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네이선 퍼 교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5가지 신화

혁신은 파괴 아닌 새 기회를 찾는 것
기술보다 내부 조직 먼저 변화시켜야

288호 (2020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연결성, 데이터 등을 활용해 새롭게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하면서 종종 저지르는 5가지 실수는 다음과 같다.

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파괴가 아니다. 기존의 핵심 역량을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더 잘 발휘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다.
2. 디지털 제품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제품과 플랫폼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3. 독자적으로 변화를 추구하지 말고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4. 디지털 기술이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5. 조직의 변화와 조직의 구성원인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정작 그 의미가 뭔지 헷갈려 하는 기업이 많다. 먼저, 컴퓨팅 연산 능력의 폭발적인 발전과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자. 현재 컴퓨터는 1969년 인간이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을 당시 컴퓨터보다 1억 배 더 빠르다. 애플워치2는 애플컴퓨터 1세대에 비해 200만 배 더 큰 메모리 저장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아이폰11, 즉 제1 세대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컴퓨터를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이 같은 컴퓨팅 연산 능력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업계마다 어떤 전략을 택하는지에 따라 변화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컴퓨터가 호주머니, 책상, 손목, 클라우드 등 어디에서 작동하는지에 따라 비즈니스 기회는 달라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연결성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 과거에 단절된 활동들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디지털상에서 연결되고 있다. 다양한 디바이스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유비쿼터스하게 연결된다.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 또한 가능하다. 센서에 의해서 생성되는 데이터, 온라인 활동 등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가 모였을 때 세부적인 그림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는 그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혁신을 실천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컴퓨팅, 소프트웨어, 연결성, 데이터 등을 활용해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하면서 자주 오해하는 내용이 있다. 다음에서 실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둘러싼 5가지 신화 혹은 실수의 실체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첫 번째 신화는 디지털 혁신을 파괴, 혼란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기업들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면 업종 불문하고 다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돼야 한다”고 답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실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대기업 두 곳의 사례를 살펴보자. 신용카드사인 마스터카드는 가맹점과 소비자 간의 지불 거래가 이뤄지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오랫동안 디지털 혁신에 고전하던 마스터카드의 CEO는 새로운 전략을 선포했다. “우리는 그동안 신용카드 지불결제시장에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같은 경쟁사와 우위를 다퉈왔다. 그런데 현재 지불 결제의 15%만이 신용카드로 이뤄지고 있다. 나머지 85%는 현금 결제다. 우리의 진짜 경쟁 상대는 비자가 아니다. 바로 현금이다.” 놀라운 전략의 변화였다. 마스터카드는 현금과 경쟁했을 때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지를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현금 결제를 가장 많이 하는 장소 중 하나가 지하철이다. 런던 시민들은 교통카드인 오이스터카드를 사고 매번 충전해서 지하철을 이용했다. 마스터카드는 런던 교통청과 협약을 맺고 신용카드 한 장으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충전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런던교통청은 오이스터카드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의 성공으로 마스터카드는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면 다른 현금 거래도 신용카드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얻게 됐다. 거래만 늘어난 게 아니다. 현금 결제가 신용카드로 대체될 때마다 새로운 데이터도 함께 생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데이터 인프라를 관리,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할 수 있다. 마스터카드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플라스틱 신용카드 실물과 별도로 디지털 ID를 만들면 각종 기관에서 호환성도 높아지고 더 편리해지지 않을까? 데이터 플랫폼을 아프리카 같은 새로운 환경에 도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마스터카드는 아프리카의 소작농과 대기업 간의 직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마스터카드는 기존의 비즈니스를 파괴하지 않았다. 단지 새로운 더 많은 기회를 발굴했을 뿐이다. 디지털 세계는 이처럼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두 번째 디지털 혁신 사례는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Aeroflot)이다. 2009년 이전의 아에로플로트는 국영 항공사로 관료주의적인 경영 때문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익성이 낮았다. ‘절대 타서는 안 될 항공사 1위’로 꼽힐 정도로 평판도 최악이었다. 2주 치 현금흐름밖에 남지 않아 파산 직전의 위기에 처했을 때 CEO 비탈리 사벨리예프(Vitaly Saveliev)가 취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했다. 그는 IT 업계 출신으로 항공 산업에서 일한 경력이 전혀 없었다. 