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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자사주 취득, 주가관리에 매력적이지만...과연 최선일까?

최종학 | 240호 (2018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늘고 있다. 기업들이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이유는 자사주 취득이 주가 관리, 주주에 대한 부의 환원,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 임직원 보상, 지주사 전환 활용 등 다양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 취득은 시장에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신호로 작용해 주주들이 환영한다. 또 회사의 현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대주주의 지분율을 돈을 들이지 않고 올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최근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늘고 있다. 덩달아 취득 금액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기업 전체로 보면 2016년 동안 자사주 취득액은 약 10조 원에 달한다. 이는 2015년 전체 취득액 약 6조 원을 월등히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6년 약 7조 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2017년에도 9조 원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삼성전자는 2016년 배당으로 4조 원을 지급했는데 2017년에는 4조8000억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그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과 관련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2015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둘러싼 견해차로 삼성그룹과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대결은 삼성 측의 승리로 끝났지만 엘리엇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에 주주제안을 보내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리, 분할 후 사업회사의 미국 증시 상장, 30조 원의 특별 배당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런 제안에 대해 삼성그룹은 “엘리엇의 제안 중 지배구조 관련 이슈들은 장기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주주들에게 부를 환원하는 측면에서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잉여현금흐름의 총 50%를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발표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의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주들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1

그렇다면 왜 자사주 취득을 주주들이 적극 환영하는지, 또한 왜 일부 시민단체의 비난처럼 자사주 취득이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에 활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자사주 취득의 목적은 크게 (1) 주가 관리 (2) 주주에 대한 부의 환원(주주에게 회사가 벌어들인 부를 돌려주는 행위라는 의미) (3)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 등이다. 이 외에도 드물기는 하지만 (4) 임직원에 대한 주식보상을 지급하기 위해서 (5)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의 활용을 위해서 자사주를 취득하기도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이 자사주 취득 시 발표한 취득 사유 중 (1)의 경우가 약 80%를 차지한다. 그리고 (2)의 목적이 약 7% 정도, (4)의 목적이 약 5% 정도다.2  (5)의 경우는 워낙 드물어서 통계치로 잡히지 않겠지만 (3)의 목적을 이유로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발표한 경우가 전혀 없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아무도 (3)의 목적을 이유로 들지 않더라도 (3) 때문에 자사주를 취득하는 기업들도 상당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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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관리를 위한 자사주 취득과 주주 환원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사주 취득의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가 관리’다. 자사주를 취득하면 왜 주가 관리를 할 수 있을까. 자사주를 취득하면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첫째, 주당순이익(earnings per share·EPS)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사주 취득의 신호효과(signaling effect) 때문이다.3

첫째, EPS 상승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EPS는 당기순이익을 유통 주식 수로 나눠서 계산한다. 그런데 유통 주식 수는 발행 주식 수에서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차감해서 계산한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투표권이나 배당권이 없다. 즉 자사주는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주식이다. 유통 주식 수는 주주총회에 참여해서 투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배당도 받을 수 있는 주식의 숫자만을 의미하므로 유통 주식 수를 계산할 때 자사주의 숫자는 빠지게 된다. 따라서 자사주를 회사에서 취득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게 돼 EPS가 증가한다.

그렇다면 왜 주가가 상승할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손쉬우면서도 널리 사용되는 비율이 주가이익비율(price-earnings ratio·PER)이다. 이 비율은 주가를 EPS로 나눠서 계산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대략 이 비율이 10∼12배 정도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평균적으로 이 비율이 10배라는 말의 의미는, 만약 이 기업의 EPS가 1000원이라면 주가가 그 10배인 1만 원쯤 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자사주를 취득하면 EPS가 증가하므로 PER이 하락하게 된다. PER이 하락한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의미이므로 주가가 오른다. 이런 이유에서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즉 주가관리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산에는 중요한 함정이 하나 있다. 회사가 투자할 수 있는 투자기회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자본비용보다 낮다는 가정이다. 만약 회사가 자사주 취득을 하지 않고 그 돈을 활용해 새로운 투자를 집행해서 자본비용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그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배당을 지급하는 것보다 새로운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주가를 더 높이는 방법이다. 따라서 주주들이 배당을 지급하거나 자사주 매입을 선호한다는 주장은 꼭 옳다고 볼 수 없다.4  기업이 투자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장기간 기다리지 않는 단기 투자자들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선호할 뿐이다. 그런데 이 단기 투자자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단기 투자자가 아닌 다른 주주들도 배당이나 자사주 취득이 무조건 더 좋은 것이라고 오해를 하는 경향이 많다.

