 상반기에만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지점을 총 88개 줄였고, 2020년 상반기에는 126개를 추가로 줄였다. 그나마 대면 영업점의 주요 고객층이었던 50대 이상 베이비붐세대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비대면 모바일 채널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5월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의 신규 고객 중 약 18%가 50대 이상일 정도다.

자산운용 업계도 충격은 마찬가지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성화로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 상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투자 일임을 받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주식, 채권, ETF 등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직접 구성할 수 있다. 고객은 비대면의 편리함은 물론, 투자 분석 능력에서 펀드매니저보다 뛰어나며 원하는 재무 목표 달성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자산관리 비서(AI Asset management assistant)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플랫폼 전쟁의 승자를 결정짓는 것은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데이터를 모아 효과적으로 결합, 고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마찰 없는(Frictionless) 고객 경험으로 연결하는 역량, 즉 데이터 수집, 분석 및 비대면상에서의 고객 경험 설계 역량이 될 것이다. 고객의 동의하에 교환되는 금융의 거래와 상품 정보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라면 모두가 가지는 정보이므로 차별적 요소가 되기 어렵다. 이에 추가적으로 통신, 유통, 건강, 소셜의 정보들이 결합돼야 비로소 차별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활용될 데이터는 평균과 분산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통계의 개념에서 벗어난,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동원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개인을 파악할 수 있는 초개인화 데이터가 될 것이다. 이제 고객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중소기업을 다니는 40대 기혼 남성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수시로 공유하고, 편의점을 하루에 2번 이상 가며, 특정 커피 브랜드를 좋아하는, 내년에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등 수없이 많은 특성을 가진 개개인 고객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더불어 고객의 작은 불편도 간과하지 않는, 마찰 없는 온라인 고객 경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기존 금융 기업들이 해오던 방식이 아닌, 네이버 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디지털 컴퍼니의 DNA를 가진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더군다나 이들은 커머스, 메신저, 모빌리티와 같은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과 데이터를 보유한 거대 모기업을 가지고 있다. 반면, 금융기관은 데이터 규모, 분석 역량이나 고객 경험 설계, 플랫폼의 노하우에 있어서 한참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금융기관이 마이데이터 제도상에서 교환되는 금융의 거래, 상품 데이터 외에 제휴를 통해 타 산업의 데이터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가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런 역량에 걸맞은 조직과 인재가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고객들과 디지털 기술 환경에서 기업은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을 갖춰야 한다. 빅테크 컴퍼니들이 디지털 경쟁 환경에서 지금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직원에게 새로운 도전을 용인하고, 도전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며, 이를 통해 서비스 기획과 운영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 문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기관은 거대한 시스템과 제도로 운용되는 조직이다. 창의적 도전과 변화보다는 현재 회사의 시스템하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

디지털 인재의 채용에 있어서도, 금융기관은 빅테크 기업들보다 불리하다. 최근 모 취업 포털에서 발표한 ‘2020년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150개 코스피 상장사 중 10위 내에 금융 기업이 단 하나도 없었다. 1위는 카카오로, 오랫동안 1위를 지켜왔던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2018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설문 조사에서 KB국민은행이 3위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변화가 몇 년 사이 벌어진 급격한 변화임을 알 수 있다. 이제 디지털 인재들의 관심은 안정적이며 고액 연봉이 보장된 금융권이 아니라 유연한 조직문화와 성장 비전을 가진 기술 기반의 디지털 기업에 쏠려 있다.

