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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금융기업의 한계 뛰어넘는 ‘센트비’의 전략

이주노동자 송금 시장서 ‘신뢰’로 첫발
글로벌 외환 송금 핀테크 기업으로 우뚝

이미영 |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외환 송금 업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핀테크 업체 센트비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국내에서 가장 성장세가 큰 이주노동자 송금 서비스 시장을 집중 공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 외환 송금 서비스에 꼭 필요한 해외 파트너십을 확보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현지 은행, 핀테크 업체, 송금 중개 업체를 직접 방문하고 설득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파트너십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가 됐다.

3. 송금 시 발생하는 외환 리스크를 최소한의 비용과 인력으로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자동 헤지(hedge) 시스템을 개발해 서비스 차별화에 성공했다.

4. 싱가포르 외환 송금 서비스 자격 결제 대행 등 서비스 확대를 위한 라이선스를 차근차근 취득해 센트비의 단계별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조지윤 인턴 기자(성균관대 글로벌 경제학과 4학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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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내세운 젊은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외환 송금 서비스업이다. 복잡한 절차, 높은 수수료, 느린 서비스 등 시중은행의 외환 송금 서비스의 불편한 요소들을 혁신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등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이 간과했던 틈새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센트비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스타트업 중 하나다. 국내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센트비는 개인 간 누적 송금액만 약 9000억 원에 달한다. 고객들이 센트비를 이용해 아낀 돈은 무려 461억 원이다. 2020년 초부터는 B2B(기업 간 거래) 송금 서비스도 시작해 송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센트비는 국내 거주 외국인, 해외 거주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고객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센트비가 외환 송금 서비스로 글로벌 비즈니스에 성공했다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한국 고객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초기부터 세우고 한 단계씩 실천하고 있는 과정은 눈여겨볼 만하다. 설립 4년 만에 현지 대형 은행, 글로벌 송금 업체, 현지 핀테크 업체 등 40여 개 파트너사를 확보, 50개국에 다양한 방식으로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시중은행을 포함해 국내 금융 서비스 업체 중 유일하게 글로벌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 외환 송금업 라이선스(Cross-border Money Transfer Service License)도 획득했다. 한국에서 해외로의 송금 서비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해외로의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로써 현지 고객, 현지 금융 서비스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외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외환 송금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을 단순히 저렴한 수수료로 보지 않고 자사만의 서비스 차별화를 꾀한 것도 장점이다. 이는 센트비가 고객으로부터 돈 거래 서비스의 기본인 ‘신뢰’를 획득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내 외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로 시작한 센트비는 어떻게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천해 나갈 수 있었을까. DBR가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핀테크 기업, 센트비의 글로벌 금융 시장 진출 전략을 심층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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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기반으로 신속하게 서비스 구축

2015년은 핀테크 업계에 큰 변화가 일어난 해다. 정부가 은행이 전담했던 외환 송금 서비스를 비금융회사들이 제공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당시 연세대 내 경영학회 출신인 이재영 현 최고전략책임자(CSO), 프로덕트 총괄인 정상용 1 씨 그리고 학교 후배였던 박청호 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최 대표가 몇 개월 동안 친구들과 고생해 만든 서비스 론칭을 망설였다. 외환 브로커 출신이었던 최 대표가 보기엔 이 규제 완화는 확실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창업 준비를 하기 전 외환 업무를 했던 최 대표는 한국 외환 송금 서비스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외환 브로커 시절 직접 경험하면서 느꼈던 불필요한 절차, 불편한 서비스 등을 직접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왔다고 확신했다. 게다가 자신의 전문성을 토대로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개인이 해외로 소액 송금을 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돈을 보내는 사람이 은행에 가서 받는 사람의 은행과 계좌번호를 적어 신청하면 은행이 이 돈을 현지화로 환전해 중개 은행에 보내고 중개 은행이 받는 사람의 은행으로 다시 보낸다. 이 과정에 관여한 모든 은행 기관이나 송금 서비스 업체들은 수수료를 받는다. 모두 합해보면 100만 원을 기준으로 적게는 2만 원, 많게는 7만 원 정도의 수수료가 들어간다. 송금액이 클수록 수수료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이렇게 한 해 한국에서 소액 송금 고객들이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은 2조1000억 원 정도. 기업이 해외 거래를 위해 지불하는 수수료까지 합하면 8조7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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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외에서는 여러 핀테크 업체가 외환 송금 서비스를 시작,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수수료를 대폭 낮추고 신속하게 송금 서비스를 제공해 소액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빠르게 늘리고 있었다. 최 대표는 이들 핀테크 서비스의 기본 원리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규제에 막혀 서비스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외환 송금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해외 송금 시장 규모는 2015년 87억2000만 달러(약 10조1003억 원)에서 2018년 134억 달러(약 15조5185억 원)로 3년 만에 50% 넘게 커졌다. 유학생 송금 수요 증가와 함께 체류 외국인의 모국 송금 급증이 가장 큰 요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역시 2015년 189만9519명에서 2018년 236만7607명으로 24.6% 늘었다. 업계에선 한국 해외 송금 시장 규모가 수년 안에 2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도 외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하니 새로운 도전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최 대표는 이 고민을 조심스럽게 팀원들에게 털어놓았다. 의외로 좋은 반응이 나왔다. 마침 핀테크는 팀원들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분야였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하는 서비스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새로운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돼 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결론이 나자 모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외환 서비스 전문가들을 찾는 데 주력했다. 최 대표는 자신과 함께 외환업을 함께했던 지인이 생각났다.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흔쾌히 서비스 자문역을 해주겠다고 승낙했다. 덤으로 서비스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에도 참여했다.