둘째, 자사주 취득의 신호효과란 무슨 의미일까?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는 대부분 회사의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될 때다.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면 주식을 매입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회사의 경영진은 외부의 주주들보다 회사의 가치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를 외부에 전달하는 셈이다. 이런 신호를 보고 외부 투자자들이 신호에 반응해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 보면 회사가 어떤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느냐에 관계없이 자사주 취득의 결과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때 주식을 회사에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주가가 상승하므로 부가 증가하게 된다. 즉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사용해서 자사주를 취득하면 주주들의 부가 상승하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주주들에게 회사가 번 현금을 돌려주는(=환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1)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면 자동적으로 (2)의 목적도 달성되는 셈이다.5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자사주 취득

그렇다면 (3)의 내용, 즉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권이 왜 강화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란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율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지분율이 상승하면 외부에서 경영권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주주의 지배권이 강화된다고 표현한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다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매년 많은 기업이 적대적인 세력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대주주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이용해서 주식시장에서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손쉽게 지분비율을 높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한 대주주가 거의 없다. 대주주가 보유한 자산의 대부분이 해당 기업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사가 열심히 사업을 벌여서 이익을 기록하고, 그 이익 중 상당 부분을 배당하면 된다. 대주주가 배당을 받은 현금으로 주식을 매수하면 되는 것이다.

이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기업의 자사주 취득이다. 배당을 지급하면 이 배당을 받은 대주주는 우선 배당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한다. 대주주의 경우 소득이 많을 것이며, 소득이 많으면 소득세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등의 준조세도 증가한다. 따라서 대략 소득의 40∼50%쯤을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배당으로 받은 금액의 50% 정도밖에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다. 그런데 배당을 지급하지 않고, 그 돈으로 회사가 직접 자사주를 취득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다른 자산(자사주)을 취득하는 것이므로(즉 자산의 교환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대상이 아니다.6  자사주 취득의 결과로 주주들의 부가 증가하지만 그 증가한 부는 주식을 처분하기 전까지 이익으로 실현되지 않으므로 주주들도 당분간은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나중에 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한다면 그때 가서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올린 자본 이득 전체(주가상승분)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내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업이 자사주 취득을 하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게 되고, 배당을 받은 대주주가 세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주식을 취득했을 때보다 세금을 내지 않은 만큼 대주주의 지분율이 더 커지게 된다. 왜 대주주의 지분율이 변할까. 자사주 취득 결과로 유통 주식 수가 줄기 때문이다. 지분율이란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인 유통 주식 중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느냐를 말한다.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숫자가 변하지 않더라도 자사주 취득의 결과로 유통 주식 숫자가 감소했다면 대주주의 지분비율이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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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취득은 비용 지출과 다르다

일부에서는 ‘왜 대주주 개인의 지분율을 올리기 위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사용하냐’며 자사주 취득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자사주 취득을 일반적인 비용 지출과 혼동한 것이다. 일반적인 비용 지출이란 돈을 써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회사가 보유한 돈을 광고선전비로 사용하거나, 사회단체에 기부하거나, 특별 보너스로 나눠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회사 외부로 지출된 현금을 회수할 수 없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은 비용 지출이 아니다.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것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을 다른 형태의 자산인 주식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환의 대가로 주식을 보유하게 되고, 이 주식은 나중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재고자산을 매입하거나 건물을 매입한다면, 이 매입에 사용된 돈은 단지 비용으로 지출돼 소멸된 것이 아니라 다른 자산의 형태로 바뀌어 회사 내에 남아 있게 된다. 이들 재고자산이나 건물은 나중에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거나 기타 경영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사용될 것이다.