이제 막 시작되는 금융 플랫폼 전쟁에서 신뢰에 기반한 브랜드는 매우 중요하다. 아직 본격적인 PFM에 대한 경험이 없는 한국 금융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전 금융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는 플랫폼 선택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견 금융과 관련한 브랜드 신뢰도만큼은 오랜 기간 시장의 플레이어였던 금융기관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의 사모펀드 대량 부실과 같은 일련의 사태로 인해 그마저도 점차 강점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게다가 디지털과 관련한 브랜드 이미지는 오히려 디지털 컴퍼니들이 유리한 측면이 많다. 한국의 밀레니얼이나 Z세대에게는 기존의 금융기관보다 네이버 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와 같은 브랜드가 친숙하다. 어려서부터 모바일 메신저나 SMS로 송금을 하고, 카카오페이 QR코드나 네이버 체크카드로 편의점을 이용하며 성장해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데이터 통계 기업 The Harris Poll이 미국의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응답자 중 64%가 기존 금융기관보다는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금융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만 18∼34세 응답자의 81%가 기존 금융기관보다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한국보다 PFM 플랫폼이 먼저 등장한 미국 금융 소비자들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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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이후 금융 산업의 구조적 변화

마이데이터로 촉발된 메가 금융 플랫폼(Mega Financial Platform)의 등장은 금융 산업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게 될까? 기존의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각 업권 내에서 제조와 판매를 동시에 수행하던 금융기관의 모습에서 거대 금융 플랫폼 사업자와 금융 제조사로 분리되는 제판 분리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 산업은 다음의 3가지의 기업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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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등장할 기업 형태는 메가 금융 플랫폼 기업(Mega Financial Platform Company)이다. 이들은 금융 데이터에다 검색, 커머스, 건강, 통신 등 이종 데이터를 결합해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모든 금융 자문을 해주는 개인 금융 자산 관리자로서 헬스장의 개인 트레이너(Personal Trainer)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이들의 가치 창출의 원천은 데이터다. 다양한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적시 적소에 개인화된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집적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퀄러티의 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로서 유입되는 고객이 늘어나면 더 많은 고객 데이터가 축적되는 선순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다. 이런 기업은 수천만의 고객에게 맞춤형 초개인화 서비스를 자동화해 제공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과 클라우드 역량을 갖춰야만 한다.

두 번째 형태는 금융 상품의 생산을 담당하는 금융 제조 전문 기업(Financial Manufacturing Specialized Company)이다. 지금까지는 한 개의 금융회사가 영업, 마케팅, 상품 개발 및 후선 업무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금융 산업의 제판 분리에 따라 은행, 카드, 증권, 보험의 각 업권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회사들이 고객과의 접점을 가진 금융 플랫폼 기업들에 상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데 신용카드의 PLCC17 가 대표적인 예다. 주요 카드 회사들이 최근 ‘배달의민족’ ‘스타벅스’ 같은 사업자에게 전용 신용카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영업, 마케팅, 브랜드는 이들 사업자가 맡고, 카드 회사는 상품 제조 및 운영을 담당하는 식이다. 카드뿐 아니라 은행과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 분야에서 이와 같은 제조 전문 기업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업들은 탁월한 언더라이팅 역량을 바탕으로 대손 비용 등 리스크 비용을 최소화하고 기존 오프라인 인프라 축소를 포함한 운영 비용 절감을 통해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 서비스에 필요한 백엔드(Back-end) 시스템을 구축해 제공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BaaS(Banking as a Service)18 기업이 등장할 것이다. 금융 서비스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전문화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새로운 콘셉트의 참신한 대출 상품을 제공하려는 핀테크 기업이라면 신용 평가, 대출 실행, 계좌 관리 등 필요한 업무 시스템 전체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바로 BaaS 기업이 이 같은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 서비스에 특화된 SaaS(Software as a Service)19 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클라우드 환경에서 원하는 금융 서비스에 맞춰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으며, 오픈 API를 통해 손쉽게 관련 핀테크 앱 등에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다. 이미 해외에는 SAP20 , Fidor21 , BBVA22 등이 이 같은 금융 시스템을 핀테크 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다. BaaS 기업은 금융에 특화된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제공해야 하므로 금융 프로세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뛰어난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거대 중개 플랫폼이 등장하고, 금융산업의 제판 분리가 가속화되고, 새로운 금융 인프라 제공자가 출현하는 금융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존 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구축한 은행이나 보험사가 설 자리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뱅크는 사라지고 뱅킹만 남을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응 방안

