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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업 생존전략

보랏빛 신시장, ‘퍼플 오션’ 개척하라

이상헌 | 27호 (2009년 2월 Issue 2)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창업 환경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최근에는 불황까지 겹쳤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반영해 차별화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시절에 창업한 사람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알게 모르게 사업에 성공했다. 불황으로 모두가 움츠리고 있을 때 과감하게 사업에 뛰어든 이들은 권리금과 보증금, 임대료를 적게 내면서 성공의 기반을 다졌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인 시기였지만 탁월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에겐 더없이 유리한 환경이었던 것이다. 경기가 안 좋다고 해도 모든 업종이 다 어려운 것은 아니며, 틈새 업종이 반사이익을 얻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과 불황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전략으로 성공한 소규모 업체들의 사례와 그 비결을 소개한다.
 
소규모 업체 생존 위한 5가지 전략
①적극적인 홍보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판촉이나 홍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투자에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경기가 저점일 때 홍보를 강화해야 다가올 호황기에 동종업계에서 선두업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던킨도너츠는 1월 한 달 동안 던킨 오리지널커피를 5년 전 가격인 1900원에 판매했다. 최근 주요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 가격을 최대 17% 인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던킨도너츠는 지난해 6월 오리지널커피 가격을 2200원으로 인상했지만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던킨 커피와 함께 떠나는 추억여행’이라는 이벤트를 펼치며 할인 판매에 나선 것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겨냥한 ‘이제 별도 콩도 잊어라’라는 도발적인 광고카피로 자사 커피를 알리고 있다. 특히 맥도날드 커피 가격이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2000원이면서도 맛은 뒤지지 않는다는 광고 콘셉트로 실속형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②공동 마케팅 전술 공동 마케팅은 업종과 경기 상황을 막론하고 언제나 유용한 전술이다. 공동 마케팅은 고객의 호환이 가능한 업종끼리 구매 고객을 공유하는 마케팅을 가리킨다. 기업은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고 고객은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윈윈 전술이다.
 
더페이스샵은 전국 주요 상권에 위치한 90여 개 매장에서 한국코카콜라의 건강음료인 ‘미닛메이드 스타일워터’를 공짜로 나눠 주었다. 두 회사 모두 웰빙을 내세우며 20, 30대 여성을 주요 타깃층으로 잡고 있어 협력이 가능했다.
 
③덤 얹어주기 소폭의 할인만으로는 소비자의 구매욕구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할인율이 낮을 바에야 덤을 얹어주는 게 효과적이다. 원가가 싼 사은품이라도 덤으로 주는 것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요즘에는 치약 3개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자잘한 덤 마케팅을 넘어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가전업계에서는 냉장고를 사면 김치냉장고, TV를 사면 DVD플레이어, 에어컨을 구입하면 화장품냉장고를 각각 덤으로 주기도 한다. 수익성을 고려해 덤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면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고 호황기에 대비해 단골고객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④충성고객 관리 경기가 어려울수록 신규 고객을 개척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는 게 낫다. 신규 고객을 개척하려면 판촉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정 고객을 꾸준히 관리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주류나 외식업의 매출에는 20대80 법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20%의 충성 고객이 올리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충성고객 관리는 사업 안정화에 필수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피부관리 및 다이어트 전문점 ‘피부천사’ 당산점은 매장 대기실을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에게 개방했다. 대기실이 주요 고객층인 주부들의 사랑방이 되도록 허브차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누구든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에 와서 대화를 나누다 갈 수 있게 했다. 이 점포의 회원수는 1년 전에 700명이었지만 오픈한 지 2년이 되어가는 현재 1200명이 넘는다.
 