자사주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주가 관리나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가정하자.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것은 현재 회사가 현금 사정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회사가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각해서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자사주 매입 시점보다 주가가 상승했다면 자사주 매각을 통해 자본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7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해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면 주주총회에 참여해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자사주가 외부로 팔려 나가면 투표권(배당권도)이 다시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를 매입한 우호세력이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투표권을 행사하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8

이처럼 대주주 개인을 위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써버린다는 비난은 잘못된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주주 개인을 위해 회사가 자사주 매입이라는 활동을 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소모한다는 것은 충분히 비난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기업은 대주주 1인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주주 모두를 위한 조직이며, 따라서 기업은 주주들 모두를 위한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대주주만 지분비율이 증가해서 경영권이 강화되는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다. 주가가 상승하고 다른 주주들의 지분비율도 동시에 올라가므로 다른 주주들도 대주주와 똑같은 혜택을 보게 된다. 따라서 대주주만을 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쨌든 그 과정에서 대주주가 혜택을 보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자사주 취득을 늘린다고 발표하자 일부 시민단체에서 대주주를 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사주 취득을 막을 수는 없으며 자사주 취득을 통해 대주주는 혜택을 보지 못하도록 하고 다른 주주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방법도 없다. 모든 주주들은 동등하므로 동등한 혜택을 받는 것뿐이다.

주식보상을 위한 자사주 취득

이런 내용들을 보면 기업들은 (3)의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굳이 (3)의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밝히지는 않는다. (1)과 (2)의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발표할 뿐이다. 물론 삼성전자도 (2)의 목적을 언급하면서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발표했다. (3)의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명백하게 밝혀서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굳이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1)과 (2)를 목적으로 자사주 취득을 한다고 발표한 기업의 경우라도 해당 기업에 대한 대주주의 지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면 (3)의 목적도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4)의 주식보상을 위한 자사주 취득에 대해 알아보자. 기업은 직원들에게 성과보상의 일부로 자사주를 매입해서 지급하기도 한다. 자사주 지급은 단기 성과급 지급이나 스톡옵션 지급보다 더 바람직한 형태의 성과보상 방안이다. 단기 성과급 지급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보다는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고 이를 보상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톡옵션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스톡옵션의 가치는 주가에 따라 달라지므로 스톡옵션을 지급하면 상대적으로 단기 성과급의 대상이 되는 한두 분기나 1년 정도가 아니라 수년의 기간 동안 주가를 향상시키기 위해 직원이 노력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톡옵션도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를 유도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해서 실패한다고 해도 스톡옵션 보유자가 얻게 되는 피해는 크지 않다. 스톡옵션 부여 시점의 스톡옵션의 가치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가 실패해 기업의 성과가 하락하고, 그 결과 주가가 하락한다면 스톡옵션의 가치는 0이 될 것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얻는 것도 없지만 잃는 것도 없는 셈이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자가 성공한다면 주가가 크게 오르게 되고, 그 결과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 이 경우 스톡옵션의 가치 상승분은 엄청날 것이다. 이런 성공과 실패에 따른 보상이나 손해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받은 경영자는 투자의 실패 가능성에 대한 큰 고민 없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9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스톡옵션이 아니라 주식을 지급하는 것이다. 직원이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투자가 실패할 경우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볼 것이고, 투자가 성공하면 주가가 상승해 이익을 보게 된다. 즉 이득과 손실이 투자의 성과에 따라 균형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투자를 집행할 때 좀 더 균형적인 측면에서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의 활용

마지막으로 앞의 사례들에 비해 훨씬 드물게 발생하는 (5)의 경우를 살펴보자. 지주사 전환 시 자사주를 활용한 예는 SK그룹이 최초다. SK㈜는 2007년 사업 부문인 SK에너지를 별도의 회사로 분할했다. 전문 용어로 설명하면 인적분할을 통해 두 회사로 나눈 것이다.10  그 후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활용해서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동안 지주사 전환을 마칠 수 있었다. 즉 SK에너지를 SK㈜의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다. 그 결과 지주사인 SK㈜와 그 지주사의 자회사인 SK에너지로 연결되는 지배구조가 확립된 것이다. 설명의 편의상 지주사 전환 전에 존재하던 SK㈜를 ‘구SK’, 분할을 통해 탄생한 동일한 이름의 지주사를 ‘신SK’라고 부르겠다.