DBR mini box I
핀테크 기업은 어떻게 외환 송금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을까?

핀테크 업체와 시중은행의 송금 과정은 어떻게 다를까. 시중은행은 대체로 SWIFTi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라는 세계은행 간 금융전자통신기구가 만든 전산망을 이용해 송금한다. 각 은행에 부여된 코드를 입력해 송금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돈을 받는데까지 짧게는 1일, 길게는 3일 정도 걸린다. 게다가 은행은 같은 국가, 같은 은행으로 송금하더라도 송금인과 수취인이 다르면 모두 단 건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만큼 업무 처리 절차가 길어지고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핀테크 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핀테크 업체 역시 ‘SWIFT’를 활용해 송금할 수 있다. 송금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수수료는 훨씬 줄어든다. 바로 풀링(Pooling)이라는 방식 덕분이다. 풀링은 은행이 건별로 송금을 처리하는 것과 달리 소액 송금인을 모아 하나의 송금으로 처리한다. 개별적으로 송금하는 개인이 전체 수수료를 n분의 1씩 나눠 내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로, 핀테크 업체만이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센트비를 비롯한 국내 핀테크 업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방식은 페어링(Pairing)이다. 국가 간 송금하는 개인들을 연결해 실제 송금을 하지 않고 각 국가 내부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 있는 A가 한국에 100파운드를 보내고자 할 때, 한국에서 영국에 100파운드를 보내고자 하는 B를 찾아 서로 매칭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로 송금을 하지 않고 각자의 지역에서 서로가 원하는 수취인에게 송금하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네팅(Netting)이다. 네팅은 각 지점에서 타 지점에서 송금 신청을 받은 금액을 일정 기간 자체적으로 송금한 뒤 서로 처리한 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베트남의 A 지점과 한국의 B 지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베트남과 한국 간 송금 신청액을 기존의 보유한 자금으로 각각 처리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처리한 내역을 토대로 차액만큼을 결제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국가 간 공동망, 가맹점 네트워크, 블록체인, 충전 등 여러 가지 방식을 이용해 송금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최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이때만 해도 아직 아무도 진입하지 않아 시장성이 큰 모바일 외환 송금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겠다며 벼르던 핀테크 기업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경쟁사보다 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센트비는 외국환거래법이 실제로 통과, 서비스가 시행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서비스를 본격화하기 전에 서비스 가능성을 점검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프로세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초창기에 가상 화폐를 활용한 서비스를 시도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에 유학 간 자녀에게 100만 원을 보낸다고 할 때, 돈을 가상 화폐로 바꾼 뒤 다시 달러화로 바꿔 전달하는 식이다. 당시 한국에서 가상 화폐를 주목하지 않았던 때라 하루 거래액이 25억 원 정도에 그쳤을 때였다. 거래 자체가 없으니 가격 변동이 적어 환율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 센트비는 그해 7월부터 4개월간 미국, 필리핀 등 주요 국가를 선정하고 모든 멤버가 하루 종일 은행 환율, 가상 화폐 가치 등을 기준으로 송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 결과 이 방법으로도 기존 송금 수수료 대비 수수료를 약 50%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서비스를 토대로 고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있는 한인 유학생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학생들은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놀라워했지만, 그렇다고 서비스를 바로 이용하진 못했다. 학생들에게 돈을 보내주는 부모들이 신생 서비스를 통해 돈을 보내는 것을 불안해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학부모들과 일일이 전화 통화로 설명을 해야 했다. 처음부터 서비스를 들이미는 대신 창업자들의 공부 경험, 취업 경험, 유학 경험 등을 예로 들며 자녀 상담, 진로 상담 등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 학부모들이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을 믿기 시작했고 주변 부모들에게도 입소문을 냈다.