부임하자마자 그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유니폼을 바꾼 것이었다. 그리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업무별로 개별적으로 작동하던 176개의 서로 다른 시스템을 3개의 메인 시스템으로 정리했다. 또 파일럿과 스튜어디스가 종이 문서에 수기로 하던 소통 방식을 태블릿으로 바꿨다. 콜센터에 자동응답 기능을 도입해 서비스를 개선했다. 데이터 기반의 업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게시판에 공유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아에로플로트는 세계적인 항공사로 재탄생했다. 파산 직전까지 갔던 회사의 연순익은 300억 루블까지 올랐다. 비탈리 CEO는 “이 모든 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에어로플로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했지만 고객을 운송하는 본업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본업을 훨씬 잘하는 데 집중했다.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발명하지도 않았다. 단지 다른 업계에서 하고 있던 방식을 벤치마킹했을 뿐이다.



많은 대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무조건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새로운 부서를 만들고, 새로운 사람, 특히 화려한 신발을 신고 문신을 한 히피 같은 멋진 사람을 고용하는 게 디지털 변화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기존 핵심 역량 부서에 있던 직원들로 하여금 “우리는 후진 사람인가? 우리는 조금 뒤처진 사람인가” 하는 열등감을 느끼게 만든다. 기존 부서와 디지털 부서 직원들 간에 멘탈에 차이가 있다는 고정관념은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물론 회사는 새로운 멋진 사람을 필요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기존 직원들을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들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들의 역량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그러려면 디지털 툴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아에로플로트 사례처럼 디지털 툴을 활용해 핵심 역량을 개선하거나 마스터카드처럼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야심 찬 비전도 중요하지만 당장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착수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에 종이 문서로 보고하던 제약회사라면 문서를 디지털 제출로 자동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겠다. 오프라인 소매 회사라면 어떻게 온라인 판매 채널을 추가할지 고민할 수 있다. 통신업체라면 소비자가 오프라인으로 구입하던 심 카드를 전자식 혹은 항공기에 내릴 때 받는 식으로 바꿀 수 있다. 여러분 기업이 고객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첫 번째 변화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한 번에 디지털 열반에 이르려고 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가자는 얘기다. 이 첫 단계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치를 확인하면 구성원들은 더 큰 변화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두 번째 신화는 반드시 디지털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상품 중심에서 상품과 플랫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플랫폼은 사용자 A와 사용자 B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스냅챗이 소비자 기반의 플랫폼이라면 GE프리딕스는 B2B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중요하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플랫폼에 더 많은 사람이 와서 활동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네트워크는 승자가 모든 혜택을 누리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 세계 100대 기업 중에서 60개 회사가 수익 대부분을 플랫폼을 통해서 올리고 있다. 이제 어떤 기업이든 전략을 짤 때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상품과 플랫폼은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상품 비즈니스는 상품을 만들고 팔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는 상호작용을 중개한다. 예컨대, 호텔은 회의실, 객실을 판매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객실과 사용자를 연결만 한다. 상품 비즈니스에는 서플라이 체인이 있다. 호텔 지하에 가보면 비품실이 있고 세탁실도 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방을 청소, 세탁할 필요가 없다. 신라호텔은 스스로 가치를 창출한다. 즉, 훌륭한 호텔 객실 경험, 회의 경험을 제공했을 때 돈을 번다. 하지만 플랫폼은 다른 사람이 만드는 가치로 돈을 번다. 에어비앤비는 누군가 파리에 멋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아파트를 리모델링해서 손님에게 와인을 증정하면서 맞이했기 때문에, 누군가 가치를 만들었기 때문에 돈을 번다. 상품 비즈니스는 자산을 불려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하지만 플랫폼은 거래 수수료로 돈을 벌기 때문에 자산을 확장시킬 필요가 없다. 호텔은 확장하려면 부동산을 사야 하고 리모델링도 해야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그럴 필요 없이 단지 연결만 하면 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려면 상품뿐 아니라 플랫폼에서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세 번째 신화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로 연결, 거래,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장벽이 없어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플랫폼을 만들기 쉬워졌고, 이전에는 분리돼 있던 활동이 서로 연결되기 쉬워졌다. 물건과 사람, 심지어 산업들도 서로 연결되고 있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온 비즈니스들이 생태계 안에서 서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한다면 어떤 파트너와 함께 일할지, 어떤 생태계에 들어가야 할지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여러분이 반드시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파트너, 스타트업과 함께 일해도 된다. 지식, 상품을 빌려도 된다. 생태계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디지털 도약에 성공한 회사들은 대부분 협업적 생태계 안에서 복수의 파트너십을 맺고 움직였다.