⑤고객의 스트레스 요인 개선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자리한 한식 프랜차이즈 업체 ‘불고기브라더스’ 사당점에서는 모든 고객에게 무료주차권이 필요한지 먼저 묻고 서비스한다. 사당역 주변은 지하철 2·4호선이 접하는 역세권이어서 유동인구가 많고 직장인들이 회식하는 번잡한 골목이 많아 주차하기가 꽤나 힘들다. 이 근처에 불고기브라더스와 비슷한 가격으로 영업하고 있는 업체 가운데 무료주차권을 먼저 제시하는 곳이 드물어 불고기브라더스의 주차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이처럼 사소하고 평범한 서비스라도 고객의 불만을 해소해 줄 수 있다면 상당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물론 평상시 고객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에 대한 전폭적인 개선은 기본이다. 종업원의 단정치 않은 복장, 복잡한 메뉴, 비위생적인 환경, 인색한 서비스, 주차 문제 등 접객 사항의 총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차별화 성공 사례
①퍼플오션을 개척하라 퍼플오션(purple ocean)은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채용한 새로운 이론이다. 즉 블루오션 개척 과정에서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고 레드오션의 문제점인 차별화를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퍼플오션 업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업종 가운데 차별화를 잘 살린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성과 독창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맥주 전문점은 대중의 수요가 꾸준하지만 창업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이를 퍼플오션으로 바꾼 사례가 생맥주 전문점 ‘서유기’다. 서유기는 ‘스포츠 앤드 비어(sports & beer)’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축구·야구·농구·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스포츠 소품과 응원도구로 매장을 역동성 있게 꾸몄다. 이곳은 또 전자 다트, 닌텐도 위(wii), 올림픽 게임기, 농구 골대 등을 이용해 매장을 찾은 손님들끼리 승부를 겨루게 하고 경품을 주는 등 스포츠와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의 서유기는 패밀리레스토랑 분위기와 맥주 전문점이 결합된 형태였다. 서유기의 이문기 대표는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 때 매장에서 올림픽을 시청하며 응원을 즐기던 고객들을 보면서 스포츠와 생맥주를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에 지난해 8월 스포츠&비어 서유기 1호점을 연 데 이어 10월 한 달 동안 가맹 계약이 10건 이상 체결되는 등 예상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②남들과 달라야 한다
대부분의 창업 성공 아이템은 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부터 인기를 끈 뒤 지방으로 확장해 내려가는 사례가 많다. 서울 및 경기 지역에 상당한 인구가 몰려 있는 데다 최신 트렌드가 생성되고 발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에서 새로운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서울로 올라오는 업체들도 있다. 다이어트·웰빙 치킨 전문점 ‘닭잡는파로’를 운영하는 마이푸드는 원래 닭고기 전문 가공 및 유통업을 하다가 경험을 살려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사례다. 닭잡는파로는 부산을 거점으로 사업을 시작해 직영점을 포함한 가맹점 13곳을 내고 현재 서울 및 경기 지역 진출을 앞두고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대다수 치킨 전문점들의 매출이 줄었을 때도 닭잡는파로의 매출 감소분은 전체 매출의 10% 미만으로 소폭에 그쳤다.
 
치킨 전문점은 진입장벽이 낮아 이미 포화상태다. 이에 닭잡는파로는 3가지 트렌드를 반영해 경쟁력을 구축했다. 즉 ‘여성’ ‘다이어트·웰빙’ ‘차별화’에 맞춘 메뉴를 구성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곳에는 프라이드치킨이나 찜닭같이 널리 알려진 닭요리 대신 닭쌈·닭쌈밥·고추장바비큐 등 독특한 메뉴를 선보인다. 특히 로터리오븐이라는 기기를 이용해 고깃살을 담백하게 조리하여 여성 입맛을 공략했다. 닭쌈에는 간장·사과·칠리·겨자 등 4가지 소스와 오이·당근 등 풍성한 야채를 제공한다. 보쌈김치를 한입에 싸먹는 닭쌈밥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다. 닭고기를 그릴에 구워 매운 고추장소스에 볶은 고추장바비큐는 매운 맛을 선호하는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10, 20대 젊은이들도 들를 수 있도록 닭쌈 1인분 가격을 4200원으로 책정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닭잡는파로의 고객은 점점 늘었다. 시내 번화가에 있는 점포의 경우 월 평균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③새로운 발상으로 운영하라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는 공동창업이라는 형태로 운영의 차별화를 꾀했다. 와바의 공동창업 형태는 투자자에게는 수익을 안겨주고, 창업노하우와 열정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예비창업자에게는 창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와바는 공동창업 형태의 대형매장을 20여 개 직영하고 있으며 약 200억 원의 창업펀드를 공동투자 형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와바는 공동투자를 받아 일정 수준의 운영 수수료를 제외한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개인이 혼자서 마련하기 힘든 대형매장을 여러 명이 함께 투자하면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매장 관리는 본사가 하거나 투자자들이 별도로 관리자를 영입해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와바는 식자재 입고, 일일 고객 수, 객단가, 매출 등 모든 재무 사항을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에 입력하고 있으며, 투자자는 어느 곳에서든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활용해 매장 운영 전반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강남구의 와바 도곡점은 총 6명의 창업자가 공동투자해 성공한 사례다. 중소기업 임원, 물류회사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투자자들이 10∼20%씩 투자해 총 5억 원으로 매장을 열었다. 이들은 각자 지분율에 따라 총 이익을 나눠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의 고정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필자는 프랜차이즈 시스템 전문가로, 현재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과 창업포럼 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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