최 대표는 “가상 화폐 방식은 사업 초기 한시적으로 적용했지만 센트비가 서비스를 빠르게 시장에 도입할 수 있도록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어떤 요구사항이 있는지, 서비스에서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파악해 서비스를 정교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I
해외 송금 핀테크 시장 상황ii

센트비가 2016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이주노동자를 타깃으로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해외 송금 핀테크 시장은 이주노동자들을 주 고객으로 선정,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2015년 3월 국제이주기구(IMO)가 처음 영국에서 개최한 ‘세계 송금의 날’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해외 송금 업체들은 당일 송금 및 환전 수수료를 면제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재무 교육도 진행한다.

이 행사의 취지는 ‘높은 해외 송금 수수료를 낮추자’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해외 이주민이 본국으로 생활비를 송금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5년 동안 본국 해외 송금액이 5834억 달러(약 672조 원)로 3배 증가했고, 이 중 4350억 달러가 저소득 개발국가로 들어갔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달러 유입액이 자사 전자제품 시장 규모보다 클 정도로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평균적으로 약 7.6%에 해당하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이들 국가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세계은행은 당시 해외 송금 수수료율을 5%까지 낮출 경우 저소득 국가에 연간 약 160억 달러가 더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각 은행은 수수료율을 낮추는 데 여전히 소극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글로벌 핀테크 업체가 등장했다.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는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각 나라에서 송금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매칭해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미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송금 업체인 플라이와이어(Flywire)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에 위치한 650개 학교에 등록금 납부를 대행한다.

영국의 아지모(Azimo)는 영국에 근무하는 해외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190여 개 국가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드레밋(WorldRemit)은 소말리아 출신 CEO가 설립한 회사로 은행 접근성이 낮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고객을 타깃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송금 시장을 시작으로 점진적 확대