예컨대, 삼성의 비전 중 하나는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몸이 알려주는 생체 데이터를 전부 체크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들면 어떨까? 삼성이라면 스마트하고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리스크도 크다. 삼성은 식품회사 네슬레와 손을 잡았다. 또 20개가량의 스타트업과 대학 산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알고리즘 전문가와도 협업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자기 회사뿐 아니라 기존의 익숙한 파트너, 더 나아가 낯선 파트너와의 협력까지도 고민하라는 것이다. 파트너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새로운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여러분의 새로운 도약을 도와줄 수 있다. 여러분만이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를 획득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생태계 안에서 여러 파트너와 함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대기업이 네 번째로 자주 범하는 실수는 바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간과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거래와 상호작용의 장벽, 즉 비용을 줄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전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타난다. 그에 따라 비즈니스 활동이 바뀔 수 있다. 예컨대, 활동의 층위를 제거하거나, 중개자를 제거할 수도 있다. 판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구독, 서비스, 프리미엄(freemium, 본서비스는 무료로 하고 프리미엄 서비스에만 돈을 받는 가격 차별 정책) 모델로 바꿀 수 있다. 실물 중심에서 실물과 디지털을 모두 아우르는 모델로 이동하는 것이다. 테니스 라켓에 칩을 넣어서 공의 세기와 맞은 위치, 스핀 등을 다 기록할 수 있다고 치자. 이 테니스 라켓은 더 이상 일반적인 라켓 상품이라고 분류할 수 없다. 테니스 라켓과 데이터, 더 나아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서비스까지 의미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shift)이다.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이 대세다. 예컨대, 상품뿐 아니라 데이터도 판매한다. B2B 기업 상당수가 디지털 세계에서 B2C가 된다. 상품 중심에서 상품과 플랫폼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의 선택지는 무한하게 확대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한 3가지 사례를 소개하겠다. 첫 번째 사례는 고객 니즈를 중심으로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은행인 DNB는 부동산 대출 전용 앱을 만들었다. 이 앱은 철저하게 회사가 아닌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토요일 날 아침에 일어나 소파에 앉아 오늘은 뭘 할까? 오늘은 부동산 담보 대출을 알아봐야겠다고 마음먹지 않는다. 새로운 아파트가 어디에 있는지 직접 보러 다닌다. 직접 집을 보고 햇볕은 잘 드는지, 그 주변 학군은 괜찮은지 등의 내용을 탐색한다. 그다음에 정말 원하는, 꼭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꿈의 아파트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 어서 빨리 대출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은행에 간다. 그런데 은행에 가면 수 주일을 기다려야 승인이 날 것 같다는 대답을 듣는다. 그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대출을 받는다면 이 아파트를 놓칠지 모른다. 답답한 노릇이다. DNB는 이런 부동산 대출자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은행 앱을 통해 직접 아파트에 조명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학군 정보는 어떤지 정보를 알려주고 필요하다면 사전 대출 승인을 2분 내에 받아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고객의 니즈에 따라서 거래 경험을 새롭게 설계한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 복제해서는 안 되며, 그것을 어떻게 몇 배 더 키우고 확대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덴마크의 슈퍼마켓 체인 COOP이 앱을 통해 고객 개인별로 맞춤형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만일 앱을 통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할인율을 제공했다면 과거에 뿌리던 종이 전단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앱은 고객의 결제 내역과 데이터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서로 다른 할인율을 제공했다. 만일 얼마 전에 출산한 A 씨에게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A 씨의 충성도는 어마어마하게 높아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미 하던 관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다. 