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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올리비아 로드윅 맥킨지앤드컴퍼니 시드니 오피스 파트너: 디지털 신뢰 구축

디지털 리스크가 기업의 미래 좌우
신뢰도 낮으면 제품 좋아도 안 팔린다

배미정 | 360호 (2023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신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신뢰에 투자한 기업이 그러지 않은 기업보다 경제적 성과가 크다. 특히 미래 고객인 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신뢰에 민감하다. 기업은 이사회와 경영진부터 디지털 신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전사적으로 디지털화 과정에 리스크 관리를 내재화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올리비아 로드윅 맥킨지앤드컴퍼니 시드니 오피스 파트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금융 서비스 및 리스크 & 리질리언스 부문을 총괄하는 리더이자 맥킨지의 아시아태평양 지속가능성 리더십 그룹의 멤버이다. 지난 15년간 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전략, M&A,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스크 관리 등을 자문했다. 호주 그리피스대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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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뢰(digital trust)란 무엇일까? 개인이 조직에 갖는 신뢰, 구체적으로 기업이 나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사이버 보안 조치를 도입해서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제품과 서비스를 투명하게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신뢰는 왜 중요할까?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기업과 사회의 운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일상의 작업이 로보틱스와 알고리즘으로 자동화되며 민감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은 데이터 분석, 디지털 전환에 착수하면서 수반되는 리스크를 간과하곤 한다. 고도화된 디지털화의 이면에는 디지털 리스크가 존재한다.

디지털 신뢰에는 진정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 2022년 맥킨지의 조사 결과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최근 5년간 245% 성과가 높았다. 또 디지털 신뢰를 강화하는 데 전념하는 기업이 최근 데이터 유출, AI 관련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았다. 이런 기업은 디지털 리스크가 위험으로 발현됐을 때도 잘 관리한다. 맥킨지가 전 세계 300명의 리더와 3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장과 신뢰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디지털 신뢰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주주 수익률이 높고 빠르게 성장한다. 특히 고객은 구매 결정에 품질과 편의성만큼이나 디지털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구매를 고려하는 브랜드가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유지하고 사용하는지를 밝히지 않는 경우 그와 다른 브랜드의 구매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디지털 신뢰를 중시하는 성향은 Z세대와 같은 젊은 세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디지털 신뢰가 강한 기업은 어떤 점이 다를까? 이들 기업은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AI의 설명가능성과 편향을 관리하는 정책과 관행을 마련하고, 사이버 보안 위험을 탐지하는 제어 환경을 갖추고 있다. 데이터의 경우 데이터 수집 관련 거버넌스를 탄탄하게 갖추고 있으며, 사이버 공격이 있을 경우, 위반 사항을 탐지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리스크 관리 인력에 투자하고 위험과 비용을 줄여 고객 신뢰를 높인다. 최근 대형 기술 회사들이 데이터 보호와 고객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휴대폰, 웨어러블 장비 등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 풀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편집증적으로 노력한다. 2021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300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 보호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록다운 모드를 출시하는 등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법을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

그렇다면 디지털 신뢰의 여정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첫째, 디지털 신뢰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신뢰 방정식에서 신뢰성은 신용성(Credibility)과 안정성(Reliability), 친밀성(Intimacy)의 합을 자기중심성(Self-Orientation)으로 나눈 값과 같다. 신뢰를 강화하려면 분모가 아닌 분자를 키워야 한다. 조직은 방정식의 요소에 초점을 맞춰 어떻게 신뢰를 구축할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전략적인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이런 방향성은 이사회에서 출발해 조직 전체로 내려와야 한다. 조직 상부에서 디지털 신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위한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전사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신뢰 관리는 다양한 부서의 많은 행위자가 협력함으로써 가능하다. 최고데이터책임자, 위험책임자, 정보보안책임자, 비즈니스 리더,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리더 등이 모두 협업해야 한다. 그동안 사일로로 분리돼 개별적으로 책임을 지던 조직들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셋째, 리스크 관리 방식의 변화, 보안의 내재화가 필요하다. 모든 디지털화 과정에서 데이터 리스크, 사이버 리스크의 목소리를 듣고 개발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디지털 리스크 관리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프런트 라인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 즉, 특정 모델이나 프로세스를 개발할 때 이 모델이 리스크 관리가 됐는지, 데이터와 그 방식을 제공하기 위해 쓰는 시스템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안전한지 살펴야 한다. 법률 감시팀이 리스크 파트와 협력해 어떤 영역이 위험한지를 살펴보고 디지털 신뢰 위반의 가능성이 있는지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리스크 관리 관행과 머신러닝 등의 통합을 강화해야 한다.

급속한 디지털화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얻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잃을 수 있는 것도 많다. 디지털 신뢰를 구축하면 이해관계자에게 좋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관리 관행이 조직의 운영 전반에 내재화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종종 보는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영화의 줄거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고객과 협력할 때 고객을 위한 좋은 결과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한다. 내가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어떤 것을 활용해 고객을 보호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질문을 통해 알고리즘의 설계를 시작함으로써 프로세스 자체의 리스크 관리를 내재화하고 미연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사용의 유형을 바꾸고, 유지 기간의 정책도 바꿀 수 있다. 예컨대, 기업과 고객에서 위해가 될 수 있는 정보라면 필요 이상의 정도로 수집하지 않고, 기간도 그렇게 조절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설계 단계부터 생각돼야 한다. 최근 많은 기업이 데이터와 사이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반영해 설계와 접근법을 변경하는 유연한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노하우를 개발 프로세스 중간에 반영하는 민첩한 모델이 필요하다.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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