초기 가상 화폐로 서비스를 테스트하던 시절, 센트비의 첫 타깃은 미국에 있는 유학생이었다. 하지만 테스트를 하는 기간 동안 전략이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17년 7월부터 외환거래법이 개정돼도 건당 3000달러, 업체별 최대 2만 달러 이하의 소액 송금액만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미국 유학생 송금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학비 송금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결국 매달 학부모들이 송금하는 생활비 정도를 바라보고 시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기엔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미국 내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문제였다. 미국에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주(州)마다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마다 보증금을 적게는 2000만 원, 많게는 2억 원을 내야 했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센트비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그때 새로운 대안이 나타났다. 센트비가 벤치마크를 하기 위해 눈여겨봤던 필리핀 외환 송금 업체인 SCI였다. 미국 유학생보다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사실 국내에선 유학생보다는 외국인 노동자 송금 시장이 압도적으로 큰 규모였다. 2015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송금액 중 중국(44억4700만 달러)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베트남, 필리핀, 태국 순이었다. 이들 3개국을 합한 송금액은 약 9억2300만 달러로 5위인 미국(1억5600만 달러)보다 훨씬 컸다. 이 중에서도 필리핀은 시중은행이 발달하지 않아 핀테크를 활용한 외환 서비스에 익숙한 시장인데다 영어로 소통이 가능해 서비스를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SCI는 기꺼이 센트비의 파트너가 되어 주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이 업체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여러 차례 네트워크 행사에서 눈도장을 찍었기에 이뤄낸 성과라 최 대표는 큰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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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직 큰 과제가 남아 있었다. 2017년 7월부터 외환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센트비도 가상 화폐가 아닌 중개 은행을 통해 돈을 해외로 송금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즉, 고객이 센트비에 보내 달라고 맡긴 돈을 실제로 해외로 내 보내줄 중개 은행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핀테크 업체들이 주로 이용하는 풀링 서비스를 적용, 묶음 송금을 통해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그런데 신생 핀테크 업체의 외환 송금을 도와 줄 은행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마침 필리핀의 메이저 은행인 메트로뱅크 한국 지점이 최 대표의 눈에 띄었다. 필리핀 은행들은 이미 해외에서 핀테크 업체와 협업한 사례가 있어 이런 사업에 대한 선입견이 적은 편이었다. 그래도 신뢰 확보는 필수였기에 최 대표는 이 필리핀 은행 지점장을 1년 동안 쫓아다니면서 협업을 제안했다. 센트비의 끈질긴 노력에 드디어 지점장은 이들의 제안을 받아줬다. 메트로은행은 고객의 돈을 해외의 은행으로 보내주는 중요한 창구가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센트비는 이렇게 어렵게 구한 협업 파트너를 다른 경쟁사들에도 소개해줬다. 지금은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할 때가 아니라 이 시장의 규모 자체를 크게 만들어야 할 때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어느 정도 시스템의 기틀이 마련되자 센트비는 고객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국에서 필리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전략은 생각보다 ‘아날로그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에서 필리핀 고객들을 모을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찾는 일. 돈을 거래하는 것인 만큼 필리핀 네트워크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이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이 초기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봤다. 센트비가 찾은 인물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에릭과 유학생 프린세스였다. 에릭은 이미 한국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해 자신이 이끌고 있는 커뮤니티도 여럿 있었다. 프린세스는 노래를 잘해서 필리핀 행사에 단골로 초대받는 유명 인사였다. 센트비 직원들은 에릭과 프린세스와 함께 필리핀 네트워크를 쌓으며 면대면으로 만나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고 고객으로 확보해 나갔다.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필리핀 장터에도 참석했다. 수개월 동안 장터 출석률 100%를 기록하자 필리핀 장터에서 센트비 부스를 별도로 차려 주기도 했다. 이곳에서 센트비 직원들은 폭염과 혹한을 견디며 서비스를 알렸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이미 유사한 서비스를 현지에서 써본 사람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실제로 서비스를 써본 후에는 적극적으로 지인들에게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매달 평균 140만∼170만 원을 보내는 고객들이 한 번 송금을 할 때마다 많게는 7만 원씩 내던 수수료를 1만5000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간편한 센트비 모바일 앱을 통해 터치 한 번이면 등록된 계좌나 수취 채널로 15분 안에 송금이 되는 것도 직접 확인했다. 그렇게 3달 만에 필리핀 고객 1000명을 확보했고,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한번 물꼬를 트니 다른 국가 이주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일도 한결 수월해졌다. 각 국가에서 나온 대사관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자국민이 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하니 이들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태국, 베트남 국민들의 특성, 문화 등을 이해하며 센트비 고객으로 확보했다. 베트남 사람들을 위한 축구 토너먼트도 개최하고 각 국가의 인플루언서들을 센트비 앰배서더로 영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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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로 센트비를 바라보던 사람들도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서비스라는 것을 체험한 후에는 태도가 달라졌다. 보통 고객들이 한 달에 2∼3회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1회 송금하는 액수는 평균 100만 원이다. 이렇게 1년 동안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절약한 돈이 무려 120만 원에 달했다. 지인에게 자신 있게 서비스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 9월까지 센트비는 송금 90만 건을 기록했으며 이 중 91%인 81만 건이 동남아시아로 송금됐다.