그렇다면 마이데이터를 통해 예고된 금융 산업의 커다란 변화 속에서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3년간 기존 국내 금융기관들도 ‘모바일 퍼스트,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디지털 조직을 신설하거나 모바일 뱅킹 앱을 개편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빅테크나 핀테크 기업에 비해 그 앞날이 결코 밝지 않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 출범한 이후, 고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은행 앱은 카카오뱅크23 였으며, 지난해 12월 본격 시행된 오픈 뱅킹 부문의 고객 쟁탈전에서도 2000만 명이 넘는 오픈 뱅킹 서비스 가입 건의 79%가 기존 은행들이 아닌 빅테크와 핀테크를 통해 이뤄지면서 79대2124 로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들의 모바일 앱이 은행권의 오픈 뱅킹 앱을 압도했다. 이번 마이데이터 시행은 금융기관들에는 3번째 도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우선, 금융기관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데이터의 다양성과 이를 다룰 수 있는 역량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마이데이터 플랫폼은 ‘금융의 모든 것을 파는(Everything Store)’ 금융의 아마존으로서 직접 금융 상품을 생산하기보다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따라서 폭넓은 데이터의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타 산업과의 데이터 제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존의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데이터도 정비해야 한다.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 결합과 활용을 시나리오로 예상해 지금의 데이터 구조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데이터 역량 확보를 위한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하고,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백엔드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마이데이터 플랫폼이 운용되기 위해서는 고객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요구 사항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의 개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데이터 활용이 용이한 퍼블릭 클라우드의 도입도 반드시 검토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금융권 ICT 조직의 퍼블릭 클라우드에 대한 보수적 관점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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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과 규제에 대한 제언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금융 산업의 구조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고객정보보호, 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위한 공정한 원칙을 수립하고,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급격한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정부가 대응해야 할 몫이다. 앞으로 전 금융권의 데이터가 개별 금융사가 아닌 단일 금융 플랫폼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고객의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며 보안 영역에서도 정책 당국의 기술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 데이터는 미래 디지털 금융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자원인 만큼 ‘데이터 상호주의’에 입각해 금융권과 비금융권의 데이터가 수집, 결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거래소 같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 산업에서 대면 채널의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기존 금융 산업 종사자 중 일부는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존 금융 종사자들이 새로운 디지털 금융 실무자가 될 수 있도록 직무의 재배치나 재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적 자원의 이동(transition)은 금융 산업 전체에서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단일 금융기관이 홀로 관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인적 자원 이동의 소프트랜딩을 도울 수 있는 인센티브나 사회 안전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장기적으로 금융 정책 당국은 금융 업권별 라이선스 단위가 아닌 산업의 밸류체인별 기능과 역할별로 규제 및 감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즉,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원칙하에서 금융 산업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의 라이선스 단위가 아니라 실제로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별로 규제의 틀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금융기관에 필요한 인재는 보수적인 금융인이 아니라 창의적인 도전자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우수한 디지털 인재가 일하고 싶은 조직문화를 갖춘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조직을 빠른 의사결정과 권한의 하부 이양이 가능한 수평적인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특히 서비스나 업무(task) 단위로 유연하게 조직과 인력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기존의 인사, 재무, 전략 등 경영 관리 기능 조직에 집중화된 권한 일부를 고객 및 디지털 관련 조직에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조직에 디지털과 관련된 직원을 배치해야 한다.

