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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맥락을 찾는 힘

김현진 | 287호 (2019년 12월 Issue 2)
이노우에 다쓰히코(井上達彦)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케이스 스터디의 매력을 소개한 책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에서 케이스 스터디의 가장 큰 저력은 ‘맥락’을 찾는 데 있다고 주장합니다.빅데이터 시대의 인재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정보의 맥락을 읽어낼 수있는 사람’인데 쏟아지는 정보들 사이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사례를 선별하고 맥락과 인과 관계를 이끌어내는 분석력을 키우는데 케이스 스터디만 한 교재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DBR은 케이스 스터디의 위력을 잘 알기에 매년 내년도 사업 계획을 점검해야 할 시기인 연말에 맞춰 생각할 거리를 주는 비즈니스 케이스를 엄선해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해왔습니다. 최종 선택된 9개 기업 케이스는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개별적인 사례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가치와 교훈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성과를 냈던 기업들은 어김없이 고객, 그리고 시장에서 솔루션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시장의 룰’의 변화를 발 빠르게 포착하고 대응한 덕에 바뀐 시장 질서의 표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테라+참이슬)’라는 새로운 소맥 폭탄주 조합을 탄생시키며 한국 주류 문화의 주류로 떠오른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근무시간 단축, 워라밸 중시 등 사회적 변화와 함께 ‘홈술(집에서 먹는 술)’ 인구가 늘어나는 점을 포착했습니다. 이에 맞춰 사람들이 집에서 먹기 위해 주류를 구입하는 장소인 핵심 소매 채널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여기에 타깃이 된 것이 ‘맥주의 격전지’로 불리는 편의점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인기 있는 패키지의 제품을 집중 공급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매 접점을 늘리는 등 ‘소주와 달리 맥주는 집에서 마시는 걸 선호한다’는 최신 소비자 데이터를 제품 유통 전략에 발 빠르게 접목하려 애썼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브랜드 ‘팰리세이드’는 30대와 40대 초반 ‘밀레니얼 대디’라는 타깃에 돋보기를 들이댔습니다. 비싼 집을 못 사는 대신 차에 투자하고, 쉬는 날 차를 몰고 아이들과 함께 놀러 가는 것이 중요한 일과인 이들은 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가족의 케렌시아(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영역)가 되길 원했습니다. 이에 현대차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는 대형 SUV로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올해의 케이스들을 관통하는 교훈 두 번째는 급변하는 시장에서도 기업의 핵심 가치(core value)가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객관적인 실적 지표상 우리나라 모든 프로스포츠 리그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스포츠팀이라 할 만한 두산베어스는 열정과 끈기라는 덕목을 바탕으로 한 ‘그릿(Grit)’이 팀 운영 체제에 스며들며 ‘조직 그릿(Organizational Grit)’이란 아이덴티티를 형성한 것이 ‘성공 DNA’를 탑재하게 된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반면 공유 오피스 시장을 통해 ‘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던 위워크는 사실상 그저 부동산 사업 모델이 아니냐는 평가 속에 핵심 가치가 흔들리면서 ‘최악의 스타트업 실패 사례’라는 혹평까지 받고 있습니다.

케이스들을 관통하는 세 번째 가치는 소셜미디어 시대, 단 한 번의 실수도 기업을 휘청이게 할 수 있기에 더욱 중요해진 신뢰성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인기를 얻은 여성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는 고객 불만에 대한 초기 대응에 실패한 탓에 똑똑한 소비자들의 사회적 활동(스마트 컨슈머 액티비스트)을 가동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번 호를 통해 소개하는 9개의 케이스 안에는 이 밖에도 우리 조직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맥락’들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행복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영계의 숙명을 이해한다면 성공 사례 속에 리스크는 없는지, 어려움을 겪는 사례 속에 희망은 없는지 교차로 상상해보는 학습 기회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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