물론 계속해서 오프라인 마케팅에 집중하진 않았다. 진출하려는 국가가 많아지고 고객이 늘어나 기존 인력으로 감당이 안 됐기 때문이다. 2018년 중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고객을 어느 정도 확보한 후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경남 김해에 오프라인 CS센터를 세웠다. 이듬해인 2019년 중순에는 경기도 안산에 CS센터를 오픈했다. 그리고 나머지 마케팅 자원을 온라인 마케팅으로 과감하게 전환했다.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각국 언어로 센트비를 소개하거나 인플루언서들을 물색해 서비스를 알리는 방식을 택했다. 온라인 마케팅을 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뿐만 아니라 해외 송금에 니즈가 있는 모든 잠재 고객을 타깃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온라인 마케팅으로 본격 전환한 이후, 한국인 가입자 수는 약 25%까지 늘었고 현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파트너십으로 국가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

센트비는 서비스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전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외환 송금 전문 글로벌 핀테크 회사를 꿈꿨다. 그렇기에 한국에 있는 고객들이 현지로 돈을 보냈을 때 어디에서나, 어떤 채널로도 돈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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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남아시아 외환 송금 서비스에서는 고객이 어디서든 원하는 방식으로 돈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금융 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아 은행 계좌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의 경우 은행 계좌가 있는 고객이 30%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럴 경우 대부분 스마트폰 전자지갑을 활용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현금을 집까지 직접 배달하거나 가까운 가맹점에 돈을 보내 수취인이 현금을 찾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만족하기 위해선 센트비가 송금하는 돈을 받아 고객들이 원하는 채널로 보내줄 중개 업체와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어느 하나 만만한 파트너사는 없었다. 동남아시아의 은행들은 대체로 한국만큼 보수적이었고, 한국과 파트너를 맺은 경험도 적었다. 송금된 돈을 취합해 직접 현지에 현금을 배달해줄 수 있는 지급 결제 대행 서비스 업체(Aggregator)들이 센트비와 같은 작은 핀테크 기업을 상대해줄 리 만무했다.

이번에도 역시 센트비가 선택한 건 오프라인 영업이었다. 2017년부터 365일 중 300여 일을 동남아시아 출장으로 보낸 이재영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그 어려운 일을 맡았다. 이 CSO는 SAP, 하이퍼커넥트에서 글로벌 영업을 해오던 해외 영업 전문가였다. 그가 그동안 업무를 하면서 배운 건 하나로 통했다. 글로벌 기업이든, 구멍가게든 직접 만나 10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했을 때 대체로 거절하지 않고 우선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자사 서비스가 도움이 되고, 어떻게 확대해나갈 수 있을지 제대로 준비해 설명하는 것은 그다음 과제다.

이 CSO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중은행, 지금 결제 대행 기관, 전자 지갑 업체들을 일일이 만나 센트비 파트너로 확보해나갔다. 물론 국가별 인간관계 특성을 파악해 한국과 비슷한 성향의 베트남 사람들과는 회식을 통해 관계를 돈독히 했다. 애국심이 큰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겐 서비스가 한국에 있는 자국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어필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과 친분으로만 영업을 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파트너십이 어떻게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어필하는 것이었다. 이 CSO는 지혜를 발휘해 잠재적 파트너사들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협업 관계를 늘려나갔다.

대표적인 예가 머니그램(Money Gram)이라는 미국 자금 이체 대행업체다. 이 회사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약 2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 200여 개국에 3만500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한 글로벌 업체다. 하지만 최근 외환 송금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현금 이체가 줄고 온라인 이체가 늘어나 머니그램의 입지가 좁아졌다. 게다가 최근엔 경쟁사인 웨스턴유니온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센트비는 그동안 한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체된 자금 규모를 협상 카드로 내세웠다. 센트비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머니그램이 아직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해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동시에 센트비의 현금 이체 규모도 추가로 확보해 머니그램의 송금 시장 점유율을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걸 강조했다. 머니그램 입장에서도 한국 파트너사가 아직 없는데다 센트비의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필요한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센트비는 자사의 부족한 자금 사정을 고려해 후불제로 지급할 수 있는 조건을 추가로 내걸었다. 그런데도 머니그램은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이 CSO는 “우리가 작은 핀테크라고 해서 ‘을’의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 핀테크 기업이고 한국의 주요 업체라는 점, 동남아시아에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그들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는 파트너사임을 확실하게 했다”며 “그 결과 머니그램 파트너사 중 유일하게 선(先)정산이 아닌 후(後)정산을 하는 조건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센트비는 베트남의 비엣콤뱅크, 비에틴뱅크 등 주요 현지 은행은 물론, 한국의 삼성페이,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같은 한국 대기업, 글로벌 암호화폐 업체인 리플, 와이어 등 40여 개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를 통해 은행은 물론 집 배송, 가까운 편의점에서의 현금 픽업 서비스 등 고객이 원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체된 돈을 찾아갈 수 있는 포괄적인 외환 송금 서비스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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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에 근거해 확실하게 제공하는 고객 benefit