디지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 번째 사례는 데이터가 가치 창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유럽의 대형 통신사인 텔레포니카는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데이터를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활용할 수가 없게 되자 그것을 익명화해서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예컨대, 어디에 매장을 출점하는 게 유리한지, 사람들이 평소 어디를 여행하고 출장 가는지를 파악하는 식이다. 데이터를 가치 창출의 나침반으로 활용한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은 어마어마하게 확대됐다. 우버는 천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30년 전에도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은 가능했다. 전화로 운전자와 탑승자를 각각 섭외하고 연결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사람이 GPS가 탑재된 컴퓨터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가 왔다. 위치 정보가 활용 가능한 정보가 된 것이다. 우버는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지 빠르게 캐치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우리는 디지털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놓을지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자주 범할 수 있는 실수는 사람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사람을 기술 문제로 치환해서는 안 된다. 사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예컨대, 새로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하는데 누구를 책임자로 앉혀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치자.  3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 윌리엄은 회사에서 근속연수가 긴 내부자이지만 디지털은 잘 모른다. 두 번째, 세라는 디지털 전문성이 뛰어나며 아마존에서 10년간 일했다. 세 번째, 톰은 스마트한 컨설턴트이자 제너럴리스트이다. 이 세 사람 중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누가 이끄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대부분은 디지털 전문가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기업에서 디지털 전문가가 책임자가 되면 망한다. 이 사람들은 디지털은 잘 알지만 조직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근사한 비전을 제시해도 회사 구성원들이 잘 따르지 않는다. 구성원들은 협력하기보다 방어적으로 대응한다. 리더가 구성원들로부터 고립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실패한다.

내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기술을 잘 모르는 내부자가 리더가 됐을 때 성공을 거두는 회사가 많았다. 왜 그럴까? 회사의 내부자는 겸손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있었다. 또 훌륭한 디지털 인재들을 고용해서 잘 이끌었다. 내부자는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고 문제가 생기면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지도 잘 알기 때문에 변화 관리에 능숙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리더가 될 수 있다. 팀이 잘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기술에 관한 지식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왜냐면 기술에 대한 지식은 새로운 사람을 고용해 해결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소용없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스토리의 힘이 필요하다. 스토리의 힘을 보여주는 재밌는 실험이 있다. 하버드대의 엘렌 랭거(Ellen Langer)는 8명의 70∼80대 노인을 대상으로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일주일을 보내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외딴 산골에 집을 20년 전처럼 꾸며놓고
20년 전의 영화를 보고, 20년 전의 이슈에 대해 토론하도록 했다.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모든 시나리오를 꾸민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젊어진 것 같다고 얘기했고 행동이나 손동작이 훨씬 민첩해졌다. 시력도 좋아졌다. 지팡이를 짚고 왔던 노인들이 지팡이를 버리고 축구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는 기술 변화만큼이나 조직의 변화가 중요한다. 조직 변화와 관련한 더 큰 스토리, 여러분이 왜 이 같은 변화를 추구하는지에 대한 스토리, 그 주인공인 사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러분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대세에서 뒤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고 꾸준히 학습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있다면 누구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