직원들은 일을 할 때 “어떤 부서를 만나 어떻게 협의하고, 어떻게 의사결정자를 설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버려야 한다. 대신 앞으로는 “무엇을 바꿔야만 고객이 더 좋아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조직문화와 더불어 기존 인력의 운영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마이데이터로 인한 금융산업의 구조 변화는 기존 금융 기업들의 내부 인력 재배치와 조정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따라서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의 관점을 새롭게 재정립하고, 직원들의 직무와 경력 관리가 디지털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재설계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 및 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금융 브랜드의 신뢰는 차별적이고 진심 어린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플랫폼상의 재무 코치(Financial Trainer)로서 고객이 소비 지출 관리를 할 수 있는 실질적 조언을 해야 한다. 또 자산 관리에 있어 실질적으로 고객의 수익률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자산을 증대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금융에 있어 고객은 서비스의 안정성만큼이나 금융을 소비하는 방식의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마찰 없는 고객 경험 설계 및 구현에 기업의 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

많은 금융 기업이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 formation)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새로운 디지털 금융 시대에는 기존 금융의 강점을 살리는 전략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빅테크들이 가진 무기를 금융기관들도 준비해야만 한다. 물론, 디지털 전환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 기업의 내부와 외부의 저항과 걸림돌도 많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이를 타개하고 금융회사를 진정한 디지털 컴퍼니로 변화시킬 과감한 혁신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이미 마이데이터는 유럽, 일본, 호주, 미국, 중국에 걸친 전 세계 규제 철학이며 금융 산업의 디지털화, 데이터화는 아마존, 페이스북, 유튜브 등 유통, 미디어, 콘텐츠 산업 등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메가(mega) 트렌드다. 1994년 아마존이 등장했을 당시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월마트를 압도하게 될 줄 누가 예상을 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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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의 미래

향후 10년 뒤 돌아보는 2020년 현재는 대한민국 금융사에 있어 가장 큰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금융 산업에 예외 없이 닥쳐온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소비자들의 행태 변화, 금융사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움직임에 이어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 플랫폼 전쟁’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개될 ‘금융 플랫폼 전쟁’에서 금융기관들은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 않다. 본질적으로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지 못한 금융권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국내 주식시장 금융주의 PBR는 평균 0.35로 글로벌 평균에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국내 4대 금융 지주의 2019년 당기순이익 총액이 11조278억 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59조827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비유하자면, 매년 11조 원 이상의 수익이 5년 정도 발생하면 약 55조 원인데 그 이후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냉엄한 평가다. 이는 기존 금융권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그만큼 극도로 낮아져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금융회사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역량, 조직, 문화, 인재를 갖춤으로써 자체적으로 데이터 기업으로의 변화와 혁신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금융기관은 반드시 출현할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금융기관은 소수 과점 체제의 마이데이터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면서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대출 성장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에 기대지 않는다. 고객에게 제공한 자산 관리 서비스와 각종 상품 조언에 따른 상품 중개 수수료 등이 주 수익원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으로 플랫폼을 강화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모든 금융 기업이 거대 금융 플랫폼이 될 수는 없다. 기존 금융사 중 일부는 이미 보유한 금융 전문성에 디지털 역량을 극대화해 경쟁력 있는 금융 제조 전문 기업이나 BaaS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선결 과제는 디지털에 적합한 문화와 인재를 갖추고 과감하게 내부 변화를 추진할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기존에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던 대면 영업 역량,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아니라 창의적인 조직문화, 애자일 조직, 디지털 인재 등과 같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은 “경쟁자의 강점을 이용해 경쟁자에 맞서라”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금융기관이 모든 것을 기존 금융 기업의 방식이 아닌 디지털 컴퍼니의 방식으로 과감하게 탈바꿈해야 할 때다.


조영서 신한DS 부사장 youngsuhcho71@gmail.com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은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재정경제원 사무관을 거쳐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와 베인앤드컴퍼니에서 17년간 금융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금융 부문 대표를 지냈다. 2017년부터 3년간 신한금융지주에서 디지털전략 본부장으로서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리드했으며, 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및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7호 부캐의 역습 2020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