외환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외환를 싸고 빠르게 송금하는 것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국내에는 약 30여 개 업체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업체는 경쟁사보다 더 싼 수수료를 내세워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센트비는 수수료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신 고객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 고객들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데이터를 근거로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을 확실하게 제공한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두둑한 배짱이다. 자동화한 외환 리스크 헤지 시스템인 AHS(Automated FX Hedge System)과 데이터 센터를 활용한 국가별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1. AHS

어느 정도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돌아간다고 판단할 무렵, 센트비는 사업 초기 세웠던 목표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이 목표를 차근차근 실행에옮기기로 했다. 바로 외환 송금 서비스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외환 송금이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정해진 날짜에 맞춰서 이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예기치 않는 손실이나 이득이 생기기도 한다. 송금 금액이 커질수록 그 손실은 더욱 커진다. 환 변동을 관리하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 발생하는 환 리스크로 인한 손실만 연간 약 30조 원 규모로 집계된다. 이는 전체 수수료 비용(8조7000억 원)의 3배 이상에 달할 만큼 외환 송금 서비스에서 중요한 요소다.

센트비는 그동안의 고객 데이터와 외환 중개 경험을 토대로 자동화한 환 리스크 제거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기본 뼈대는 간단했다. 고객의 외환 송금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과 이익을 모두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외환 송금 서비스는 다른 금융 서비스처럼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남기는 트레이딩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내린 결론이다. 송금은 하나의 고객 서비스인 만큼 수익과 손실에서 가장 중립적(neutral)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AHS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A가 300만 원을 10월15일에 꼭 송금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한화 가치가 1달러당 1000원에서 1100원으로 떨어져 당초 예상했던 3000달러가 아닌 2730달러가 송금돼 270달러만큼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때 AHS에서는 이체 신청일을 기준으로 300만 원을 외환 시장에서 달러로 사 둔다. 그렇게 되면 3000달러가 10월15일 기준으로 환전해 330만 원이 된다. 이를 270달러만큼의 손실을 메우는 데 씀으로써 손실 규모가 없도록(0으로) 만드는 것이다. 외환 시장 전문 용어로 달러를 보유하고 있을 때를 롱 포지션(long position), 달러를 팔 때를 쇼트포지션(short position)이라고 하는데 포지션이 전환되는 기간이 길수록 환율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되는 것이다. 주문이 발생했을 때와 거래가 청산되는 시점. 양쪽 시점 모두에서 반대 거래를 함으로써 포지션이 전환되는 시차가 없어지도록 만드는 원리다.

물론 환 헤지(hedge)는 기존 은행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선물환에 투자해 앞으로 있을 환율 변동에 따른 변동폭을 줄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대체로 ‘수기’로 이뤄진다. 외환 담당자가 환율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언제, 얼마나 선물환에 투자할지 결정해야 한다. 수십 년 전부터 은행에서 적용한 방식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외환 담당자의 역량이 크게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고 표기 실수, 주문 실수 등에도 노출돼 있었다. 최 대표는 이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센트비만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면 은행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센트비는 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 초기부터 개발자를 영입했다.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만들기로 계획한 이후에는 두 명의 개발자를 더 채용했다. 프리랜서까지 총 5명이 서비스 개발에 몰두했다. 이들은 단순히 개발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서비스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기 위해 외환 시장에 대해 공부했다. 반대로 외환 전문가들은 데이터 알고리즘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1년이 지날 무렵인 지난해 여름, 마침내 센트비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환 리스크 제거 알고리즘을 개발해냈다. 최 대표는 “아직 AHS 프로그램은 버전 1로 돌아가고 있는데 기업 송금 고객의 경우 소액 송금 고객보다 이 환 리스크를 제거하고자 하는 니즈가 훨씬 크다. AHS 프로그램을 올해 초부터 론칭한 B2B 외환 송금 서비스인 ‘센트비즈’의 경우 계약일과 실제 이체 기간이 개인 간 거래보다 훨씬 더 길다. 현재 3개월로 제한된 헤징 기간을 더 늘려 센트비만의 경쟁력을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데이터센터