분할에 앞서 구SK는 2006년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다. 2005년 말까지 자사주 비중은 1% 미만이었는데 약 1년 반 동안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주식을 열심히 매수해서 2007년 7월 분할 직전에는 자사주 보유 비중이 약 18%까지 증가한다. 그리고 회사의 분할이 이뤄져서 구SK는 신SK와 SK에너지의 두 회사로 나뉜다. 이때 구SK의 주식을 보유했던 주주들은 과거의 지분율과 똑같은 비율에 따라 새로 탄생한 신SK와 SK에너지의 지분을 나눠 받게 된다. 즉 구SK의 주주들이 신SK와 SK에너지의 주주가 되는 것이다. 분할 결과 주주들의 부는 전혀 변하지 않으며 주주들이 두 회사에 가지고 있는 지분율도 분할 이전과 비교할 때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홍길동 씨가 분할 이전 구SK의 지분을 3% 보유하고 있었다면 분할 이후 신SK와 SK에너지의 지분을 똑같이 3% 보유하게 된다.

그런데 기존 구SK의 주주들 중에는 구SK 자신도 포함된다. 자사주를 구SK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회사를 분할할 때 이 자사주는 모두 장차 지주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신SK에 배정된다. 그리고 분할의 결과 신SK는 자신의 주식 18%와 SK에너지의 주식 18%를 보유하게 된다. 우리나라 법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주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비상장사라면 50%, 상장사라면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률로서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강력한 규제다. 신SK가 SK에너지의 지분 18%를 이미 보유하고 있으므로, 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SK에너지의 지분을 12%만 추가적으로 취득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준비 없이 분할부터 한 후 SK에너지의 주식을 나중에 취득하려고 했다면 막대한 주식을 시장에서 매수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주가가 폭등해서 필요한 만큼 주식을 매수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매수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다.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신SK는 SK에너지의 주식을 공개 매수했다. 매수의 대가로 신SK의 주식을 새로 발행해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런 방법을 전문용어로 주식교환이라고 한다. 이 공개매수에 신SK의 모회사인 SK C&C가 적극 응해 보유하고 있던 SK에너지 주식을 신SK에 주고 그 대신 신SK의 주식을 받는다. 그 결과 신SK는 SK에너지의 주식 중 31%를 보유하게 돼 지주회사 관련 법률에 규정된 30% 기준을 넘기게 됐다. 즉 공개매수와 주식교환의 결과 추가적인 주식을 시장에서 취득할 필요가 없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면 분할 이전 자사주를 18% 취득한 것이 ‘이 정도 주식을 사전에 취득한 경우 분할 후 공개매수와 주식교환이 일어나면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계산하에서 이뤄진 행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결과

위에서 설명한 주식 교환의 결과 SKC&C의 신SK에 대한 지분율은 11.16%에서 25.42%로 증가했다. SK C&C는 추가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신SK의 주식을 매수해서 지분율을 31%로 늘린다. 그 결과 신SK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지주회사인 SK C&C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 구조는 약간 이상하다. 최태원 회장이 약 33%의 지분율로 SK C&C를 지배하는데 SK C&C는 신SK를 지배하고, 신SK가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주회사가 두 개 있다고 해서 ‘옥상옥 구조’라고 불렀다. 이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SK그룹은 2015년 들어 SK C&C와 신SK를 합병한다. 합병해서 신설된 회사 이름은 SK㈜다. 다시 새롭게 탄생한 SK㈜의 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이며 그의 지분율은 합병 때문에 23%로 줄어든다. 그러나 다른 친족들이 약 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31%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지주사 전환 결과 상당히 안정된 경영권을 보유하게 됐다.

최 회장에게는 과거 2003년 구SK의 지분 15%를 취득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공격했던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영과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때는 최 회장과 일가의 지분율이 소버린자산운용보다 낮았다. 참여연대를 비롯해서 당시 활발히 활동하던 국내 시민단체들이나 집권당도 소버린자산운용 편을 들었다. 그러나 애국심에 호소한 결과 소액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표를 받아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간신히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 소버린자산운용은 이후 주식을 매각해서 큰돈을 벌고 철수했다.11  그 경험이 보약이 돼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사에 대한 대주주의 지분비율을 높여서 경영권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자사주의 취득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거의 주가 관리 목적으로만 자사주 취득이 이뤄졌는데 최근 들어 주주 환원이나 경영권 관련 목적으로의 자사주 취득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를 보면 자사주 취득의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자사주 취득의 이유와 효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기업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사주 취득과 배당 지급의 차이점