현재 센트비의 주요 고객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이다. 문제는 각 지역의 금융 시장 상황, 규제, 국민 특성 등이 모두 달라 원하는 서비스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센트비는 고객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해 상황별로 유형화해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외부 분석 툴을 활용했다. 하지만 외환 시장이라는 특수성에 잘 맞지도 않았고, 서비스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들은 정작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2017년 센트비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세워 우리만의 고객 분석 알고리즘을 만들자는 생각에 도달했다.

운도 따랐다. 금융 소외 계층의 금융 서비스 사용 행태를 연구하는 국내외 주요 대학에서 협업하자고 제안해 온 것이다. KAIST 및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영학과 교수진, 박사들과 함께 센트비의 개인 해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이용 패턴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 결과 2019년부터 국가, 고객별 송금액, 거래 주기, 수취 방법 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객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이탈을 막는 효과적인 장치가 됐다.

센트비를 이용하는 이주근로자 고객들이 급여를 수령하지 않는 기간에는 환율이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송금을 하는 패턴을 발견한 것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국가별로 1∼2주 대비 환율이 낮아졌을 때 환율 정보를 제공하는 문자 발신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송금액이 데이터센터 운영 전보다 평균 송금액이 5배나 늘었다. 데이터 분석의 결과가 실제 거래액 증가로 이어지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베트남 고객들이 많이 송금하는 날에 맞춰 프로모션을 기획할 수 있었고, 국가별로 유리한 환율이 결정될 때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찾아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 센트비는 사용자들에게 추천인 코드를 부여하고, 신규 가입자가 해당 코드를 입력하는 경우 추천인 코드를 소유한 사용자에게 수수료에서 차감 가능한 크레디트를 제공하고 있다. 신규 가입자들이 입력한 추천인 코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정 사용자의 추천 활동이 두드러지는 경우에 해당 사용자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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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국가별로 어떤 수취 방식이 더 적합한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를 통해 항상 싸고 빠른 송금이 우선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어떤 국가의 경우 비싸고 느려도 현금 픽업이나 배달 서비스 등 수취인이 편리하게 돈을 받을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데이터를 통해 국가별 고객이 원하는 수취 채널을 확보하고 강화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DBR mini box III
센트비의 지향점은 ‘neobank’

센트비는 ‘네오뱅크’를 지향한다. 네오뱅크는 대출이나 외환 등 특정 금융 서비스에 집중,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토스나 카카오뱅크와 같이 전통적인 금융 기업들이 해온 서비스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 제공하는 ‘챌린저 뱅크’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센트비는 외환 관련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기존 은행은 물론 핀테크 업체와 경쟁 아닌 협업을 통해 성장하고자 한다. 최근 개인 소액 송금 서비스를 넘어 기업 송금 서비스까지 확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센트비의 강점과 은행의 강점을 결합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시중은행은 여전히 외환 거래를 할 수 있는 기반이다. 은행과 외환 서비스 핀테크는 경쟁이 아닌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에 더 가깝다. 은행은 마케팅, 네트워크에 분명 강점이 있지만 기술 발전이 핀테크에 비해서 느린 편이다. 센트비와 같은 핀테크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존보다 강력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최 대표는 “핀테크 서비스들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 은행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기존에 은행을 이용하던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여전히 은행을 관성처럼 이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복잡한 은행 프로세스상 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핀테크 업체가 제공해주고 은행의 자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 라이선스 획득을 통한 사업 확대

1.글로벌 외환 송금 핀테크 기업으로

센트비는 단순히 한국에서 어디로든 보낼 수 있는 내수용 송금 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누구나 어디에서나 송금하고 수취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국내에서만 송금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라이선스로는 사업을 확대하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든 고객들이 돈을 송금할 수 있기 위해선 다른 국가에서도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게 필요했다.

여러 논의 끝에 글로벌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거의 대부분의 금융업체가 상주하고 있어 관련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뿐더러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가적으로 확대하기도 용이했다. 싱가포르 라이선스의 유무에 따라 핀테크 업체를 바라보는 업계의 생각도 달랐다. 확실하게 내수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싱가포르 라이선스인 국경 간 송금 서비스 라이선스(Cross-Border Money Transfer Service License)가 생각보다 취득하기 어렵다는 것. 글로벌 대형 업체들도 2년 넘게 기다려서 겨우 받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심사 절차와 기준이 까다롭다. 2018년 말, 센트비는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던 이 CSO를 싱가포르에 파견해 센트비 현지 법인을 설립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현지에서 정부 관계자도 만나고 관련 업계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최대한 빠르게 라이선스를 취득하자는 생각해서다.

이 CSO는 그동안 관계자들을 부지런히 만나면서 동태를 살폈다. 그때 귀에 솔깃한 정보가 들어왔다. 곧 라이선스 기준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빠르게 취득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센트비가 2018년부터 여러 파트너사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내부적으로 강도 높게 준비했던 자금세탁 방지 관련 서류 준비 작업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센트비는 곧바로 준비에 착수해 2개월 만에 라이선스를 손에 넣었다. 이 라이선스를 이렇게 빨리 취득한 것은 글로벌 금융기관과 비교해서뿐만 아니라 관련 라이선스 발행 역사상 첫 사례로 기록됐다.

센트비는 이 싱가포르 라이선스를 토대로 한국에서 해외에서 보내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해외로 보내는 송금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2020년 10월 센트비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2개국에서 먼저 시작했으며 미국, 캐나다 등으로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 준비 중이다.

이 CSO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당시 한국과 싱가포르 정부가 양국 간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도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이 라이선스를 통해 센트비가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1차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2. B2B 비즈니스로의 확대

센트비는 2020년 2월부터 ‘센트비즈’라는 B2B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출 300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들의 해외 대금 결제 등을 대행하는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B2B 서비스에 자신감을 가진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기업 고객들이 가장 큰 리스크로 생각하는 환차손을 제거할 수 있는 확실한 프로그램인 AHS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거래에 시간 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거래가 발생한 시점과 돈을 보낸 시점이 짧게는 열흘, 길게는 몇 개월씩 차이 나는 것이다. 환율 변동 영향에 소액을 송금하는 개인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환율 변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큰돈을 잃은 기업들은 무조건 환 리스크 제거를 최우선에 둔다. 중소기업 대표들을 일일이 만나 이런 부분을 센트비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해외 대금 결제 업무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마다의 고충이 있었다. 큰 금액을 여러 군데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담당 직원이 하루 종일 송금 업무에 매여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일이 수기로 신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경우에는 실수나 오류가 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존재했다. 최 대표를 붙잡고 ‘수수료가 조금 더 비싸도 좋으니 이런 번거로움 좀 없애달라’고 호소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서비스 론칭을 위해 추가적인 요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전자 지급 결제 대행업(Payment Gateway, PG) 라이선스와 기타 전문외국환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로써 해외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업체들의 대금 결제를 대행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했다. 이 PG 라이선스를 토대로 업체 간 거래에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외환 송금 핀테크 업체로는 최초였다. 이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 해외 콘서트, 여행 서비스 등을 하고 있는 영세업자들이나 중소 규모 업체들이 보다 저렴한 수수료와 안정적인 송금 방식을 통해 보다 원활하게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 거주하는 선생님과 한국의 학생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스타트업은 센트비로부터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이전에는 서비스를 제공한 선생님들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선 은행을 찾아가 개인 계좌로 건별로 송금을 신청해야 했다. 가뜩이나 인력이 모자라는 스타트업인데 송금 업무만으로 너무 많은 손이 필요했다. 하지만 센트비즈를 이용한 이후에는 이 모든 과정이 사라졌다. 엑셀로 송금하고자 하는 계좌 리스트만 올리면 알아서 송금이 진행됐다. 수수료도 해외 결제 업체보다 저렴해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최 대표는 “현재 이용하고 있는 회사들은 20여 개 정도로 서비스를 안정화하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다양한 중소업체들의 성격과 니즈를 파악하고 각 업종에 맞는 서비스로 규격화하는 것이 목표다. B2B 서비스가 보다 안정화되면 센트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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