자사주 취득과 배당 지급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의 숫자나 배당금 지급액이 급감하는 반면, 반대로 자사주 취득 기업이나 취득금액이 배당금을 능가할 정도로 많아지면서 이런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자사주 취득액이 배당금 지급액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자사주 취득액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미국과 동일하다. 어쨌든 미국에서조차 배당금 지급 기업 숫자와 배당금 지급액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일부 인사나 단체들이 배당을 많이 지급하는 것을 ‘선진경영’이라고 부르는 것이 꼭 옳은 주장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12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좋은 투자기회가 있다면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배당을 지급하거나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보다 주가를 더 상승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주주들이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자사주 취득과 배당 지급의 공통점은 주가를 높일 수 있고 주주 환원 방법이라는 점이다. 둘의 차이점은 융통성이다. 배당 지급액은 쉽게 변경하기 힘들다. 배당을 한번 올린 후 다음 연도에 기업의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올렸던 배당을 내린다면 큰 반발이 생기고 주가가 폭락한다. 배당의 변화가 자사주 취득보다 더 큰 신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배당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이 단기간 상승한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정도 수준의 높은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이 신호에 반응해 주가가 크게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사주 취득도 회사의 상황에 대한 소식을 외부에 알리는 신호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그 신호의 효과는 배당 지급이 자사주 매입보다 더 크다. 자사주 취득은 일시적인 행동으로서 금년에 취득한 금액만큼 내년도에 또 취득한다는 보장이 없다. 즉 자사주 취득은 금년도에만 해당되는 융통성 있는 의사결정이다. 그러나 연도별로 쉽게 변하지 않는 배당을 증감시킨다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그만큼의 금액을 계속해서 지급하겠다는 것이므로 더 큰 신호가 되는 것이다.13

최근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변동성이 심해졌으므로 기업들이 선뜻 배당을 증가시키는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금년도에 이익을 많이 기록했다고 해도 내년도에 그 정도 이익을 계속 벌어들일 것이라고 자신하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배당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자사주 취득을 이용해서 (1)과 (2)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나중에 현금이 필요한 경우 매각해 현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경영권 분쟁 시에 우호세력에 매각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도 자사주 취득이 최근 선호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본질적인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자사주 취득기업 숫자가 많이 증가했다. 즉 주가 관리에 신경을 쓰는 기업들이 과거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물론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준 주주들에게 신경을 쓰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사주 취득이나 배당의 지급 같은 부차적인 일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가를 높이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기업의 본질적인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고, 신기술이나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거나 교육 훈련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키는 활동 등이 더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활동의 효과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그러니 이런 활동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3년이나 5년쯤 기다려줄 수 있는 장기 투자자들은 이런 활동을 선호하겠지만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단기 투자자들이다. 큰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자신의 임기 동안에 성과를 내기를 원하므로 매우 근시안적으로 행동한다. 이들이 경영진을 압박하는 강도가 최근 더 세지고, 자신의 임기 내에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경영진도 점점 더 단기적으로 행동하는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주식 가격에 연동된 성과보상(스톡옵션이나 주식의 지급)이 늘어나는 추세도 임기 안에 주가를 올려야 한다는 경영자의 행동을 더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꾸준히 취득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겠다고 2017년 초 발표했다. 그 규모가 발행 주식 수로 따지면 13%, 금액으로는 무려 40조 원이 넘는다. 그 결과 2017년 동안 삼성전자의 주가는 엄청나게 올랐다. 그렇지만 필자는 자사주의 취득과 소각이 과연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었는지 궁금하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 자금 중의 일부를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인수합병(M&A)이나 유능한 인재 초빙, 또는 인재에 대한 보상 등에 쓴다면 삼성전자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제까지 수행한 인수합병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이 2016년 인수한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Harman)이다. 이 인수에 약 9조4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는 자사주 소각 금액 40조 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런 모습을 보면 삼성전자 경영진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경영하고, 주주들도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만약 삼성이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그동안 배당을 많이 주거나 자사주를 많이 취득해서 주가를 상승시켰냐 여부에 관계없이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할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기업의 본질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마흔, 감성의 눈을 떠라』가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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